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89화 (289/599)

<-- [하이 엘프] -->

“저녁 어떻게 하실 거예요?”

석양빛에 물들어 붉은 연노랑 빛으로 일렁이는 하늘을 바라보던 나는 불쑥 고개를 돌려 서연이 누나한테 물어보았다. 그러자 흠, 하고 짧게 숨을 토해낸 누나가 핸들을 검지로 툭툭 쳤다.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거리는 퇴근하는 차량들로 가득했다.

누나는 꽉 막힌 도로가 답답하다는 듯이 몇 번 눈살을 찌푸리다가 이윽고 내 쪽으로 눈동자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어쩔래? 아직도 배 안 고파?”

“누나가 밥 먹으면 저도 먹죠.”

“치킨 먹었다면서.”

“괜찮아요.”

나는 말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로?”

“정말로요.”

“억지로 먹지 않아도 괜찮아.”

“오늘 밤에 힘을 쓰려면 든든하게 먹어둬야죠.”

이런 내 말에 순간 누나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서연이 누나는 부끄러워진 모양인지, 새침데기 아가씨마냥 입술을 삐죽 내밀며 나를 한번 흘겨보더니 이내 흐응하고 콧소리를 내었다.

태도는 저렇게 해도, 마냥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예약할게.”

누나는 조금 신이 난 목소리로 대답하며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식당에 전화해서 예약을 잡았다. 그 모습에 조용히 웃음을 터트린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창문 너머로 수많은 사람들과 나무, 건물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러다 문득 창을 통해 들어오는 노을빛이 이마 위로 쏟아졌다.

눈까지 내려온 탓에 조금 눈이 부셨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 온기가 무척이나 따스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두 눈을 감고서 여름의 온기를 만끽했다.

“…….”

그 때, 내 허벅지 위로 무언가가 올라왔다. 무척이나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누구의 손길인지 따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왼손을 내려 누나의 손 위로 내 손을 포갰다. 따로 말을 하지 않더라도, 누나가 내게 무어라 속삭이는 건지 알 것만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좋아해, 사랑해, 고마워. 온갖 감정들이 전해져오는 듯했다. 분명 사귄 기간은 짧은데, 이상하게도 누나와는 벌써 몇 년은 사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 이상으로……. 결혼까지 한 것만도 같았다.

누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지, 알듯알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처럼 포근한 침묵 속에서 교감을 나누는데, 주머니 안쪽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에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단체 톡방에 문자가 와있었다.

[신 예은 : 오늘 9시에 마물 사냥꾼을 임명한 사람이 뭔가를 발표한데요]

이러한 예은이의 문자에 은하도 이에 질 세라 메시지를 올렸다.

[이 은하 : 나도 봤어!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도 아니더라]

현주가 일처리를 확실하게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잠시 단체 톡방을 나가서 인터넷을 확인했다. 그러자 은하의 말처럼 실시간 검색어에 9시 뉴스부터 시작해서 마물 사냥꾼 그리고 마물 사냥꾼 임명자에 관한 검색어가 줄을 이으며 10개의 순위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뭐해?”

그 때, 서연이 누나가 나를 힐끔 쳐다보며 물어보았다. 이에 나는 스마트폰 화면에 떠올라있는 검색어를 보여주며 대답했다.

“마물 사냥꾼을 임명한 그 사람이 오늘 9시 뉴스에 나온대요.”

이런 내 말에 누나는 쯧, 하고 혀를 찼다. 뭔가 굉장히 기분 나쁘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잠시 누나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별거 아냐. 그냥…….”

잠시 말꼬리를 늘어트리던 누나는 이윽고 신경질적으로 핸들을 검지로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현주, 걔랑 엮인 인간이라 별로 보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 말에 순간 뜨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태연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현주요? 아……. 혹시 저번에 식당에서 본…….”

“맞아, 걔.”

고개를 끄덕인 누나는 슬금슬금 내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이에 나는 일부러 모른 척 하며 대화에 집중했다.

“그 사람이랑 마물 사냥꾼을 임명하는 사람하고 서로 아는 사이였어요? 전 그냥 마물 사냥꾼들하고만 아는 사이인 줄만 알았는데…….”

“외할아버지를 따로 찾아가서 계열사 하나를 새롭게 차리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더라고……. 대체 그 년이 무슨 수로 그런 짓을 한 거지?”

