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17화 (21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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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를 끝마친 순간 항상 그래왔듯이 눈앞의 풍경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잠시 뒤, 제자리를 되찾은 풍경이 자취방의 풍경을 만들어내었다. 비로소 현실로 돌아온 것이었다.

가볍게 숨을 내뱉은 나는 얼굴에 씌여져 있는 가면을 벗었다.

“후……. 이걸로 일단락된 걸까?”

비록 완벽하게 끝매듭을 맺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적어도 중간은 갔다고 생각 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원하던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설마하니 고블린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있었을 줄이야.’

내가 생각했던 건, 영락없이 고블린들에게 범해지면서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비는 여성들의 모습이었는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일백 여명의 여성들 중에 무려 팔십 여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고블린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놀랄 놀 자였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었기에 나는 기꺼이 이해해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남자들 중에서도 인어나 거미와 같은 인외 대상에게 끌리는 남자들이 있지 않던가? 그래, 개인 취향이다.

내가 이걸 가지고 구태여 왈가불가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원만하게 잘 해결되기도 했고 말이지.’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서로 웃으며 지내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정기 정산을 확인했다.

[조교에 따른 정기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용자는 현재 3140의 정기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정기의 양 4920)]

“이것도 의외로 짭짤하네.”

비록 조교 단계를 1단계까지 밖에 상승시키지 못 하긴 하지만 일백 여명의 여성을 동시에 조교하니 생각 이상으로 많은 정기가 모였다.

‘이왕에 이렇게 된 거, 랜덤 아이템 상자를 잔뜩 뽑아서 인터넷 검색을 구해볼까?’

아주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나는 그 생각을 떨쳐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아무리 랜덤 아이템 상자가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인터넷 검색이 반드시 나와 줄 거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정기는 아직도 쓸데가 많았다.

‘엘레노아와 마틸다의 레벨을 올려줘야 하고……. 무엇보다도 상납에 대비해야 되니까.’

고개를 절래절래 가로저은 나는 엄지로 확인을 누른 뒤에 던전으로 입장했다. 그러자 일순 시야가 일그러졌다가 이윽고 어두컴컴한 던전 코어의 방이 내 눈에 들어왔다.

[환영합니다, 던전 마스터]

던전 코어는 무척이나 정중한 목소리로 내게 인사말을 건넸다. 이에 나는 알겠다는 의미에서 손짓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엘레노아는 어디에 갔지?”

[던전 마스터의 명령대로 던전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중입니다. 불러드릴까요?]

“음,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지.”

이리 말한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가면을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건…….]

“나중에 엘레노아가 오거든 잘 보관하고 있으라고 그래. 그럼 난 이만.”

이리 말한 나는 곧바로 던전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천천히 시야가 밝아지면서 자취방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이제 이걸로 가면까지 말끔하게 처리한 것이었다.

후련한 마음에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발걸음을 들였다.

그런데 그 때, 스마트폰 화면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에 누군가 싶어서 확인해보니 지현이었다.

[장 지현 : 오랜만에 우리 다 같이 점심 먹어요! 12시에 모입시다!]

상당히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12시라…….’

나는 잠시 시간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11시 9분에 맞춰져 있는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뭐, 괜찮겠지.”

고개를 작게 끄덕인 나는 곧바로 가능하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잠시 뒤, 은하와 예은이도 차례로 가능하다고 메시지를 띄웠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컴퓨터 앞으로 걸음을 옮긴 뒤에 방금 전, 던전 내 조교의 방으로 불러내었던 여성들이 적어놓았던 악플들을 확인해보았다.

“……음, 전부 지워지지는 않았네.”

그래도 내 말에 따라 착실하게 댓글을 지운 사람들도 있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오늘 저녁에 다시 한 번 더 확인해보기로 마음을 굳히고는 컴퓨터를 종료했다. 그런 다음 한껏 늦장을 부리며 현관문을 여는데, 위에서 걸어 내려오는 은하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응?”

“어? 오빠!”

나와 시선을 마주친 은하는 앗! 하는 소리를 내뱉으며 활짝 웃음을 터트렸다. 그저 웃기만 했을 뿐인데, 은하의 주변에서 마치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듯했다.

