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물 사냥꾼] -->
“이럴 리가 없어……. 주인님을 찍은 영상이 분명히 여기에…….”
그 때, 현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목소리였다. 이에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끌어안아주며 입을 열었다.
“이 현주 씨, 일단 진정하세요.”
“하, 하지만……. 주인님을 찍은 영상이……!”
“영상이야 또 찍으면 됩니다. 그보다 지금은 다른 걸 해봅시다.”
“다른 거요?”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이리 말하며 잠시 말끝을 흘린 나는 이번에는 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제 스마트폰으로 찍어보는 겁니다.”
“주인님의 걸로요?”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나는 동영상 촬영 기능을 사용했다. 그런 다음 카메라를 현주에게 겨눈 뒤에 입을 열었다.
“……자, 웃어보세요.”
“아, 읏……. 네.”
이러한 내 요구에 현주는 재빨리 자기 머리를 정돈하더니, 이윽고 수줍게 웃음을 터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사랑에 푹 빠진 여인네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20여초 정도 촬영을 한 뒤에 종료했다.
그 후, 저장한 동영상을 재생하자,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찍혀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제대로 찍혔네.’
이를 확인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확인한 뒤에 다시 불러드리겠습니다.”
“네!”
힘차게 대답하는 현주의 태도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바로 조교를 끝마쳤다. 그러자 일순 눈앞이 일그러졌다가 이윽고 다시금 돌아오며 자취방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이것을 확인한 나는 곧장 영상을 확인했다.
“오…….”
놀랍게도 영상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내 스마트폰은 조교의 방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건가?’
아니면 내가 촬영한 것이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것도 확인해봐야겠군.’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곧장 현주를 조교의 방으로 불러내었다.
그 후, 1번 방 안으로 들어선 나는 현주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구속구를 풀어주었다.
“어떻게 되었나요?”
“일단 영상은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제가 촬영해서 남은 건지, 아니면 제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남은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현주의 몸을 일으켜 세운 뒤에 내 스마트폰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현주는 황송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스마트폰을 조심스레 건네받은 뒤에 입을 열었다.
“주인님을 찍으면 되나요?”
“그렇습니다. 바로 찍어주세요.”
“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현주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내 모습을 촬영했다. 그리고 그렇게 10여초 정도가 지나자, 나는 그만이란 말과 함께 촬영된 영상을 확인했다.
‘제대로 찍혀 있군.’
영상이 확실하게 저장되었음을 확인한 나는 조교를 끝마치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 후, 저장된 영상을 확인하자 방금 전에 촬영한 영상이 그대로 남아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역시…….”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스마트폰만큼은 조교의 방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매니저 어플이 깔려있는 스마트폰이라서? 확실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사실 이 스마트폰이 매니저 어플의 본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 또한 조교의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영상을 찍어서 협박하는데 쓰라는 것이겠지.’
상대방의 치욕적인 모습을 동영상 혹은 사진으로 촬영해서 굴욕감을 주는 것 또한 조교의 일환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뭐,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잘 된 일이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다시금 현주를 조교의 방으로 불러내었다.
던전 내의 조교의 방으로 불러낼까도 싶었지만, 아무래도 음침한 던전 내의 풍경보단 깔끔한 저택 내부의 풍경이 더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마물 사냥꾼은 인류를 지키는 선의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이렇듯 상념에 잠겨있는 동안 눈앞의 풍경이 저택 내부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곧바로 1번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내게 질문을 던지는 현주다.
“주인님, 어떻게 되었나요?”
“제대로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다행이네요.”
이러한 내 말에 현주는 안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녀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구속구를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곧장 그녀를 데리고서 방 밖으로 빠져나온 나는 잿빛 망토와 가면으로는 콜롬비나를 선택했다.
콜롬비나 가면은 눈과 코 그리고 턱 윗부분만 가리는 반쪽짜리 가면으로 보통은 금, 은, 크리스털, 깃털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며 막대나 리본을 달아 얼굴에 고정시키는 가면이다 본래는 여성용 가면이지만, 지금은 남녀 공용으로 사랑받고 있는 가면이다.
‘그래도 너무 화려하지는 않는 게 좋겠지.’
