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05화 (20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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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던전으로 귀환한 지금, 소피아와 엘레노아 사이로 묵직한 침묵이 감돌았다.

소피아는 끓어오르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자신의 주변에 서있는 리자드맨은 둘러보았다. 그러자 여기저기 다친 리자드맨과 더불어 서있기도 힘든 듯이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리자드맨이 보였다.

몸이 성한 리자드맨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잠시 여기서 쉰 다음에 마정석 파편을 찾으러 가겠다.”

이윽고 소피아가 입을 열어 말하자, 던전 코어가 꾸벅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시지요. 대상 ‘소피아’]

이렇듯 던전 코어 또한 동의의 뜻을 내비치자, 소피아는 지친 몸을 이끌고서 던전 코어의 방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때, 엘레노아가 소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섰다.

“무슨 짓이지, 엘레노아?”

“쉴 땐 쉬더라도 사과는 하고 가야 하지 않겠어?”

“사과? 필요 없다. 어차피 엘레노아, 너에게 딱히 기대도…….”

“어머나, 그게 무슨 소리니? 착각도 유분수지!”

소피아의 말을 도중에 자른 엘레노아는 마치 약을 올리듯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과는 건방진 인간 꼬맹이, 네가 해야지.”

“내가?”

엘레노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쳐있던 소피아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소녀는 잠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엘레노아를 쳐다보다가 이내 입술을 파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이해할 수가 없군. 어째서 내가 네게 사과를 해야 되는 거지? 배신은 엘레노아, 네가 하지 않았더냐!”

“배신? 내가?”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한 엘레노아는 이내 호호 웃으며 오른손으로 자기 입을 가로막았다.

“……”

그 가식적인 태도에 소피아는 지금 당장에라도 리자드맨에게 명령을 내려서 서큐버스를 공격하고 싶단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오히려 자신이 당할 거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자신이 데리고 있는 리자드맨 중에 몸이 성한 리자드맨은 단 한 마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다섯 마리의 리자드맨도 여기저기 피를 흘리며 지친 기색을 내비쳐보이고 있었다.

“…….”

애써 화를 가라앉힌 소피아는 엘레노아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이윽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년이…….’

현재 엘레노아는 살아남은 아홉 마리의 리자드맨을 모조리 죽이고 싶어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모든 목적은 이룬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상 구태여 리자드맨들을 던전에 남겨두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엘레노아가 이전에 한번 밝혔었다.

‘모두라고? 잠깐……! 누구 마음대로 던전의 일원을 늘리겠다는 거야? 주인님께서 그걸 허락하실 것 같아?’

‘우리가 리자드맨들을 이용해서 마정석 파편을 모아온다면 당연히 기뻐하지 않으시겠나?’

‘그, 그거야 그렇겠지만…….’

‘그리고 마왕님께서 리자드맨들을 마음에 안 들어 하신다면 그 때 가서 내쫓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엘레노아?’

엘레노아는 처음부터 리자드맨들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목적을 이룬 엘레노아가 무슨 행동을 취하려고 할까?

답은 하나 밖에 없었다.

던전 마스터가 눈치 채기 전에 리자드맨들을 모조리 처리하는 것이었다.

‘……비열한 년.’

소피아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애써 가라앉히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엘레노아가 깔깔 웃음을 터트리며 소녀의 앞에 딱 섰다.

“왜 고개를 돌리는 거야? 계속 지껄여보렴, 건방진 인간 꼬맹아.”

“…….”

“누가 배신했다고?”

“그만 두지.”

계속되는 시비에 소피아가 눈썹을 치켜들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 태도에 엘레노아는 살짝 호들갑을 떨며 입을 열었다.

“어머나, 무서워라. 잘하면 한 대 치겠네? 물론 능력이 돼야겠지만 말이야.”

“엘레노아!”

그 말에 참다 못 한 소피아가 크게 소리쳤다. 이에 엘레노아는 자그맣게 탄성을 터트리며 소녀의 턱을 붙잡았다.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도록 말이다.

“왜? 열 받아? 그럼 덤벼봐.”

엘레노아는 마치 건수를 잡은 건달처럼 계속해서 소녀를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 도발에 소피아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 깔았다.

“……인간 꼬맹아, 계속 그렇게 입만 꾹 다물고 있을 거야? 응?”

“…….”

소피아의 심기를 살살 긁어대는 엘레노아의 말투에 소녀의 아랫입술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어찌나 세게 깨물었던지, 빨갛게 핏물이 배어나올 정도였다.

