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67화 (267/599)

<-- [하이 엘프] -->

[알겠습니다.]

이리 대답한 던전 코어는 잠시 두 눈을 감았다가 이윽고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현재 제가 던전 마스터에게 추천드릴 장소는 라우덴 협곡입니다.]

“라우덴 협곡?”

[그렇습니다. 지금 그곳에 마정석 파편 두 개를 삼킨 코볼트 대장이 무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 수가 오십에 달하지만 코볼트라는 종족 특성상 그 힘이 매우 미미합니다. 때문에 던전 마스터께서 아라크네와 코카드리유 중에 하나만 데려가시더라도 아주 쉽게 처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코볼트라…….”

코볼트는 광산에 산다고 알려진 난쟁이이다. 하지만 사실 하는 일을 보면 집의 정령인 홉고블린과 거의 유사하다. 다만 코볼트가 광산의 난쟁이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까닭은 집만큼이나 광산에도 자주 출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광산에서 광부들이 힘들게 캐낸 금속을 훔쳐가거나 구덩이를 파서 돌을 떨어트리는 등의 못된 장난을 일삼기 때문에 그 악명 또한 대단히 높았다.

‘코볼트라면 어렵지 않겠지.’

이래저래 해도 결국 고블린과 코볼트는 그다지 다른 점이 없다. 내가 소환할 수 있는 마흔 여덟 마리의 고블린들만으로도 얼마든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마정석 파편 두 개를 삼킨 코볼트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건 에나에게 맡기면 그만이었다.

이렇듯 결정을 내린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좋아, 그곳으로 보내줘.”

이러한 내 말에 던전 코어는 슬쩍 나를 올려다보았다.

[마음에 드셨습니까?]

“왜?”

[제 추천이 마음에 드셨다면……. 그, 저기……. 상을…….]

양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서 수줍게 말하는 던전 코어다. 정말이지 웃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혀를 내두른 나는 던전 코어의 본체를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갔다 와서 마음에 들면 상을 주지.”

갔다 와서 상을 주겠다는 내 말에 던전 코어는 눈에 띌 정도로 크게 기뻐하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전송해드리겠습니다! 혹시 따로 데려가실 던전의 일원이 있으십니까?]

“아니, 없어.”

[알겠습니다. 부디 무운을 빌겠습니다.]

이러한 던전 코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앞의 풍경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서히 시야가 조각조각 맞춰지더니 이윽고 횃불로 곳곳이 밝혀져 있는 갱도 안이 내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코볼트들이 만들어놓은 광산인 모양이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케륵케륵 울음소리를 내며 갱도 곳곳을 살펴보고 있는 서른 마리의 고블린들과 조용히 서있는 에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는 렉스가 끙끙 앓으며 어깨를 접고 있었다.

“주인아, 여기는 너무 좁다!”

“맞아, 여긴 너무 좁아!”

그 외침에 나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렉스를 역소환시켰다. 확실히 이곳에서 렉스를 활용하기에는 갱도 안이 너무나도 좁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렉스를 역소환시킨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지도를 확인해보았다. 그러자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마정석 파편을 삼킨 코볼트의 위치가 표시되었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잘 하면 금방 끝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이에 나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입을 열었다.

“갑시다.”

이런 내 말에 맞춰 고블린들과 에나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 걷자, 안쪽에서 붉게 빛나는 수십 쌍의 안광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서 코볼트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처럼 조금 기다리자, 어둠을 뚫고서 수십 여 마리의 코볼트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키익, 키익.”

뾰족한 코와 흡사 개를 연상시키는 길쭉한 두상 그리고 1미터 20미터밖에 되지 않는 작은 키까지. 얼굴의 생김새만 뺀다면 고블린과 판박이였다. 아무래도 고블린들은 개라기보다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인간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여하튼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코볼트들은 하나 같이 금속을 넓게 펴서 만든 조악한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무 몽둥이를 들고 있는 고블린들과는 다르게 쇠로 만든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무장이 잘 되어있는 코볼트들을 보니 살짝 긴장이 되었다.

‘지려나?’

잠시 코볼트들을 살펴보던 나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오크 소환.”

내 명령에 맞춰, 고블린들 사이로 오크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키익! 키익!”

“키이익!”

그 순간, 코볼트들이 뭐라 뭐라 떠들기 시작하더니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내가 소환한 오크에게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하긴 일단 오크의 신체는 코볼트와 판이하게 달랐다. 단적으로 신체적인 조건만 하더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2미터에 달하는 오크의 커다란 체구. 그에 반해서 코볼트는 1미터 20센티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체구였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렇다보니 코볼트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잘 됐군.’

이처럼 코볼트들이 잔뜩 겁먹은 모습을 보이자, 나는 지팡이로 녀석들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처리하세요.”

내 명령이 떨어지자, 고블린과 오크들이 제각기 포효를 터트리며 코볼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코볼트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걸 얌전히 놔줄 생각이 없었기에 나는 곧장 주문을 외웠다.

