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 디펜스] -->
“세상에…….”
불길한 예감은 항상 맞는다고 하더니, 딱 그 짝이었다.
네 번 연속 은빛 장검이라니……! 마치 하스스톤의 위습 네 장을 보는 듯했다. 실제로 어느 유저가 위습 네 장을 한 번에 받은 적이 있었다.
무려 433장의 카드 중에서 말이다!
물론 랜덤 장비 상자 속에서 나오는 장비의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 자세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쪽 확률이 더 극악인 줄은 알 수가 없지만, 은빛 장검이 연속으로 네 번 나온 것은 위의 상황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따로 없네.’
오우거가 내 앞에서 나타날 때부터 알아봐야 했다.
오른손으로 얼굴을 한번 쓸어내린 나는 이윽고 장비 강화를 선택했다.
[주의. 3단계 강화부터는 일정한 확률로 강화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장비를 강화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 물음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그러자 곧 팡파르와 함께 강화에 성공한 은빛 장검이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축하합니다!]
[장비 ‘은빛 장검(N)(+4)’이 ‘은빛 장검(N)(+5)’로 강화되었습니다!]
[효과 1 : 강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7.5초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공격 시, 35%의 확률로 대상에게 은빛 표식을 남깁니다. 이 때, 아군이 은빛 표식이 걸려있는 대상을 공격하면 치명타를 입힐 확률이 35% 증가합니다.]
이처럼 은빛 장검이 강화에 성공해서 은빛 장검(N)(+5)로 거듭나자, 이 소현의 눈동자가 더없이 커졌다. 검은색 눈동자에는 감격스러움이 서려있었다.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지간히도 감동한 모양이었다.
하긴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이번 장비 강화는 내가 일부러 해준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애당초 장비가 랜덤 장비 상자로 나온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는 마물 사냥꾼들이었으니 말이다.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구태여 이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짐짓 태연하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이 소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한층 더 감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허리까지 꾸벅 숙여가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소현이다.
만약에 그녀가 내 노예였다면 충성도와 호감도가 쭉쭉 오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손을 흔들어준 뒤에 스마트폰 화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는 손끝을 부들부들 떨며 확인을 눌렀다.
‘이번에도 은빛 장검이 나오면 스마트폰을 껐다가 다시 켠다.’
이리 생각한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마지막 열 번째 랜덤 장비 상자를 개봉했다.
[축하합니다.]
[장비 ‘유령 기사의 장갑(S)’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공격 시, 상대의 방어력을 5%의 확률로 무시합니다.]
[효과 2 : 좀비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최대 1마리) (시체가 필요합니다.)]
[세트 (2/4) : 언데드 계열 소환물을 소환하는데, 더 이상 시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세트 (3/4) : 반경 1KM 이내 존재하는 모든 언데드 계열 소환물의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을 각각 상승시킵니다. : 자세히 보기]
[세트 (4/4) : 유령마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와……!”
절로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건 대박이었다. 진짜 대박이었다.
이것은 완전히 나를 위한 장비라고 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가진 장비 중에 하나인 칠흑의 지팡이와 상성이 너무나도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세트 효과가 발동해야지,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게 되겠지만 그거야 세트 장비를 찾아서 랜덤 장비 상자를 계속 개봉하면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해서 세트 장비 세트를 전부 다 맞추게 된다면……. 아니, 전부 다 맞출 필요도 없었다.
세트 장비를 세 개까지만 맞춘다면 칠흑의 지팡이로 소환할 수 있는 48마리의 스켈레톤들을 시체 없이도 소환이 되는 것이었다. 더욱이 칠흑의 지팡이가 주는 버프와 유령 기사 세트가 주는 버프를 받으면서 중첩 버프를 받게 된다.
스켈레톤들이 얼마나 강해질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래, 이거지!’
역시 네 번 연속 은빛 장검은 우연이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우연치고는 그 확률이 극악무도하기 그지없었지만, 유령 기사의 장갑을 얻은 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이득을 본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함박 미소를 지어보인 나는 확인을 눌렀다. 그리고는 이번에 얻은 장비를 나열해보았다.
‘……딜도, 클레이모어, 요정의 날개옷, 단풍 머리띠 그리고 유령 기사의 장갑인가.’
이 중에서 딜도와 클레이모어 그리고 유령 기사의 장갑은 자동적으로 탈락이 되었다.
이건 마물 사냥꾼들이 사용하기에 적당하지 않을뿐더러 줄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열 개의 랜덤 장비 상자를 개봉해서 얻은 게, 고작 두 개 밖에 되지 않는 소리였다.
물론 이전에 얻은 장비인 깃털 달린 챙모자와 은장도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네 개에 불과했다.
‘한 번 더 개봉할까?’
정기 900이 소모되긴 하겠지만, 달랑 장비 네 개를 꺼내놓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유령 기사 세트도 모아야하니까.’
