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47화 (247/599)

<-- [마물 사냥꾼] -->

‘일단 인사부터 해야겠지?’

꿀꺽, 마른침을 삼킨 소현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일본인 기자들의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내며 입술을 벌렸다. 그리고는 이제 막 ‘곤니찌와’라고 말하려는 찰나, 그녀의 눈앞에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대상 ‘이 소현’ 확인합니다.]

[언어를 확인합니다.]

[한국어……. 현재 상황에 부적절합니다.]

[일본어 습득합니다.]

“에?”

갑작스레 떠오른 알림문구에 소현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본인 기자들이 저희들끼리 무어라 소리치는 소리가 전부 한국어처럼 친숙하게 들려왔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서 들려오고 있었다.

‘뭐, 뭐지?’

분명히 귀에 들리는 건 낯선 일본어인데, 이상하게도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있었다.

“이봐, 어서 통역사 불러와!”

“마물 사냥꾼의 리더, 이 소현 양이잖아! 뭐해, 어서 찍어!”

“어이, 밀치지마! 옆으로 퍼져서 찍으라고!”

“대박이야! 이렇게 가까이에 찍을 수 있다니……. 역시 도보로 오길 잘 했어, 하핫!”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잠시 혼란스러워하던 이 소현은 이윽고 자신의 곁으로 누군가 다가왔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안녕하세요, 이 소현 씨. 저는 이번에 통역을 맡은 이시하라 사토미라고 합니다.”

자신을 이시하라 사토미라고 소개한 통역사는 유창하게 한국말을 했다. 동시에 방금 전에 일본인 기자 중에 한 명이 통역사를 불러오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소현은 입을 열었다.

“이 소현이라고 합니다.”

“어머, 일본어를 무척이나 잘 하시네요.”

“네? 아…….”

소현의 말에 통역사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게, 저들에게 일본어로 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건 비단 이시하라 사토미에게만 일본어로 들리는 것이 아닌 모양인지, 뒤에서 소현의 모습을 찍고 있던 기자들도 저마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녀를 주목하고 있었다.

‘한국인 마물 사냥꾼의 리더, 이 소현! 유창한 일본어 솜씨를 뽐내다! 이건 특종감이야!’

‘아직 두고 봐야 되긴 하지만……. 일본어로 말해줬다는 건, 그 만큼 일본을 존중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마음씨가 곱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배려심이 넘칠 줄이야……! 이번 기회에 마물 사냥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해. 한국에 남겨두기엔 너무 아깝다고!’

일본인 기자들은 이번에 쓸 기사거리를 머릿속으로 그려 넣으며 소현의 말을 주목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받은 그녀는 잠시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이윽고 일본인 기자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이렇게 여러분들을 찾아온 이유는 지금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주셨으면 해서 입니다.”

이러한 그녀의 말에 일본인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멀리 떨어져서 촬영을 하면 안 되겠습니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처럼 기자들이 아우성치며 말하자, 소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이유를 설명했다.

“이전에 한 차례 마물과 전투 도중에 마물이 갑작스레 민간인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했었습니다. 저희는 그걸 미연에 방지하고자 이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니 되도록 여기서 멀리 벗어나주셨으면 합니다.”

이 소현이 정중하게 부탁하자, 일본인 기자들도 더 이상 고집 피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납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게다가 이렇게 이 소현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찍은 것만 하더라도 이들에게는 아주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다섯 명 모두 근접해서 촬영하지 못 했다는 건 아쉽지만 말이다.

‘어차피 마물만 처리하고 나면 마물 사냥꾼들과 대면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길 거야.’

‘일단 여기선 물러나자. 욕심이 나긴 하지만 심기에 거슬리는 것보다는 낫겠지.’

이렇듯 생각을 굳힌 일본인 기자들은 방해를 해서 죄송하단 말로 일제히 사과하고는 자위대와 함께 물러났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인 기자들의 행동에 소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여기가 한국이었다면 오히려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거라면서 노발대발했을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한국과 일본이 다르긴 다르구나.’

