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99화 (299/599)

<-- [던전 디펜스] -->

‘나도 가볼까?’

엘레노아와 소피아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나는 두 손을 툭툭 털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 다음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가 감금되어 있는 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멀뚱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는 리자드맨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쌔애액.”

보아하니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리자드맨은 살짝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제 갈 길을 떠났다. 그리고 이처럼 리자드맨까지 자리를 떠나자, 통로 안이 휑하니 비었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잠시 방황하던 나는 이내 던전 내부의 지도를 확인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응?’

그 때, 화면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라 있는 게 보였다.

[축하합니다, 던전의 일원을 대상으로 충성스런 부하들(100/100)를 달성했습니다.]

[충성스런 부하들(100/100) 업적이 달성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아이템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오…….”

소피아가 마지막 100명 째였었던 모양인지, 화면에 업적 달성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이를 확인한 나는 작게 탄성을 터트리며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속마음 스티커 (1회)’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대상은 속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대상이 생각하는 모든 것이 말로 나오게 됩니다.]

[유효한 시간 : 1시간]

상당히 재밌는 아이템이었다.

“이걸 붙이면 생각을 곧이곧대로 말하게 되는 건가?”

아이린에게 이걸 붙이면 참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척이나 솔직하지 못 한 하이 엘프였으니 말이다. 분명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 한 말들을 쏟아낼 것이 틀림없었다. 어쩌면 자기 어머니만 그렇게 보지 말라며 질투어린 말을 내뱉을 지도 몰랐다. 아니면 나와 섹스를 하자며 보챌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잠시 머릿속으로 아이린의 모습을 떠올리다가 이윽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잡념을 떨쳐낸 나는 확인을 누른 뒤에 던전 내부 지도를 열람했다.

그 후,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를 만나기 위해서 한시 바삐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자, 나무로 덧대어 만든 문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앞에는 두 마리의 고블린이 서있었다.

“케륵! 케륵! 주인님께서 여기는 어쩐 일이냐?”

나를 알아본 고블린들이 황급히 고개를 조아리며 내게 물었다. 이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를 보기 위해서 왔습니다. 혹시 이 안에 있는 겁니까?”

“케르르륵! 인간 여자 하나를 감금해두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주인님이 찾는 인간인지는 잘 모르겠다! 케륵!”

“아마도 그녀가 맞을 겁니다.”

나는 이리 말하며 한 걸음 내딛었다. 그러자 고블린들이 좌우로 물러나며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이윽고 내가 손으로 문고리를 붙잡자, 고블린 하나가 조심스런 말투로 내게 말을 건넸다.

“케르륵! 케륵!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주인님. 케륵! 그 인간 여자, 성깔이 보통이 아니다. 케륵케륵!”

그 말에 나는 잠시 손을 멈춘 뒤에 고블린을 바라보았다.

“보통이 아니라니요?”

“케르르륵! 주인님은 잘 모르겠지만, 그 인간 여자는 여기에 갇히기 전에 많은 행패를 부렸다! 민폐다! 케륵케륵! 많은 동지들이 다쳤다! 케르륵! 성깔이 더럽다! 케륵! 그리고 여기에 갇힌 이후에도 꽥꽥 소리를 질렀다! 케르륵!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다!”

그간 쌓인 것이 많았던 모양인지,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고블린이다. 더불어 남은 한 마리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시했다.

‘왈가닥인가.’

고블린의 말을 들어보니,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가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건지 얼추 짐작이 갔다. 더불어 설득이 다소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혀를 내두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조심하겠습니다.”

“케르륵! 케륵! 주인님아, 위험하다 싶으면 우리를 바로 불러라! 케륵! 바로 들어가겠다.”

이리 말하며 자기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고블린이다. 그 모습이 제법 듬직했기에 나는 옅게 웃는 것으로 화답해주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곧 여러 개의 양초로 환하게 밝혀져 있는 방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더불어 손과 다리가 밧줄로 묶인 채로 바닥에 앉아있는 여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으으으읍!!”

그녀는 방 안으로 들어선 나를 발견하고는 큰 소리를 울부짖었다. 다만 입에 천이 물려있는 탓에 뭐라고 말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영애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양초가 뿜어내는 은은한 불빛 아래로 영애의 모습이 확연하게 비추어 보였다.

‘이 여자가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인가.’