“어머, 애 좀 봐. 어지간히도 분한가봐?”

그 모습에 엘레노아가 재차 깔깔대며 웃음을 터트리자, 소피아의 눈초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피아는 다시금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여기서 화를 내면 안 되었다.

그랬다간 정말로 소녀가 데리고 있는 리자드맨들이 몰살당할 테니 말이다.

‘사과해야해.’

하지만 막상 사과하려고 하면 말문이 턱 하고 막혀왔다. 서러움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서, 엘레노아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사과하지 않으면, 리자드맨들이 몰살당할 게 틀림없었다.

물론 사과를 한다고 하더라도 서큐버스가 여기서 그만둬줄 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리자드맨들이 살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았다.

소피아는 울컥 치밀어오는 울음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내가 잘 못 말했다. 그대는……. 배신을 하지 않았다.”

“…….”

이처럼 소피아가 사과하자, 엘레노아의 입술이 딱 멈추었다. 그리고 그 틈에 소피아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남은 리자드맨을 살려주었으면 한다. 아니면 적어도 던전 밖으로 내보낼 수라도 있게 해다오. 부탁이다.”

“흐음…….”

엘레노아로서는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일단 던전 밖으로 내보낸다는 것은 던전의 일원에서 추방시킨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조건에 잠시 고민하던 엘레노아는 이윽고 결정을 내린 듯이 옆으로 물러서며 입을 열었다.

“……좋아, 그렇게 해주지.”

“고맙다.”

그 말에 소피아는 안도하며 재차 고개를 조아렸다. 비록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긴 했지만, 리자드맨을 무사히 살릴 수 있다는데서 안도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뒤쪽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리자드맨의 시선이 느껴졌다.

다들 소피아를 향해 고마움, 존경 그리고 미안함을 보내고 있었다.

비록 지능이 낮다고는 하지만 소피아가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서 감싸주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시선에 소피아는 잠시 눈시울을 붉히긴 했지만 이내 애써 담담하게 미소 지어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 후, 방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한 걸음 내딛는데 돌연 던전 코어가 입을 열었다.

[대상 ‘소피아’ 던전 내에 적이 침범했습니다.]

“적?”

[그렇습니다. 적은……. 방금 전에 상대한 코카드리유입니다. 아무래도 추격해온 모양입니다. 현재 던전 입구에 서있습니다. 더불어 그들의 목적은 리자드맨들입니다. 그들을 내어준다면 순순히 물러날 겁니다.]

“그럴 순 없다!”

그 말에 소피아가 크게 소리쳤다. 어떻게 살린 리자드맨인데, 여기서 코카드리유에게 내준다는 말인가! 소녀는 이를 악 물었다가 이내 천천히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적은? 새끼 코카드리유도 거느리고 있는가?”

[그렇습니다. 개체 수는 100에 달합니다.]

“하…….”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여기에 남아있는 리자드맨 아홉 마리 정도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피아는 다른 해결책을 떠올렸다. 그건 바로 엘레노아를 비롯한 던전 내의 다른 일원들을 이용해서 코카드리유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들이라면……. 적어도 엘레노아라면 수월하게 코카드리유를 처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소피아는 던전 코어를 향해 뒤돌아서며 입을 열었다.

“……적이 던전 내에 침범해 들어온 거라면 던전의 일원들로 막아도 되는 거겠지?”

[던전의 일원으로 코카드리유를 막게 된다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겁니다. 특히 고블린의 피해가 클 겁니다. 대상 ‘소피아’ 합리적으로 생각하세요. 리자드맨 아홉 마리를 코카드리유에게 넘겨주십시오.]

“그럴 순 없다.”

소피아는 사납게 으르렁대었다.

비록 리자드맨과 함께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은 소피아에게 있어서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소피아와 리자드맨들은 감정을 교감하기까지 했다.

그런 만큼 이들의 유대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

특히나 소피아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그렇다면 저 또한 독단으로 해결하겠습니다.]

그 순간, 던전 코어가 보다 큰 빛을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마치 전체 방송을 하듯이 말이다.

[……수호자 ‘엘레노아’에게 알립니다. 현재 던전 내에 적이 침범해온 상태입니다. 적의 목표는 그들이 놓친 리자드맨 아홉 마리입니다. 리자드맨 아홉 마리를 코카드리유에게 넘긴다면 적은 순순히 던전에서 물러날 겁니다.]