쓰게 웃음을 터트린 이 소현은 곧장 뒤돌아 마물 사냥꾼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처럼 소현이 일본인 기자들을 돌려보내고 다시 돌아오자, 한 채원과 김 예지는 마치 금의환향하는 낭군님을 맞이하듯이 온갖 호들갑을 떨며 입을 열었다.

“굉장해요, 언니! 역시 대학생은 일본어도 잘 하네요.”

“언니, 완전 멋져요!”

이처럼 두 소녀가 방방 뛰며 말하자, 이 소현은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사실대로 이야기해주었다. 일본인들과 마주한 순간, 일본어를 습득했단 알림문구가 떠올랐다는 것을 말이다. 이에 다들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 예지가 어깨를 으쓱이며 ‘탈모도 고쳤는데, 뭘 못 하겠어요?’라고 말하자, 다들 깔깔 웃음을 터트리며 납득해버렸다.

여하튼 가벼운 소란을 뒤로하고서 이 소현을 마물 사냥꾼들과 함께 남은 마물들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얼마 가지 않아서 세 마리의 오크가 몰려다니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유 지아는 순간 가속을 사용해 순식간에 오크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대번에 단검을 내질러 오크의 목줄기를 베었다.

“취잇……!”

갑작스런 기습을 당한 오크는 변변찮은 저항도 못 한 채, 그대로 피분수를 뿜어내며 쓰러지고 말았다.

“취이익!”

“취익!”

이 광경에 남은 오크 전사들이 유 지아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녀석들의 주먹이 미처 그녀의 몸에 닿기도 전에 유 지아는 이형환위를 사용해 유유히 빠져나갔다.

“소현아!”

“네!”

유 지아의 부름에 이 소현은 곧장 앞으로 내달려 방패로 오크의 가슴께를 쳤다. 그러자 퍼억! 하는 소리와 동시에 오크의 가슴이 함몰되며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화염구!”

그리고 그것에 맞춰, 한 채원이 화염구를 사용하자 화끈한 열기를 머금은 구체가 남은 하나의 오크를 불태워버렸다.

“취이이익!”

불길에 휩싸인 오크는 고통에 찬 비명성을 터트리며 뒷걸음을 치더니 곧 까맣게 타버린 시체만 남기고서 죽어버렸다. 소현은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가슴이 함몰된 채로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는 오크를 내려다보았다.

‘오크가 이렇게 쉬웠던가?’

오크를 상대로 쩔쩔 맸던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너무나도 쉽게 상대하고 있었다.

실없이 웃음을 터트린 소현은 바닥을 뒹굴고 있는 오크에게 다가가 은빛 장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이처럼 남은 오크까지 깔끔하게 처리한 것을 확인한 유 지아는 가볍게 기지개를 펴며 입을 열었다.

“좋았어, 이제 남은 건 세 마리지?”

“네!”

“계속 가자! 얼른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그 말에 다들 현재 상황을 잊고서 그만 풉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 웃음을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쿵!

“취이익!”

담벼락이 무너지는 소리와 동시에 뿌옇게 회색빛 먼지가 일어나더니, 곧 오크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세 마리의 오크 중에 한 마리는 일전에 봤었던 오크 족장이었다.

“드디어 보스인가.”

그 모습을 본 유 지아는 날렵한 단검을 고쳐 잡으며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그것에 맞춰 소현이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으며 방패를 가슴께까지 들어올렸다.

“제가 오크 족장을 붙잡고 있을게요.”

“버틸 수 있겠어?”

“할 수 있어요.”

이 소현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번엔 버텨낼 수 있어.’

실제로 이 소현의 육체적인 능력치가 많이 상승되어 있는 상태였다.

스스로를 다그친 이 소현은 오크 족장을 향해 달려들며 소리쳤다.

“덤벼!”

“크워어어어어!!”

이 소현의 외침에 오크 족장 또한 포효하며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때문에 피부가 저려왔지만, 소현은 결코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호승심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퍽!

오크 족장의 주먹이 소현의 방패에 꽂힌 순간 묵직한 충격이 전해져왔다.

‘할 만해!’

