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 엘프] -->
“아니에요! 별로 안 기다렸어요!”
배시시 웃음을 터트린 민서는 당고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대답했다.
그 모습이 마치 데이트 장소에 늦게 나온 남자 친구를 배려해주는 마음씨 착한 여자 친구를 보는 듯했다. 이 얼마나 사랑스런 모습이란 말인가? 그저 이렇게 민서와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져 왔다.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민서 쪽으로 다가섰다.
“감사합니다, 민서 씨.”
이리 말한 나는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바닥에 자신의 뺨을 기대어오는 민서다.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피부의 온기가 너무나도 기분 좋았다.
나는 조용히 그 온기를 만끽하다가 이윽고 그녀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구속구를 풀어주었다.
“아아, 주인님.”
이처럼 구속이 풀리자, 민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두 손을 들어 올려 내 손을 꽉 붙잡았다. 그리고는 더없이 행복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살포시 그녀의 뺨에서 손을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민서 씨.”
“네.”
“저번에 저와 했던 내기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내기요? 아……! 경기에 지면……. 네, 기억하고 있어요.”
잠시 고개를 기울이던 그녀는 이내 저번에 나와 했던 내기의 내용을 기억해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내용이었죠?”
“겨, 경기에서 지면 관장을 하기로……. 하지만 저 오늘 이겼는데요?”
민서는 빼꼼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에 나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경기에선 이기셨죠. 하지만 한 세트를 지지 않으셨습니까?”
“에? 아, 읏……. 지긴 했지만 그건…….”
“한 세트라고 해도 진 건, 변함이 없지요.”
“하지만…….”
“왜 그러십니까? 혹시 저와 한 내기를 지키고 싶지 않으신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그건 아니지만?”
나는 그녀의 뒷말을 따라며 대답을 보챘다. 그리고 이런 내 말에 민서는 한동안 허둥대는 기색을 내비치더니 이윽고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소리를 내었다.
“세, 세트까지 치는 건 너무…….”
“가혹하다?”
“네, 네! 너무……. 너무하다고 생각해요.”
그 말에 나는 실로 안타깝다는 듯이 오른손으로 가면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이거 실망스럽군요.”
“주, 주인님……?”
실망스럽다는 내 말에 민서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러나 나는 그 손길을 간단히 뿌리치며 입을 열었다.
“저는 김 민서 씨를 위해서 이렇게나 헌신했는데, 김 민서 씨는 저와 한 내기조차 지키지 않는다니……. 정말로 실망스럽습니다. 하긴 애당초 김 민서 씨는 저를 이용해먹는 입장이었죠.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좋습니다, 이 시간부로 내기는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여전히 우리의 관계는 유효하니 걱……. 김 민서 씨?”
걱정 말라고 말하려는 순간 민서가 내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눈물까지 뚝뚝 떨어트리며 사과의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제가 잘 못 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주인님!”
그 외침에 나는 짐짓 곤란하단 목소리로 말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제 착각이었습니다. 세트라는 이야기를 확실히 해주었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주인님이 맞아요! 제가 잘 못 들은 거였어요. 그러니까 제가 주인님을 이용하고 있다는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저 그런 거……. 듣고 싶지 않아요. 주인님을 이용한다는 말을 들을 바에는 차라리 배구를 그만둘래요!”
이리 소리치며 제 얼굴을 내 가슴팍에 묻는 민서다. 이에 나는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천천히 민서의 등과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아니에요, 저야말로……. 흐윽.”
“자, 눈물을 그치세요. 오늘은 기쁜 날이 아닙니까?”
“네, 네…….”
내 속삭임에 민서는 그제야 눈물을 그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불어 경기 중에 흘린 땀 냄새가 내 코를 간질였다. 가슴이 절로 울렁거릴 정도로 기분이 좋은 냄새였다. 가끔씩 이성의 땀 냄새를 맡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그 부류 안에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나는 민서의 몸을 꽉 끌어안은 채로 몇 번이고 크게 숨을 들이켜고는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침대로 갈까요? 오늘은 민서 씨가 원하는 만큼 안아드리겠습니다.”
이리 말하며 민서를 침대로 데려가려는데, 돌연 그녀가 내 옷을 붙잡았다.
“내, 내기…….”
“네?”
“제가 내기에서 졌으니까, 하셔도 좋아요.”
