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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보자.’
현실로 돌아온 나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갓길에 세워져 있던 고급 승용차가 서둘러 도로로 진입하고 있는 게 보였다.
역시 저 승용차에 현주가 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을 바지 안에 집어넣은 뒤에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다. 물론 은하와 예은이 그리고 지현이는 1세대 아이돌의 노래를 듣거나 암기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지만 말이다.
‘……나만 이렇게 편하게 있으려니까 미안하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아이돌 프로젝트의 부외자였기 때문에 딱히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나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한다면 최대한 세 사람의 편의를 봐주는 것과 매니저 어플을 통해서 은하와 예은이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것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되도록 삼가야 해야 했지만 말이다.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이니까.’
의자 등받이에 편하게 등을 기댄 나는 오랜만에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 ∵ ∴ ∵ ∴
마물 사냥꾼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졌다.
비단 이것은 국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해외 기사를 보면 온통 마물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하루가 멀다 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물 사냥꾼을 직접 보기 위해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정도였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이 한국 여행 자제 황색경보를 내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지금 한국은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받느라고 몸살 아닌 몸살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마물 사냥꾼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져가자, 무수히 많은 방송사들이 마물 사냥꾼의 리더, 이 소현을 비롯한 다른 네 명을 섭외하기 위해서 러브콜을 보냈다. 일단 마물 사냥꾼을 방송에 내보내기만 하면 시청률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은 비단 국내 방송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해외에 내로라하는 유명 방송사에서도 앞다투어 파견을 보내 마물 사냥꾼의 인터뷰를 따내려고 했다.
하지만 마물 사냥꾼들은 좀처럼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았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기자회견 자리이거나 마물을 사냥하는 장소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마물 사냥꾼의 리더, 이 소현이 방송 출연을 허락했다. 그리고 이처럼 방송 출연이 확정되자, 방송국에서는 이번 방송을 생방송으로 내보내기로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국내 남녀 1, 2위를 다투는 MC를 섭외하고, 특별 게스트로 김 동원 씨를 섭외했다.
아주 단단히 벼른 것이었다.
이처럼 모든 준비가 끝나자, 방송국에서는 이례적으로 차량을 보내 이 소현을 마중 보냈다. 혹시라도 그녀가 안 오거나 늦게 도착할까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물 사냥꾼의 리더, 이 소현이었으니 말이다.
여하튼 이런 과도한 호의를 받으며 방송국 내로 들어서자, 다섯 명이 넘는 코디네이터들이 이 소현에게 달라붙어 하나부터 열까지 손봐주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소현은 부담스러워했지만, 이건 코디네이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이 소현은 방송사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그녀의 심기가 상할까 다들 조심조심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 소현이 자신들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코디네이터 하나가 조신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머, 손이 너무 고우세요.”
“아, 감사합니다.”
이처럼 칭찬해주자, 소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걸 시작으로 코디네이터들이 하나둘씩 소현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몸매가 좋다니, 머리카락이 정말 관리가 잘 되었다니 하면서 말이다.
덕분에 긴장하고 있던 소현의 표정도 한결 편안해졌다.
너무 공주님 대접을 받아서 부담스러웠는데, 이렇게 풀어주니 한결 마음이 풀린 까닭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의상부터 시작해서 머리 스타일까지 다 꾸미고 나자, 이 소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성을 터트리게 만드는 아름다움을 뽐내었다.
어찌나 아름답던지, 같은 여성인 코디네이터 다섯 명 모두 소현의 모습에 설렐 정도였다.
‘내가 꾸몄지만 너무 예쁘다.’
‘안 그래도 예쁜데, 이러니까 완전히 여신이네. 여신.’
심지어 확인차 대기실 안으로 들어섰던 PD가 ‘이건 대박이야!’라고 소리칠 정도였다.
그 정도로 이 소현의 미모는 압도적인 것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이 소현이 입도 뻥끗 안 하고, 그냥 조용히 웃는 것만으로도 시청률이 하늘을 뚫고 상승할 것만 같았다.
‘완전 대박! 이건 더 말할 것도 없어.’
싱글벙글 웃은 PD는 이 소현을 직접 데리고서 스튜디오로 향했다. 그리고 스튜디오로 향하는 동안 모든 스태프들과 관계자들이 저마다 탄성을 터트렸다. 그 정도로 이 소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몇몇은 소현에게 반하기까지 했다. 물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을 받고 있는 소현은 부담스러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녀가 언제 이런 시선을 받아보았겠는가? 절로 좁혀지는 어깨를 겨우겨우 넓히며 소현은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윽고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서로 입을 맞추고 있는 두 명의 MC가 눈에 들어왔다.
“와…….”
“세상에.”
두 MC 모두 소현의 모습을 본 순간, 탄성을 터트렸다. 아무리 날고 기는 국내 굴지의 1, 2위 MC라고 하더라도 지금 소현의 모습에는 감탄성을 터트리지 않고는 못 배겼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남성 MC의 시선은 좀처럼 소현의 몸매에서 떨어질지를 몰랐다.
