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 디펜스] -->
“당장 뱉어! 이 나쁜 놈아! 뱉어! 나도 먹을 거야! 뱉어! 뱉어!”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때림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머리는 결코 입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상대방을 약 올리듯이 추잡하게 쩝쩝 소리를 내며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가서는 목울대를 크게 울리며 과자를 삼켜버렸다.
“꿀꺽!”
“안 돼!!”
왼쪽 머리의 외마디 비명 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퍼졌다. 어찌나 처연하게 울려퍼지던지,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일어날 정도였다. 이에 나는 서럽게 울고 있는 왼쪽 머리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렉스 씨, 간식을 드시고 싶으십니까?”
“있어? 또 있어? 인간아, 나도 줘! 엉엉, 쟤가 다 먹었어!”
야구공만한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오른쪽 머리를 무섭게 노려보는 왼쪽 머리다. 반면에 오른쪽 머리는 딴청을 피우며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그 모습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정기 50을 소모해서 트윈 헤드 오우거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을 하나 더 구입했다.
그러자 일순 왼쪽 머리의 안색이 환하게 밝아졌다.
“히히, 그거 나 줘! 인간아, 나 줘!”
이리 말하며 양 손을 우악스레 내미는 렉스의 태도에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입을 열었다.
“그 전에 한 가지 약속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약속? 뭔데? 약속하면 주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럼 할게! 약속 할 테니까 줘!”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양 손을 쭉 내미는 렉스다. 이에 나는 또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럼 던전 수호자로서 이 던전을 지켜주실 겁니까?”
“응! 맡겨줘! 그러니까 얼른 줘!”
“좋습니다.”
이렇듯 확답을 들은 나는 렉스의 손바닥 위에 과자를 올려주었다.
이 때, 오른쪽 머리가 자기도 먹겠다며 달려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입 안에 조금 남아있는 과자 부스러기를 쩝쩝 씹으며 되새김질 할 뿐이었다.
‘뭐, 이걸로 던전 수비를 일단락 된 건가.’
흠, 하고 숨을 들이켠 나는 던전 정보를 열람한 뒤에 렉스를 던전 수호자로 임명했다.
[던전 수호자로 노예 ‘렉스’를 임명합니다.]
이처럼 렉스를 던전 수호자로 임명한 나는 던전 코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녀는 현재 인간 거주지에서 동남쪽으로 17미터 떨어진 위치에 존재하는 방 안에 갇혀있습니다. 던전 마스터께서 원하신다면 지도에 따로 표시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줘.”
지도에 따로 표시해준다는 말에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구태여 거절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던전 내부 지도에 영애의 위치가 표시되었음을 확인한 나는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렉스에게 따로 방을 마련해줘.”
[알겠습니다. 코볼트들에게 명령해놓도록 하겠습니다. 위치는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입구 쪽에 가까운 편이 좋겠지.”
[탁월하신 선택입니다. 트윈 헤드 오우거의 피부는 강철보다 단단하니, 인간들의 발을 붙잡고 있기에 무척이나 적합합니다.]
이렇듯 내 말에 동의한 던전 코어는 슬쩍 렉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 도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시는 길에 아라크네를 한번 보고 가셨으면 합니다. 그녀의 불만이 꽤 쌓인 상태입니다.]
“간식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던전 마스터께서 간식을 보상으로 아라크네에게 명령을 내리셨는데, 그녀가 명령을 훌륭하게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간식을 주지 않아 불만이 쌓인 상태입니다. 하지만 던전 마스터께서 바로 아라크네를 찾아가 간식을 보상으로 주신다면 금세 풀릴 겁니다.]
이러한 던전 코어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알겠다는 말과 함께 던전 내부의 지도를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아라크네의 방은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가 억류되어 있는 방과 가까운 위치에 존재해있었다. 이에 나는 곧장 걸음을 내딛어 아라크네의 방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아라크네의 방에 가까워질 무렵 돌연 거대한 몸집을 가진 거미가 쿵쿵 소리를 내며 방 밖으로 나왔다.
“인간아!”
아라크네는 반가움이 한껏 깃든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달려들었다. 만약에 그녀가 평범한 인간 여성이었다면 기꺼이 양 팔을 벌리고서 안아주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아라크네는 상반신만 인간인 거대 거미였다.