이러한 민서의 말에 나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꾹 삼키며 거듭 연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건 없었던 일로 하자고 제가 방금 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럼 제가 주인님을 이용한 것 같잖아요! 싫어요, 그건……. 그러니까 하셔도 되요. 그거…….”
한동안 입술을 오물오물 거리던 민서는 이윽고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과, 관장…….”
그 대답을 들은 순간 나도 모르게 벙긋 웃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얼굴에는 가면에 씌워져 있었다. 이 순간, 가면을 쓴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나는 히죽히죽 웃으면 천천히 숨을 가다듬었다.
너무 들뜬 목소리로 말하면 의심을 받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민서는 잔뜩 용기를 낸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나는 더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민서 씨의 뜻이 정히 그렇다면…….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와 한 내기를 지켜주셔서요.”
“아…….”
“기쁩니다. 민서 씨가 저를 이만큼이나 진지하게 생각해주신다는 거니까요.”
이리 말한 나는 다시금 그녀의 몸을 와락 끌어안아주었다. 그러자 민서는 금방이라도 사르륵 녹아내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몸을 마주 안았다. 그리고 그렇게 몇 초간 민서의 몸을 끌어안고 있던 나는 이윽고 손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옷을 벗어주시겠습니까? 그 동안 저는 관장을 준비하겠습니다.”
“아, 네!”
이러한 내 말에 민서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두려워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주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민서를 놔두고서 서랍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관장 주사기로 할까? 아니면…….’
서랍 안을 뒤지던 나는 문득 투명한 튜브를 발견했다. 더불어 링거 주머니도 내 눈에 들어왔다. 주머니 안에는 투명한 액체가 가득 담겨있었는데 표면에는 글리세린의 포함 농도가 적혀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관장액이었다. 더욱이 따뜻하게 데워져있기까지 했다.
이보다 더 완벽한 관장 준비는 없었다. 역시 조교의 방! 준비성 하나만큼은 철저하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응당 사용해줘야겠지.’
이렇듯 결정을 내린 나는 가늘고 긴 튜브와 관장액이 담겨있는 링거 주머니를 챙겨들었다. 그런 다음에 링거 주머니를 걸 수 있는 받침대까지 챙긴 나는 민서 쪽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그것에 맞춰, 옷을 다 벗은 민서가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고 머리를 한 건강 미인은 언제나 보기가 좋다. 특히나 잘 다듬어진 복근은 남자인 내가 봐도 부러울 지경이었다. 나는 잠시 민서의 신체를 훑어보다가 이윽고 다정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엎드려 주시겠습니까? 다리를 벌린 채로요.”
“아, 읏……. 네.”
이런 내 요구에 민서는 살짝 얼굴을 붉히더니, 미약한 신음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분이 대답하며 바닥에 엎드렸다. 물론 내가 요구한대로 다리를 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민서의 둥근 엉덩이가 내 눈에 확실하게 보이고 있었다. 하얗고 둥근 것이 복숭아를 닮았다. 더욱이 현주처럼 무작정 크기만 큰 것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내 마음에 들었다.
역시 엉덩이는 적당히 크고 둥글고 하얀 게 으뜸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그 상태로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리 말한 나는 링거 주머니를 받침대로 걸은 뒤에 튜브를 연결했다.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기에 간단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준비를 끝마친 나는 민서의 엉덩이 쪽으로 튜브의 끝을 가져다대었다.
“아!”
튜브의 끝이 분홍빛 애널에 닿은 순간, 작은 탄성과 함께 엉덩이가 실룩거렸다. 이 얼마나 풋풋한 반응이란 말인가? 첫 경험이었다! 나는 이 사랑스러움을 하나하나 똑똑히 기억하며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애널을 벌렸다.
튜브가 확실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한껏 긴장한 민서의 몸은 좀처럼 애널을 벌리지 않았다.
오히려 애널 주변의 근육들을 딱딱하게 굳히며 벌리지 못 하도록 만들었다.
“민서 씨, 힘을 푸세요.”
“네, 네!”
기세 좋게 대답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녀의 애널은 좀처럼 벌어질 기미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에 나는 손끝으로 애널 주변을 살살 간질이며 입을 열었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세요.”
“후아, 하아……. 하아, 하아.”
