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 -->
내 인사말이 방 안 가득 울려 퍼지자, 자연스레 모든 여성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몇몇은 내게 호기심을 보였고, 또 몇몇은 두려움을 표시했다. 분노를 표시하는 여성들도 적잖게 있었다. 각양각색. 일백여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만큼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좌우로 벌렸던 양 팔을 천천히 내리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 그만 벌 받을 시간입니다.”
벌이라는 말에 일순 방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벌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당장 여기서 내보내줘!”
“뭐야, 여긴 뭐냐고!”
서른에 가까운 여성들이 내게 달려들려고 하자, 나는 재빠르게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고블린 소환.”
내 말에 따라 마흔 여덟 마리의 고블린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내게 접근하려던 여성들이 하나 같이 경악 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뒷걸음질을 쳤다.
심지어 몇몇 여성은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트리기까지 했다.
“시, 싫어!!”
“꺄아아악!”
“도망쳐!!”
순식간에 방 안은 여성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겁에 질린 여성들은 고블린을 피해 반대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와중에 그나마 생각이 있는 여성들은 방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서 문 쪽으로 다가섰다. 그러나 그 때마다 고블린들이 여성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방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 하도록 막았다.
‘딱 좋군.’
여하튼 여성들이 한곳으로 몰리자, 나는 고블린들로 하여금 포위망을 유지하도록 만든 뒤에 여성들 쪽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그 때마다 여성들은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어떻게든 날 피해 도망쳐보려고 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그녀들은 꽉 막힌 방 안에 갇혀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유일한 탈출구도 고블린들에 의해서 가로막힌 상태였다.
아니, 사실 저 탈출구를 통해 방을 빠져나간다고 하더라도 무사히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거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일단 이 던전 내에는 80여 마리에 이르는 고블린과 아라크네 그리고 코카드리유가 돌아다니고 있었느니 말이다.
쿡쿡, 웃음을 터트리며 여성들 쪽으로 다가서는데 돌연 한 여성이 날 향해 팔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꺄아악! 오지 마! 오지 마!!”
그 외침에 나는 입가를 이죽이고는 그대로 손을 뻗어 여성을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꺄악!”
당연히 여성은 힘없이 내게 이끌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때문에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무릎과 팔꿈치가 바닥에 쓸린 듯이 울긋불긋하게 물들었다.
그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던 나는 이윽고 고개를 돌려서 남은 여성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자, 일단 진정하시죠.”
이러한 내 말에 일순 여성들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저마다 소리치기 시작했다.
“히이익! 싫어!”
“죽기 싫어! 엄마, 허어엉! 어엉!”
다들 난리도 아니었다. 과연 이 여자들이 그토록 험한 말들을 쏟아내던 악플러들이 맞는 지나 의심이 되었다. 실로 한심한 일이었다. 절래절래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칠흑의 지팡이를 소환한 뒤에 땅바닥을 거세게 때렸다.
그러자 따악! 하는 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
“저는 분명히 진정하라고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는 사람은 차례대로 고블린들에게 집어던져드리겠습니다. 아시겠습니까?”
“…….”
이렇듯 내가 선언하듯 말하자, 일순 사방이 조용해졌다.
물론 몇몇 여성들이 여전히 끅끅 울음소리를 내며 흐느끼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었기에 나는 기꺼이 넘어가주었다.
게다가 지금부터는 아주 중요한 일이 남아있었고 말이다.
‘이 여자 이름이 뭐더라?’
나는 방금 전, 내가 잡아당겨서 땅바닥에 넘어트린 여성을 내려다보며 이름을 떠올려보려고 했다. 하지만 일백여명에 달하는 여성을 한꺼번에 소환한 만큼 이름을 떠올리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이에 나는 스마트폰을 꺼낸 뒤에 화면에 나타난 사진과 여성의 얼굴을 대조하며 찾아보았다.
[이 유리 (xpxpfhs)]
[나이 : 20살]
[직업 : 대학생 1학년]
[개인 능력치 : 자세히 보기]
‘이 유리. 대학생.’
스마트폰을 통해서 여성의 이름을 알아낸 나는 천천히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어내며 이 유리를 쳐다보았다.
“이 유리 씨.”
“으, 으으…….”
내 부름에 여성은 두려움에 질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신음성을 내뱉었다. 더불어 그녀의 몸은 사시나무 떨 듯이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몸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그 후, 다시금 스마트폰 쪽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이 유리가 적은 댓글을 큰 소리로 읽었다.
“좆도 못 생긴 년이 다리 벌려서 마물 사냥꾼 됐으면 민폐나 끼치지 말아야지, 존나 나대네. 시발년, 그 좆같은 년 때문에 우리가 뒈질 뻔 했잖아? 마물 사냥꾼 임명하는 사람은 대체 뭐하는 새끼냐? 내가 저 년보다 훨씬 더 잘 싸울 수 있는데 나 안 뽑고 뭐하냐? 혹시 한 채원이 지 애미랑 같이 다리 벌린 거 아냐?”
