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12화 (212/599)

<-- [던전] -->

‘이런…….’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대로 재래시장에서 나와 에나의 모습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에나의 외모가 워낙에 출중하다보니 다들 에나의 외모만 기억하고 있을 뿐, 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

더욱이 그나마 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도 대체로 내가 평범하게 생겼다는 것 정도 밖에는 기억하고 있지 못 했다.

‘……이건 불행 중 다행이긴 한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주 안도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나는 에나에 대한 기사를 접은 뒤에 내 정보를 찾아보았다.

-사과녀의 모습이 찍힌 CCTV, 과연 누가 가져갔는가?

-어째서 사과녀를 은폐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목적은?

-사과녀와 함께 있던 남성은 대체 누구인가?

“오…….”

다행히도 현주가 재빠르게 CCTV를 확보한 모양인지, 내 정체를 밝혀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안도의 숨을 내뱉은 나는 다른 기사들도 살펴보았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마물 사냥꾼으로 뽑히게 된 이유는?

-사녀과에 대한 국적을 두고서 각국에서 촉각을 곤두세워……. 일각선 사과녀의 국적에 따라 외국의 개입이 좌우된다고 예상

녹색 보석의 가치가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면서 다른 나라들도 군침을 흘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배가 안 아플 리가 없었다. 비록 마물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한 마리가 떨어트리는 녹색 보석은 무려 석유 1000만 배럴과 동등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었다.

즉, 이번에 오크 10마리를 사냥하면서 대한민국은 석유 1억 배럴을 얻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로 탐나는 에너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때, 에나라는 외국인이 등장했으니 다른 나라에서도 개입할 여지가 조금이나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에나가 자국민이라면 조금이라도 애국심을 자극해서 녹색 보석을 자국에 팔도록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흠…….”

하지만 소위 이런 경우를 두고서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먹는다고 할 수 있었다.

“……어디 한번 백 날 천 날 에나를 찾아봐라.”

비웃음을 흘린 나는 이 다음으로 마물 사냥꾼에 관한 기사를 살펴보았다.

-마물 사냥꾼,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이번 사냥이 위험했던 이유는 한 채원의 실책 탓……. 정부에선 미성년 마물 사냥꾼의 활동을 제지할 법안을 마련 중.

-여성 가족부, 한 채원을 마물 사냥꾼에서 제명시킬 것을 강력하게 요구

-한 채원, 한동안 자택에서 은거를 결정

-마물 사냥꾼의 리더, 이 소현. “조만간 기사회견을 가질 것”

역시나 마물 사냥꾼 쪽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미성년 마물 사냥꾼의 활동을 왜 제지해?”

다만 이것은 의외였다.

아무리 한 채원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미성년 마물 사냥꾼의 활동을 제지한다는 건 말도 안 되었다? 더욱이 이 사람들이 과연 한 채원의 사정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건지나 의문이었다.

물론 내가 따로 한 채원을 만나서 치료술사의 지팡이로 병을 치료해준다면 문제가 해결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치료술사의 지팡이로 치료할 수 있는 상처뿐이었다.

즉, 채원이가 앓고 있는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다는 말이었다. 더욱이 자칫 잘 못 했다가는 내 정보가 세상에 노출될지도 몰랐다

. 안 그래도 이번 일로 위태위태한데, 여기서 더 움직였다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흠.”

짧게 숨을 들이켠 나는 다른 기사들도 살펴보았다.

-마물 사냥꾼은 소중한 인재! 미성년이라고 해서 제지를 가하는 것은 다른 마물 사냥꾼들에게 부담을 가중하는 격.

-과연 정부가 마물 사냥꾼의 인원을 늘릴 수 있는가?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 미성년이라고 해서 무작정 제지하는 것은 불합리

다행히도 한 채원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만 한 채원의 마물 사냥꾼 자격을 박탈해야 된다는 쪽으로 좀 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로는 한 채원이 미성년자라는 점을 들고 있었다.

‘미성년이라…….’

확실히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하지만 본인이 계속하고 싶다는데, 그걸 또 못 하게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실제로 미성년임에도 불구하고 활동하는 가수, 연기자 그리고 프로게이머들도 있지 않는가? 무작정 제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이처럼 인터넷 기사를 살펴보고 있는데, 불현듯 한 채원에게 향하는 악플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런 어린애한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기는 것 자체가 웃긴 일 아님? 다들 제대로 생각해야 됨. 이건 만화나 영화가 아니라 실제임.