만약에 여기서 미련하게 그녀를 품에 안겠다고 양 팔을 벌렸다가는 내 가슴이 형편없이 으깨어질 것이다. 아니, 으깨어지는 것만으로 끝난다면 다행이었다.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쿵쿵 소리를 내며 날 향해 달려오던 아라크네의 몸이 우뚝 섰다. 더불어 털이 숭숭 나있는 여덟 개의 다리가 다각다각 소리를 내며 넓게 퍼졌다.
“……인간아, 나 보러 온 거 맞지?”
그녀는 한껏 기대 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물었다. 더불어 검은색 흑진주와도 같은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키킥, 역시 맞구나! 나는 혹시라도 인간, 네가 날 또 안 보고 가는 줄 알고 걱정했잖아. 만약에 이번에도 안 왔으면 납치했을지도 몰라.”
왼손으로 자기 입을 살짝 가리며 음흉하게 웃는 아라크네다. 그 모습을 보니, 곧바로 여기로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아라크네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을 하나 구매한 뒤에 소환했다.
“……아아! 정말로 맛있는 냄새야! 얼른 줘!”
아라크네는 황홀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헤벌쭉 웃어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아라크네를 향해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이리로 좀 더 오세요.”
“직접 주게? 아니면 저번처럼 턱을 만져주게?”
이리 물은 아라크네는 내 곁으로 바짝 다가오더니, 그대로 자기 턱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좌우로 벌어진 곤충의 입 아래로 가느다란 목이 내 눈에 들어왔다. 백옥처럼 희고 고운 목이었다.
나는 아라크네의 목을 살살 쓰다듬어주며 직접 과자를 먹여주었다.
“늦게 온 것에 대한 사과입니다. 부디 이걸로 기분을 풀어주셨으면 좋겠네요.”
“하웅, 아……. 아앙, 기분 좋아. 응……. 계속 만져줘……. 후앙, 아……. 과자 맛있어. 후에.”
아라크네는 자신의 입 안으로 들어온 과자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특히나 내 손끝이 그녀의 턱과 목의 경계를 어루만져줄 때면 더없이 기쁜 표정을 지어보이며 애달픈 신음성을 흘렸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 솔직히 말해서 하반신과 몇몇 특징만 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나는 한동안 그녀의 목을 어루만져주다가 문득 그녀의 가슴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처짐 하나 없이 봉긋하게 솟아있는 가슴이 내 눈에 들어왔다. 특히나 딱딱하게 발기해있는 분홍빛 유두는 내 구미를 당기게 만들었다.
‘보면 볼수록 인간처럼 느껴지네.’
혀를 내두른 나는 아라크네의 목을 어루만지던 손을 아래로 내려 가슴을 살포시 움켜쥐었다. 그러자 일순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경련하더니 이윽고 가쁜 숨소리와 함께 고개가 내 쪽으로 떨어졌다.
“하으읏, 앙……. 인간아, 우리 교미할까?”
이리 말한 그녀는 여덟 개의 다리를 정신 사납게 움직였다. 더불어 거미의 배 끄트머리인 거미줄돌기에서 흰색 실이 조금씩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이 왜인지 모르게 야릇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아라크네의 가슴에서 손을 떼어내어 입을 열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거미 인간과 교미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힝……. 날 이렇게 흥분시켜놓고서 내빼기야? 그러지 말고 한번 넣어봐. 혹시 알아? 엄청 기분 좋을지? 나도 기대돼. 인간이랑 교미하면 무슨 기분일까 하고 말이야!”
정말로 기대된다는 듯이 양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아라크네는 하반신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러자 거미 꽁무니가 좌우로 흔들리며 하얗고 끈적이는 거미줄을 사방에 뿌렸다. 그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먹다 남은 과자를 불쑥 내밀며 말했다.
“과자나 마저 드시죠.”
“흑흑, 나만 발정했나봐.”
이러한 내 말에 양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감싸며 우는 척 하는 아라크네다.
“안 드실 거면 버리겠습니다.”
“아니야! 먹을게!”
버린다는 말에 화들짝 놀란 아라크네가 다급히 내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정말이지 귀여운 거미 여성이었다.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과자를 마저 먹여준 뒤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늦게 오면 안 돼! 꼭 빨리 와!”
“노력해보겠습니다.”