이 유리가 적었던 댓글을 큰 소리로 읽자, 일순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자신이 어째서 여기로 불려온 것인지, 그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고개를 치켜들며 입을 열었다.
“……대단히 흥미로운 댓글이더군요.”
“나, 나는 모르는 일이야! 모른다고!”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 유리가 발악하듯 크게 소리쳤다.
“말로 모르는 일입니까?”
“그래, 난 모른다고!”
“만약에 확인했는데 사실이라면요?”
“확인해봐! 확인해보라고!”
배 째란 식으로 나서는 이 유리의 태도에 비웃음을 흘린 나는 아이템 ‘최면’을 사용했다.
[아이템 ‘최면’을 대상 ‘이 유리’에게 사용합니다.]
[대상의 수준을 확인합니다.]
[최하로 판단합니다.]
[최면이 1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원하실 때, 최면을 푸시는 것이 가능합니다.]
최면을 사용한 순간, 이 유리의 눈동자가 살짝 풀렸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최면에 걸린 사람의 모습이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스마트폰으로 이 유리의 모습을 촬영하며 질문을 던졌다.
“이 유리 씨, 묻겠습니다. 당신은 마물 사냥꾼 한 채원 씨에게 댓글을 달았습니까?”
“달았습니다.”
“뭐라고 달았죠?”
“좆도 못 생긴 년이 다리 벌려서 마물 사냥꾼 됐으면 민폐나 끼치지 말아야지, 존나 나대네. 시발년, 그 좆같은 년 때문에 우리가 뒈질 뻔 했잖아? 마물 사냥꾼 임명하는 사람은 대체 뭐하는 새끼냐? 내가 저 년보다 훨씬 더 잘 싸울 수 있는데 나 안 뽑고 뭐하냐? 혹시 한 채원이 지 애미랑 같이 다리 벌린 거 아냐?”
내가 처음 했던 질문을 그대로 똑같이 읊는 이 유리다. 더불어 뒤에 서있는 여성들의 얼굴에도 경악이 서렸다. 다들 이제야 현 상황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걸 깨달은 상태인 것이다.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최면을 풀었다. 그러자 곧 한 채원의 표정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어?”
살짝 벙찐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말이다. 보아하니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친절하게 방금 전에 녹화했던 것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윽고 자신이 달았던 댓글을 읽는 자신의 모습을 본 순간, 이 유리는 절망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곧 그녀는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트리며 내 바지자락을 붙잡았다.
“요, 용서해주세요! 잘 못 했어요! 그냥 장난삼아서 올렸던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장난삼아 올렸다는 그 말에 기가 차지도 않았다. 어떻게 장난삼아서 좆같은 년이니 다리를 벌렸냐는 말을 한다는 말인가? 더욱이 채원이는 아직 성인도 안 된 소녀였다.
실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
헛웃음을 터트린 나는 내 바지자락을 붙잡고 있는 이 유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장난삼아서요?”
“네, 네! 장난삼아서 올린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이 유리다. 아무래도 내가 이걸로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태도에 재차 웃음을 터트린 나는 내 바지자락을 붙잡고 있는 이 유리를 쳐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저도 장난삼아서 이 유리 씨를 가지고 놀겠습니다.”
“아, 아아…….”
순간 이 유리의 얼굴이 흙빛으로 얼룩졌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본채 만 채 하며 근처에 있는 고블린에게 말했다.
“데려가서 가지고 노세요. 뭘 해도 용납하겠습니다. 단, 죽이지만 마세요.”
“케르르륵! 주인님의 명령대로!”
이처럼 내가 명령을 내리자, 고블린들은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소리치고는 이 유리의 몸 쪽으로 손을 뻗기 시작했다. 그러자 발작하듯이 팔다리를 흔들며 소리치는 이 유리다.
“싫어! 만지지마! 꺄아아악! 놔! 놓으란 말이야! 아악! 제,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줘! 아아악!”
크게 소리치며 저항해보지만, 고블린의 손힘을 이기기엔 불가능했던 모양인지 이 유리는 결국 고블린들에게 끌려갔다. 그리고는 곧 찌이이익! 하고 옷이 찢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그것에 곁들어서 이 유리의 비명소리도 함께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그 비명 소리를 배경음 삼으며 남은 여성들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억울하신 분, 계십니까?”
========== 작품 후기 ==========
전부 다 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전부 다 하고 싶지만, 독자님들의 멘탈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당히 할 생각입니다!
이 유리는 어디까지나 본보기로 저렇게 만든거니까 걱정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