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 디펜스] -->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혹시 이전에 노예로 삼은 시류 발렌시아를 이야기하는 건가 싶었지만, 시류는 발렌시아 가문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바이크 백작 가와는 관계가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건, 이전에 포로로 사로잡은 이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이없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꼴이었다.
나는 지근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고민에 빠졌다.
“좋게 해결할 수는 없는 건가.”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이바이크 백작과의 오해를 풀고서 영애를 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지.”
원래 세상일이라는 게,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막말로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를 풀어주었더니, 갑자기 변심해서 던전을 공격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혹은 이바이크 백작이 갑자기 미쳐서 영애를 풀어주는 것과는 상관없이 공격해 온다던가 말이다.
작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엄지로 확인을 눌렀다.
“일단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부터 만나봐야겠지.”
이렇게 혼자서 끙끙 앓아봐야 결국 지레 짐작 밖에는 되지 않았다. 일단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볼 필요성이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 상단에 표시되어 있는 선물 상자를 선택해서 출석 체크로 받은 랜덤 스킬 상자를 수령 받았다.
[축하합니다!]
[스킬 ‘쾌감 공유’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신체 접촉 시, 사용자가 느끼는 쾌감의 10%를 접촉자도 느낍니다.]
[현재 사용자는 ‘쾌감 공유’와 중복되는 스킬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중복되는 스킬을 획득할 시에는 스킬 강화 혹은 정기 교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정기 획득양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스킬 강화 / 정기 교환]
“오…….”
이전에도 출석 체크의 보상으로 쾌감 공유가 나오더니, 이번에도 쾌감 공유가 나왔다. 이를 확인한 나는 주저 없이 스킬 강화를 선택했다.
[축하합니다!]
[스킬 ‘쾌감 공유’가 ‘쾌감 공유(+1)’로 강화되었습니다!]
[효과 : 신체 접촉 시, 사용자가 느끼는 쾌감의 20%를 접촉자도 느낍니다.]
스킬이 정상적으로 강화되었음을 확인한 나는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에 밥을 덜어 슥슥 비벼먹는 것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다. 식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에는 던전의 상황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까닭에서 나는 서둘러 식사를 끝마친 뒤에 설거지를 하고서 집 밖으로 나갔다.
그 후, 아파트 계단 안으로 들어선 나는 매니저 어플을 실행한 뒤에 던전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일순 눈앞이 잠시 일그러졌다가 이윽고 천천히 환하게 밝아지며 어둑어둑한 동굴 안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어서 오십시오, 던전 마스터]
이처럼 던전 안으로 들어서자, 던전 코어가 제 모습을 드러내며 내게 인사말을 건넸다. 이에 나는 오른손을 들어 흔드는 것으로 화답하고는 입을 열었다.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는 어디에 있지?”
[그녀는 현재 독방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뭐?”
독방에 수감되어 있다는 던전 코어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살을 와락 찌푸리고 말았다. 그러자 던전 코어가 재빠르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지난번에 사로잡은 포로 중에 난동을 부리는 포로가 있어서 따로 격리해두지 않았습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예전에 던전 코어가 내게 보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확실히 그 때, 난동부리를 포로가 있어서 따로 격리해두었다고 했었다.
“설마 그 포로가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애라는 거야?”
[그렇습니다.]
보고를 듣는 즉시 영애를 만나봤어야 했는데, 당시 수용 인원 초과라는 문제에 당면해 있어서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 했다. 끄응, 신음성을 앓은 나는 당시의 안일함을 자책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지금 와서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 하는 수밖에…….’
혀를 내두른 나는 던전 코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던전 코어,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지?”
[던전의 방비를 보다 엄중하게 하여 적들의 공격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덧붙여 던전 마스터가 보유하고 계신 트윈 헤드 오우거를 던전 수호자로 임명해주셨으면 합니다.]
“렉스를?”
[그렇습니다. 던전 마스터께서 트윈 헤드 오우거를 던전 수호자로 임명해주시기만 한다면 인간의 군대가 얼마나 오던 간에 막아낼 자신이 있습니다. 물론 현재 전력으로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면이 없잖아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확실히…….”
던전 코어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렉스가 던전 수호자로서 던전을 지켜준다면 그보다 더 든든한 것도 없었다. 실제로 렉스를 사로잡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물론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 당시에 본 렉스의 위용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나는 생각을 정리한 뒤에 입을 열었다.
“……렉스 소환.”
렉스를 소환하자, 던전 코어의 방 안에 거대한 체구를 가진 트윈 헤드 오우거가 나타났다. 몸짓이 다소 과하게 큰 탓에 방 안이 가득찬 느낌이 들긴 했지만, 다행히도 거동에는 불편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렉스는 동굴 안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쿵쿵 발돋움질 치며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본 동굴이야! 히히, 따뜻하다!”
“킁킁, 저번에 맡아본 맛있는 냄새가 난다. 인간아, 이거 먹어도 될까?”
코를 벌름벌름 거리며 입맛을 다시던 오른쪽 머리가 돌연 방 안 가운데에 둥둥 떠 있는 던전 코어를 바라보았다. 이에 던전 코어가 부르르 몸을 떨더니, 이윽고 내 곁에 바짝 붙어서며 입을 열었다.