나는 콜롬비나 가면 중에서도 그나마 가장 수수한 가면을 선택했다. 그래봤자, 하얀색 깃털로 치장된 꽤나 화려한 가면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되어야지, 밝은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잘 보여야하니까.’
이리 생각을 굳힌 나는 회색빛 망토를 몸에 두르고, 콜롬비나 가면을 얼굴에 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탄성을 터트리며 내 팔을 꽉 끌어안는 이 현주다.
“너무 멋져요, 주인님.”
얼핏 들으면 으레 예의상 하는 말로 들릴 법도 했지만, 나는 올려다보고 있는 뜨거운 시선이라던가 황홀감에 물들어 칠칠맞지 못 하게 된 얼굴을 보고 있으며 정말로 그녀가 진심으로 나를 칭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내게 푹 빠져있단 뜻이겠지.’
기분 좋게 입 꼬리를 말아올린 나는 현주를 데리고서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후, 서로를 마주보며 소파에 앉자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아이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린 씨.”
내가 오른손을 들어 올려 그녀를 부르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쳐다보는 아이린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쪽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가면으로 그 흉한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한결 보기가 좋군.”
그 퉁명스런 목소리에 나는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읏…….”
이런 내 태도에 아이린은 살짝 입술을 내밀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더불어 깨끗하게 세안된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정액 투성이가 된 얼굴도 보기 좋았지만, 이런 식으로 방금 막 씻은 반들반들한 얼굴로 참 보기가 좋았다.
이렇듯 아이린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는데, 불현듯 현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 귀가……?”
얼마나 놀랐는지, 현주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져있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태도에 아이린은 황금빛 눈동자로 현주를 한번 흘겨보고는 이윽고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 모습에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짝 하고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자, 서로 인사하시죠. 이쪽은 이 현주 씨. 그리고 저쪽은 하이 엘프인 아이린 씨입니다.”
이러한 내 말에 현주는 잠시 어버버 거리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린 듯이 입을 열어 말했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이 현주라고 합니다.”
“아이린이라고 한다.”
현주의 인사말에 아이린은 적당히 예의를 갖추며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혹시라도 ‘하찮은 인간 주제에 어디서 감히 내게 말을 붙이는 것이냐! 주제를 알아라!’라고 소리치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에 그랬으면 버릇을 고쳐준다는 명분으로 좀 더 괴롭혔을텐데.’
아쉬움에 혀를 내두른 나는 이윽고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 후, 사용자 정보로 들어간 나는 나열되어 있는 아이템을 확인했다.
‘……아이템 중에 분명히…….’
화면을 내리며 아이템 목록을 확인하자, 곧 내 눈에 꽃미남 스티커(1회)라는 아이템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템 ‘꽃미남 스티커(1회)’]
[효과 : 꽃미남이 됩니다.]
[지속 시간 : 1시간]
“이걸 이렇게 쓰게 되는구나.”
다소 씁쓸하긴 했지만, 선을 표방하는 마물 사냥꾼인 만큼 국민들의 호감을 최대한 이끌어낼 필요성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외모가 떨어진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범한 것보다는 잘 생긴 것이 보다 좋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었다.
‘세상은 외모지상주의니까…….’
괜히 외모 지상주의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실력이 아무리 뒤떨어지더라도 외모가 예쁘거나 잘 생기면 사람들이 주목해준다. 반면에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외모가 뒤떨어진다면 주목을 받지 못 한다.
그 예로서 골프 선수 중에 한 명인 박 은비 선수가 있었다.
박 은비 선수는 역대 골프 선수 중에 가장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박 세리 선수조차 해내지 못 했던 세계 랭킹 1위를 찍었었다. 그것도 58주 동안 말이다. 그러나 외모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내에선 그다지 주목도 받지 못 하고, 심지어 스폰서조차도 없었다.
이토록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말이다.
‘……말도 안 되는 현실이지.’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는 말이다.
혀를 내두른 나는 꽃미남 스티커를 소환했다. 그러자 내 손바닥 위에 동그라미 스티커 하나가 나타났다. 이를 확인하는 나는 스마트폰을 현주에게 건네준 뒤에 입을 열었다.
“중간에 제가 본론에서 어긋나는 소리를 한다 싶으면 손짓해주세요.”
“아, 네. 저……. 지금부터 찍으면 되나요?”
