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28화 (228/599)

<-- [던전] -->

“그렇게나 좋으십니까?”

남자의 물음에 채원은 더없이 행복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네, 좋아요.”

그의 품에 안긴 채로 헤헤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남자는 ‘다행이네요.’라고 말하고는 소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소녀의 머리가 허전하다고 느낀 그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 중에 하나인 정신 보호의 머리띠를 소환했다.

원래는 줄 생각이 없었지만, 선물을 주는 셈 치고서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막상 소환한 정신 보호의 머리띠는 생각 이상으로 모양이 예뻤다.

채원이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인지, 그의 손에 들려있는 머리띠를 보며 자그맣게 탄성을 터트렸다.

그 기색을 느낀 남자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잠깐만 가만히 계세요.”

“네? 네.”

이러한 남자의 말에 채원이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느끼며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곧 얼마 있지 않아서, 소녀의 머리에 머리띠가 씌워지는 게 느껴졌다. 이에 슬며시 두 눈을 뜨자, 자신의 뚫어져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짙은 검은색 눈동자가 보였다.

“잘 어울리네요.”

“예뻐요?”

“예뻐요. 아주 예쁩니다.”

“헤헤, 감사합니다.”

남자의 칭찬에 채원이는 자신의 머리에 씌워져 있는 머리띠를 만지작거리며 수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일순 방 안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준비한 증폭 구슬을 집어 들며 입을 열었다.

“이건 증폭 구슬입니다.”

“증폭 구슬이요?”

“네. 이걸 손에 쥐고서 공격 마법을 사용하면 보다 위력이 강해질 겁니다.”

그 말에 채원이는 가볍게 몸서리치며 입을 열었다.

“하, 하지만……. 만약에 실패하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목소리였다. 이에 남자는 조용히 채원이의 손을 붙잡았다.

단단하고 커다란 남자다운 손이었다.

채원이는 자신의 손을 꽉 붙잡는 남자의 손을 내려다보며 숨을 죽였다.

너무나도 따스하고 기분 좋은 손이었다.

특히나 그 손이 자신의 손을 꽉 부여잡을 때면 현기증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한 채원 씨.”

“…….”

“저는 당신을 믿고 있습니다.”

믿고 있다는 남자의 말을 듣는 순간 눈시울이 화끈 거려왔다. 금방이라도 눈물방울이 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채원이는 우는 것 대신에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힘낼게요!”

그 미소를 본 순간, 남자는 그제야 안도한 듯이 ‘그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라고 속삭였다.

그 후, 남자는 고개를 들어 김 예지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남은 맹약의 반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 맹약의 반지를 탱커인 이 소현에게 준다면 보다 편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지만, 남자는 그렇게 하기보다는 힐러인 김 예지에게 주어서 보다 안전하게 보호하기를 선택했다.

아무리 탱커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힐러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힐러가 있어야지 탱커가 살 것이 아닌가?

“김 예지 씨.”

이렇듯 남자가 김 예지를 부르자, 소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윽고 그의 앞에 서자, 남자는 맹약의 반지를 그녀 쪽으로 내밀며 입을 열었다.

“……이 반지는 맹약의 반지입니다. 지정한 대상과 체력을 공유하며, 피격 시 충격을 나누어 받습니다. 단, 상대가 승낙해야지만 맹약을 할 수 있습니다.”

“와아.”

이러한 남자의 설명에 예지는 감탄성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맹약의 반지 생김새를 본 순간 또다시 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반지의 가운데에는 다이아몬드보다도 훨씬 더 반짝거리는 큼지막한 보석이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눈에 보아도 비싸 보이는 보석이었다.

“체력을 공유할 대상을 잘 선택해서 사용하세요.”

이리 말한 그는 김 예지의 왼손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들어 올린 뒤에 마치 결혼식 날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주는 신랑처럼 약지에 맹약의 반지를 끼워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아차 싶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런! 제가 실수했군요. 오른손에 끼워드리겠습니다.”

이리 말하며 반지를 빼내려는데, 예지가 다급히 손을 빼며 입을 열었다.

“괘, 괜찮아요!”

“네?”

