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25화 (225/599)

<-- [던전] -->

자신의 감정을 깨달은 소현은 정중하게 김 동원의 고백을 거절했다.

“죄송해요.”

고개까지 숙여가며 거절하는 소현의 태도에 동원은 잠시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제껏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자신의 고백을 거절한 여자를 단 한명도 보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가볍게 장난삼아서 튕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 소현은 아니었다.

진심으로 자신의 고백을 거절하고 있었다. 이에 김 동원은 잠시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이윽고 입을 열어 물었다.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 물음에 소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

그 순간, 동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동시에 수줍은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는 소현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가득 찼다. 안 그래도 소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모습까지 보게 되자 도저히 반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동원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소현은 다시금 꾸벅 고개를 숙이며, ‘그럼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만 무심히 남기고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아, 저기……!”

뒤늦게 동원이 손을 뻗으며 소리쳐 열어보지만, 이미 엘리베이터의 문은 닫히고 난 뒤였다.

한편 엘리베이터에 오른 소현은 지하 1층으로 내려가서 방송국에서 마련해준 차에 올랐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협찬 받은 옷을 반납하고 가야되었지만, 이번에 협찬사에서 옷을 그녀에게 선물해주었기 때문에 따로 반납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여담으로 소현에게 옷을 협찬해주었던 업체는 지금 주문 전화의 폭주로 환호성을 터트리고 있었다. 더불어 해당 업체의 주식 또한 빠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며 치솟았다. 나중에 업계에선 이 일을 두고서 ‘마물 사냥꾼 효과’라고 불렀다.

여하튼 방송국에서 마련해준 벤에 오른 소현은 운전석에 앉아있는 스태프에게 채원이의 집 주소를 불러주었다.

이대로 곧장 채원이의 집으로 향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말은 들은 스태프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치 공주님을 모시듯이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스태프는 지금 자신이 몰고 있는 차 안에 마물 사냥꾼의 리더, 이 소현이 타고 있다는 사실에 온갖 기쁨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이 소현 씨를 직접 볼까?’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특히나 룸미러를 통해 보이는 소현의 모습은 그야말로 여신, 그 자체였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다는 말인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성욕보다는 경외감이 먼저 일어나고 있었다.

이처럼 스태프가 속으로 소현을 찬양하고 있을 때, 그녀는 차 내에 보관해두었던 검과 방패를 꺼내서 수건으로 세심하게 닦아주었다.

물론 검과 방패 모두 광이 날 정도로 깨끗한 상태였지만, 소현은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이 닦고 계속 닦았다. 그리고 닦을 때마다 그 분이 떠올라, 가슴이 따뜻해져왔다.

“저기, 다 도착했습니다.”

그 때, 스태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말했다. 이에 고개를 들어보니, 개인 주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에 방문했던 채원이의 집이었다. 이를 확인한 소현은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는 검과 방패를 챙겼다.

그 후, 차 밖으로 나온 소현은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곧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잠시 뒤, 채원이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 소현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어서 와요, 소현 씨. 방송 잘 봤어요. 호호.”

“아, 보셨어요?”

호호, 웃으며 소현이를 반겨주는 채원이 어머님의 태도에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소현에게 있어서 이런 대우는 아직 익숙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채원이는요?”

“지금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야기요? 저 말고 다른 애들도 왔나요?”

이 물음에 채원이 어머님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윽고 주택 앞에 주차되어 있는 고급 승용차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대답했다.

“이 현주 씨가 왔어요.”

“네?”

그 말에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만 소현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신을 차린 그녀는 채원이 어머니와 함께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다음, 채원이의 방 앞에 딱 서는데 불현듯 채원이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요? 그 분이 또 말한 거 없어요?”

제법 큰 목소리였다.

호기심이 불쑥 치미는 것을 느낀 소현은 잠시 방 문 앞에 선 뒤에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엿들었다.

“당연히 더 있죠. 우리 주인님이 얼마나 다정하신데요. 한 채원 씨가 어디 다치지는 않았는지 울지는 않는지 마음 아파하지는 않는지 전부 다 꼼꼼히 알아보고 오라고도 하셨어요.”

“정말요? 헤헤, 그럼 전해주세요! 저 이렇게 건강하다고요! 두 번 다신 실수 안 할게요! 그런데 그 분께서 또 뭐 말씀 안 하셨어요?”

“또, 또요? 저 벌써 3시간째인데…….”

채원이가 또다시 묻자, 현주는 적잖게 당황한 듯이 말까지 더듬었다. 그리고 이런 현주의 태도에 채원이는 실망한 모양인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끝이에요?”

“그, 그야……. 당연히 더 있죠! 주인님이 한 채원 씨를 얼마나 아끼시는데요?”

현주는 애써 웃는 목소리로 채원이를 달래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토록 쩔쩔매며 채원이를 달래주고 있는 이유는 유현이 현주 보고 ‘최대한 좋은 말로 달래주세요.’라고 말을 못박아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최대한 좋은 말로 달래주어라.