“아뇨, 잠깐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네.”
이리 말한 나는 스티커를 뜯어서 목 등에 붙였다. 그러자 그 순간, 현주가 헛숨을 들이켜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니, 이 현주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뭘 하는 건지,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아이린조차도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내 물음에 현주의 목울대를 크게 울렸다. 그리고는 그 상태로 몇 번 입술을 달싹이던 그녀는 겨우겨우 말소리를 내뱉었다.
“저, 저……. 못 참겠어요.”
“이 현주 씨?”
“주인님, 안아주세요. 저 지금 여기서 안아주세요!”
크게 소리쳐 말한 현주는 마치 발정난 암고양이마냥 내게 달려들었다. 이에 나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피하려다가 불현듯 그녀의 손에 내 스마트폰이 들려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대로 그녀의 몸을 받아주었다.
“……하아, 주인님……. 너무 멋지세요. 저……. 얼른 주인님에게 안기고 싶어요.”
이리 말하며 내 위에 올라탄 현주는 자신의 가랑이를 슬슬 문질렀다. 그리고 그 자극에 내 남근은 당연하단 듯이 제 크기를 부풀리며 힘차게 껄떡였다.
‘한번 할까…….’
아주 잠깐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꽃미남 스티커의 유효 시간이 1시간이란 것을 떠올린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안 됩니다. 일이 끝난 뒤에 안아드리겠습니다.”
“흐으읏, 주인님…….”
단호한 내 말에 현주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나는 결코 마음을 흔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을 굳게 먹으며 현주를 애써 떨어트렸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는 좀 더 내 품에 안겨들려고 했다.
“……싫어요! 주인님한테 안기고 싶어요. 하아, 너무 멋져요. 주인님……. 하음.”
이리 말하며 내 입술에 입맞춤을 하는 현주다. 그리고 그 입맞춤은 곧 내 턱으로 내려왔고, 이윽고 쪽쪽 소리를 내며 턱과 목에까지도 이어졌다. 하지만 현주는 이걸로 멈출 생각이 없다는 듯이 그대로 망토까지 벗겨내려고 했다.
‘이거 참…….’
가면으로 얼굴 절반을 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효과를 발휘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 했다. 하지만 입장을 반대로 생각해서 내 앞에 콜롬비나 가면을 쓴 꽃미녀가 있다면, 나 역시도 참지 못 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원래 미남 미녀는 얼굴을 가려도 그 미모가 가려지지 않는 법이니까.’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현주를 기어코 떼어낸 뒤에 선언하듯 말했다.
“계속 한다면 더 이상 이 현주 씨를 부르지 않을 겁니다.”
“그, 그것만은……!”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덜컥 겁에 질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리치는 현주다. 이에 나는 더더욱 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되기 싫으면 자리로 돌아가세요.”
“우읏……. 하지만…….”
“이 현주 씨!”
다시금 크게 소리쳐 부르자, 그제야 현주는 찔끔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휴…….’
이를 확인한 나는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옷을 추슬러 입었다. 그 후, 고개를 들어 올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보고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아이린의 모습이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거지?’
호기심이 치밀어 올랐지만, 아이린을 찾아 돌아다닐 만큼 상황이 여유롭지 못 했다. 특히나 아까 전부터 현주가 나를 덮치지 못 해, 욕구 불만이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에 여기서 더 시간을 끌었다간 더 이상 욕정을 이기지 못 하고 나를 덮칠 것이 분명했다.
“크흠.”
목청을 가다듬은 나는 현주에게 신호를 보내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윽고 스마트폰에 달려있는 렌즈가 나를 향하자,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억누른 뒤에 입을 열었다.
평소의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르도록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여러분.”
나는 슬쩍 입 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제가 바로 다섯 명의 마물 사냥꾼들을 임명한 사람입니다. 이렇게나마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 작품 후기 ==========
조교의 방에서 처녀 상실을 경험한 인물은 '에나'와 '신 예은'입니다.
에나의 경우에는 주인공과 관계를 맺어서 처녀 상실 된 것이기 때문에 처녀 상실로 인정된 상태입니다.
반면에 신 예은의 경우에는 도구로 인한 처녀 상실이기 때문에 처녀 상실로 인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즉, 처녀막이 유지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안심하세요, 예은이는 처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