“어차피 남자 친구도 없고……. 안 그래도 요즘 남자애들이 귀찮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네요!”

이 말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마물 사냥꾼이 된 이후로 심심치 않게 남학생들에게 고백을 받고 있는 김 예지였다.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골치가 아팠던가? 하지만 지금 이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고난다면 분명 고백해오는 남학생도 알아서 뚝 끊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직접 끼워주신 거니까…….’

예지는 히죽히죽 웃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에 가면을 쓴 남자는 잠시 당혹스러워하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뭐, 이걸로 장비 분배가 모두 끝났군요. 그럼 지금부터 10분의 시간을 드릴 테니, 장비를 착용해주세요.”

이리 말하며 남자가 방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신 혜진이 번쩍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저는요?”

“네?”

“저는 뭐 안 주세요?”

그 말대로 신 혜진 혼자서 아무것도 받지 못 한 상태였다. 이에 남자는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신 혜진 씨에게 따로 준비해드린 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이 허리까지 숙이며 사과하는 남자다. 이에 신 혜진은 삐죽 입술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다음엔 꼭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기대하셔도 될 겁니다.”

혹시라도 신 혜진이 고집을 부린다면 마지막 남은 저주 받은 마리오네트를 줄 생각이었지만,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는 신 혜진이었다. 이에 남자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도하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가장 먼저 이 소현이 옷을 훌렁훌렁 벗으며 이번에 받은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서 유 지아 또한 부츠를 신기 시작했다. 한편 신 혜진은 김 예지에게 다가가 물었다.

“예지야, 그거 맹약 누구랑 할 거야?”

“글쎄요?”

“그래? 그럼 나랑 하자.”

“그렇게 막 정해도 될까요?”

“그럼 누구랑 하게? 소현이 언니나 지아 언니는 근접 계열이라서 계속 적한테 공격받아야 될 텐데? 그럼 너도 다칠 걸?”

“하긴…….”

“어차피 나 아니면 채원이랑 계약 맺어야 될 텐데, 그냥 나랑 맺자.”

이러한 신 혜진의 말에 김 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예지는 큼큼, 목청을 가다듬은 뒤에 입을 열었다.

“맹약!”

“…….”

맹약이라고 크게 소리쳐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지는 신 혜진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우리 된 거에요?”

“안 된 거 같은데.”

이리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은 혜진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예지의 볼을 꼬집었다.

“꺅!”

“계약 안 됐다.”

참으로 심플한 확인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예지는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

“왜 제 볼이에요? 언니 볼을 꼬집어도 됐잖아요.”

“이게 확실하니까. 아무튼 얼른 다른 거 생각해봐.”

“다른 거요?”

“음……. 맹약 신청해봐. 파티 신청하듯이 말이야. 저랑 맹약 맺어주시겠습니까? 라고 해볼래?”

그 말에 예지는 상처 회복으로 자기 볼을 치료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랑 맹약 맺어주시겠습니까?”

이 물음과 동시에 신 혜진의 눈앞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마물 사냥꾼 ‘이 예지’가 장비 ‘맹약의 반지’를 사용해서 맹약을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오…….”

짤막하게 탄성을 터트린 신 혜진은 이윽고 네를 눌렀다. 그리고 그 행동과 동시에 예지의 눈앞에도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이 장비 ‘맹약의 반지’의 신청을 받아들이셨습니다.]

[현 시간 부로 마물 사냥꾼 ‘이 예지’와 마물 사냥꾼 ‘신 혜진’은 체력을 공유합니다.]

“됐다!”

이 예지는 저도 모르게 크게 환호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신 혜진은 실험 삼아서 자기 손등을 세게 꼬집었다.

“……히이익!”

그 순간, 예지의 입술 사이로 새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확인한 신 혜진은 비로소 맹약이 제대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신 혜진과 이 예지가 맹약의 반지로 맹약을 맺고 있는 동안 한 채원은 증폭 구슬을 이모저모 살펴보고 있었다.

“어?”

그런데 그 때, 띵! 소리와 함께 증폭 구슬이 두둥실 허공에 떠올랐다.

“……우와아!”

그 광경에 채원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혹시 말을 할 수는 없는가 싶어서 툭툭 건드려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말은 하지 못 하는 모양이었다.