[던전 마스터, 트윈 헤드 오우거를 어서 통제해주셨으면 합니다.]
두려움에 질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애원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내 옆에 선 던전 코어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윽고 쩝쩝 소리를 내며 던전 코어를 바라보고 있는 렉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렉스 씨, 그건 먹는 게 아닙니다.”
이러한 내 말에 렉스의 오른쪽 머리가 조금 불만 섞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렇게 맛있는 게, 눈앞에 있는데 나보고 참으라고? 박살내버린다!”
“맞아! 뭉갠다!”
이리 소리치며 양 팔을 우악스레 흔드는 렉스다. 그 행동에 나는 렉스를 다시 돌려보내려다가 문득 먹이 상점의 존재를 떠올렸다. 확실히 던전 코어가 맛있어 보인다면 그보다 더 맛있는 걸 주면 되지 않겠는가?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먹이 상점을 열람했다.
[먹이 상점]
[먹이를 줄 종족의 이름을 적어 넣으세요.]
‘트윈 헤드 오우거가 있으려나?’
나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트윈 헤드 오우거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그러자 곧 화면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좋아할만한 간식 (정기 10 소모)]
[트윈 헤드 오우거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 (정기 50 소모)]
[트윈 헤드 오우거의 우울한 기분을 싹 날려줄 간식 (정기 500 소모)
[트윈 헤드 오우거가 좋아서 미쳐 날 뛸만한 간식 (정기 1000 소모)]
[트윈 헤드 오우거가 너무 좋다 못 해 까무러칠 간식 (정기 5000 소모)]
“있군.”
다행히도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먹일 간식이 있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트윈 헤드 오우거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 하나를 구입했다. 그런 다음에 간식을 소환하자, 내 손바닥 위에 성인 남성 주먹만한 과자가 나타났다.
“어?”
“우와!”
그 순간, 렉스의 몸이 우뚝 멈추었다. 동시에 녀석은 콧구멍을 벌름벌름 거리며 내 쪽으로 몸을 숙였다.
“인간아, 그거 뭐냐? 엄청 맛있어 보이는데?”
“그거 줘! 나 줘! 날 줘!”
효과 만점이었다.
나는 내 손에 잡혀있는 과자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입을 열었다.
“이걸 드릴 테니, 던전 코어는 먹지 말아주세요.”
이러한 내 말에 렉스는 허공에 흔들리는 과자를 따라 눈동자를 정신없이 굴리며 대답했다.
“그래, 그래! 먹지 않을 테니까 그거 줘!”
“맞아! 얼른 줘! 내놔!”
렉스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덩치만 크지, 아주 어린애가 따로 없었다. 나는 과자를 렉스에게 건넸고, 그 둘은 곧 양 손을 우악스레 뻗어 과자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곧 오른쪽 머리와 왼쪽 머리가 서로 먹기 위해서 다투기 시작했다.
“이건 내 꺼야! 내 꺼라고!”
“어차피 내가 먹어도 네가 먹는 거잖아!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
“틀려! 내 꺼야! 내 꺼야!”
“아니야, 내 꺼야! 니 껀 없어!”
과자를 반으로 나누어서 사이좋게 먹는다는 선택지는 없는 모양인지, 두 머리는 서로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말다툼을 했다. 그러다가 돌연 오른쪽 머리가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먼저 한 입 먹을 테니까, 그 다음에는 네가 먹는 거야.”
“내가 먼저 먹을 거야! 내가 먼저 먹을래!!”
“안 돼. 넌 멍청해서 딱 절반만 먹지 못 할게 분명해!”
“아니야, 딱 반만 먹을 수 있어!”
왼쪽 머리가 크게 소리치며 반발하자, 오른쪽 머리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정말로? 그럼 저 돌을 딱 절반만 먹어봐. 그럼 믿어줄게.”
이러한 오른쪽 머리의 말에 왼쪽 머리가 코웃음을 치며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 하나를 주웠다.
“흥! 잘 봐! 내가 얼마나 정확하게 먹는지!”
이리 소리치며 왼쪽 머리가 돌멩이를 딱 절반만큼 으적으적 씹어 먹는 순간, 오른쪽 머리가 냉큼 과자를 한 입이 털어먹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왼쪽 머리를 딱 절반만 남은 돌멩이를 자랑스레 보여주며 어깨를 으쓱이고 있었다.
“……히히, 어때? 딱 절반이지? 어? 내 과자 어디 있어?”
“…….”
“으앙! 내 과자! 내 과자아아아!!”
“…….”
“내 과자를 먹었어! 이 나쁜 놈! 너 나빠! 너 뭉갤 거야!”
“…….”
왼쪽 머리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주먹을 휘둘러보지만, 오른쪽 머리는 별로 아프지 않다는 듯이 입 안에 들어있는 과자만 으적으적 씹어댈 뿐이었다. 심지어 맞고 있는 와중에 히죽히죽 웃기까지 했다.
========== 작품 후기 ==========
오른쪽 머리가 제일 똑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