“정신 차리세요.”
이에 여성 MC가 핀잔을 주자, 그제야 남성 MC가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정도로 미인일 줄은 몰랐습니다. 넋을 뺐네요.”
“감사합니다.”
넉살좋은 입담에 소현은 옅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조금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눈앞에 있는 두 남녀 모두 영상 매체를 통해서 보았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영상을 보았던 것보다 훨씬 미남, 미인이었다. 물론 성격도 좋아 보이고 말이다.
‘이번에 특별 게스트로 온다는 김 동원 씨는 얼마나 잘 생겼을까?’
소현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꼈다. 일단 그녀도 한때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만큼 김 동원의 잘 생긴 외모에 가슴앓이를 하고 그랬으니 말이다. 특히나 김 동원이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는 놓치지 않고 틈틈이 챙겨보기까지 했었다.
“방송 시작 10분 전! 슬슬 준비해주세요!”
그 때, 스태프 한 명이 크게 소리쳤다. 이에 PD가 웃는 얼굴로 세 사람을 자리로 보냈다.
“생방송이라고 해서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되요. 저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편하게 있으세요.”
“맞아요. 솔직히 말해서 이 소현 씨가 너무 예쁘셔서 가만히 입만 다물고 계셔도 시청률이 하늘을 찌를 걸요?”
이러한 MC들의 말에 소현은 옅게 웃으며 양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하지만 긴장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현은 오늘 이 자리에서 대중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려고 나온 것이었으니 말이다.
‘채원아…….’
소현은 살짝 눈을 감았다. 그러자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트리던 채원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가슴이 아팠다. 특히나 채원이를 욕하는 악플들은 도를 지나쳤었다. 심지어 개인 SNS에까지 채원이를 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죄다 고소하고 싶었지만, 채원이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부 다 자기 잘 못이라면서 마물 사냥꾼을 그만두고 싶다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그 때, 얼마나 놀랐던가? 왜냐하면 채원이는 소현을 비롯한 다른 세 명과는 입장이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었다.
‘……언니가 다 해결해줄게.’
마음속으로 굳게 결심한 소현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때,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한 명의 남성이 소현 쪽으로 다가왔다.
김 동원이었다.
정말로 잘 생긴 남자였다. 영상을 통해서 보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이, 이 분이 이 소현 씨인가요? 정말……. 정말로 아름다우시네요.”
김 동원은 이 소현과 눈을 마주친 순간, 자기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그 정도로 소현의 미모는 그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선사해주었다. 정말로,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누군가 백번 묻는다면 백번 같은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김 동원이 감탄을 터트리며 소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소현은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뭐지?’
확실히 김 동원은 잘 생겼다. 실제로 가슴앓이도 했었고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남자로서 매력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냥 잘 생겼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가슴이 뛰는 것도 없었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1분 전!”
그 때, 또다시 방송 시작을 알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남성 MC가 동원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말하자, 그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윽고 방송이 시작되고, 두 MC가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이 소현 씨! 와, 정말로 아름다우세요! 그러고 보니 마물 사냥꾼, 다섯 분 모두 아름답지요. 아니, 이제 여섯 분인가요?”
“그렇죠. 저번에 한 분 더 추가되었으니까요. 요새 사과녀로 아주 유명하긴 분이죠.”
“그것 때문에 사실 다들 궁금해 하고 있어요. 게다가 갑자기 사라지기까지 했잖아요! 이 소현 씨는 사과녀가 어디로 갔는지 아시나요?”
MC는 준비한 질문을 소현에게 물었고, 소현은 진작 그것을 받아놓은 상태였기에 미리 생각해놓은 대답들을 내놓았다.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어요. 하지만 저번처럼 위험한 일이 생기면 다시 나타난다고는 들었어요.”
물론 그렇다고 아주 솔직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 분에 관한 것은 철저하게 숨기면서 이야기했다.
혹시라도 그 분이 불쾌하게 여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이제까지 마물 사냥꾼 전원이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던 것은 그 분이 혹시라도 불쾌하게 여길까 그게 걱정되어서였기 때문이었다.
“꼭 흑기사 같네요. 위험의 순간에 쨘 하고 나타나서 마물 사냥꾼들을 구해주는 거잖아요.”
“정말로 든든하네요.”
진행은 부드러웠다. 준비한 질문은 차례차례 쏟아졌고, 소현은 그것을 담담하게 받았다. 물론 이런 방송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표정이 다소 굳어지긴 했지만, 그 때마다 MC들이 가벼운 농담으로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괜히 국내 1, 2위를 다투는 MC가 아니었다.
“저도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이 소현 씨는 지금 사귀는 분이 계신가요?”
그 때, 김 동원이 질문을 던졌다. 이건 준비된 질문이 아니었다. 때문에 소현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윽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뇨, 없어요.”
“정말로요? 이렇게 아름다우신데……. 제가 도전해봐 될까요?”
“에?”
이러한 동원의 물음에 소현이 계속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옆에 있던 여성 MC가 그의 팔을 살짝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어머, 동원 씨 지금 이 소현 씨한테 작업 거시는 건가요?”