다만 한 채원이 자신의 주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모양인지, 허공에 뜬 채로 졸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주인을 따라 걷는 강아지 같아서, 채원이의 입가에 함박미소를 머금도록 만들었다.

똑똑

“준비 다 되셨습니까?”

이처럼 각자 새로운 장비에 익숙해지고 있을 때, 문 바깥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다들 이 소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제 막 장비를 다 입은 모양인지, 여신에서 여전사로 탈바꿈한 이 소현이 서있었다.

그녀는 잠시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네, 준비 다 되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전송시켜드리겠습니다.”

이 말과 동시에 남자는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마물 사냥꾼들을 마물 출현 지역으로 전송시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마물 사냥꾼 전원, 빛 무리에 감싸이며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잠시 뒤, 다섯 명의 마물 사냥꾼들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이번에 마물이 출현한 대한월드였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5인 입장합니다.]

[마물 사냥꾼은 마물이 가하는 공격 이외의 모든 공격에 면역됩니다.]

[마물은 마물 사냥꾼이 가하는 공격 이외의 모든 공격에 면역됩니다.]

[현계 퀘스트 ‘오크 족장’을 시작합니다.]

소현은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알림문구를 확인하고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란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오크 족장?”

그 말에 한 채원을 비롯한 다른 아이들이 저마다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강할까요?”

“그러고 보니 일반 오크보다 2배는 몸이 커다랗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사과녀가 나올라나.”

그 말소리에 유 지아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뭘 그렇게 겁먹고 그래?”

그 말대로였다. 괜히 겁먹을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이번에는 그 분도 딱히 이렇다 말을 하지 않았다. 그걸 보았을 때, 그다지 위험한 일이 아닐 게 틀림없었다. 실제로 이번 현계 퀘스트에서는 노예의 참여를 불허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만큼 난이도가 낮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심을 금물이었다.

‘오크 족장이라…….’

족장이라고 하면 오크들을 이끄는 우두머리라는 뜻이었다.

그 만큼 강한 상대라는 뜻이었다. 이 소현은 방패와 검을 손에 꽉 쥐며 걸음을 옮겼다.

한 편, 대한월드에 마물이 출현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마물 사냥꾼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싶은 기대감에서였다.

물론 경찰과 군인, 소방관들이 힘을 합쳐서 지역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모든 사람들을 막기란 막기였다. 특히나 지금처럼 우연히 대한월드에 놀러왔다가 마물과 조우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여러분 보이세요? 지금 저기에 마물이 서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마물의 모습을 찍고 있는 청년은 오늘 대한월드에 놀라왔다가 우연히 마물의 출현을 목격한 사람이었다.

어디까지나 우연인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청년이 마물의 모습을 찍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일단 개인방송으로 송출한 다음에 이걸 녹화해서 동영상 전문 커뮤니티에 올리면 떼돈을 벌 수 있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청년에게 있어서 이것은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시발, 내가 언제 이런 기회를 얻겠어?’

사실 지금도 마물의 모습을 볼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쿵쾅 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용기를 내었다. 더욱이 지금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풍선을 쏘며 부추기기까지 하니 도저히 이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

실제로 지금 터진 풍선의 개수만 얼추 계산해도 10만원은 되었었다.

단지 몇 분 방송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bj 님 ㄱㄱㄱㄱ!

-좀 더 가까이에서 찍어 봐요! 마물 안 보이잖아요!

-남자답게 팍팍 찍어 봐요! 제가 풍선 드릴게요!

-[돌격 앞으로 님께서 풍선 100개 선물하셨습니다!]

-오오, 풍선 100개!

-55미, bj님 진짜 돌격 앞으로 하셔야 할 듯!

이처럼 풍선이 터지니 도저히 안 가고는 못 배겼다. 실제로 현재 풍선 100개 선물한 사람이 ‘bj님, 1미터 옮길 때마다 풍선 100씩 쏘겠음!’이라고 하니, 머리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몸이 저절로 가고 있었다.

-[돌격 앞으로 님께서 풍선 100개 선물하셨습니다!]