이 사실을 상기시킨 현주는 금방이라도 경련이 일어날 것만 같은 입 꼬리를 최대한 올리며 입을 열었다.

“……한 채원 씨 보고 의기소침해있지 말고, 항상 밝게 웃으라고 하셨는걸요. 그리고 실수는 누구나 한번쯤 하는 거라고도 하셨고요.”

“항상 밝게……. 역시 저 웃는 게 좋겠죠?”

“그럼요.”

마치 방문 판매를 연상시키듯이 현주는 얼른 채원의 말에 맞장구쳐주며 기분을 들뜨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채원이는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또요? 그 분께서 또 전하라고 해주신 말씀은 없었나요?’라며 보챘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문 너머로 다 들은 소현은 자그맣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분의 말씀을 전하러 온 거였구나.’

이미 녹색 보석의 처분을 두고서 이 현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소현이었다. 그 덕분에 이 현주가 어떻게 해서 그 분을 모시게 되었는지, 그리고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가끔씩 그 분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저 이제 그만 가봐야 될 것 같은데…….”

“벌써요? 언니, 그러지 말고 좀 더 말해주세요. 혹시 언니는 그 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세요?”

그 분이 어떻게 생겼냐는 채원의 질문에 소현은 저도 모르게 문 쪽으로 귀를 바짝 가져다대고 말았다.

‘그 분의 생김새…….’

꼴깍, 마른침을 삼킨 소현은 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윽고 현주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그 분이 어떻게 생기셨는지는 몰라요. 항상 가면을 쓰고 계신 걸요.”

“정말로요?”

“정말로요.”

현주는 정말이라는 듯이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주인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생겼냐는 것 뿐이겠는가? 주인님이 얼마나 남자다운지도 잘 알고 있는 현주였다.

‘아아, 주인님……. 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어요.’

쿡쿡 쑤셔오는 아랫도리를 양 손으로 꾹 누른 현주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반면에 채원이는 마냥 아쉬운 모양인지, 삐죽 입술을 내밀고서 그 분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사실 채원이도 소현이만큼이나 그 분을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처음 본 순간부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일단 채원이에게 있어서 그 분은 자신에게 새 생명을 내려준 신과 같은 존재였으니 말이다.

여하튼 이처럼 현주와 채원이의 이야기가 슬슬 마무리되어 가자, 소현은 똑똑 노크한 뒤에 방 안으로 들어섰다

“언니!”

이처럼 소현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 채원이가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 그리고는 곧 너무나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그녀의 모습에 온갖 호들갑을 떨었다. 천사 같다니, 당장 연예인을 해도 될 것 같다니 말이다.

반면에 현주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이 소현을 경계하고 말았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같은 여자로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마물이나 사냥하는 주제에 뭐가 저렇게 예쁜 거야?’

살짝 입술을 내밀고서 소현을 경계하던 현주는 이윽고 정신을 차렸다.

‘……뭐, 그래봤자 쟤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애잖아? 그에 반해서 나는 자연산이고! 그래, 주인님께서 저런 성형 미인을 좋아할 리가 없지. 게다가 쟤는 주인님의 진짜 얼굴도 모르는 것 같고. 후후, 나만 알고 있다는 거지.’

이렇듯 우위를 되찾은 현주는 자신의 가슴을 슬쩍 내밀며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이에요, 이 소현 씨.”

“네, 오랜만이네요. 그나저나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나요?”

소현의 물음에 현주는 호호 웃으며 채원이를 슬쩍 바라보았다.

“주인님께서 한 채원 씨를 걱정하셔서요. 그래서 대신해서 말씀을 전하러 온 거에요.”

“아, 그 분의 말씀을…….”

“네, 주인님께서 저를 불러주셨죠. 대신 전해달라면서요.”

마치 ‘나는 이렇게 주인님에게 따로 불려갈 수 있는데, 너희는 이렇게 못 불려가지?’라며 약을 올리는 듯했다. 그리고 그런 기미를 느낀 소현은 저도 모르게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 분께서는 뭐가 좋다고 저런 천박한 여자를 내세우고 다니시는 건지.’

실제로 이 현주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물론 요즘에 와서는 기부도 많이 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다니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세간의 평가는 혹독하기 그지없었다. 실제로 이 현주가 저질렀던 행동들은 쉽게 용서될만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처럼 조용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돌연 소현과 채원이의 눈앞에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마물 사냥꾼이 소집되었습니다.]

[5분 뒤에 소집 장소로 전송됩니다. (남은 시간 : 5분)]

========== 작품 후기 ==========

이 현주 (31살 D컵): 주인님은 내 꺼야! 날 좋아하신다고! 얼굴도 봤는 걸!

이 소현 (22살 F컵): 아니야, 그 분은 나만의 님이라고! 지금 내 모습을 보신다면 분명 좋아하실 거야!

김 유현 : 빈유 만세!

이 현주 (31살 D컵): 헐

이 소현 (22살 F컵): 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