어지간히도 현주와 사이가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천하의 서연이 누나가 이토록 배 아파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하긴 현주와 처음 만났던 그 식당에서조차도 서로 살기를 피우던 사이였다. 심지어 현주가 내 뺨을 때리려고 했다고, 서연이 누나가 다짜고짜 현주의 뺨을 때리기까지 했었다.

그 때는 참 통쾌했지. 키득거리며 웃는데, 불쑥 누나의 손이 내 남근을 어루만졌다. 처음에는 슬쩍슬쩍 어루만지던 것이었는데, 그것이 점차 노골적으로 변하자가 내 남근이 점차 발기하기 시작했다. 이에 누나는 언제 자기가 화를 냈었냐는 듯이 생긋 웃으며 내 바지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부드러운 손바닥이 피부를 스치며 그대로 내 남근을 꽉 움켜잡았다.

“읏.”

그 감촉에 나도 모르게 신음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더불어 누나 또한 기분이 좋아진 모양인지, 미약하게 신음성을 터트렸다.

“하아, 그냥 저녁 먹지 말고 집에 갈까?”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어느샌가 음흉하게 변해있었다. 마치 중년 아저씨를 보는 듯했다. 나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내 바지 안쪽에 들어가 있는 누나의 손을 빼내었다.

“신호 바뀌었어요. 얼른 가요.”

“갈래 말래?”

누나는 중립에 넣었던 기어를 풀며 내게 물었다.

“예약해놨잖아요.”

“예약이야 취소하면 그만이지.”

“미안하잖아요.”

“미안할 것도 참 많다.”

마음이 상한 모양인지, 누나는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차가 신호를 받아 정차할 때까지 기다린 뒤에 딱 멈춘 순간, 누나의 입술에 키스해주었다. 그러자 언제 삐졌냐는 듯이 금세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는 누나다.

그 모습이 예뻐서 다시 한 번 더 쪽 소리 나게 키스해준 나는 다정하게 속삭였다.

“난 누나가 밥 먹는 모습이 그렇게 예쁘게 보이더라고요.”

이러한 내 말에 누나는 되게 뜬금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면서도 풉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곧 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대답했다.

“난 네가 내 아래에 깔렸을 때가 그렇게 섹시하더라.”

“…….”

이 말에 나는 웃지 못 했다. 뭔가 등골이 오싹해져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애써 웃음을 터트리며 ‘다른 쪽으로 섹시해지도록 노력해볼게요.’라고 대답하고는 자리에 똑바로 앉았다.

‘누나도 참 능글맞아졌네.’

나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누나라는 말만 들어도 부끄러워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성격은 또 얼마나 옹고집인지, 자기 뜻에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버럭버럭 화를 내기 일쑤였다. 특히나 새침데기 같은 성격은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만약에 콩깍지가 씌워져 있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내가 먼저 나가떨어졌을 게 분명했다.

“무슨 생각해? 다 왔다니까.”

이처럼 옛날 일을 떠올리는데, 불쑥 누나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네? 아, 네.”

정신을 차리고서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는 주차장에 들어서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뒤이어서 누나가 느릿하게 차 밖으로 나오더니, 차 키를 눌러서 차를 잠갔다.

“들어가자.”

누나는 항상 그랬듯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소리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누나와 함께 나란히 걸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식당 안은 은은한 주황빛으로 물들어있었는데, 한 눈에 보아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분명 음식 값도 억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비쌀 것이다.

‘하긴 이제까지 누나하고 갔던 가게 중에 안 그런 곳이 있었던가?’

절래절래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누나와 함께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로 향했다. 미리 예약을 해두었기에 테이블은 벌써부터 세팅이 끝나있는 상태였다. 누나는 자리에 앉은 뒤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과 내 것을 주문했다.

그 후, 누나는 검지로 테이블을 툭툭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이번 주말에 어디 놀러가지 않을래?”

“주말에요?”

“응.”

누나는 자못 진지한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섹시하게 보이던지, 나도 모르게 꿀꺽 군침을 삼킬 정도였다. 확실히 이만한 여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는 잠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남산에 갈까요?”

========== 작품 후기 ==========

커플이 되면 남산에 가서 자물쇠 채운다면서요....(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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