이처럼 생각을 굳힌 나는 정기 900을 더 소모해서 10회 뽑기를 선택했다. 그러자 곧 팡파르와 함께 차례로 랜덤 장비 상자가 개봉되기 시작했다.
[축하합니다!]
[장비 ‘냉기의 반지(N)’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냉기 저항이 10% 상승합니다.]
[효과 2 : 피격 시, 1%의 확률로 냉기의 정령이 소환됩니다. (최대 1마리)]
[축하합니다!]
[장비 ‘엘프 궁수의 옷(R)’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이동 시, 10% 더 빠르게 이동합니다.]
[효과 2 : 나무에 오를 경우, 이동 속도가 10% 더 빨라집니다.]
[효과 3 : 사용자의 집중력이 5% 상승합니다.]
[축하합니다!]
[장비 ‘강인함의 휘장(N)’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둔화, 기절에 대한 저항이 10% 상승합니다.]
‘좋네.’
세 개의 장비 모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특히나 이 중에서 두 개는 장신구였기 때문에 그 누가 사용하더라도 좋았다. 하지만 역시 오우거와 직접 대면하게 될 이 소현과 유 지아에게 몰아주는 편이 더 좋아보였다.
‘……그래도 엘프 궁수의 옷은 역시 신 혜진에게 주는 편이 좋겠지.’
지난번에 따로 챙겨주지 못 한 것도 있었고 말이다.
이처럼 누구에게 장비를 나눠줄 것인지 생각을 마친 나는 네 번째 랜덤 장비 상자를 개봉했다.
[축하합니다!]
[장비 ‘강철 창(N)’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공격 시, 10%의 확률로 기합이 발동합니다. (최대 5중첩) (지속 시간 : 10분)]
[효과 2 : 찌르기를 사용할 경우, 5%의 확률로 출혈을 일으킵니다.]
[축하합니다.]
[장비 ‘은빛 장검(N)’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강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10초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공격 시, 10%의 확률로 대상에게 은빛 표식을 남깁니다. 이 때, 아군이 은빛 표식이 걸려있는 대상을 공격하면 치명타를 입힐 확률이 10% 증가합니다.]
[현재 사용자는 ‘은빛 장검(N)’과 중복되는 장비를 보유하고 계십니다.]
[중복되는 장비를 획득할 시에는 장비 강화 혹은 정기 교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정기 획득양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장비 강화 / 정기 교환]
“…….”
또 나오고야 말았다. 나는 꿈일 거라고 생각하며 애써 현실을 외면해보았다. 그러나 화면에 나와있는 알림문구는 여전했다. 은빛 장검. 그렇다, 기어코 다섯 번째 은빛 장검이 등장한 것이었다.
만약에 여기서 장비 강화에 성공하게 된다면 고블린 소환과 같은 강화 등급을 가진 장비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일반 등급의 장비가 말이다!
‘하필이면 일반 등급이라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기 교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숨을 푹 내쉰 나는 장비 강화를 선택했다. 그러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알림문구가 화면에 나타났다.
[주의. 5단계 강화부터는 일정한 확률로 강화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주의. 강화에 실패할 경우 1단계 하락하게 됩니다.]
[장비를 강화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왔군.’
이전에는 강화하는데 별다른 부담이 없었지만, 지금부터는 강화에 실패할 때마다 1단계 하락이라는 페널티가 부여된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이 소현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자 은빛 장검을 허공에 휘두르며 잔뜩 신이 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이리 생각한 나는 장비 강화를 선택했다. 그러자 돌연 스마트폰 화면에 환한 빛이 서리더니, 곧 은빛 장검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더불어 쇠망치가 여러 차례 은빛 장검을 내리쳤다.
스킬 강화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몇 초가 지나자, 돌연 환한 빛이 폭사하더니 이윽고 팡파르와 함께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장비 ‘은빛 장검(N)(+5)’이 ‘은빛 장검(N)(+6)’로 강화되었습니다!]
[효과 1 : 강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7초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공격 시, 40%의 확률로 대상에게 은빛 표식을 남깁니다. 이 때, 아군이 은빛 표식이 걸려있는 대상을 공격하면 치명타를 입힐 확률이 40% 증가합니다.]
기어코 강화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강화에 성공한 순간 소현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그녀는 손에 쥐고 있는 은빛 장검을 부들부들 떨며,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에 나는 짧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선물입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 작품 후기 ==========
호감도가 쑥쑥!
*N (일반 등급), R (희귀 등급), H (영웅 등급) / S (세트)
혹시 모르시는 분이 계실 것 같아서 올려드립니다. 그리고 세트 등급 같은 경우에는 N, R, H와 비교하기 다소 애매합니다. 왜냐하면 세트를 모으지 않았을 경우, 일반 등급보다 안 좋은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하지만 모일 수록 높은 효율을 내는 것이 바로 세트 장비입니다.
참고로 H 등급 이상도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