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88화 (28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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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 혜주 아빠한테……. 하지만 어떻게 그런 부탁을…….”

처음에는 솔깃한 듯이 싶었으나, 끝에는 회의적이라는 말투가 묻어나있었다. 나는 살짝 내려간 김 희정의 턱을 잡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

“이제 와서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십니까?”

“안 돼요. 그런 건……. 못 해요. 혜주 아빠가……. 혜주 아빠가 해줄 리가 없잖아요!”

크게 소리치며 눈물까지 글썽이는 김 희정이었다. 그 모습을 보건데, 이들 부부의 성생활을 간단히 유추해낼 수 있었다. 분명 여타 다른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담백한 성생활만을 즐겼을 것이 틀림없었다. 때문에 이런 내 제안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 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이 일단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었다.

“설마 아내가 변태라고 해서 다짜고짜 이혼이라도 하겠습니까? 게다가 아이도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안 돼요. 안 돼요! 그것만큼은…….”

김 희정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애원해왔다. 그만큼 남편에 대한 두려움이 커보였다. 아니면 가정을 지키고 싶다거나 말이다. 흠, 하고 숨을 들이켠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이윽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낸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어, 어떤…….”

“간단합니다. 매달 1일이 되는 날, 마물 사냥꾼 공식 카페에 ‘한 채원 씨, 사랑해요.’라는 글을 올리시면 되는 겁니다. 단, 이 때 실명으로 올리셔야 합니다. 그러면 제가 일주일 내로 김 희정 씨를 불러내어 드리겠습니다.”

“아…….”

이러한 내 말에 그녀는 짤막하게 탄성을 터트렸다. 다행히도 내 말의 뜻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나는 김 희정의 턱을 놓은 뒤에 집게에 물려있지 않은 왼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작지만 탄력 있는 가슴의 감촉이 여실히 전해져왔다. 게다가 이 보들보들한 감촉은 역시 참기 힘들다.

“……하으읏, 아앙.”

이처럼 내가 가슴을 꽉 움켜쥐자, 김 희정은 황홀감으로 한껏 붕 떠오른 표정을 지어보이며 몸을 배배 꼬았다. 그 모습이 픽, 웃음을 터트린 나는 퉁퉁 부어있는 유두를 검지와 엄지로 살살 비비며 입을 열었다.

“한 달에 한번이라면 참을 수 있겠죠?”

“네, 네……. 후아, 앙……. 아아, 참을 수 있어요.”

“좋습니다, 착하군요.”

이리 말한 나는 상을 줄 생각에서 딱 기분 좋게 유두를 비벼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헤 벌리고서 침을 뚝뚝 흘리며 기쁨에 가득 찬 소리를 토해내는 김 희정이다.

“하아아앙! 하으으읏! 아앙, 좀 더……. 후아앗! 아앙, 좀 더 세게요! 하으으읏!”

혀까지 길게 내밀고서 쾌감에 몸부림치는 김 희정의 태도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좀 더 세게 유두를 꺾어주었다. 이에 그녀는 더더욱 기쁨에 몸서리치며 부들부들 몸을 떨더니, 이윽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서 길게 교성을 내뱉었다.

“……후이이이잇!!”

그 순간, 김 희정의 질 내에 삽입되어 있던 슬라임이 부르르 떨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와 쾌감을 공유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슬라임은 곧 물처럼 투명한 점액을 사방에 뿌렸다. 다만 그 힘이 세지가 않아, 내 옷에 튀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쾌감 공유라……. 혹시 반대도 되는 건가?’

불쑥 호기심이 든 나는 오른손을 뻗어, 축 늘어져 있는 슬라임을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몇 번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자, 돌연 김 희정의 몸이 부들부들 떨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하으으읏! 아아……. 아앙! 아앗……. 히익! 뭐, 뭔가……. 히익! 싫어, 하으윽!”

“오…….”

곧바로 반응하는 것을 보니, 슬라임과 쾌감을 공유하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내가 슬라임을 움켜쥔 순간, 풍선 효과처럼 그녀의 질 내에 들어가 있는 슬라임의 신체 일부분이 부풀어 올랐다던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쾌감 공유라기보다는 김 희정이 절정에 달한 순간, 질 내가 수축하면서 슬라임을 압박했다는 편이 옳았다.

‘뭐, 어찌되었든 간에 상관없지.’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아주 멋진 기능을 알아내었으니 말이다.

‘……생체 바이브라…….’

흐흐, 웃은 나는 이윽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실룩실룩 웃으며 절정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는 김 희정에게 속삭였다.

