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71화 (271/599)

<-- [하이 엘프] -->

“오빠, 언제 이렇게 몸을 만든 거예요?”

감탄은 곧 환호성이 되었다. 지현이는 오른손을 쭉 뻗어 내 복근을 어루만졌다.

“……우와. 쩐다, 쩔어. 근육이 완전 쫄깃쫄깃해.”

지현이는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특히나 부드러운 손바닥이 내 복근 전체를 감싸 쥘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전해져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은하와 예은이도 합류해서는 내 복근을 어루만졌다.

“와아, 와아!”

“이게 남자 복근……. 굉장해요, 선배.”

은하는 연신 탄성을 터트리며 내 복근을 만졌고, 예은이는 신가하단 듯이 두 눈을 반짝이며 콕콕 찔러대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민폐라고 한다면, 부끄러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노골적으로 내 복근을 주물럭거리는 지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 만지고 똑바로 좀 앉아! 남들이 흉보겠다.”

실제로 치킨 집 종업원들이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이유로 지현이와 은하 그리고 예은이에게 눈총을 주었고, 이에 은하와 예은이는 얌전히 손을 빼고서 자기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지현이는 포기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 모양인지, 여전히 제 몸을 앞으로 숙인 채로 내 복근을 만지는데 여념이 없었다.

“조금만 더 만지면 안 돼요? 어차피 좀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잖아요?”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내 허락을 구하는 지현이다. 이에 나는 쯧쯧,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지금 네 자세를 한번 봐라. 다 큰 처자가 엉덩이를 훤히 드러내고……. 야, 얼른 제대로 앉아.”

이런 내 말대로 지현이는 지금 자기 몸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서 엉덩이를 실룩거리고 있었다. 만약에 지현이가 치마를 입고 있었다면 팬티가 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팬티가 보이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다만 입고 있는 옷이 몸에 딱 맞는 운동복이었기 때문에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엉덩이 라인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왜요? 어차피 가게에 손님도 없잖아요.”

“종업원은 사람 아니냐?”

실제로 남자 종업원 한 명이 지현이의 엉덩이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다만 여자 종업원과 사귀고 있는 사이인 모양인지, 넋 놓고 지현이의 엉덩이를 쳐다보다가 그만 여자 친구에게 걸려서 흠씬 두드려 맞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오빠 옆으로 갈게요.”

“뭐? 오지 마. 여기 좁아.”

“에이, 그러지 말고요. 은하가 오빠 등 주물러 주고, 제가 오빠 배 주물러줄게요.”

“미쳤냐?”

“좋으면서 왜 그래요?”

이리 말하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지현이었다. 그리고 기어코 내 옆자리에 앉은 지현이는 은하와 함께 내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은하는 내 등을 주무르고, 지현이는 내 복근을 주무르면서 말이다.

‘조, 좋긴 하네.’

인정하기 싫지만 현역 여대생들의 마사지를 놀랍도록 기분이 좋았다. 특히나 부드러운 손바닥이 내 몸을 슥슥 문지를 때면 등골을 타고서 기분 좋은 쾌감이 흘렀다. 그리고 그렇게 안마를 받고 있는데, 불현듯 지현이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뜨거운 숨결이 내 목을 간질였다. 이에 슬쩍 고개를 내리자, 양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내 복근을 어루만지고 있는 지현이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비단 지현이만이 아니었다. 은하 또한 넋을 잃은 듯이 거의 내 등에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왜, 왜 이래?’

당황한 나는 은하와 지현이를 내 몸에서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야, 정신 차려.”

이런 내 말에 두 사람 모두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그제야 자신들이 얼마나 추태를 부린 것인지 깨닫고는 양 볼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은하는 잠시 멍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이윽고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감싸 쥐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반면에 지현이는 ‘미쳤어! 미쳤어!’라고 소리치며 자기 머리를 쥐어뜯었다.

꽤나 난장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마 여기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던 예은이만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설마 쾌감 공유 때문에 이렇게 된 건가?’

확실히 쾌감 공유 때문이라고 한다면 설명이 되었다.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일단 부끄러워하는 두 사람을 제쳐두고서 예은이와 함께 치킨 두 마리를 주문했다.

