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27화 (22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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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마주한 순간, 유 지아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어찌나 크게 뛰던지, 이러다가 방 안의 사람들이 자신의 심장 소리를 다 듣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오셨어요?”

그 때, 이 소현이 입을 열어 인사했다. 그러자 그 뒤를 이어서 한 채원과 김 예지 그리고 신 혜진이 차례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왔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렇듯 세 사람이 차례로 인사하고 나자,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유 지아 쪽으로 향했다. 이에 유 지아는 쿵쿵 뛰는 제 가슴을 꾹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어, 안녕.”

평소 이상으로 퉁명스런 목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이 소현이 ‘언니, 무슨 인사가 그래요?’라며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유 지아는 그 핀잔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애꿎은 바닥만 발로 툭툭 걷어차며 딴청을 피웠다.

그 태도에 이 소현이 무어라 한 마디 더 하려는데, 돌연 그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입을 열었다.

“인사는 이걸로 마치고, 새로운 장비를 분배해드리겠습니다.”

“장비요?”

장비라는 말에 다섯 명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남자에게로 모였다. 이에 그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례대로 장비의 이름을 호명하며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일곱 개의 장비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일단 이 소현 씨, 이리로 오세요.”

그가 이 소현을 향해 손짓하자, 그녀는 내심 환호성을 터트리며 얼른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이윽고 이 소현이 그의 앞에 서자, 남자는 가죽 갑옷과 견고한 치마 그리고 진리의 검은 스타킹을 챙겨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이 소현 씨에게 드릴 장비는 이 세 개입니다. 가죽 갑옷은 피격 시에 충격을 10% 줄여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고, 치마는 10분마다 즉시 수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타킹은 다리에 상처가 났을 때, 곧바로 지혈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괴, 굉장하네요.”

소현은 저도 모르게 감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특히나 피격 시에 충격을 10% 줄여주는 효과를 가진 가죽 갑옷은 정말로 탐이 났다. 물론 피해 감소가 아닌 건 아쉬웠지만, 충격만 줄어들어도 충분히 그 효과는 탁월했다.

일단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덜해지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무엇보다도 비로소 제대로 된 갑옷을 갖추어 입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게임으로 따지면 이제 막 튜토리얼을 끝마친 초보자가 드디어 첫 갑옷을 착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아쉽네요.”

“네?”

“이 소현 씨가 이렇게나 예쁘게 꾸미고 나오실 줄 알았다면, 좀 더 예쁜 갑옷을 준비해둘 걸 그랬는데……. 정말로 아쉽네요.”

이리 말한 그는 이 소현의 옷을 훑어보았다. 그러자 은근하게 속살을 내비치는 시스루 룩이 그렇게 여성스러워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일 듯 안 보일 듯 과하지 않은 시스루 룩은 섹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마저도 주었다.

여기에 F컵의 풍만한 가슴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듯이 화려한 굴곡을 그리니, 그야말로 화룡정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때, 과도한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 민무늬 티셔츠를 안에 입어주니, 시원스러운 노출이되 야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로지 이 소현만 낼 수 있는 반전 매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예, 예쁘다니요.”

이 소현은 그의 칭찬에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을 예쁘게 봐주고 있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뻐했다. 특히 그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에 닿을 때면 여자로서의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치솟았다.

‘어쩜 좋아.’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곧장 그의 품에 안기고 싶은 소현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곳에는 자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소현은 애써 아쉬운 마음을 떨쳐내며 쿵쿵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아뇨,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제가 괜히 준비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요.”

“너무 그렇게 치켜세워주지 마세요.”

“하하,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십니까? 저는 사실대로 이야기했을 뿐인데요.”

짧게 웃음을 터트리며 이 소현을 칭찬해준 남자는 이윽고 유 지아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유 지아 씨도 이리로 오세요.”

이러한 남자의 말에 유 지아가 쭈뼛거리며 그에게 다가섰다. 그를 꺼려한다는 기색이 잔뜩 느껴졌다. 이에 남자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윽고 손을 쭉 뻗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자, 잠깐!”

손이 붙잡히자, 유 지아는 화들짝 놀라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에게 붙잡힌 손이 찌릿찌릿 거리면서 좀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때문에 유 지아는 열 살배기 어린 여자 아이처럼 그에게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윽고 그의 앞에 서게 되자, 이 소현이 눈치껏 뒤로 물러나며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유 지아 씨에게 드릴 물건은 이겁니다.”