“……어둠의 화살.”

주문과 동시에 빠르게 쏘아져 나간 검은색 화살이 코볼트의 머리통을 그대로 꿰뚫으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때문에 뒤로 도망치던 코볼트들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짙게 서렸다.

이걸로 도망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키에에엑!”

“키이익!”

코볼트들은 곧바로 반전해서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고블린들과 오크들이 더 이상 자신들에게 접근하지 못 하도록 말이다. 그러나 가장 선두에 선 오크 세 마리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서 코볼트들의 방패진을 들이받았다.

“키야악!”

그 순간, 십여 마리의 코볼트들이 땅바닥을 나뒹굴며 고통에 찬 비명성을 터트렸다. 코볼트의 작은 체구로는 오크의 육탄공세를 막아낼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더욱이 내가 소환한 오크들은 전부 칠흑의 지팡이의 버프 효과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이상 코볼트들에겐 승산이 없었다.

“취이이이익!”

“키에엑!”

코볼트들의 진형 안으로 파고든 오크들은 몽둥이를 휘두르거나 발로 걷어차며 하나씩 차근차근 처리했다. 그리고 뒤늦게 파고들어온 고블린들 역시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있는 코볼트들을 유린하며 죽여 나아갔다.

“키에에엑!”

그 때, 내 뒤쪽에서 코볼트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뒤에도 있었던 건가?’

이건 좀 의외였다. 설마하니 앞뒤로 포위해서 공격해올 줄은 몰랐었기 때문이었다.

‘……꽤 머리가 굴러간다는 건가.’

시도는 좋았다. 그러나 이쪽의 전력에 비해서 코볼트들의 전력은 너무나도 미약했다.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에나 씨,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에나는 검을 뽑을 필요도 없단 듯이 곧장 코볼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코볼트들이 저마다 키케켁! 키케켁! 소리치며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아까 전에 보였던 방패진을 구축한 것이었다. 이에 에나는 그대로 방패를 밟고 뛰어올라서는 그대로 발로 코볼트의 머리를 걷어찼다.

퍽!

그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코볼트의 머리통이 박살났다. 새빨간 피가 사방에 튀자, 코볼트들이 멍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에나의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건 도저히 믿기지 않은 현실일 게 틀림없었다.

‘하긴 누가 발차기 한 방으로 머리통을 박살내겠어?’

오크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코볼트들에게 있어서 에나는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할 수 있었다.

“키에에엑!”

그 때, 몇몇 코볼트들이 방패를 높이 치켜들며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발을 막아보려 했다. 그러나 에나의 발은 조금도 멈추지 않고, 금속으로 만든 방패까지 박살내며 녀석의 턱을 짓이겨 버렸다.

“캑!”

또다시 코볼트 하나가 외마디 비명을 터트리며 쓰러지자, 남은 코볼트들이 켁켁! 소리를 지르며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야 에나가 자신들이 감히 감당해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것을 인지한 모양이었다.

“키케케켁! 도망치지 마라! 멍청한 놈들! 케켁!”

이처럼 코볼트들이 에나를 피해 도망치자, 돌연 어둠 속에서 거대한 체구를 가진 코볼트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녀석은 우악스레 손을 뻗어 도망치는 코볼트 하나의 머리통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힘을 주어 박살내버렸다.

“케, 케켁!”

“케엑!”

주르륵, 핏물이 떨어지자 도망치던 코볼트들이 잔뜩 겁에 질린 울음소리를 내며 억지로 다시 뒤돌았다. 그러자 이 광산의 주인, 마정석 파편 두 개를 삼킨 코볼트가 만족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에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곧 양쪽으로 길게 난 수염을 파르르 떨며 분노를 표시했다.

“케에엑! 감히 내 집에 쳐들어다니! 케엑! 겁을 상실 했구나! 케켁! 네 년은 내가 친히 발가벗겨서 매일 같이 강간을……!”

퍽!

이처럼 녀석이 한참 분노를 표시하고 있는데, 에나가 갑자기 앞으로 내달리더니 그대로 녀석의 면상에 주먹을 꽂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녀석의 머리통이 마치 폭발을 일으키듯이 박살나더니 새빨간 피가 통로 곳곳에 뿌려졌다.

“…….”

에나는 새빨갛게 물든 통로를 한번 쳐다보더니 곧 푸들푸들 떨고 있는 녀석의 몸을 가볍게 밀치며 중얼거렸다.

“……유현 님의 앞이다. 예의를 지켜라, 버러지들.”

쿵!

머리를 잃은 코볼트 대장의 몸이 뒤로 고꾸라지자, 벙찐 표정을 짓고 있던 코볼트들이 그제야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에나를 향해 넙죽 엎드렸다.

========== 작품 후기 ==========

어디서 감히 에나를...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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