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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273화 (273/599)

<-- [하이 엘프] -->

“위선자라니요?”

“발뺌하지 마라! 그대는 항상 그랬다! 항상……. 그럴 듯한 말만 늘여놓고서 나를……. 저번에도, 이번에도……! 분명 어머니도 그런 식으로 속였을 것이 틀림없다!”

크게 소리쳐 말하는 아이린의 태도에 나는 살짝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 제가 운피레아 씨를 속이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분명 내게 그랬듯이 무언가를 인질로 삼고서 어머니를 핍박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아이린은 더더욱 기세 좋게 소리쳤다. 아예 이쪽으로 단정 지어버린 모양이었다. 내가 지금 운피레아를 협박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 얼마나 애처로운 몸부림이란 말인가? 이 정도면 사실상 현실 도피라고 할 수 있었다.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트린 나는 운피레아의 턱을 잡아 올리며 물었다.

“운피레아 씨, 제가 당신을 협박하고 있습니까?”

“아니요, 전혀요.”

“그럼 그 증거를 보여주시겠습니까?”

“네.”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한 운피레아는 딸의 안중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스스럼없이 고개를 내밀어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츄읍츄읍 소리를 내며 몇 번 내 아랫입술을 빨던 그녀는 곧 자신의 입술을 벌렸다.

어서 빨리 자기 입 안을 범해달라는 듯이 말이다. 그 애원에 나는 혀를 길게 내밀어 치열 구석구석, 운피레아의 입 안 깊숙한 곳까지 농밀하게 핥았다.

“하응, 응……. 후아.”

그 자극에 운피레아는 달콤한 신음성을 내뱉으며 포옹하듯이 내 혀를 자신의 혀로 감쌌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서로의 혀가 농염하게 얽기고 설키자, 아이린은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 어째서…….”

망연자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불어 아이린의 눈 밑으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이에 나는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운피레아 씨, 당신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조, 좋아하고 있어요. 아니, 사랑하고 있어요. 전……. 주인님의 곁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수줍게 미소 지어보인 운피레아는 내 가슴팍에 자기 머리를 기대며 말을 이었다.

“……다른 건, 필요 없어요.”

너무나도 확고한 운피레아의 목소리에 아이린은 결국 몸을 휘청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금 무게 중심을 바로 잡은 그녀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신의 어머니인 운피레아를 바라보았다.

“어, 어머니……. 설마 인간을 사랑하게 되신 겁니까?”

“미안하구나, 아이린.”

“그럴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는 하이 엘프이지 않습니까? 아단트 여신님의 종이지 않습니까! 설마 맹세를 잊으신 겁니까?”

“……!”

맹세라는 말에 순간 내 품에 안겨있던 운피레아의 몸이 흠칫 떨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아이린이 재빨리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습니다. 깨어나십시오! 어머니는 아직 죄를 범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없다.”

“어머니!”

아이린이 호소할 때마다 운피레아는 괴로움에 가득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보아하니, 그 맹세라는 것이 무언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꽤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모녀를 번갈아보다가 이윽고 운피레아의 몸을 꽉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그만 고집 부리시죠, 아이린 씨.”

“닥쳐라! 이 쓰레기!”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뜸 소리치는 아이린이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외침에 돌연 운피레아가 크게 호통 쳤다.

“그게 대체 무슨 말버릇이냐, 아이린!”

“어, 어머니…….”

“어찌되었든 간에 주인님은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시다! 그런데 어떻게 은인에게……. 여신님조차도 우리를 버렸을 때, 구해주신 게 누구더냐? 아이린, 나는 더 이상 맹세를 지키지 않을 것이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 나는 더 이상 엘프들을 보살필 자격이 없다.”

이리 말한 운피레아는 더없이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날의 일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것이 비록 마정석 파편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자기 손으로 엘프들을 죽인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운피레아의 태도에 아이린이 자기 가슴을 꽉 움켜쥐며 소리쳤다.

“아닙니다! 그건 어머니의 잘못이 아닙니다. 전부 제가……!”

“내 잘 못이다.”

딱 잘라 말한 운피레아는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이에 아이린은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며 나와 운피레아는 몇 번이고 번갈아보았다. 이것 또한 내가 수작을 부린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비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이래도 제 탓이라고 할 생각입니까?”