씩, 웃음을 터트린 소현은 자신이 충분히 버틸만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그녀는 녀석의 주먹을 막아내는 것과 동시에 은빛 장검을 휘두르며 녀석의 어깨를 베었다.

“취이이익!”

이렇듯 어깨가 베이자 녀석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 소현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보다 더 크게 포효를 터트리며 마구잡이로 공격해왔다. 때문에 방패를 통해서 묵직한 충격이 연달아 전해져왔다.

하지만 그것이 점차 익숙해지자, 소현의 시야에 녀석의 빈틈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타!”

오크 족장이 오른손을 내지른 후, 왼손을 내리려는 찰나 소현은 재빨리 녀석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은빛 장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푸욱! 하고 살가죽을 찢고 근육이 베이는 감각에 검신을 타고서 전해져 왔다.

“크아아아아!!”

그 순간, 녀석의 가슴께서 시뻘건 피가 뿜어져 나왔다.

‘먹혔다!’

오크 족장의 몸이 휘청이는 것을 본 소현은 발로 녀석의 하복부를 걷어찼다. 그러자 곧바로 무게 중심을 앓고서 뒤로 고꾸라지는 오크 족장이다. 이것을 확인한 소녀는 검을 높이 치켜든 뒤에 녀석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이대로 마무리 지을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녀가 미처 검을 완전히 휘두르기 전에 오크 족장이 손을 내밀어 소현의 다리를 움켜쥐었다.

“……!”

아차 싶어진 소현은 재빨리 오크 족장에서도 도망쳐보려 했다. 그러나 자신의 다리를 꽉 붙잡고 있는 오크 족장의 손을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 돼!’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더욱이 오크 족장이 제 몸을 일으키자, 자연스럽게 소현의 몸이 허물어지며 뒤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윽!”

“취이익, 건방진 계집년!”

이처럼 소현을 넘어트린 오크 족장은 나직이 쏘아붙이며 왼손을 어깨 높이까지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그녀의 안면에 내리 꽂으려는 찰나, 너클을 낀 주먹이 오크 족장의 얼굴을 때렸다.

“……췻!”

“병신.”

오크 족장의 얼굴을 때린 유 지아는 그대로 빙글 허공을 선회한 뒤에 발로 오크 족장의 가슴을 찼다. 그러자 그대로 또다시 고꾸라지고 마는 오크 족장이다. 그리고 그 틈에 유 지아는 이 소현의 몸을 안아든 뒤에 소리쳤다.

“채원아!”

“네! 화염구!”

유 지아의 외침에 한 채원은 그대로 화염구를 만들어낸 뒤에 오크 족장의 몸을 향해 쏘아 보냈다. 그러자 포탄처럼 쏘아져 나간 화염구가 오크 족장의 몸과 충돌하며 커다란 폭발음을 만들어내었다.

“크아아아악!”

시뻘건 불길에 휩싸인 오크 족장은 이리저리 날 뛰며 불길을 꺼보려고 했다. 하지만 녀석의 몸에 붙은 불길은 오히려 꺼지기는커녕 오히려 맹렬하게 불타오르며, 종국에는 오크 족장의 숨통을 앗아갔다.

“아…….”

이렇듯 오크 족장까지 쓰러트리고 나자, 마물 사냥꾼들의 눈앞에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현계 퀘스트 ‘오크 무리의 공격!’을 완료했습니다!]

[공헌도를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 20%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 25%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 18%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 21%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 16% 공헌했습니다.]

[공헌도 20%, 보상이 주어집니다.]

[경험치 ‘1050’ 주어집니다.]

========== 작품 후기 ==========

오크 족장 : 헉헉! 딸피! 딸피다! 한방만 치면 잡는다!

이 소현 : 하지만 이 때, 갱이 온다면?

유 지아 : 정글 등장!

한 채원 : 미드 등장!

한 채원이 오크 족장을 처치했습니다!

오크 족장 : 미드님, 미아 핑 좀 찍어주세요.

오크 전사 : ㅈㅅㅈㅅ, 저도 방금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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