-[돌격 앞으로 님께서 풍선 100개 선물하셨습니다!]

-와, 미쳤다! 돌격 앞으로 님 개쩔!

-[돌격 앞으로 님께서 풍선 100개 선물하셨습니다!]

-ㄷㄷㄷㄷㄷ 방장님, 미친 듯한 전진 봐!

-진짜 초접근하려나?

-[돌격 앞으로 님께서 풍선 100개 선물하셨습니다!]

-패기 봐ㄷㄷㄷ

-[돌격 앞으로 님께서 풍선 100개 선물하셨습니다!]

-[돌격 앞으로 님께서 풍선 100개 선물하셨습니다!]

결국 남자는 풍선에 떠밀리다시피 해서 마물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곧 불과 10미터도 남겨두지 않은 위치까지 오고 말았다.

-bj님, 좀 더 ㄱㄱ

-와, 오크 지린다. 저거 뭐야? 미쳤다 ㄷㄷㄷ

-마물 사냥꾼 언제 나와?

-[돌격 앞으로 님께서 풍선 1000개 선물하셨습니다!]

시청자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돌격 앞으로라는 물주 또한 잔뜩 흥분한 모양인지, 이번에는 풍선 1000개를 쏘았다. 더 앞으로 가라는 뜻이었다. 이에 청년은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딛었다.

그리고 그 순간, 마물이 취이익 소리를 내며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히익!”

그 무시무시한 시선을 받는 순간,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그만 새된 비명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아니,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자기도 모르게 그만 오줌까지 지리고 말았다.

그 정도로 지금 오크 족장이 내뿜고 있는 안광은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크워어어!!”

그 순간, 오크 족장이 도약했다.

당장에 남자의 머리를 으깨버리려는 듯이 말이다. 실제로 오크 족장의 주먹에 비해서 남자의 머리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주, 죽는다……!’

주마등이라고 해도 좋았다.

남자는 이 짧은 순간,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다. 반드시 죽는다. 필연이라 해도 좋았다.

그 놈의 돈이 뭐라고! 그냥 남들이 도망칠 때, 같이 도망쳤어야 했는데! 아니면 조용히 멀리서 찍기만 하거나 말이다!

이제 와서 속으로 몇 번이고 자신의 어리석을 탓해보지만, 그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소 잃고 외양간마저도 잃은 셈이었다.

콰앙!

그런데 그 때, 오크 족장이 휘두른 주먹을 누군가가 막았다.

“도망쳐!”

신경질적인 목소리였지만, 남자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 저번 마물 출현 때, 무려 두 마리의 오크를 혼자서 쓰러트린 유 지아였다. 그 순간, 남자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눈물 콧물 질질 흘렸다.

반면에 순간 가속까지 사용해서 달려온 유 지아는 지금 상황에 환장할 노릇이었다.

당장 자기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오크 족장만 해도 버거운데, 겨우 구해놓은 인간이 도망치기는커녕 눈물 콧물만 질질 짜며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망할!”

신경질적으로 소리친 유 지아는 남자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 생각에서 몸을 뒤로 빼었다. 그러나 오크 족장은 그것을 허락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크게 주먹을 휘두르며 유 지아에게 달려들었다.

“크워어어!”

“큭!”

일반 성인 남성의 머리통 두 개를 합쳐놓은 듯한 주먹이 유 지아의 어깨에 스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전해져왔다. 마치 뼈마디가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면, 남자를 데리고 뒤로 빠지는데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뒤로 빠지는데 성공한 유 지아는 다시금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도망쳐!”

“네, 네!”

그 외침에 남자는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말이다. 이에 안도한 유 지아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 날렵한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오크 족장이 크게 콧김을 내뿜더니, 곧 크르렁대며 입을 열었다.

“취이익, 네 년이 내 전사들을 죽인 년이냐?”

========== 작품 후기 ==========

오크 족장 : 너냐?

유 지아 : 난 두 마리만 죽였는데?

오크 족장 : 그럼 나머지는?

유 지아 : 사과녀가 죽였음

오크 족장 : 사과녀 당장 나와!

에나 : 진짜로?

오크 족장 : 아뇨, 죄송합니다. 들어가주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