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69화 (26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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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아래로 내려가자, 길가에 세워져 있는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누가 타고 있는 건지 굳이 확인해 볼 필요도 없었다.

나는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USB를 만지작거리며 승용차 쪽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달칵 소리와 함께 보조석의 문이 활짝 열렸다. 어지간히도 급한 모양이었다.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허리를 숙여 차 안에 탔다. 그러자 운전석 쪽에 앉아있던 현주가 대뜸 내 몸을 꽉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주인님!”

온 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하며 내 몸에 찰싹 달라붙는 현주다. 더불어 나를 올려다보는 두 눈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도저히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믿기지가 않았다. 하물며 이 현주가 누구던가? 대한항운의 부사장이자 대한 그룹 회장의 손녀였다. 태어나자마 마자 모든 것을 손에 쥐었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닌 여성이었다.

나는 내 품에 안겨있는 현주의 몸을 부드럽게 토닥여주며 입을 열었다.

“오래 기다렸죠?”

“아니에요!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는 걸요! 오히려 이렇게 주인님을 기다리는 게 더 좋아요.”

수줍게 웃음을 터트리며 양 볼을 빨갛게 물들이는 현주다. 이에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춰주었다. 그러자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내 입술을 통해 전해져왔다. 그 감촉이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조교의 방이 아닌 현실만의 감각이 따로 존재하는 듯이 싶었다. 특히나 달싹거리는 입술의 떨림은 내 기분을 한껏 들뜨게 만들었다.

나는 살짝 입술을 벌려 그녀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이 벌어졌다. 이에 나는 길게 혀를 내밀어 그 안의 치열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핥았다.

“하응, 응……. 흐음.”

그녀의 입 안이 내 타액으로 점철될 무렵 나는 입술을 떼어내었다.

이 정도면 그녀를 기다리게 만든 것에 대한 사과가 충분히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아…….”

문득 현주의 입술 사이로 안타까움에 가득찬 신음성을 터트렸다. 어지간히도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키스만 해줄 순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나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USB를 꺼내들었다.

“여기 동영상이 담겨있는 USB입니다.”

이러한 내 말에 현주는 속눈썹을 파들파들 떨며 나와 USB를 번갈아보았다. 그 모습이 조금 안타까워 보이긴 했지만 나는 일부러 무시했다. 나는 내 입술 끝에 매달려있는 부드러운 감촉을 낼름 혀로 핥으며 USB를 억지로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방송은 언제 나가기로 되었습니까?”

이어지는 내 질문에 현주는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USB를 조심스럽게 양 손으로 꽉 움켜쥐며 대답했다.

“오늘 저녁 9시에 나갈 거예요.”

“오늘이요? 상당히 빠르군요.”

“그만큼 다들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용이니까요.”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대상이 바로 마물 사냥꾼이었으니 말이다. 특히나 저번에 마물들이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등장하면서 그 관심은 절정을 찍었다.

더욱이 이번에 방송이 나간다면 분명 무수히 많은 지원들이 쏟아질 것이 틀림없었다. 더불어 마물 사냥꾼에 대한 관심 또한 새로운 정점을 찍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물 사냥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변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나를 악덕 기업주쯤으로 생각하겠지.’

그에 반해서 마물 사냥꾼들은 오로지 내 명령에만 따라야 되니, 남들이 보기엔 어쩔 수 없는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만둬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한 채원처럼 목숨이 걸린 경우에는 따로 선택권이 없었다.

이 얼마나 잔인한 악덕 기업주라는 말인가?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마물들과 싸우게 하는 것이다. 이로서 마물 사냥꾼들의 죄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대신 방향을 잃은 비난들이 내게로 쏟아지겠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가 진짜로 욕먹는 것도 아니니까.’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인 나는 현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 저녁 9시에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리 말하며 차 밖으로 나가려는데, 돌연 현주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아, 저기!”

그 외침에 고개를 현주 쪽으로 돌리자, 그녀가 눈을 내리깐 채로 잠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혹시 점심 드셨어요? 제가 도시락을 싸왔는데……. 드실래요?”

우물쭈물 중얼대는 그 목소리에는 숫처녀의 수줍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물론 현주를 숫처녀에 비유하는 건, 어불성설이었지만……. 그녀가 언제 이렇게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도시락을 싸보았겠는가? 단언컨대 한번도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나를 향하는 그녀의 말투와 표정 그리고 눈빛은 모두 첫 경험, 그 자체였다.

나는 그 풋풋함을 만끽하며 옅게 웃었다.

“물론이죠.”

