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19화 (21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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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끝마친 우리는 평소 가던 공원이 아닌 어느 한적한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 목표를 1세대 아이돌의 노래를 암기하는 것으로 정한 만큼 당장 춤을 추고 노래를 부는 식이 아닌 핑클, SES, HOT, 젝스키스 등의 노래를 들으며 익숙해지는 게 선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노래 좋다.”

“옛날 노래가 더 좋은 거 같아.”

은하와 지현이는 이어폰을 하나씩 꽂고서 감탄을 연발했다. 반면에 예은이는 홀로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감상하고 있었다. 다들 나름의 방식으로 노래를 암기하고 있었다. 반면에 나는 하는 일 없이 커피를 홀짝거리며 마시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물 사냥꾼들한테 이번에 얻은 장비를 나눠줘야 될 텐데…….’

아무래도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나는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싶어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는데, 또다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이에 고개를 번뜩 치켜든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구지?’

혹시나 싶어서 예은이와 지현이 그리고 은하의 동태를 살펴보았지만, 세 사람은 노래를 듣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조심스럽게 카페 안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카페 안도, 이전의 식당과 마찬가지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는 손님들 밖에 없었다.

‘그럼…….’

천천히 숨을 들이켠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

하지만 창 밖, 어디에도 나를 주시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길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시선이 느껴졌던 곳을 가늠해보았다.

하지만 좀처럼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찝찝하네.’

평소라면 가볍게 무시했었겠지만, 지금은 에나의 일이 겹친 상태였다. 안 그래도 마음이 뒤숭숭한데 오묘한 시선까지 느껴지니 도저히 무시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응?’

그런데 그 때, 내 눈에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보였다.

묘하게 눈에 익은 승용차였다.

‘그러고 보니 저 승용차, 내가 식당에서 밥 먹을 때 길가에 서있지 않았던가?’

물론 단순히 우연일수도 있었다. 아니면 비슷한 승용차라던가 말이다.

‘……아니야, 닮은 건 아니야. 분명히 저 차였어.’

그렇다면 우연인가? 아니다. 우연일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저 차, 내가 빌라를 나와서 은하와 함께 약속했던 장소로 갈 때까지 붙어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밖에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뒤쫓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 누구지?’

순간 심장이 쿵쿵 뛰었다.

‘……설마 꼬리가 밟힌 건가? 내가 마물 사냥꾼의 배후라는 게 밝혀진 건가?’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CCTV는 모두 현주가 수거했었다. 그런 이상 에나와 함께 있던 사람이 나였다는 사실이 밝혀질 리가 없었다.

물론 재래시장에서 우리 모습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시선이 에나 쪽으로 향해있었기 때문에 내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실제로 나를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도 단순히 나를 평범한 청년이었다고 지칭했으니 말이다.

더욱이 단순히 외관만 가지고 내 개인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무슨 과학 수사대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니 즉, 사람들이 백날 찾아봐도 에나와 함께 있던 남자가 나였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없었다.

설혹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 떼면 되는 일이었다.

‘그럼 저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의 목적은……. 내가 에나와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납득이 되었다.

‘……그럼 기자?’

어쩌면 정부 관계자일수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나갈 필요는 없어보였다.

애당초 정부 관계자가 나를 조사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물론 가끔씩 상식 이하의 일을 저지르는 정부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개 시민에 불과한 나를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더욱이 감시라니……. 내가 무슨 범죄자도 아니고 말이다.

‘일단은 놔둘까? 어차피 내가 들킬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저들이 몇 달이고 계속해서 나를 감시한다면?

특히나 저번처럼 마물 사냥꾼들만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가 에나를 불러낸다면 저들이 그 장면을 목격할 가능성도 있었다.

“…….”

이래저래 곤란하다.

‘조교를 해야 하나.’

물론 저 승용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남자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에 그렇다고 한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방법 중에는 고블린을 소환한 뒤에 마물의 출현으로 위장해서 상대를 죽이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최악, 최후의 방법이었다.

“후…….”

가볍게 숨을 내뱉은 나는 스마트폰을 집어든 뒤에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물론 이 때, 은하네들이 날 의심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메시지를 확인하듯 평범하게.’

나는 급하지 않게,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며 조교 대상 지정을 눌렀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7’입니다.]

[반경 500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여성들만 조교할 수 있습니다.]

[조교 할 여성을 골라주세요.]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여성이 존재합니다.]

[목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 물음에 나는 아니요를 눌렀다. 내가 원하는 것은 500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대상을 검색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자 혹은 정부 관계자.’

물론 저 차량에 타고 있는 사람이 민간인일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애당초 저 정도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민간인이 무엇 하러 나를 관찰한다는 말인가? 웃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

여하튼 500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대상은 검색하자, 곧 여러 여성들의 정보가 화면에 나타났다. 동시에 빠르게 대상이 추가되었다가 빠지기도 했다. 아마도 500미터 밖으로 벗어난 사람과 들어온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1분 정도 기다리는 걸로 유동인구를 체크하고는 고정되어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혜정]

[나이 : 21살]

[직업 : 커피숍 아르바이트]

[개인 능력치 : 자세히 보기]

[신 지혜]

[나이 : 23살]

[직업 : 대학생]

[개인 능력치 : 자세히 보기]

[유 이정]

[나이 : 27살]

[직업 : 취업 준비생]

[개인 능력치 : 자세히 보기]

“…….”

500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여성들을 검색하는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 대상이 꽤나 많았다. 나는 하나하나 넘기며 기자 혹은 정부 관계자라는 직업을 가진 여성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꽤 목록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남자?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로 민간인?’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목록을 넘기는데 불현듯 내 눈에 낯익은 여성의 이름이 들어왔다. 그것은 지현이나 예은이, 은하의 이름이 아니었다. 애당초 이 세 명의 이름은 처음부터 확인했으니 말이다.

‘……하?’

[이 현주]

[나이 : 31살]

[직업 : 대한항운 부사장 (임시) : 자세히 보기]

[개인 능력치 : 자세히 보기]

스마트폰 화면에 떠오른 사람의 이름은 다른 누구도 아닌 현주였다.

‘왜?’

나는 한동안 멍청하니 현주의 이름을 바라보았다.

‘……현주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애당초 현주는 내가 그 가면을 쓴 남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모른다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나는 이윽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CCTV를 회수한 건, 현주잖아.’

물론 아랫사람들을 시켜서 회수시켰겠지만, 현주가 그 CCTV를 보지 않았을 거란 보장은 그 어디에 없었다. 그러니 현주는 틀림없이 내가 에나와 함께 돌아다니던 모습을 보았을 게 분명했다.

심지어 나는 현주에게 뒷정리를 명령하면서 내가 마물 사냥꾼을 임명한 그 분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었다.

“하.”

왜 이런 간단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 한 것일까?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순간 내가 바보멍청이처럼 느껴졌다. 아니, 충분히 바보 멍청이였다.

‘이 현주였군.’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었다. 지금 저 고급 승용차에 타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이 현주였다.

‘……어처구니가 없군.’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이 현주를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생각해보다가 이내 직접 만나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단 저 승용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정말로 이 현주가 맞는지 확인한 다음에 결정을 내리는 게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 현주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 물음에 나는 네를 눌렀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곧바로 네를 눌러서 조교의 방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일순 눈앞이 헝클어졌다가 이윽고 카페 안의 풍경이 아닌 오래된 저택 내부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 작품 후기 ==========

노예 주제에 감히 스토커질이라니! 벌을 줘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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