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41화 (241/599)

<-- [마물 사냥꾼] -->

“야스쿠니 신사라…….”

일본에는 신도라는 이름의 종교가 있다.

신도는 일종의 애니미즘 성격의 종교가 되는데, 일본인들은 전통적으로 모든 사물에 정령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물의 정령을 모아놓아 모시는 것이 바로 신사이다.

일본에는 이런 신사가 1만 여개 정도 존재하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가진 것이 바로 일본 도교 지요다 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이다.

야스쿠니의 뜻은 평화의 나라라는 것인데, 실제 담긴 내용물을 살펴보면 평화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일단 야스쿠니 신사는 다른 신사들과는 다르게 전쟁으로 죽는 병사들을 기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 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진 건, 1869년인데 일본의 역사를 살펴보면 막부라고 해서 장군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때, 1860년대 메이지 일왕이 유신 개혁을 단행하면서 막부로부터 권력을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막부와 유혈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자 일왕은 자신을 위해 죽은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서 신사를 만들 게 되는데, 그 신사가 바로 야스쿠니 신사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1978년, 14명에 해당되는 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들을 합사했다는 것이다. 이 때, A급 전범이란 2차 세계대전 당시 국제 조약을 위반하여 침략전쟁을 기획, 시작, 수행한 사람들을 말한다.

즉, 가장 질이 나쁜 범죄자들이란 것이다. 그런데 그 범죄자들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해놓고서 참배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이 A급 전범들이 우리나라에 한 짓을 생각해보면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이들은 주로 우리나라의 남녀들을 징병 및 징용하여 총알받이나 정신대 등으로 전락시켰으니 말이다. 물론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A급 전범들의 손짓 하나로 학살당하고 고통 받은 것이다.

그런데 그런 놈들이 신사에 고이 모셔져서 참배를 받고 있으니, 후손된 입장에서 뒷목 잡을 일이었다.

“……잘 됐네.”

씩,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 ∴

“일본에요?”

특수 기동 대대 신 해철 팀장의 전화를 받은 이 소현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반응을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신 해철 팀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현재 일본 도교 지요다 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다수의 오크들이 나타났습니다. 일전에 보았던 덩치가 큰 오크 한 마리를 비롯한 일반 오크 15마리입니다.

“좀……. 많네요.”

무려 16마리가 넘어가는 오크들이었다. 분명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 분께서는 무어라 하십니까? 일전에 보내준 수호자를 보내주신다고 하십니까?

“네? 아, 그게 아직 호출을 받지 못 해서……. 일단 호출을 받아봐야 될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그럼 일단 차량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마침 윗선에서 일본 정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니, 인천 국제공항에서 대기하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 하죠.”

이리 대답한 이 소현은 서둘러 장비를 챙겨 입은 뒤에 특수 기동 대대의 차량에 타서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한 채원을 비롯한 김 예지와 신 혜진이 도착해있었다. 이를 확인한 이 소현은 혜진에게 물었다.

“지아 언니는?”

“가기 싫대요.”

“뭐? 왜?”

전혀 예상지도 못 한 말에 소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혜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입을 열어 말했다.

“일본인들을 구하고 싶지 않대요. 거기다가 이번에 마물이 나타난 곳이……. 거기잖아요. 야스쿠니 신사.”

“음…….”

그 말에 이 소현은 저도 모르게 침음성을 흘리고 말았다. 확실히 처음에 야스쿠니 신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살짝 꺼림칙했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국민인 이상 야스쿠니는 쳐다도보기 싫은 장소였으니 말이다.

이처럼 소현과 혜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김 예지가 곁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언니들, 우리도 그냥 안 가면 안 돼요?”

“응?”

“저도 지아 언니처럼 가기 싫어요. 거긴 나쁜 놈들이 많이 묻혀있는 곳이잖아요.”

그 말에 소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대로 놔두면 일반인들한테도 피해가 가잖니?”

“그렇긴 하지만…….”

마음이 약해진 모양인지, 잠시 말꼬리를 흐리던 김 예지는 돌연 고개를 치켜들며 말을 이었다.

“……그 분도 우리를 호출하지 않으시잖아요. 분명히 그 분도 구하기 싫으신 걸 거예요.”

