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21화 (321/599)

<-- [던전 디펜스] -->

“선물이요?”

선물이라는 말에 소현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건 소현뿐만이 아니었다.

유 지아를 비롯한 한 채원, 김 예지 그리고 신 혜진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놀란 토끼 떼를 보는 듯했다. 나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꾹 참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선물입니다.”

“하, 하지만…….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소박하지요?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아직 더 남아있으니까요.”

나는 재빨리 말을 이으며 방금 전에 얻은 냉기의 반지를 떠올렸다.

냉기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만큼 푸른색 보석이 큼지막하게 박혀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그랬으니 이번에도 그럴 확률이 다분했다.

“네? 더, 더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리 말하며 어깨를 한번 으쓱인 나는 다시금 스마트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한 채원이 깡충깡충 뛰며 내 팔을 부여잡았다.

“저는요? 저는 없어요?”

자기도 뭔가 선물을 받았으면 하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채원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이건 마물 사냥꾼의 리더인 이 소현 씨에게만 주는 아주 특별한 선물입니다.”

나는 리더라는 말을 유독 강조하며 말했다. 그리고 이런 내 말에 채원이는 납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하긴……. 소현이 언니가 고생하긴 했죠.”

“이해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이리 말하며 채원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던 나는 문득 장난기가 발동해 소녀의 귓불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아, 그렇군요. 말이 나온 김에 다음에는 한 채원 씨가 리더를 해보시겠습니까?”

“에? 제, 제가요? 무리에요! 못 해요! 게다가 소현이 언니가 하고 있잖아요!”

“이 소현 씨가 계속 리더를 하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너무 부담가지지 마시고 한번 도전해보세요.”

“안 돼요! 못 해요!”

예상대로 격렬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싫다는 기색을 내비치는 한 채원이다.

어찌나 거부하던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정도였다. 그 모습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채원이의 눈가에 매달려있는 눈물을 엄지로 닦아주었다.

그러자 일순 한 채원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확실히 생각하는 게, 얼굴에 잘 드러나는 소녀였다. 이 얼마나 사랑스런 현역 여고생이란 말인가? 침대 위에 눕혀두고서 밤이 새도록 괴롭히고 싶을 정도였다.

“알겠습니다. 강요하지 않을 테니, 그만 자리로 돌아가세요.”

이러한 내 말에 채원이는 잠시 어깨를 떨다가 이윽고 빼꼼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 이러고 있으면 안 될까요?”

“네?”

“팔만 꼭 붙잡고 있을게요.”

“……?”

“얌전히 있을게요!”

크게 소리쳐 말하며 또다시 눈망울을 글썽이는 채원이다.

‘뭐하자는 거지?’

놀아달라는 건가? 나는 잠시 한 채원을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허락의 뜻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채원이를 옆에 두고 있는다고 해서 불편할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내 허락이 떨어지자, 채원이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내 팔을 바짝 끌어안았다.

확실히 현역 여고생의 애교는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게다가 이 풋풋한 소녀의 향기는 마음까지도 따스하게 만드는 신비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만약에 누군가 내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향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향기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향기라도 대답할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종일 끌어안고 싶지만…….’

잠시 채원이의 체취를 만끽하던 나는 이윽고 정신을 차리며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할 일이 많으니까.’

마음을 다잡은 나는 계속해서 다음 랜덤 장비 상자를 개봉했다.

[축하합니다.]

[장비 ‘탐험가의 모자(N)’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탐색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0분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열기 저항이 10% 상승합니다.]

[축하합니다.]

[장비 ‘밀어를 속삭이는 깃펜(N)’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다른 이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글자를 쓸 수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장비 ‘은빛 장검(N)’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강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10초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공격 시, 10%의 확률로 대상에게 은빛 표식을 남깁니다. 이 때, 아군이 은빛 표식이 걸려있는 대상을 공격하면 치명타를 입힐 확률이 10% 증가합니다.]

[현재 사용자는 ‘은빛 장검(N)’과 중복되는 장비를 보유하고 계십니다.]

[중복되는 장비를 획득할 시에는 장비 강화 혹은 정기 교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정기 획득양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장비 강화 / 정기 교환]

‘그래, 왜 안 나오나 했다.’

잘 나가다가 초를 치는 은빛 장검이다.

한숨을 푹 내쉰 나는 장비 강화를 선택했다.

