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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233화 (233/599)

<-- [마물 사냥꾼] -->

성행위가 끝나고 나자, 누나는 평소와 같이 나른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팔에 머리를 기대어왔다. 땀에 젖은 차가운 머리카락이 내 피부에 늘러 붙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켜며 누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나를 올려다보는 누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피곤한 모양인지 자그맣게 하품을 하고는 스르륵 눈꺼풀을 아래로 내렸다.

정말이지 이럴 때보면 사나운 암고양이가 아니라 순한 양과도 같다.

‘누나하고 좋은 관계로 만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갑자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에 내가 매니저 어플을 손에 넣지 못 했다면 그 날, 나는 다른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방관만 했을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쁜 의미로든, 좋은 의미로든 매니저 어플은 내게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왼손을 조심스레 뻗은 나는 누나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두 눈을 꼭 감고서 작고 고른 숨을 흘리던 누나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직 완전히 잠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누나가 혹시라도 감기에 걸릴까, 이불을 덮어준 뒤에 어린 아이를 재우듯이 부드럽게 몸을 토닥여주었다.

‘……이런 시간이 계속 되면 좋을 텐데.’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계속 서연이 누나와 함께 평생을 보내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매달 상납을 하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간에 마정석 파편과 정기를 모아야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정기를 노리고서 현실에 나타나는 마물에 대항하기 위해서 꾸준히 마물 사냥꾼들을 강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이 퍼뜩 떠올랐다.

‘……망할 인간들.’

무척이나 아슬아슬했다고 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마물 사냥꾼들을 호출해서 스마트폰으로 전투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들 덕택에 마물 사냥꾼들의 전투 장면을 볼 수 있는 것이었기에 무어라 할 수가 없었다.

만약에 그들이 없어지게 된다면, 더 이상 마물 사냥꾼들의 전투 장면을 보지 못 할 테니 말이다.

‘차라리 정규 방송으로 만들어 보내는 건 어떨까.’

물론 그것을 나라에서 허용할지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민간인들이 무작위로 촬영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흠, 하고 숨을 들이켠 나는 여러 가지 해결 방법을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평범한 일반 시민에 불과한 나였기 때문에 딱히 이렇다 할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마 생각한 거라면 법으로 사람들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고, 국가에서 정규 방송으로 송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일단 마물의 출현이 불규칙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즉, 화재처럼 갑작스레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경찰이나 소방관들이 아무리 빨리 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5분에서 10분 사이의 시간이 소요된다.

즉, 그 사이에 사람들이 작정하고 건물에 숨는다면 찾아내기란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물론 경찰들과 소방관들이 그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온 건물을 이 잡듯이 뒤지는 방법도 있긴 했지만 문제는 그 장소에 마물이 출현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경찰과 소방관들도 대한민국의 시민인데,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위험한 장소에 오래토록 머무르는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정규 방송으로 노출했을 때, 내가 알지 못 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지도 몰랐다.

원래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전혀 예상지도 못한 일을 저지르고는 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 사대강이나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같은 것을 말이다.

‘그래도 여기서 가장 좋은 건, 역시 마물 사냥꾼을 에나만큼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겠지.’

그도 그럴 것이 에나처럼 마물을 한방에 죽이게 된다면, 이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마물이 한방에 죽는데, 무슨 문제가 일어나겠는가?

하지만 그건 좀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로 오늘 한 채원의 마력 수치를 올려줄 때, 소모된 경험치와 정기의 양은 무려 5750이었다.

단순 계산만 해보아도, 이 수치는 예전에 에나의 레벨을 상승시켜주었을 때에 든 수치에 근접했다. 실제로 이 정도의 정기와 경험치를 투자한 덕분에 채원이가 시기적절하게 오크 족장을 쓰러트릴 수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만약에 그 때, 채원이가 정신을 못 차렸다면…….’

오크 족장의 손에 잡혀있던 유 지아와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이 소현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린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을 세게 움켜쥐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차분히 숨을 골랐다. 왜냐하면 그 때, 채원이가 제대로 정신을 못 차렸다면 현주를 조교의 방으로 불러내어 정기를 수급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수급한 정기로 신 혜진의 능력치를 올려줄 생각이었다.