요새 아이돌 프로젝트를 하더니, 아주 물이 오른 은하였다.

‘아니면 매니저 어플의 영향이라던가.’

뭐,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요 사이에 급격하게 예뻐진 은하였다. 특히나 은하의 목소리는 하루 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아기 새의 재잘거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빠도 지금 가는 거예요?”

“응, 너는?”

“저도요. 우리 같이 가요.”

이리 말하며 내 옆에 서는 은하다. 이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은하와 함께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문득 은하가 빼꼼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빠, 저번에 그거 보셨어요?”

“뭐?”

“마물 사냥꾼이요.”

“아……. 그래, 봤지.”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을 꾹 삼키며 적당히 대답했다. 그리고 이런 내 말에 은하가 두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굉장했죠? 전 그 때, 너무 무서워서 밖에 나가지 못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밖에 나가서 구경할 걸 그랬나 봐요.”

“구경은 무슨? 괜히 휘말리면 골치만 아파지지.”

“그래도요! 오빠는 관심 없어요? 마물 사냥꾼들은 다 예쁘잖아요. 그리고 그 이번에 나온 애플녀도요.”

“애플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 한 나는 고개 갸웃하며 되물었다.

“사과녀요! 서양인이라고 해서 애플녀라고 부르거든요.”

“오……. 그거 괜찮은데?”

확실히 사과녀라는 별명보다 훨씬 더 부르기 편했다. 이렇듯 내가 감탄하자,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마물 사냥꾼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내는 은하다.

그 모습이 마치 슈퍼 히어로를 동경하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를 보는 듯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 풉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지만 은하는 내가 웃거나 말거나 하나도 신경 안 쓴다는 듯이 마물 사냥꾼에 대해서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특히나 복서 출신인 유 지아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보다 더 열성적으로 이야기했다.

“요즘 사람들이 지아느님이라고 부른다니까요? 정말 아까워요. 부상만 아니었으면 세계 복싱 챔피언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을만한 선수였다는데……. 피겨에 이어서 복싱에서도 여성 챔피언이 나올 수 있었던 거잖아요?”

“확실히…….”

실제로 유 지아의 움직임은 평범함을 달리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마물 사냥꾼이 되었기에 그랬던 걸 수도 있겠지만, 다른 마물 사냥꾼인 이 소현과 신 혜진을 비롯한 나머지 두 명이 유 지아와 같은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못 하고 있는 걸 보면 마물 사냥꾼이 되었다고 해서 막 엄청난 신체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오빠는 누가 제일 좋으세요?”

문득 은하가 내게 물음을 던졌다.

“누가 제일 좋냐니?”

“마물 사냥꾼 중에요.”

“음……. 역시 리더인 이 소현 씨가 아닐까?”

“왜요?”

“왜긴? 듬직하잖아.”

“아하, 듬직……. 듬직해서…….”

자그맣게 탄성을 내뱉은 은하는 마치 앵무새마냥 듬직하단 말을 연거푸 되풀이했다.

마치 자기 최면을 걸듯이 말이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서 은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자, 앗! 소리를 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는 은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은하는 제 허리를 똑바로 세우며 입을 열었다.

“……저 어린 애 아니거든요?”

“그래, 그래.”

“아니라니까요!”

“그래.”

“아니래도요…….”

은하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마다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졌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나는 걸음을 옮겨야 된다는 것도 잊은 채로 은하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주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문득 어디선가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뭐지?’

물론 어디까지나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하게 뒤통수가 따끔따끔 거려왔다. 이에 나는 잠시 손을 멈춘 뒤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 그러세요, 오빠?”

그 때, 은하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작게 헛기침을 터트리고는 손을 내려놓았다.

“아무것도 아냐. 자, 얼른 가자. 늦겠다.”

“네.”

이렇듯 이야기를 끝마친 나는 서둘러 은하와 함께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 : 하악! 하악! 주인님, 귀여워! 하악! 하악! 제 머리도 쓰다듬어주세요! 하악! 하악!

김 유현 : 뭐지? 뒤통수가 따끔거리는데?

??? : 하악! 하악! 주인님의 시선에 가버려! 하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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