이 말과 동시에 남자가 집어든 것은 너클이었다. 동시에 유 지아의 눈에 이채가 그려졌다.

“이건…….”

“그 동안 단검을 쓰기 불편하셨죠? 앞으로는 이걸 사용하세요. 아참, 그리고 이것은 이전에 사용하시던 단검보다 훨씬 좋습니다. 공격 시, 무려 50%의 확률로 출혈을 일으키는데다가 추가로 10%의 확률로 대상을 공포 상태에 빠트립니다.”

“좋은 건가?”

“좋고말고요. 그리고 또 하나 더 있습니다. 이걸 착용한 채로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성공하면, 10%의 충격을 축적합니다. 그리고 원할 때, 공격 시에 그 피해를 더할 수 있기도 합니다. 어떻습니까? 훨씬 좋죠?”

“그, 그러네.”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한 유 지아는 남자에게 건네받은 곰의 발톱을 착용해 보았다. 그런 다음, 연습 삼아서 허공에 주먹을 휘둘러보자 놀랍게도 10온스의 복싱 글러브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와아…….”

이 순간, 유 지아는 저도 모르게 감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 정도로 곰의 발톱이 너무나도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녀의 태도에 남자는 안도감 섞인 웃음소리를 내더니, 이윽고 그녀에게 신발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이건 바람을 달리는 부츠입니다. 순간 가속을 10분마다 사용할 수 있고, 바람의 저항을 받지 않습니다. 게다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이동할 시에는 50%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기까지 합니다.”

“아…….”

듣는 것만으로도 이 부츠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이걸 단거리 달리기 선수에게 선물로 준다면, 분명 그 자리에서 까무러칠 정도로 기뻐할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게 단거리 달리기 선수에게만 한정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축구 선수, 농구 선수, 야구 선수 그리고 당연하게 복싱 선수인 유 지아에게도 그야말로 꿈의 물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고, 고마워.”

“뭘요. 좋아하신다니 다행이네요.”

이러한 남자의 말을 듣는 순간, 유 지아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변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 지아는 도망치듯이 곰의 발톱과 바람을 달리는 부츠를 품에 안고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껏 연애라곤 한 번도 안 해본 그녀에게 있어서 가면을 쓴 남자는 너무나도 치명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은 모르는 남자는 그저 허허 웃으며 자기 얼굴에 쓰고 있는 가면을 만지작거리다가 이윽고 한 채원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한 채원 씨, 이리로 오세요.”

“네, 네!”

남자의 부름에 한 채원은 한달음에 달려가 그의 앞에 섰다. 이에 남자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채원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곧 무언가를 발견한 모양인지, 불현듯 오른손을 들어 올려 채원이의 눈가를 슬슬 어루만져주었다.

방금 전에 울음을 터트린 탓에 눈가가 빨갛게 부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셨습니까?”

“아, 그게……. 조금.”

“왜요?”

“속상해서요.”

그 말에 남자는 잠시 말없이 엄지로 소녀의 눈가를 문질러주었다. 그리고 그 손길에 채원이는 제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아니, 심장뿐만이 아니었다. 얼굴은 화끈 거려왔고, 입술은 바짝바짝 말라왔다.

동시에 가면 아래 숨겨져 있는 남자의 입술이 자꾸만 머릿속에 그려졌다.

대체 어떤 입술일까? 남자다운 입술일까? 아니면 매끄러운 호선을 그린 달콤한 입술일까? 어쩌면 의외로 여성처럼 호리호리한 입술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뭘 생각해도 전부 다 좋을 거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냥 키스하고 싶었다.

‘어떡해.’

채원이는 자기도 모르게 꼴깍, 군침을 삼키고 말았다. 이러고 있으니까, 마치 자신이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된 것만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맞을 지도 몰랐다. 불치병에 걸려서 반평생 병원에만 지내다가 왕자님에게 구해졌으니 말이다.

“한 채원 씨.”

“네, 네!”

“다음부터 속상한 일이 생기면 울지 마시고 저한테 이야기하세요. 제가 전부 다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전부 다요?”

“네, 전부 다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남자는 채원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그 손길에 채원이는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그대로 와락 남자의 몸을 꼬옥 끌어안고 말았다. 이에 남자는 허허 웃으며 제 품에 안긴 채원이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이 소현과 유 지아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리며 부러움에 가득 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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