[주의. 5단계 강화부터는 일정한 확률로 강화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주의. 강화에 실패할 경우 1단계 하락하게 됩니다.]

[장비를 강화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실패하든, 말든.’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네를 눌렀다. 어차피 여기서 강화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다지 손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소현이 다소 실망할 지도 몰랐지만, 어차피 냉기의 반지를 선물해주면 그만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여성에게 무언가 선물을 하기에는 검보다 반지와 같은 장신구가 더 제격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강화를 선택하자, 화면에 환한 빛이 서리더니, 곧 은빛 장검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물론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쇠망치 하나가 나타나서는 은빛 장검을 여러 차례 강하게 두드렸다.

[축하합니다!]

[장비 ‘은빛 장검(N)(+6)’이 ‘은빛 장검(N)(+7)’로 강화되었습니다!]

[효과 1 : 강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6.5초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공격 시, 45%의 확률로 대상에게 은빛 표식을 남깁니다. 이 때, 아군이 은빛 표식이 걸려있는 대상을 공격하면 치명타를 입힐 확률이 45% 증가합니다.]

“하…….”

기어코 성공하고 말았다.

팡파르와 함께 나타난 강화 성공 알림문구를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보다 약간 늦게, 자지러지는 탄성 소리가 들려왔다.

“앗!”

들어보니 강화에 성공했다는 알림문구에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그래, 나도 놀랐다. 설마하니 이번에도 성공할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쯤 되면 강화 확률을 한번 알아보고 싶었다.

‘어떻게 이제까지 단 한번도 실패를 안 하냐?’

혀를 내두른 나는 소현을 진정시켜주기 위해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와아…….”

“이게 뭐에요, 언니?”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감탄을 금치 못 하고 있었다.

“강화에 성공했다는 알림문구가 뜨더니……. 이렇게 됐어.”

소현은 황홀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신의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은빛 장검이 보다 환한 빛을 내며 방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밝은 빛은 아니었지만, 검 자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멋지다.”

다들 넋을 잃고 말았다.

‘강화 7단계부터는 빛이 나는 건가?’

굉장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래, 지금 이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이 있었다.

병신 같지만 멋있다.

이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어이없네.’

헛웃음을 터트린 나는 한동안 은빛 장검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멋있어도 결국 일반 등급의 장비였다. 물론 등급이 낮은 대신에 강화 단계가 높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봤자 영웅 등급의 장비보다 좋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실제로 에나가 가지고 있는 아단트의 불완전한 신검은 은빛 장검을 아득히 초월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상대가 안 되었다. 혀를 내두른 나는 은빛 장검에서 시선을 거두어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제 됐으니까, 은빛 장검은 그만 나와라.’

나는 속으로 간절히 빌며 조심스럽게 아홉 번째 랜덤 장비 상자를 개봉했다.

[축하합니다.]

[장비 ‘미스릴 팔찌(R)’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마력이 1 상승합니다.]

[효과 2 : 주문 시전 속도가 0.5초 더 빨라집니다.]

[효과 3 : 마법 저항이 10% 상승합니다.]

‘이건 채원이한테 주면 딱이네.’

물론 김 예지에게 주더라도 좋겠지만, 마력이 81에 달하는 채원이한테 주는 편이 좀 더 효율이 높았다. 게다가 현재 채원이는 주문 시전 속도를 0.5초 줄여주는 현자의 부츠를 신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채원이가 미스릴 팔찌까지 착용하게 된다면 도합 1초의 주문 시전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채원이는 마법사지.’

마법사에게 있어서 1초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애당초 1초 차이로 DPS가 엄청나게 달라지니 말이다.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마지막 하나 남은 랜덤 장비 상자를 바라보았다.

‘제발 은빛 장검만 나오지 마라.’

은빛 장검만 아니면 다 좋았다. 뭐라도 좋았다. 나는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며 열 번째 랜덤 장비 상자를 개봉했다. 그러자 잠시 뒤, 팡파르와 함께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장비 ‘칠흑의 지팡이(R)’를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어둠의 화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분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최대 3마리) (시체가 필요합니다.)]

[효과 3 : 반경 100M 이내 존재하는 모든 소환물의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을 각각 상승시킵니다. : 자세히 보기]

[현재 사용자는 ‘칠흑의 지팡이(R)’과 중복되는 장비를 보유하고 계십니다.]