“…….”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소현은 말문이 턱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평소라면 이쯤에서 그 분이 자신들을 호출하고도 남았다. 아니, 차량을 타고 이곳으로 오는 동안 호출 받았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호출이 없다는 것은 그 분도 일본을 안 구하기로 뜻을 굳혔다는 것이 틀림없었다.

‘만약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소현은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그 때, 특수 기동 대대 신 해철 팀장이 그녀 쪽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정부에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을 돕자는 쪽으로요. 지금 바로 비행기에 타시죠.”

이리 말하며 신 해철 팀장이 이 소현을 비롯한 마물 사냥꾼들을 안내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때, 신 혜진이 입을 열어 물었다.

“지아 언니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렇게 우리 넷이서 가라는 건가요?”

그 말에 신 해철 팀장은 잠시 난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까지도 유 지아가 가지 않겠노라고 고집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강제로 데려가는 수도 있었지만, 설령 그렇게 데려간다고 해서 유 지아가 제대로 싸워줄지도 의문이었다.

아니, 애당초 유 지아를 이길 수 있는 대원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막말로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손끝 하나 데지 못 할 테니 말이다.

“일단 그렇게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이렇듯 신 해철 팀장이 말하자, 혜진은 냉랭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전 안 갈래요.”

“네?”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그 분이 호출하지 않으셨다는 건 저희가 그곳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일본으로 가버리면 뭐가 되나요? 막말로 능력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책임지실래요?”

“…….”

그 말이 마치 폭탄터전 터졌다. 그리고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김 예지였다.

“저도 안 갈래요.”

당연하다면 당연하단 반응이었다. 예지는 처음부터 일본에 가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결국 남은 건, 이 소현과 한 채원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가볍게 한숨을 토해낸 이 소현은 신 해철 팀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보류하는 건 안 될까요?”

“보류라……. 일단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이리 대답한 신 해철 팀장은 서둘러 윗선에 연락을 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국 정부에선 의원들끼리 갑론을박을 하기 시작했다. 주로 이야기는 일본 정부와 이미 약속을 했으니 마물 사냥꾼들을 보내주어야 된다는 것과 혹시라도 마물 사냥꾼들을 일본으로 보냈다가 능력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곤란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한국에선 마물 사냥꾼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녹색 보석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챙기고 있는 건 아니지만, 차후 녹색 보석이 자원으로서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면 무수히 많은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석유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이점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 정부는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 했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오크들은 꾸준히 야스쿠니 신사를 파괴했고, 결국에는 그 영향력을 넓히며 도시의 건물들까지도 파괴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많은 일본인들이 자위대의 통제를 받아 멀찍이 떨어진 곳까지 대피해야만 되었다.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의 여론이 들끓었다.

-야스쿠니 신사를 점령하고 있는 마물들을 어서 내쫓아라!

-일본의 힘을 보여줘라!

-마물 사냥꾼 없이도 얼마든지 해치울 수 있다!

-언제까지 이럴 셈이냐? 우린 겁쟁이가 아니다!

결국 일본 정부는 마물 사냥꾼의 도움 없이 군대를 파견해 마물들을 쓰러트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많은 일본인들이 일본 정부의 용기 있는 결단에 환호성을 보냈고, 자위대가 마물들을 모조리 죽여 녹색 보석을 얻을 것이라고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이런 일본 국민들의 기대는 5시간도 채 되지 않아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일본 자위대 5000명 중 1000여명 사망!

-일본의 공격에 자극 받은 오크들이 도시를 파괴하기 시작! 일본 자위대가 막아보지만, 사망자만 연달아 발생!

-결국 日정부, 야스쿠니 신사에 폭격! 그러나 마물 열 여섯 마리 전원 생존!

마지막 수단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폭격까지 가했지만, 일본 정부는 자기 손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파괴했을 뿐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 결국 일본에 남은 건, 폭격으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야스쿠니 신사와 더더욱 흉포해진 오크들뿐이었다.

========== 작품 후기 ==========

폭격을 뺄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탱크로 밀고 슈류탄도 던지는데 폭격이라고 해서 못 할까 싶어서 그냥 썼습니다.

이로서 야스쿠니 신사는 잿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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