-맞음. 마물 사냥꾼 임명하는 사람은 한 채원을 비롯한 김 예지, 신 혜진 자르고 성인으로 바꿔야함

-솔직히 쟤네들이 왜 마물 사냥꾼으로 뽑힌 지 노이해 함. 내가 마물 사냥꾼이면 사과녀인가 뭔가 하는 애보다 훨씬 잘할 텐데 말이야

-마물 사냥꾼으로 뽑혔는데 외모가 저 정도 밖에 안 되면 그냥 자살해야함

-하여간 남자들은 어린 여자만 보면 정신 못 차리지. 정신 차려라

-저런 애를 여신이라 부르는 애들은 대체 무슨 정신일까?

-여신?? 아니져, 여쉰!! 쉰네난다.ㅋㅋㅋㅋ

-저게 예쁘냐? 마물 사냥꾼으로 외모도 바뀌었을 텐데 저 정도면 진짜 못 생긴 거임

악플은 한 채원의 마물 사냥꾼 자격을 박탈해야 된다는 이야기에서 점차 외모에 대한 비아냥거림으로 이어졌다.

-병신 같은 년이네. 저딴 년이 왜 사는지 몰라. 그냥 병원에서 뒈졌으면 오죽 좋아?

-부모가 병신인가? 애새끼가 병신이네. 또라이 같은 년. 저딴 년은 그냥 거기서 죽어야했음. 솔직히 말해서 내가 마물 사냥꾼 했으면 진작 처리했다ㅋㅋㅋ

-민폐도 상민폐네. 진짜 심각하다. 저런 게 마물 사냥꾼이라고 ㅉㅉ 그냥 자살하는 게 답인 듯

심지어 몇몇은 인신공격까지 하고 있었다.

“미친.”

정도가 넘어가는 악플에 나도 모르게 그만 욕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채원이가 못 생겨?’

한 채원의 과거 사진은 나도 찾아봤다.

솔직히 말해서 엄청 귀여웠다.

오랜 시간 투병 생활을 한 탓에 몸의 성장이 더디긴 했지만, 새하얀 피부라던가 투병 와중에도 환하게 웃던 미소는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절벽에 가까운 그 가슴은 실로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미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게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여신이 못 생겼다고?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이것들을 그냥 콱.”

으득, 이를 간 나는 지금 당장에 이 악플을 쓴 여자들을 찾아내서 벌을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방법이 없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이리 생각하며 화를 삭이는데,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스마트폰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이에 나는 스마트폰을 집어든 뒤에 알림문구를 확인했다.

[축하합니다!]

[고블린 57마리를 던전의 일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현재 던전 인원 (102/200)]

[축하합니다!]

[던전 코어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현재 던전 코어의 레벨은 ‘5’입니다.]

[던전의 방을 조교의 방으로 개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정한 여성을 조교의 방이 아닌 던전의 방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던전의 방을?”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흥미를 잃고 말았다.

“……방이 있으면 뭐해? 악플 쓴 여자들을 데려올 수 없는데.‘

아쉬움에 혀를 내두른 나는 확인을 누른 뒤에 알림문구를 종료했다. 그런 다음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려는데, 하단에서 반짝반짝 거리고 있는 출석 체크 보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러고 보니 출석 체크 보상을 수령 안 했구나.”

아직 기사들을 확인하는 중이긴 했지만, 마침 스마트폰을 집어 들기도 해서 출석 체크 보상을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인터넷 검색(1회)’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조교 할 여성을 인터넷 페이지에서 찾아냅니다. 단 이 때, 웹페이지는 1페이지로 한정됩니다.]

“헛!”

출석 체크 보상을 획득한 순간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순간, 내가 정말로 원하는 아이템이 딱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나는 곧바로 아이템 ‘인터넷 검색’을 사용하려다가 잠시 손을 멈추었다.

“……잠깐, 하기 전에 던전의 방부터 바꿔야겠지.”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알림문구를 종료한 뒤에 서둘러 현관으로 걸음을 옮겨 신발을 신었다. 그 다음, 던전으로 이동하자 잠시 눈앞이 일그러졌다가 이윽고 환하게 밝아지며 어두컴컴한 던전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더불어 던전 코어와 나란히 서있는 엘레노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님?”

깜짝 놀란 목소리로 나를 부른 엘레노아는 그것도 잠시, 폴짝 뛰어 내 품에 안겼다.

“……혹시 상 주시러 오신 건가요?”

“그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중요한 일이요?”

엘레노아의 물음에 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잠깐 그 전에 가면 좀 주시겠습니까?”

“가면이요?”