“김 희정 씨, 그럼 바로 현실로 돌려보내드리겠습니다.”

“하으, 아……. 조, 조금만 더……. 흐으읏.”

“안 됩니다. 방금 전에 제가 드린 상은 아주 특별한 거니까요.”

“트, 특별……?”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상은 김 희정 씨가 제 말을 아주 잘 들었을 때만 드리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아아…….”

이러한 내 말에 김 희정은 입술을 달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인 나는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있는 그녀의 신체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날 날을 기대하며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네……. 또, 또 상을 주세요.”

“제 말을 잘 듣는다면요.”

이리 말한 나는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든 뒤에 조교를 끝마쳤다. 그러자 일순 눈앞이 헝클어졌다가 이윽고 천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마지막으로 본 골목길의 풍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를 확인한 나는 잠시 숨을 들이켠 뒤에 김 희정이 있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아아아아…….”

그녀는 흐느끼는 듯한 신음성을 터트리며 땅바닥에 주저앉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은비야! 은비야!’를 거듭 외치며 쓰레기 통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미안해, 은비야. 은비야……. 미안해! 미안해.”

이리 소리쳐 말한 여성은 축 늘어져 있는 고양이를 제 품에 꼭 끌어안고서 흐느껴 울었다. 그 모습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더 이상 고양이를 버릴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내게 상을 받기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고양이를 옥이야 금이야 보살필 것이 틀림없었다.

‘좋군.’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인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정산을 확인했다.

[조교에 따른 정기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용자는 현재 2905의 정기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정기의 양 2905)]

[축하합니다, 조교 대상을 상대로 모녀 덮밥(특수한 행위)을 달성했습니다.]

[모녀 덮밥 업적이 달성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킬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스킬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축하합니다, 조교 대상을 상대로 3P(특수한 행위)을 달성했습니다.]

[3P 업적이 달성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킬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스킬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걸 보고 일석이조라고 하는 거겠지.”

새롭게 달성된 두 개의 업적을 확인한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 희정이 자기 고양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서 몸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한 나는 혹시라도 그녀가 나를 볼까 싶어 서둘러 몸을 숨겼다. 물론 김 희정이 내 모습을 본다 한들 내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지만, 혹시라도 감이 좋아서 나를 이상하게 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여자의 감이란 게 있으니까.’

실제로 서연이 누나한테 잡혀서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식은땀이 다 났다. 나는 숨을 죽인 채로 김 희정이 완전히 자리를 떠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윽고 그녀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나는 천천히 숨을 토해내며 스마트폰의 화면을 엄지로 눌렀다.

[축하합니다!]

[스킬 ‘체력’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체력 수차가 10% 상승합니다.]

[축하합니다!]

[스킬 ‘고블린 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고블린 1마리를 소환합니다.]

[강제로 역소환 되었을 시, 1시간 뒤에 다시 소환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사용자는 ‘고블린 소환’과 중복되는 스킬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중복되는 스킬을 획득할 시에는 스킬 강화 혹은 정기 교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정기 획득양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스킬 강화 / 정기 교환]

“…….”

잊을만하면 나오는 고블린 소환이었다. 이쯤 되면 정말로 버그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물론 버그든 아니든 간에 고블린 소환 덕분에 많은 이득을 보기는 했지만, 이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나왔다.

실제로 고블린 소환만큼 강화 단계가 높은 스킬도 없었다.

‘심지어 가장 처음 얻은 고속 이동조차도 아직 강화 1단계인데.’

그에 반해서 고블린 소환은 벌써 5단계였다. 흠, 하고 숨을 들이켠 나는 잠시 스킬 강화와 정기 교환을 번갈아 보았다.

‘……강화를 해야겠지.’

여기서 내가 고를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애당초 정기 교환으로 얻는 정기의 양이 절반 밖에 안 된다는 건, 심각한 폭리였다.

[주의. 5단계 강화부터는 일정한 확률로 강화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주의. 강화에 실패할 경우 1단계 하락하게 됩니다.]

[스킬을 강화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어?”

스킬 강화를 선택하자, 이번에는 새로운 주의 문구가 떠올랐다.

‘이젠 하다하다 스킬 하락까지 나오네? 이러다가 나중에는 스킬이 깨지는 거 아냐?’