[중복되는 장비를 획득할 시에는 장비 강화 혹은 정기 교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정기 획득양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장비 강화 / 정기 교환]

‘나이스!’

그래, 바로 이거였다!

물론 내가 원하던 유령 기사 세트는 아니었지만, 칠흑의 지팡이만 하더라도 감지덕지였다. 아니, 애당초 은빛 장검이 아닌 것이 어디라는 말인가? 나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히죽히죽 웃었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다행이네.’

만약에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내 표정을 마물 사냥꾼들에게 여실히 보여주었을 테니 말이다.

나는 쿵쿵 뛰는 심장을 겨우겨우 진정시키며 숨을 골랐다.

‘이제 남은 건, 강화 뿐……!’

여기서부터가 진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랜덤 장비 상자를 개봉하는 족족 칠흑의 지팡이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강화에서 실패하면 말짱 도루묵이었으니 말이다.

[주의. 3단계 강화부터는 일정한 확률로 강화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스킬을 강화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침착하자.’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래, 여기서 떨 필요가 없었다. 애당초 이제까지 나는 강화를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었다. 더욱이 은빛 장검도 무려 7단계까지 강화시켰다.

그것도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말이다.

그것에 비해서 칠흑의 지팡이는 이제 겨우 강화 4단계에 불과했다.

‘……실패할 리가 없지.’

이리 생각하며 엄지로 네를 꾹 눌렀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

화면에 떠오른 알림문구를 본 순간 허탈한 마음이 척추를 지나 대뇌 전두엽까지 전해졌다. 찌릿찌릿 거리는 게, 뒤통수가 아려왔다. 이럴 순 없었다. 어떻게 얻은 칠흑의 지팡이인데, 이렇게 실패한다는 말인가?

‘이럴 순 없어…….’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나는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린 뒤에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숨을 고른 뒤에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알림문구에는 변함이 없었다.

은빛 장검을 강화할 때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던 알림문구가 지금 와서 떠오른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심란한 마음에 나는 화면 속 알림문구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읽어보았다.

그러나 여전했다.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오우거가 내 눈 앞에서 나타나고, 은빛 장검이 여섯 번 연속으로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되었다.

‘역시 강화는 몸에 해로워.’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는 허탈한 마음을 애써 털어내며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곧 화면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강화에 재도전 하시겠습니까?]

[주의. 재도전 할 경우 정기 500이 소모됩니다.]

[네 / 아니요]

“아……!”

재도전 할 거냐고 묻는 알림문구를 본 순간 두 눈을 번쩍 뜨였다.

공양미 삼천 석을 내고 눈을 뜬 심 봉사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이건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허탈함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했던 몸이 다시금 활기를 얻었다. 이건 마치 제 2의 삶을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재도전이라니!’

이건 무조건 해야 되었다. 다시 해야 되었다.

물론 정기가 무려 500이나 소모되기는 하지만…….

‘……잠깐만, 정기 500이라고?’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싼 대가였다. 막말로 정기 500이면 랜덤 장비 상자를 다섯 개나 개봉할 수 있는 양이었다.

스킬로 따지면 10회 뽑기를 이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

‘이런 돈독……. 아니, 정기독 오른 게임을 봤나!’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손끝을 부들부들 떨었다.

“…….”

정기 500을 소모해서 재도전을 하느냐 마느냐.

선택의 기로에 선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재도전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 까짓것 섹스를 좀 더 하지, 뭐!’

마침 민서를 불러줄 때도 되었고 말이다.

이처럼 생각을 굳힌 나는 과감히 네를 눌렀다. 그러자 일순 화면이 환하게 밝혀지더니, 이윽고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장비 ‘칠흑의 지팡이(R)(+4)’가 ‘칠흑의 지팡이(R)(+5)’로 강화되었습니다!]

[효과 1 : 어둠의 화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5초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최대 96마리) (시체가 필요합니다.)]

[효과 3 : 반경 1KM 이내 존재하는 모든 소환물의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을 각각 상승시킵니다. : 자세히 보기]

========== 작품 후기 ==========

유저의 정기를 뽑아먹는 흔한 상술.avi

*강화 단계에 따라서 재도전에 필요한 정기의 양이 달라집니다.

*장비 등급에 따라서 강화 성공 확률이 다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