“네, 혹시 안 가지고 계십니까?”

“안 가지고 있어요.”

“좋습니다. 그럼 역소환 해드리겠습니다. 엘레노아 역소환.”

이리 말한 나는 잠시 엘레노아를 기다렸다가 다시금 소환했다. 그러자 이전에 내가 줬던 가면을 들고서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엘레노아가 내미는 가면을 건네받았다.

그 후, 나는 던전 코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다급히 고개를 조아리며 입을 여는 던전 코어다.

[어서 오십시오, 던전 마스터.]

“너 인사가 늦다?”

[아, 아닙니다. 잠시 시기를 놓쳤을 뿐입니다.]

뻘뻘 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해하는 던전 코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허공에 둥둥 떠있는 던전 코어의 본체를 어루만지며 질문을 던졌다.

“던전 코어, 이제부터 여기에 조교의 방을 만들 수 있지?”

[그렇습니다.]

“좋아, 어떻게 만들면 되지?”

[던전 내부 지도를 열람하신 뒤에 조교의 방을 지정하시면 됩니다.]

“지정하고 나면 끝?”

[그렇습니다. 추후에 던전 마스터가 여성을 이곳으로 부르셨을 때, 자동적으로 던전 내에 지정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딱 좋네.”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인 나는 곧바로 던전 내부의 지도를 열람한 뒤에 안쪽 깊숙한 곳을 조교의 방으로 지정했다.

그런 다음 엘레노아에 가볍게 키스해준 나는 좀 있다가 보자는 말과 함께 현실로 돌아갔다.

“……후후후.”

아무래도 행운의 여신이 나를 굽혀 봐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입가를 이죽인 나는 곧바로 아이템 ‘인터넷 검색’를 사용했다. 그러자 곧 스마트폰 화면에 현재 내가 열어둔 인터넷 창이 떠올랐다.

[아이템 ‘인터넷 검색’으로 지정한 인터넷 페이지를 선택해주세요.]

이 말에 나는 지체 없이 한 채원을 욕하는 악플이 가득 달려있는 인터넷 페이지를 선택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스마트폰 화면에 수많은 여성의 이름이 나열되었다. 더불어 이름 옆에는 아이디도 나타났다.

[신 지우 (skfkdhfh2)]

[나이 : 28살]

[직업 : PC방 아르바이트]

[개인 능력치 : 자세히 보기]

[이 신혜 (vnfmsqhd)]

[나이 : 21살]

[직업 : 재수생]

[개인 능력치 : 자세히 보기]

“좋아.”

간만에 산뜻하게 미소를 지은 나는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수위가 높은 악플들을 추려내어 조교 대상에 집어넣었다. 주로 인신공격이나 부모를 욕하는 악플 그리고 아예 대놓고 욕설을 하는 악플들만 골랐다.

특히나 한 채원이 마물 사냥꾼으로 뽑힌 건, 다리를 벌린 덕분이라고 욕하는 건 가차 없이 조교 목록에 포함시켰다.

‘제대로 알지 못 하면서 욕하기는.’

쯧쯧, 혀를 찬 나는 일백 명에 가까운 악플러를 조교 목록에 포함시켰다.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였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숫자를 줄여야 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인터넷 검색이 1회성 아이템인 만큼 여기서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굳혔다.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기에는 지정된 여성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조교의 방이 아닌 던전의 방으로 자동적으로 이동됩니다.]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던전의 방으로 이동할 거냐는 물음에 나는 손에 들려있는 가면을 얼굴에 쓴 뒤에 네를 눌렀다. 그러자 일순 눈앞이 어지러워졌다가 이윽고 천천히 환하게 밝아지더니, 일백에 달하는 여성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꺄아아악!”

“여, 여긴 어디야!”

“뭐야 이건!”

던전 내의 조교의 방으로 불려진 여성들은 좀처럼 현재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모양인지,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리를 빽빽 지르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은 기절이라도 한 것처럼 쓰러져 있었고, 또 몇몇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개판이네.’

나는 일백 명의 여성들을 차분히 훑어보았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목욕을 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알몸으로 거품을 묻히고 있는 여성부터 시작해서 정장을 입고 있는 여성 그리고 잠옷차림의 여성, 편한 활동복을 입고 있는 여성까지……. 실로 다양한 여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저, 저 사람 누구야?”

“남자야. 저 남자…….”

그러던 중에 몇몇 여성들이 겨우 내 존재를 인지한 모양인지,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양 팔을 좌우로 펼치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악플러 여러분.”

========== 작품 후기 ==========

공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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