이리 말하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아라크네의 목을 간질여준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당장 해야 될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던전 내부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영애의 위치를 확인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돌연 멀지 않은 곳에서 앳된 여자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그 비명 소리가 깜짝 놀란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춘 뒤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힉!”
그 순간, 또다시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혹시 이 소리가 영애의 비명소리는 아닌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리가 들려온 방향과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영애의 위치를 비교해보니 두 장소가 방향이 명백하게 달랐다.
이에 안도한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그럼 누구 목소리지?’
한동안 망설이던 나는 이윽고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무리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이바이크 백작이 당장 오는 것도 아니었으니 잠깐 시간을 할애하는 것 정도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이렇게 내가 던전 내 상주하고 있는 동안만큼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이 때, 공격을 와주었으면 했다. 그래야지 이야기를 하든 전투하든 할 것이 아닌가? 나는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윽고 내 눈에 리자드맨에게 붙잡혀 있는 어린 소녀, 소피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후후, 어때? 네가 그토록 아끼던 리자드맨에게 붙잡힌 기분이? 후후후…….”
“저열하긴.”
“저열? 후후, 역시 귀족 영애라서 그런지 단어도 참 고급지네. 정말 참을 수 없다니까.”
현재 소피아의 앞에는 엘레노아가 서있었다. 그녀는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소녀를 희롱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희롱에 소피아는 정색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엘레노아에게는 기쁨으로 다가오는 모양인지, 더없이 즐거워하는 얼굴로 소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여기서 리자드맨에게 억지로 범해진다면 분명 엄청난 배덕감을 느끼겠지! 믿었던 리자드맨에게 범해지다니!”
이러한 엘레노아의 말에 소피아는 차디찬 냉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나를 범한다고? 과연 그가 이 사실을 용납할까? 엘레노아, 그대는 그에게 엄청난 미움을 받게 될 것이다.”
도리어 엘레노아를 협박하는 소피아다. 그 당돌함에 작게 탄성을 터트리는데, 돌연 엘레노아가 소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러면 어떨까?”
“자, 잠깐? 햐읏! 으으읏, 그만……!”
절벽에 가까운 소피아의 가슴을 꽉 움켜쥔 엘레노아는 그대로 거칠게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손길에 소녀는 적잖게 당황한 모양인지,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도망쳐보려고 했다. 그러나 소피아의 두 팔을 붙잡고 있는 리자드맨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 그럼 모유를 짜볼까?”
“모, 모유라니! 흐읏! 그런 게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엘레노아의 말에 소피아가 어처구니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리쳤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열 몇 살 정도 밖에 안 된 소녀가 모유라니! 만약 나온다면 온 남성의 환상을 깨트리는 격이었다.
“후후, 그런 걱정은 안 해도 좋아. 내 손을 처녀조차도 모유를 뿜어내게 만드니까!”
음흉하게 웃음을 터트린 엘레노아는 그대로 소피아의 주무르기 시작했다.
“히익!”
“자, 이렇게 손의 강중약을 잘 조절해서.”
강약약 중약약 강중약 중약중약.
엘레노아의 손이 마치 리듬을 타듯이 소피아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하읏! 시, 싫어! 그만! 윽!”
“금방 기분 좋아질 거야.”
중약중약약 강중약 약약강.
소피아의 가슴을 음란하게 주무르며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엘레노아의 모습에서 얼핏 광기가 느껴졌다.
“우읏! 이상해! 싫어! 아으읏!”
“자, 슬슬 마무리!”
강강약 강강약 강중강중강강강!
엘레노아가 보다 강하게 소피아의 가슴을 주무르자, 일순 소녀의 몸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표정이 살짝 풀렸다. 누가 보아도 절정에 달한 모습이었다. 이를 확인한 엘레노아는 양 손을 가볍게 털며 입을 열었다.
“……후후, 멋진 표정이네.”
“우읏…….”
엘레노아의 말에 소피아는 분하다는 듯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에 엘레노아는 소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속삭였다.
“모유까지 푸슛푸슛 뿜어져 나왔다면 정말로 보기 좋았을 텐데……. 가슴이 너무 작아서 그런지 나올 모유가 없었네. 유감이야.”
“…….”
웃음기 가득 섞인 말투에 소피아의 표정이 또다시 와르르 무너졌다.
========== 작품 후기 ==========
개그는 여기까지! 다음화부터는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를 조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