“하, 하지만……!”

“하지만 뭡니까? 애당초 그 날, 아이린 씨가 제게 마정석 파편을 넘겨주기만 했었다면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그 때는 어쩔 수 없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어린애처럼 굴기만 하실 겁니까?”

“……!”

이러한 내 비난에 아이린은 결국 눈물을 참지 못 하고 뚝뚝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니, 형용할 수 없는 희열감이 물씬 치솟았다. 특히나 그 대상이 아이린처럼 콧대 높은 여성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너무 대놓고 말한 감이 없잖아 있기는 했지만, 어차피 결국엔 이렇게 말해줘야 될 것이었다.

“……내, 내가……. 아아, 그래. 내가……. 내가 다 망쳤어.”

그 때, 아이린이 탄식하며 고개를 푹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그 상태로 몇 번 힘없이 몸을 휘청이던 그녀는 결국 풀썩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설마 이러다가 자살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 아이린이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으니 말이다. 이에 나는 내 품에 안긴 채로 안절부절 못 해하는 운피레아를 놓아주며 입을 열었다.

“운피레아 씨, 아이린 씨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운피레아는 얼굴에 화색을 띠우며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이리 말한 그녀는 곧장 내 품에서 벗어나,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흐느끼고 있는 아이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제 딸아이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아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네 탓이 아니란다.’라고 몇 번이고 속삭여주었다.

“어머니…….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아아.”

“괜찮단다, 아이린. 네 탓이 아니야.”

“하, 하지만……. 흐윽, 어머니…….”

“울지마렴, 아이린.”

이처럼 운피레아가 다독여주자, 아이린의 흐느낌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눈물이 그치자, 아이린은 자기 어머니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두 모녀의 커다란 가슴이 서로 맞닿으며 찐빵처럼 짓눌렸다.

그 모습을 보니, 당장 저 안으로 내 남근을 밀어 넣고 싶단 못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욕망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이렇게 보면 가슴도 매력적이긴 하단 말이지.’

크흠, 목청을 가다듬은 나는 운피레아가 계속해서 아이린을 다독여 줄 수 있도록 놔둔 채로 1번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단 지금 당장 놓인 문제가 하나 더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저택 벽 한켠에 걸려있는 로브를 집어 들었다.

‘……가면은 이걸로 할까?’

나는 고양이 모양의 가면을 집어 들었다. 가토라 불리는 이 가면은 이탈리어 어로 고양이를 의미하며, 실제로 고양이 얼굴 형태의 반쪽 가면이었다. 또한 고양이가 매우 드물던 베네치아에서 축제 때마다 등장하여 인기를 얻은 전통 가면이기도 했다.

“딱 좋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가면을 쓰고 로브를 입었다.

그 후, 1번 방 안으로 들어서자 의자에 구속된 채로 벌벌 떨고 있는 한 명의 여성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 희정 씨.”

내 인사말에 순간 여성은 이를 딱딱 부닥치며 입을 열었다.

“누, 누구세요? 여긴……. 여긴 어디에요?”

두려움에 질린 채로 거듭 질문을 던지는 여성의 태도에 나는 살짝 과장되게 양 팔을 쭉 뻗으며 입을 열었다.

“오, 이 얼마나 멍청한 여성이란 말입니까? 이 상황에서 제가 누구고, 여기가 어딘지가 뭐가 중요합니까?”

“아, 아아아……!”

이러한 내 질문에 여성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렸다. 그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소리쳤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도, 돈이라면 드릴 테니까……! 저, 전화만 쓰게 해주세요! 네? 전화만 하게 해주시면……!”

그 외침에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윽고 그녀의 목덜미를 콱 붙잡자, ‘꺅!’하고 자지러지는 비명성이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

나는 내 손에 잡혀있는 그녀의 목덜미를 좌우로 덜렁덜렁 흔들었다. 현실에서 그녀가 자신의 고양이를 들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 작품 후기 ==========

아이린을 또 울려버렸네요. 아아, 이런 울보 하이 엘프 같으니..

처녀막 뚫릴 때도 엉엉 울텐데... 이 울보를 어떻게 해야될까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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