이런 내 말에 따라 민서가 심호흡을 하자, 애널 주변의 근육들이 조금씩 힘을 풀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조바심을 내지 않고, 근육이 완전히 풀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윽고 애널 주변의 근육들이 충분히 풀어지자, 나는 조심스럽게 애널을 벌렸다.
‘됐다.’
벌어진 애널 안은 선명한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이란 말인가? 어서 빨리 관장을 한 뒤에 애널 섹스를 하고 싶다. 비록 민서의 처녀를 가져가진 못 했지만, 이쪽의 처녀는 내가 가져가는 것이다.
‘……잊지 못 할 경험을 선물해줘야지.’
후후, 웃음을 터트린 나는 튜브를 항내로 밀어 넣었다.
“흐으읏!”
그 순간, 민서의 등허리가 꼿꼿하게 섰다. 더불어 애널 주변의 근육들이 꽉 조여대였다. 그러나 튜브 끝에 매달린 플라스틱 관은 결코 찌그러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 링거 주머니 안에 담겨있는 관장액이 튜브를 타고서 항내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원래대로라면 튜브 안의 공기를 빼고 수혈 액의 속도를 조절해줘야 되었지만, 이것은 관장이었다.
단순히 항내로 관장액을 밀어 넣는 작업에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써줄 필요가 없었다.
“뭐, 뭔가……. 히익!”
튜브를 타고서 관장액이 항내로 들어가자, 민서는 크게 몸을 떨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는 곧 엉덩이에 꽂혀있는 튜브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우으윽, 이게……. 이게 정말로 관장인가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묻는 민서다. 이에 나는 민서의 엉덩이와 등 그리고 목덜미를 차례로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이게 바로 관장입니다. 다만 다른 관장 같은 경우에는 한꺼번에 관장액을 밀어 넣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격한 짓을 하기에는 민서 씨가 버티지 못 할 것 같았기에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로 한 겁니다.”
“하읏, 읏……. 그,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물론 시간이 다소 걸리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덜 괴로운 방법이니 민서 씨에게 딱 알맞은 방법입니다.”
나는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했다. 아니,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방법이 관장 주사기보다 덜 괴로운 방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애당초 관장이 괴로운 것은 참기 힘든 배설감이었으니 말이다.
“주, 주인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하아, 저 참을게요.”
그 기특한 말에 나는 민서의 손을 꼭 붙잡아주며 입을 열었다.
“그럼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아, 읏……. 어떤?”
“뭐라도 좋습니다. 아, 그렇군요. 유 서연 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나는 지금 막 생각났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어디까지나 우연이란 식으로 말이다.
“서, 서연이는……. 흐읍, 읏……. 요즘 남친을 사귀어서…….”
“유 서연 씨가 남자친구를요?”
“네, 네……. 전에 통화를……. 흐읍! 읏…….”
“뭐라고 합니까?”
“그, 그냥……. 하아, 남친을 사귀게 되었다고…….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안 가르쳐주더라고요. 후아, 아……. 원래 걔가 뭘 자랑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흐윽, 사실 남친 사귄 것부터가 신기한 일이긴 해요. 하앙, 아…….”
실로 서연이 누나다웠다.
누구한테 딱히 자랑하지 않고, 그냥 물 흐르듯이 놔두는 것이었다.
‘하긴 나도 누구한테 자랑하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민서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거듭 물었다.
“그 외에 또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까?”
“그, 그냥 평상시처럼……. 하아, 요즘 주인님 덕분에 경기 성적이 좋아져서……. 흐으읍! 아앙, 아……. 요즘 그 이야기를 주로 해요.”
“제 이야기도 한 겁니까?”
“아뇨……. 하앙, 아! 그런 건, 못 말해요. 아아…….”
대화가 거듭될수록 민서의 말소리에 신음성이 잔뜩 섞이기 시작했다. 슬슬 반응이 오는 모양이었다.
“……흐읍! 읏, 아직 멀었나요? 하윽! 후으으읏!”
더불어 복통도 밀려오는 모양인지,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민서다.
“아직 절반 밖에 안 들어갔습니다. 많이 아프십니까?”
“흐읏, 네……. 뱃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후아하고 숨을 토해낸 민서는 이마에 매달린 땀방울을 손으로 훔쳤다. 그리고는 천천히 나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화, 화장실에 가면 안 될까요?”
========== 작품 후기 ==========
관장은 마음대로지만, 화장실은 아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