오랫동안 감금되어 있었던 탓에 다소 빛이 바래져 있긴 하지만 여전히 환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금색 머리카락과 갸름한 턱선 그리고 날카롭게 올라가 있는 콧날은 전형적인 서구식 미인이었다. 더불어 귀밑으로는 머리카락이 뱅글뱅글 꼬여서 드릴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상당히 매력적인 미인이라고 볼 수 있었다. 특히나 나를 잡아먹을 듯이 한껏 치켜 올라가 있는 눈초리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지금 당장 고꾸라트린 다음에 범하고 싶을 정도였다. 분명 정복하는 맛이 각별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설득이 되지 않았기에 나는 애써 마음을 다그치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영애? 저는 이 던전의 주인인 김 유현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내 소개에 영애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영애는 몸을 크게 흔들며 소리쳤다.

“으으읍! 으으으읍!!”

뭐라고 소리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대략 표정을 보아하니 꽤나 화가 나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나를 향해 욕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나는 최대한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진정하세요, 영애. 일단 천부터 풀어드리겠습니다.”

이리 말하며 영애의 입을 가리고 있는 천을 풀어주자, 돌연 그녀가 퉷! 하고 입으로 물고 있던 천 뭉치를 내 얼굴에 뱉었다. 그러자 타액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던 천 뭉치가 내 뺨에 맞았다가 이윽고 바닥에 툭 떨어졌다.

“천한 것! 네 녀석이 이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나는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다! 우리 아버지가 이 일을 아신다면 네 녀석은 결코 목숨을 보존하지 못 할 것이다!”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쏘아보는 영애다. 그 태도가 실로 가관이었다. 헛웃음을 터트린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천 뭉치를 발로 잘근잘근 밟으며 입을 열었다.

“제 목숨을 걱정하기 전에 영애의 목숨부터 걱정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영애는 목숨이 두 개쯤 되십니까?”

“하! 나를 죽여? 헛소리 마라!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아느냐? 나는 장차 라인펠덴 공작 가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다! 내가 죽게 된다면 이 나라 또한 죽게 될 것이다! 물론 네 녀석도 마찬가지다! 아니, 네 녀석 같은 쓰레기는 시체조차 남기지 못 할 것이다!”

영애는 우월감에 한껏 찌든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더불어 그녀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지근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질문을 던졌다.

“라인펠덴 공작 가의 안주인이요? 그리고 영애가 죽으면 이 나라 또한 죽게 된다고요?”

“이제야 깨달은 것이냐? 이래서야 천한 것들이란 어쩔 수 없구나. 미련한 굼벵이 같은 놈들! 그러니까 하루살이처럼 골골 거리는 것이다. 차라리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리하면 세상이 조금은 깨끗해질 것 같구나!”

이러한 영애의 태도에 나는 고블린이 왜 그렇게 불평불만을 토로했던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여자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니, 귀족 의식에 찌들어 있었다.

‘설마 모든 귀족들이 이런 식인 건 아니겠지?’

새삼 베네딕트 왕자가 그리워졌다. 그 때, 내가 만났었던 왕자는 백성들을 진정으로 생각할 줄 알던 성군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죽은 병사들을 위해서 눈물까지 흘려줄 정도였다. 그에 반해서 영애는 사람을 벌레쯤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이래서야 설득은 글러먹었군.’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영애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영애는 좀 더 자신의 처지를 잘 아실 필요가 있겠군요.”

“읏! 놔라! 감히 어딜 만지는 것이냐! 그 더러운 손을 당장 떼어내라! 죽여 버리겠다! 네 녀석은 시체조차 남기지 못할 것이다! 아니, 네 녀석뿐만이 아니다! 이 안에 있는 더러운 것들을 전부 다 불태워버릴 것이다!”

“그 전에 영애가 먼저 불태워질 겁니다.”

이러한 내 말에 영애가 코웃음을 쳤다.

“하찮은 것 주제에 감히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우리 가문 덕분에 겨우 사는 하찮은 것들인 주제에 잘난 척 하지 마라!”

“제가 왜 이바이크 백작 가문 덕분에 먹고 산다는 겁니까?”

“흥! 이제까지 그것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냐? 이래서 하찮은 것들은 은혜를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 이바이크 가문이 너희 같은 하찮은 것들에게 땅을 나누어주고 집을 마련해주지 않았다면 네 녀석들은 진작 굶어죽었을 것들이다! 하물며 이런 음침한 동굴 속에 자리를 잡은 네 녀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

“더러운 몬스터들과 부대껴 지내는 주제에 이 나를 불태워? 뚫린 입이라고 할부로 지껄이지 마라, 천민!”

========== 작품 후기 ==========

드릴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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