‘진작 능력치를 올려놓아줄 걸…….’

하지만 그것보다 더 아쉬운 것은 오크 족장과 마물 사냥꾼들의 싸움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다 이긴 싸움이었다.

마물 사냥꾼들은 수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오크 족장을 철저히 유린하고 있었고, 오크 족장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놈의 촬영자 한 명 때문에 유 지아가 오크 족장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실로 거지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아.”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내가 유 지아와 이 소현의 능력치를 진작 올려주었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납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그런 것인지, 정기를 사용하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여기 말고도 정기를 써야 될 곳도 많았고 말이다.

당장만 해도 던전을 지키고 있을 엘레노아와 마틸다에게도 정기를 주입해 레벨을 올려줄 필요성이 있었다.

‘마물 사냥꾼들의 힘을 전체적으로 올려줄 필요가 있겠어.’

하지만 이번 일로 생각이 달라졌다.

아무리 만만한 상대라고 하더라도 마물 사냥꾼이 질 확률은 분명하게 존재했다. 그러니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마물 사냥꾼들의 힘을 올려줄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면 정기를 통한 능력치 상승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정기 소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지.’

간단히 예를 들어 민서가 가진 능력치 중에 하나인 득점 결정력 86을 87로 올리기 위해서는 정기 혹은 경험치가 500 필요하다. 반면에 채원이가 가진 능력치 중에 하나인 마력 80을 81로 올리기 위해서는 무려 2500의 정기 혹은 경험치가 필요했다.

자그마치 5배였다.

80대 능력치만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마물 사냥꾼들의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무조건 5배의 정기와 경험치가 소모되었다.

즉,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란 뜻이었다.

물론 그 만큼 올려야 될 능력치가 상대적으로 적기는 했지만 말이다.

‘단순히 가짓수만 생각해봐도 좀 다르긴 하지.’

실제로 마물 사냥꾼이 올려야 될 능력의 숫자는 도합 다섯 개 뿐이었다.

근력, 민첩, 체력, 마력, 행운.

이렇게 다섯 개 말이다. 반면에 배구 선수인 민서나 아이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은하의 경우, 올려야 될 능력의 숫자가 최소 스무 개는 넘어갔다. 이러다보니, 어느 정도 5배 요구치가 납득이 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2500은 너무하잖아.’

도저히 올릴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지금 남은 정기가 860이었던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 할 수 있는 양이었다.

‘……한번 날 잡아서 현주하고 민서를 번갈아가며 안아줄까?’

나쁘지 않은 법이긴 했지만, 너무 안아주었다가는 밤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 해서 서연이 누나의 괜한 의심을 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곤히 잠들어 있는 누나를 바라보았다.

만약에 성행위 도중에 내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누나가 과연 뭐라고 할까? 어디 다쳤냐고? 어제 너무 과하게 한 건 아니었냐고? 아니면 어떤 년이랑 잤냐고? 솔직히 말해서 마지막에 어떤 년이랑 잤냐며 추궁하는 게 가장 현실성이 높았다.

실제로 이제까지 항상 짐승처럼 섹스를 해왔고, 하루도 빠짐없이 누나를 만족시켜주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덜컥 힘을 못 쓴다? 웃지 못 할 일이었다.

“흐응…….”

이렇듯 상념에 빠져있는데, 돌연 서연이 누나가 내 품으로 파고들어왔다. 조금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살과 살이 서로 맞닿는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자 기분이 좋아졌다. 너무 행복해서,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나는 내 품에 안겨있는 서연이 누나의 몸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색색 숨을 내쉬는 누나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다.

‘일단 내일 현주를 불러서 상의해보자.’

이렇게 나 혼자서 끙끙 앓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원래는 이 장면을 마물 사냥꾼 챕터의 첫편으로 넣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서연이나 급 땡기더라고요! 역시 서연이는 진 히로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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