그 후, 치킨이 나오는 동안 내가 은하를 달래주고, 예은이가 지현이를 달래주는 것으로 어느 정도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어색한 공기가 남아있긴 했지만, 아까 전처럼 이성을 잃은 상황보다는 훨씬 나았다. 나는 적당히 농담을 툭툭 던지며 치킨을 먹었고, 예은이가 주도해서 내 농담을 받아주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처럼 분위기가 유순해지자, 지현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기차게 웃으며 자기 페이스를 되찾았다.

“오빠, 미안해요.”

은하도 내 팔을 잡아당기며 사과했다. 이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미안하긴. 나도 좋았는데 뭘.”

빈말이 아니라 정말이었다. 그러니까 은하와 지현이가 쾌감 공유에 넋을 뺀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런 내 말에 은하는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또다시 부끄러워했다. 이에 예은이가 치킨 가슴살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선배, 의외로 호색한이네요.”

“나도 일단 남자거든?”

이처럼 내가 대꾸하자, 이제 막 다리 살을 깨물어 먹던 지현이가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에 또 주물러드릴게요.”

“또 머리털 쥐어뜯게?”

“원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요.”

즉, 두 번째는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란 소리였다. 이거 참 곤란하다. 이래봬도 여자 친구가 있는 몸인데 말이다.

쯧쯧, 혀를 찬 나는 닭 날개를 집어 들며 입을 열었다.

“좀 봐줘라. 서연이 누나한테 들키면 반 죽는다고?”

이런 내 말과 동시에 순간 공기가 차게 가라앉았다. 이에 내가 해선 안 되는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서둘러 은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양 쪽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은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아차 싶어진 나는 지현이와 예은이를 바라보며 도움을 구했다. 그러자 지현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빠, 운동은 어디서 한 거예요?”

그 물음에 나는 재빠르게 입을 열어 말했다.

“별거 없어. 팔굽혀펴기 100회, 윗몸 일으키기 100회, 스쿼트 100회 그리고 아침마다 런닝 10km. 이거 밖에 안 했어.”

“푸하하, 그거 대머리 되는 법이잖아요! 그러다 오빠, 대머리 되는 거 아니에요?”

“설마 진짜로 대머리 되겠어?”

이처럼 일부러 왁자지껄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데, 불쑥 은하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사귀신 거예요?”

그 물음에 일순 온 몸의 털이란 털이 쭈뼛쭈뼛 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저번에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아, 그 때…….”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사과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내 사과에 은하는 잠시 나를 빤히 올려다보다가 이윽고 평소처럼 쾌활하게 웃으며 내 등을 탁 쳤다.

“뭘 사과하고 그러세요? 괜찮아요.”

이리 말한 은하는 남은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지현이와 잠시 시선을 마주친 뒤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과정이 어찌저찌 되었든 간에 어느 정도 좋게 해결된 듯이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걸로 안심해도 되려나.’

잠시 은하를 바라보던 나는 이윽고 애들과 함께 치킨을 먹으며 저녁 식사를 끝마쳤다.

그 후, 치킨집 밖으로 나온 우리는 근처 커피숍에 들려서 내일 일정을 짰다. 아무래도 바로 삼일 뒤가 본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일정을 짠 우리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 바로 헤어졌다.

물론 은하와 나는 같은 빌라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가고 있는 중이었다.

“…….”

“…….”

평소라면 이런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웠을 테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정겨운 수다는 오고가지 않았다.

‘어색한데.’

나는 힐끔 은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엄청 무서운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은하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내, 내가 뭔가 실수한 건가?’

그 순간, 심장이 쿵쿵 뛰었다. 안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운데, 은하까지 저런 표정을 지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이런 상황은 난생처음이었기에 머리가 자꾸만 삐꺽삐꺽 대며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오빠.”

그 때, 은하가 불쑥 나를 불렀다.

“으, 응?”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동시에 빌라를 배경 삼아 서있는 은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나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은하의 입술을 주목했다. 그리고 이윽고 분홍빛 입술이 작게 오물거리며 달콤한 소리를 내었다.

“저 역시 오빠가 좋아요.”

은하는 나를 똑바로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포기 못 하겠어요.”

========== 작품 후기 ==========

이 은하 : 전쟁이야, 유 서연! 감히 내가 찜한 오빠를 뺏어?

유 서연 : 찜만 하면 뭐해? 먹어야지! 남의 남친 노리지 말고 저리 꺼져!

김 유현 : (가면을 쓰며) 이렇게 된 이상, 둘 다 범한다!

이 은하 : ?!

유 서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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