이처럼 던전 코어가 선언하듯이 말하자, 일순 엘레노아의 입술 사이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헤에.”

그것은 먹잇감을 눈앞에 둔 맹수의 표정이었다.

엘레노아는 마침 잘 됐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채찍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소피아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이럴 순 없다! 던전 코어, 거짓말하지 마라!”

[대상 ‘소피아’ 아무래도 제가 잘 못 판단 한 것 같습니다. 당신은 던전 대행자로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현 시간부터 대상 ‘소피아’는 더 이상 던전 대행자가 아닙니다.]

“던전 코어!”

[인간은 역시 던전 대행자에 적합하지 않은 생물이었습니다.]

“아……!”

그 말을 들은 순간 소피아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리자드맨을 살릴 수단이 없는 것이었다. 소녀는 자신의 주위에 서있는 리자드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리자드맨들 또한 소피아를 쳐다보았다.

서로가 시선을 마주한 순간 온갖 감정이 서로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그 교감이 미처 끝을 맺기도 전에 던전 코어가 입을 열었다.

[던전 대행자를 새롭게 임명하겠습니다. 수호자 ‘엘레노아’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더불어 현재 가지고 계신 마정석을 입에 물고 계셔주시겠습니까?]

“그렇게 되었네.”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한 엘레노아는 던전 코어의 부탁대로 마정석 하나를 꺼내 입 안에 머금었다. 그러자 곧 서큐버스라는 종족답게 빠르게 마정석의 마력이 체내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막 신체와 융합하려는 찰나 던전 코어가 입을 열었다.

[그만하면 되었습니다. 이 이상으로 입에 물고 계셨다가는 완전히 녹아들 겁니다.]

“해에, 신기하네.”

황금빛 눈동자를 반짝인 엘레노아는 타액으로 촉촉하게 젖어있는 마정석을 입 밖으로 뱉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소피아는 더 이상 서있지 못 하고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로서 완벽하게 대행자의 자격이 박탈당한 것이었다.

[수호자 ‘엘레노아’ 남은 리자드맨들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깔끔하네.”

후후, 웃은 엘레노아는 리자드맨들을 정신 조종하기 시작했다.

“크르르릉.”

“크으윽!”

엘레노아의 정신 조종에 몇몇 리자드맨들이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 모습에 소피아가 번쩍 고개를 치켜들고서 기대를 걸어보았지만, 그것도 잠시 지능이 낮은 리자드맨들은 결국 엘레노아를 이기지 못 하고 결국 그녀에게 복종하고 말았다.

“두 줄로 서봐. 어머, 귀엽네. 이런 기분이었구나.”

엘레노아는 리자드맨들을 두 줄로 세운 뒤에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리자드맨이 너무나도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소피아가 뒤늦게 리자드맨들을 정신을 일깨워보려 했다.

그러나 대행자로서 힘을 잃은 소피아가 엘레노아의 정신 지배를 밀쳐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더욱이 엘레노아는 마족에 가까운 서큐버스였다.

종족부터가 달랐다.

“……건방진 인간 꼬맹아. 그럼 여기서 네가 그렇게나 소중히 여기던 리자드맨이 죽어나가는 걸 얌전히 지켜보고 있으렴.”

이리 말하며 유쾌히 웃음을 터트린 엘레노아는 리자드맨들을 이끌고서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소피아는 이내 제 몸을 일으키며 서둘러 리자드맨들을 뒤쫓아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저 멀리서 아홉 마리의 리자드맨들을 코카드리유에게 넘기고 있는 엘레노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 돼!”

소피아가 다급히 소리쳐 보지만, 코카드리유는 자신에게 넘어온 리자드맨을 흡족하게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쩌억 벌려 리자드맨의 팔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이제 막 팔 한 짝을 뜯어먹으려는 찰나, 무언가 번쩍 하고 날아오더니 그대로 코카드리유의 머리를 때렸다.

펑!

“쌔애애액!”

고막이 멍멍해지는 폭발음과 동시에 코카드리유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동시에 녀석의 손에 잡혀있던 리자드맨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에 코카드리유가 잔뜩 화난 듯이 쌔액쌔액 소리를 지르며 무언가가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더불어 소피아의 고개도 무언가가 날아온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 명의 남자가 서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는 소피아와 엘레노아 그리고 코카드리유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던전의 진정한 주인이 돌아온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먹방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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