다만 이 일로 인해서 약속시간에 조금 늦게 되겠지만, 조금이라면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른손을 들어 현주의 앞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녀는 마치 강아지처럼 내 손길에 몸을 맡기고서 더욱 더 내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도시락을 꺼내기 위해서 뒷좌석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곧 도시락 통이 담겨있는 가방을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은 뒤에 지퍼를 풀었다. 그러자 녹색 도시락 통 두 개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김밥이랑 유부 초밥 좀 싸봤어요.”

역시 도시락 하면 빠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나는 통 안에 담겨있는 김밥과 유부 초밥을 보며 감탄했다.

“직접 만드신 겁니까?”

“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대답했다. 꽤나 자신작인 모양이었다. 실제로 김밥과 유부 초밥 모두 그 모양이 무척이나 보기 좋았다. 특히나 유부 초밥의 경우,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유부 안에 들어있는 밥의 색깔이 모두 다 달랐다.

“……자, 주인님.”

그 때, 현주가 젓가락으로 김밥 하나를 집어든 뒤에 내 쪽으로 내밀었다. 아무래도 직접 먹여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기꺼이 입을 벌렸다.

“음.”

김밥의 맛은 겉보기만큼이나 훌륭했다. 특히나 당근과 단무지, 시금치가 아삭아삭 씹히는 게 딱 좋았다. 가끔씩 분식집에서 시키면 재료가 오래된 탓에 눅눅하거나 그랬기 때문이었다. 뭐라고 할까? 분명 배는 부르지만 건강을 해치는 맛이라고 할까? 하지만 현주가 먹여준 김밥에서는 그런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맛있어요?”

“네, 맛있어요.”

“그럼 이것도 좀 드셔보세요.”

현주는 해맑게 웃으며 젓가락으로 유부 초밥을 집은 뒤에 내게 내밀었다. 이에 나는 군말 없이 그녀가 주는 대로 먹었다. 그러다가 나만 너무 먹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새 젓가락 하나를 집어 들어서는 김밥 하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현주 씨도 드세요.”

이런 내 말에 그녀의 얼굴이 일순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는 곧 감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두 눈을 꼭 감고서 입을 아, 하고 작게 벌렸다.

그 모습이 꽤나 볼만해 나는 소리 없이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녀의 입 안에 김밥을 넣어주었다. 그러자 오물거리며 잘도 먹는 현주다.

그리고는 곧 꿀꺽이며 삼킨 그녀는 좀 더 내 쪽으로 고개를 내밀며 입을 열었다.

“신기해요. 이렇게 주인님이 먹여주시니까 더 맛있게 느껴져요.”

“그럼 더 줄까요?”

“네. 좀 더 주세요.”

이리 말하며 먹이를 보채는 아기 새처럼 입을 벌리는 현주다. 이에 나는 키득거리며 그녀의 입 안에 김밥을 넣어주었다. 그리고는 나 또한 김밥을 하나 먹으려고 하는데, 불쑥 현주가 내 손을 붙잡았다.

그 후, 그녀는 자기가 직접 김밥을 집어든 뒤에 내게 내밀었다.

“자요, 주인님.”

어지간히도 욕심이 많은 현주였다. 못 말리겠다는 듯이 살짝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그녀가 주는 김밥을 먹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우리를 서로 주거나 받거니 하며 도시락 통 두 개를 가볍게 비웠다.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잘 먹었습니다.”

이런 내 말에 현주의 얼굴이 웃음꽃으로 만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살짝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다음에 또 싸드려도 될까요?”

그 말은 즉,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찾아와도 되겠냐고 묻는 것이었다. 물론 나야 현주가 이런 식으로 도시락을 싸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이 있듯이 다른 누군가가 우리 모습을 볼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아…….”

이러한 내 말에 현주는 안타까움에 가득찬 신음성을 터트리며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갈 곳은 잃은 시선은 바닥을 이리저리 쓸다가 이윽고 비어있는 도시락 통에 자리를 잡았다. 더불어 양 어깨가 힘없이 축 늘어트려졌다.

그 모습을 보니, 그녀가 지금 얼마나 실망한 건지 얼추 알 수 있었다. 이에 나는 오른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붙잡은 뒤에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고개를 내밀어 현주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하음, 응……. 흐응.”

말랑거리는 입술을 혀로 한번 쓸은 나는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대신 다음에 시간이 날 때, 데이트라도 하죠. 그 때, 또 도시락을 싸주세요.”

“데, 데이트요? 아, 정말로요?”

데이트라는 말에 현주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그 모습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정말로요.”

“꺅!”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현주는 자지러지는 탄성을 터트리며 그대로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10대 소녀마냥 해맑게 웃음을 터트렸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웠기에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이마에 입술을 맞춰주었다.

그 후, 나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차 밖으로 나갔다.

========== 작품 후기 ==========

아는 동생과 암네시아를 하며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잊지 못 할 추억이 생긴 것 같습니다. (먼산)

*남자 동생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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