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물 사냥꾼] -->
“몇몇 분들은 눈치 채고 계시겠지만…….”
잠시 말끝을 늘린 나는 소파에 등을 편히 기대며 말을 이었다.
“……마물 사냥꾼들이 일본으로 가지 못 하도록 막은 건, 바로 접니다.”
이리 말하는 것으로 마물 사냥꾼들이 내 뜻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서 사람들이 마물 사냥꾼들을 비난할 여지가 사라져버렸다.
물론 이제까지의 비난은 내게로 쏟아지겠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어차피 나라는 실체는 거짓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들이 나를 아무리 욕한다고 하더라도 나라는 존재가 표면으로 드러날 일은 결코 없었다.
조용히 미소 지어 보인 나는 스마트폰의 렌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는 상체를 앞으로 내밀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야스쿠니 신사가 마땅히 파괴되어야 할 악이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일본 스스로가 부수어야 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스스로 부수기는커녕 오히려 총리라는 작자가 참배까지 해가며 모시고 있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에 열네 명의 A급 전범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물론 이번 일로 인해서 한줌의 잿더미로 변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본 정부 입장에선 야스쿠니 신사를 다시 세우면 그만이었다. 물론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되긴 하겠지만, 그들은 다시금 야스쿠니 신사를 재건하고 이전과 똑같이 A급 전범들을 신사에 모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 하도록 여기서 못 박았다.
“그들의 어리석음에 실로 감탄스러울 지경입니다.”
혀를 차면서까지 그들의 어리석음을 욕한 나는 이윽고 천천히 상체를 똑바로 세우며 말을 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본 전체를 비난 할 생각은 없습니다. 악한 이가 있다면 선한 이가 있기에 마련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야스쿠니 신사가 파괴되자마자 마물 사냥꾼들을 일본으로 보낸 것입니다.”
이리 말하는 것으로 나는 간접적으로 일본 정부에게 경고를 했다. 더 이상 야스쿠니 신사를 재건하지 말라고 말이다. 만약에 야스쿠니 신사를 다시 재건하려고 한다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돕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 뜻이 제대로 일본 정부에게 전해질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그 때는 실력으로 보여주면 될 뿐이었다. 어차피 마물의 출현 범위는 한국을 넘어, 일본과 중국 그리고 북한에까지 확장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잠시 두 눈을 감았다가 이윽고 천천히 뜨며 입을 열었다.
“이 때, 마물의 출현을 이용해 제 개인적인 욕심을 채웠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나는 인정과 동시에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 나쁘다는 겁니까?”
아니, 변명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질문의 본질은 내 욕심을 정당화시키고 있었다.
“저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공익을 위하는 정부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사익을 위하는 기업도 아니었다.
물론 마물 사냥꾼들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마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보았을 때, 사익보단 공익에 가까웠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물의 출현이 한국에만 한정되었을 때는 내 목숨이 위협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익에 가까운 성격을 띠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물이 일본과 같은 멀리 떨어진 장소에 나타나게 된다면? 더 이상 마물들이 내게 위협을 줄 수 없게 된다.
물론 간접적인 영향은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결코 목숨에 관계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다보니, 구태여 마물을 곧장 처치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즉, 저는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마물 사냥꾼을 관리하여 제 욕심을 채울 것입니다. 또한 마물 사냥꾼이 제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저는 가차 없이 마물 사냥꾼이 가진 힘을 압수할 것입니다.”
나는 여기서 다시 한 번 더 마물 사냥꾼들에겐 자신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
분명 모르긴 몰라도 사람은 더 이상 마물 사냥꾼들을 욕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마물 사냥꾼이 불쌍하다며 옹호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잠시 그 모습을 떠올린 나는 슬쩍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마물 사냥꾼의 힘을 원하는 사람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으니까요. 본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마물 사냥꾼이 된다는 것은 여러분에게 상상도 못 할 힘이 주어진다는 겁니다.”
이미 그 힘은 다섯 명의 마물 사냥꾼들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다.
외모와 불치병 그리고 불구가 되어버린 신체. 이 모든 것을 고친 것이 바로 마물 사냥꾼의 힘이었다. 그 누가 감히 혹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더욱이 앞으로 현주가 회사를 차려서 본격적으로 녹색 보석을 활용하게 된다면, 감히 상상도 못 할 천문학적인 수익이 들어올 것이 틀림없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러한 점들을 눈치 채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웃음을 치는 분이 계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마물 사냥꾼이 될 기회를요. 물론 이 기회는 대한민국에만 한정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여기서 한국 정부에 경고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상은 전세계입니다.”
대상을 전세계로 확대함으로서 마물 사냥꾼이란 존재가 더 이상 대한민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게 된 것이란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한국 정부도 더 이상 마물 사냥꾼을 함부로 대하지 못 할 것이 틀림없었다.
갑자기 내 마음이 변해서 모든 마물 사냥꾼들을 내쫓고, 다른 나라의 사람들로 마물 사냥꾼을 채울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막말로 일본인 마물 사냥꾼들로 가득 채울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한국 정부로서는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마물 사냥꾼으로 뽑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여성만이라는 점입니다.”
이리 말한 나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렇게 고개 숙여 사과드리겠습니다.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 후,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스마트폰의 렌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마물 사냥꾼이 되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지 지원하십시오. 지원 방법은 인터넷 상으로 알려지게 될 겁니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현주에게 일임할 생각이었다. 일단 인터넷 상으로 서류를 받은 다음에 적당한 사람으로 솎아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 한국으로 불러내어, 마물 사냥꾼으로 임명시키면 그만이었다.
물론 현재 마물 사냥꾼의 정원이 가득 찬 상태이긴 했지만, 그거야 레벨을 올리면 그만이었다.
천천히 숨을 고른 나는 다시금 말했다.
“그리고 재차 강조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계속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킬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물 사냥꾼으로 하여금 누군가를 공격하게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마물이 출현한 장소가 야스쿠니 신사 같은 악이라고 생각된다면 저는 절대로 돕지 않을 겁니다.”
이리 말하며 나는 여전히 인류를 위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물론 여러 가지 음모론이 떠돌 것이다. 내가 직접 마물을 부린다는 음모론이 말이다. 하지만 증거가 없으니, 음모론은 어디까지나 음모론으로 남을 것이었다.
“그럼 많은 지원을 바라겠습니다.”
다시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나는 현주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던 현주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는 촬영을 끝마쳤다. 이를 확인한 나는 몸을 일으킨 뒤에 그녀에게서 스마트폰을 건네받았다.
그런 다음 저장된 영상을 재생하자, 스마트폰 화면에 내 모습이 비추어보였다
“…….”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화면에 비추어진 내 모습은 정말로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잘 생긴 청년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래봤자, 턱과 입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얼굴 전체의 모습을 유추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하얀색 깃털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검은색 머리카락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보다도 더욱 입맛을 당기게 했다. 더욱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짙은 눈동자에선 위험스런 빛이 번뜩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퇴폐적이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밝고 청명해서, 상대방을 확 끄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가면에 감춰져 있는 않은 뺨은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남성적으로 다부져 있었다. 더욱이 입술은 속된 말로 키스를 부르는 것처럼 달콤해보였다.
‘세상에…….’
화면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치명적인 마력을 품고 있었다.
설령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
그제야 현주가 왜 나를 덮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오히려 이렇게 참고 있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 작품 후기 ==========
.......
(이미 죽은 우젤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