“하하, 어떻게 아셨어요.”
“어머, 이번에 찍으신 영화가 멜로라더니 너무 부드러워지셨네요.”
“들켰네요. 사실 멜로 영화는 처음인데, 한번 찍어보니까 여심이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고요.”
김 동원은 기분 좋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영화 홍보했다. 그리고 이처럼 화제가 영화로 넘어가자, 소현은 그제야 부드럽게 웃으며 어깨에 힘을 뺄 수 있었다.
‘깜짝 놀랐네.’
설마하니 김 동원의 대시를 받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란 건, 그의 대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설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그 분에게서 호루라기를 받았을 때가 더 설렐 지경이었다.
‘……아.’
가만히 그 때를 떠올리자, 가슴이 세차게 쿵쿵 뛰었다.
이 감정에 당황한 소현은 잠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게, 눈앞에서 그 분의 모습이 아른거렸기 때문이었다. 비록 가면을 쓰고 있기는 했지만, 체형이라던가 체취는 선명하게 기억되어 있었다.
‘나 설마…….’
쿵쿵 뛰는 심장을 오른손으로 꾸욱 누르는데, 불현듯 여성MC가 소현을 불렀다.
“이 소현 씨,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그 말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소현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아, 네.”
이 말과 동시에 고개를 들어 올린 소현은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순간 카메라 렌즈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봐도 반할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동시에 이런 자신의 모습을 그 분이 보실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다시금 세차게 뛰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현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저희 마물 사냥꾼은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들을 지키기 위해서 온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 밝힌 대로 마물의 목적은 인류의 몰살입니다. 그런 만큼 이것은 결코 놀이가 아닙니다. 그러니 다들 경각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여기까지 말한 소현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곧 입을 열었다.
“응원해달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악의적인 글은 삼가주세요. 잘 못을 했다면 비난을 받겠습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친 비난은 더 이상 비난이 아닙니다.”
소현은 지금 이 시간, 방송을 보고 있을 채원이를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그것은 살인입니다.”
그렇다, 살인이었다.
한 채원은 다른 마물 사냥꾼들과는 입장이 판이하게 달랐다. 만약에 채원이가 마물 사냥꾼을 그만두게 된다면 그 즉시 마물 사냥꾼이 되기 이전의 상황을 돌아가게 된다.
즉, 불치병을 얻은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예정대로 얼마 살지 못 하고 죽을 것이 분명했다.
이것이 살인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소현은 진심으로 호소했다.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처럼 소현이 고개까지 숙이며 부탁하자, 잠시 스튜디오가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MC가 박수를 치며 소현의 고개를 들게 했다. 그리고 좋은 말로 소현의 의도를 설명하고는 방송을 끝마쳤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까지 하고나자 비로소 방송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현은 한결 마음이 편해진 것을 느끼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 때 여성 MC가 소현의 곁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잘 말씀하셨어요. 사실 좀 약한 감이 없잖아 있긴 한데……. 뭐, 이랬는데도 악플 달면 죄다 고소해버려요! 솔직히 말해서 요즘에는 다들 고소하고 그러잖아요.”
그 말에 소현은 쓰게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녀도 전부 다 고소하고 싶었다. 하지만 채원이가 싫다는데 제 3 자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여성 MC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남성 MC와 함께 김 동원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두 MC는 생방송을 아주 잘 마친 것 같다며 자축을 벌였다. 실제로 나중에 찾아온 PD가 함박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실검 1위까지 했다며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덧붙여 회식을 하자고 말을 꺼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소현은 곧바로 채원이를 찾아갈 예정이었기에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에 MC를 비롯한 PD가 무척이나 아쉬워했지만, 억지로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이리 말한 소현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갈 때처럼 방송국에서 내어준 차량을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 때, 김 동원이 소현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저기 소현 씨.”
“네?”
설마하니 김 동원이 자기를 붙잡을 줄은 몰랐기에 소현은 적잖게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남자친구 없으시다고 하셨죠?”
“아, 네.”
“제가 도전해봐도 될까요?”
그 말과 동시에 동원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이에 소현은 잠시 그가 내민 스마트폰과 그를 번갈아보았다.
‘옛날이었다면…….’
틀림없이 꺅꺅대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었을 것이 분명했다.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별달리 흥분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김 동원이 남자로 끌리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소현의 머릿속에는 그 분만이 가득차 있었다.
차라리 그 분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아.’
다시금 가슴이 쿵쿵 뛰었다.
옛날, 자신이 마물 사냥꾼이 되기 이전에 김 동원을 보았을 때처럼 말이다.
‘그렇구나.’
소현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어째서 김 동원에게 끌리지 않는지를 말이다. 아니, 김 동원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남성에게도 안 끌리고 있었다. 단 한 명만 빼고 말이다.
‘……난 그 분에게 반한 거구나.’
========== 작품 후기 ==========
어색하더라도 재밌게 봐주세요! 제가 언제 방송국에 가봤겠습니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