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11화 (211/599)

<-- [던전] -->

“코카드리유 씨.”

“쌔애액.”

내 부름에 코카드리유는 평소와 같이 혀를 낼름낼름 거리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이 조금은 섬뜩하면서도, 은근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라고 해야 될까? 어째서 사람들이 파충류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것인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여하튼 나는 내 품에 안겨있는 엘레노아를 바닥에 내려놓은 뒤에 코카드리유 쪽으로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방을 배정해드리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이리 말하며 몸을 비켜서는데, 돌연 코카드리유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왜 그러십니까?”

“쌔애액. 쌔애액.”

녀석은 자그맣게 울음소리를 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더불어 길쭉한 주둥이로는 땅바닥을 가볍게 파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이내 입을 열어 물었다.

“혹시 여기가 마음에 드시는 겁니까?”

“쌔액! 쌔액!”

내 물음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코카드리유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마음에 든다는 듯이 말이다. 이에 나는 잠시 방 주변을 돌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기는 던전 입구와 무척이나 가까이 붙어있는 방입니다. 만약에 적이 던전 내에 침입해온다면 여기가 가장 먼저 공격을 받게 될 겁니다”

“쌔애액! 쌔액!”

우려 섞인 내 말에 코카드리유는 대차게 콧방귀를 뀌며 노란색 눈동자를 깜빡였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걱정 말라는 걸로 보였다.

실제로 코카드리유는 소피아가 이끄는 리자드맨 부대를 패퇴시키기까지 했다. 그런 이상, 코카드리유가 던전 내에서 가장 강한 전력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니었다.

‘거기다가 마정석 파편도 먹은 상태니까.’

코카드리유를 전방에 배치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그럼 이 방을 코카드리유 씨에게 넘겨드리겠습니다.”

“쌔애액! 쌔애액!”

이처럼 내 허락이 떨어지자, 코카드리유는 크게 기뻐하며 자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새끼 코카드리유에게 무어라 명령을 하더니, 던전 곳곳에 점액 같은 것을 뿌리게 만들었다. 보아하니, 이곳을 자기가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 생각인 듯이 싶었다.

이를 짐작한 나는 코카드리유가 편하게 방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주인님, 주인님.”

그런데 그 때, 엘레노아가 내 오른팔을 꽉 끌어안으며 나를 불렀다. 이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대뜸 고개를 내밀며 내 입술에 쪽 입술을 맞추는 엘레노아다. 그리고는 배시시 웃음을 터트린 그녀는 마치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처럼 새빨간 입술을 오물거렸다.

“……이렇게 단 둘이 남게 되었는데, 또 한 번 하지 않으실래요?”

그 달콤한 속삭임에 일순 마음이 동하긴 했지만, 나는 그것을 애써 참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엘레노아가 해달라고 할 때마다 해주면 버릇이 나빠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엘레노아와 관계를 가질 때마다 조금씩 내가 가진 정기가 소모된다.

그런 이상 아무런 대책도 없이 엘레노아에게 정기를 퍼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에 하죠.”

“아잉, 다음에 말고요.”

“다음에요.”

딱 잘라 말한 나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러자 곧 화면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라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엘레노아가 당신의 정액에 만족합니다.]

[엘레노아의 호감도가 3 상승했습니다.]

[100의 정기를 빼앗겼습니다. (누적 정기의 양 2680)]

[엘레노아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코카드리유에게 방을 배정해주었습니다.]

“오…….”

간만에 엘레노아의 레벨이 상승했다는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이에 나는 곧바로 엘레노아의 정보 정보를 열람해보았다.

[이름 : 엘레노아]

[종족 : 서큐버스]

[레벨 : 7]

[등급 : Normal]

[보유 스킬 : 유혹, 정기 흡수(+2), 생기 흡수(+1), 성노예(+2)]

[보유 아이템 : 없음]

[보유 장비 : 가면, 매혹의 채찍(R)]

[호감도 : 70]

[충성도 : 50]

‘엘레노아의 레벨도 슬슬 올려놓을까?’