순간 손끝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만약에 여기서 강화하다가 실패하게 되면 고블린 소환이 4단계로 하락하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무수히 많은 고블린들을 소환할 수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잠시 두 눈을 감고서 내가 소환할 고블린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분명 장관일 것이 틀림없었다. 더욱이 내가 소환할 수 있는 건, 고블린만 있는 게 아니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와 오크 그리고 스켈레톤. 거기다가 던전의 지원까지 받는다면 무려 300마리가 넘는 대군이 만들어지게 된다.

‘여기에 에나까지 더해진다면?’

순간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좋아, 한 번 해보자.”

이윽고 마음을 굳힌 나는 네를 눌렀다. 그러자 돌연 스마트폰 화면에 환한 빛이 서리더니, 곧 고블린 스킬창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몇 초 동안 환한 빛을 뿜어내던 고블린 스킬창은 곧 팡파르와 함께 새로운 알림문구로 바뀌었다.

[축하합니다!]

[스킬 ‘고블린 소환(+5)’이 ‘고블린 소환(+6)’로 강화되었습니다!]

[효과 : 고블린 96마리를 소환합니다.]

[강제로 역소환 되었을 시, 1시간 뒤에 다시 소환 할 수 있습니다.]

“…….”

화면에 떠오른 알림문구를 확인한 순간,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무려 96마리였다.

내가 그저 고블린 소환이라고 말만 해도 아흔 여섯 마리의 고블린들이 내 주변에 소환되는 것이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이들이 그저 평범한 고블린들이던가? 전멸을 한다고 하더라도 1시간 뒤에는 다시 멀쩡히 부활하는 고블린들이었다.

불사의 군대가 부럽지 않았다.

“만약에 이게 RPG 게임이었으면 학살하고 다녔겠네.”

무려 일백에 달하는 고블린들이 사냥터를 휩쓸고 다니는 것이다.

물론 저글링들이 아무리 뭉쳐도 울트라 하나를 못 이기는 것처럼 높은 수준의 사냥터라면 통하지 않겠지만, 마린과 질럿 같은 적들이 나오는 사냥터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분명 적들은 숨 한번 제대로 못 쉬고 몰살당할 것이 틀림없었다.

쓰게 웃음을 터트린 한동안 고블린 소환(+6)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확인을 눌러서 매니저 어플을 종료했다. 아무리 고블린 소환이 좋다고 서연이 누나를 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도로가로 나갔다. 그러자 곧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빠르게 지나가는 수십여 대의 차량들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붕 뜬 느낌이네.’

순간 뭐라 말할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화 성공으로 한껏 들떴던 기분이 가라앉으며 이질감이 수그러들었다. 겨우 내가 있을 장소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 들었던 이질감은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다른 곳에 있어서 그런가.”

확실히 현실과 이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었다. 실제로 현대에 있을 때보다 조교의 방이나 이계에 있을 때가 훨씬 더 많은 것만 같았다. 잠시 눈을 내리깐 채로 바닥을 바라보던 나는 다시금 고개를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점차 검게 물들어가고 있는 하늘이 보였다.

“……뭐 어때.”

어차피 매니저 어플도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더 이상 매니저 어플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만약에 이게 사라진다면 엄청난 상실감에 한동안 방황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조하듯이 웃음을 터트린 나는 내 주변을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 돌연 스마트폰이 울렸다. 이에 스마트폰을 들어서 확인해보니, 서연이 누나한테서 온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유 서연 : 어디야?]

이 물음에 나는 현재 위치를 적어서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누나의 차가 내가 서있는 거리로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윽고 차가 방향지시등을 켜고서 도로가에 서자,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누나 차에 탔다.

“더운데 왜 나와 있었어?”

이처럼 내가 조수석에 타자, 누나가 슬쩍 내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내밀어, 누나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누나가 보고 싶어서 나와 있었죠.”

“…….”

이런 내 속삭임에 누나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마냥 빨갛게 익었다. 그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자, 누나는 살짝 나를 흘겨보고는 허벅지 안쪽을 조금 세게 꼬집었다. 그리고는 ‘오늘 밤에 두고 봐.’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조금 등골이 오싹해져왔지만 나는 이내 마음을 굳히는 것으로 오늘 밤을 대비했다.

========== 작품 후기 ==========

김 유현 : 다른 스킬을 얻고 싶습니다!

우젤랑 : 고블린 소환을 가지고 싶다고?

김 유현 : 드래곤 소환 같은 멋진 스킬을 얻고 싶습니다!

우젤랑 : 고블린 소환 스킬은 정말로 멋지지.

김 유현 : 하다못해 오우거 소환이라도...

우젤랑 : 고블린 소환이 최고야! 항상 새로워! 그리고 짜릿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김 유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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