충성도가 50이란 게 다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 만큼 호감도가 높으니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엘레노아가 나를 배신할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게다가 낮은 충성도는 장비로도 충당할 수 있으니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마물 사냥꾼들의 장비로 한번 싹 갈아엎어줘야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마물 사냥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는 몇몇 개를 제외하곤 대다수가 노말 등급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여기서 더 심각한 건, 제대로 된 보호 장비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오크들에게 윤간당할 뻔 했었던 이 소현은 이렇다 할 갑옷이 없어서 오크의 손짓 한 번에 윗옷이 찢겨나가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만약에 에나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 했다면 이 소현은 그 자리에서 무척이나 지독한 짓을 당했었을 것이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엘레노아와 스마트폰을 번갈아보다가 이내 엘레노아의 레벨 상승을 보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엘레노아 씨.”

“네.”

“저는 이만 돌아가 볼 테니까, 소피아 씨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던전 주변을 잘 경계해주세요. 누가 던전 내로 침입해 들어오지 못 하도록요.”

“아예 주변을 싹 정리해버리는 건 어떨까요?”

두 눈을 반짝이며 의욕을 내비치는 엘레노아의 태도에 나는 슬쩍 웃었다.

일단 의욕이 없는 편보다는 이렇게 의욕이 넘치는 편이 더 보기 좋았으니 말이다.

‘이 근처에는 고블린 밖에 없었지?’

여기서 그 고블린들을 싹 쓸어버리거나 던전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면 꽤 큰 전력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마침 최대 인원도 늘어났으니까.’

이렇듯 생각을 끝마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해주세요.”

“네! 아, 저 근데…….”

“네?”

“상 주실 거죠?”

파닥파닥 검은색 날개를 흔들며 물음을 던지는 엘레노아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여보이고는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물론입니다.”

“정말이죠? 약속했어요! 후훗, 저만 믿으세요!”

이리 말하며 제 가슴을 탕탕 두드린 엘레노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마음이 든든해졌다.

나는 내 손바닥에 닿아있는 엘레노아의 엉덩이를 몇 번 주물럭거리고는 스마트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다음 종료를 누르자, 일순 눈앞이 어두컴컴해졌다가 이윽고 환하게 밝아지며 자취방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1시간 정도 지난건가.”

가볍게 기지개를 켠 나는 흙먼지로 더러워진 몸을 씻기 위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 간단히 샤워를 끝마친 나는 컴퓨터를 틀고 그 앞에 앉았다. 일단 장비 상자를 뽑기 전에 마물 사냥꾼의 동향부터 알아볼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는 김에 에나에 대한 이야기도 살펴보고 말이다.

“……응? 사과녀?”

그런데 그 때, 내 눈에 사과녀라는 검색어 순위가 들어왔다.

심지어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마물 사냥꾼을 제치고 검색어 1위? 그게 가능해?”

고개를 갸웃하던 나는 이내 호기심에 이끌려 사과녀를 검색해보았다.

“……에나?”

놀랍게도 사과녀의 정체는 에나였다.

도대체 왜 에나가 사과녀인가 싶어서 살펴보니, 저번에 등장했을 때 에나가 마물 사냥꾼들을 향해 사과하면서 그 때 사과녀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었다. 물론 원펀걸이라던가 한방녀라는 등의 별명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사과녀라는 별명으로 굳혀진 모양이었다.

“사과녀라……. 잘 어울리네.”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에나에 관련된 기사를 읽어보았다.

[사과녀, 나 홀로 오크를 정리한 뒤에 ‘늦어서 미안하다’며 사과……. 대한민국 국민들 심쿵!]

마물 사냥꾼의 리더, 이 소현이 오크들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처하자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그 때, 사과녀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일순 반전되었다.

사과녀는 이 소현을 구하는 것과 동시에 혼자서 여덟 마리에 달하는 오크를 연달아 쓰러트린 뒤에 늦어서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 누구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환호성을 터트리며 사과녀에게 열광했다.

특히나 사과녀가 사과를 한 직후에 홀연히 사라지는 바람에 더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당장 사과녀에 대해서 알려진 정보는 3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삼거리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것과 어느 남성과 함께 재래시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사과녀의 이름은커녕 국적조차도 알아내지 못 한 상태이다.

때문에 많은 누리꾼들이 그녀를 사과녀라고 부르면서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 작품 후기 ==========

사과녀, 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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