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04화 (20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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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지대 안쪽으로 들어서자, 굵은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나무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썩 보기 좋은 장면이 아니었다. 특히나 몇몇 나무들은 불에 탄 것처럼 검게 그을려 있기까지 했다.

소피아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소녀의 눈에 하나의 물체가 들어왔다.

“음…….”

그것은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 짐승의 시체였다.

마치 누군가 소화시키다가 뱉어낸 것처럼 말이다. 그 참상에 눈살을 찌푸린 소피아는 두 눈을 감고서 마정석 파편의 위치를 확인해보았다. 그러자 곧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마정석 파편이 느껴졌다.

‘이번에도 마정석 파편을 삼킨 몬스터인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소피아는 녹아내린 짐승의 시체와 자신의 주변에 서있는 리자드맨들을 번갈아보았다.

‘……어떻게 하지?’

비록 안 좋은 예감이 들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감에 불과했다.

더욱이 소피아가 데리고 온 리자드맨들은 가시 비늘로 한층 더 두꺼운 갑주를 얻은 리자드맨이었다. 그런 이상, 이쪽에서 지레 겁을 먹고서 도망칠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한번 이동할 때마다 던전 코어의 힘이 적잖게 소모되기도 했고 말이다.

“괜찮겠지.”

이렇듯 결정을 내린 소피아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 때, 던전 코어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상 ‘소피아’, 이 늪지대에는 무수히 많은 알들이 모여 있습니다.]

“알?”

[그렇습니다. 이 알들은 마정석 파편을 삼킨 코카드리유가 만들어놓은 알들입니다. 만약 이 알들이 부화하게 된다면 차후 코카드리유와 맞붙게 되었을 때, 큰 위험으로 작용 될 겁니다. 그러니 되도록 모든 알들을 파괴한 다음에 전투를 진행하길 권장하겠습니다.]

“코카드리유?”

[그렇습니다. 코카드리유는 바질리스크의 변종이라 알려져 있으며, 평소에는 작은 도마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하룻밤 만에 그 크기를 2미터까지 늘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입에서 내뿜는 독은 역병을 발생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일반적인 코카드리유라면 쉽게 이기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마정석 파편을 삼킨 코카드리유가 어떤 식으로 변형되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확답을 내어드릴 수 없습니다. 정보가 부족합니다.]

“좋아, 그렇단 말이지. 알았다. 그럼 네 말대로 알들을 처리하면서 이동하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소피아는 다시 늪지대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곧 던전 코어가 말했던 알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이에 소피아는 리자드맨에게 명령을 내려서 알들을 파괴하도록 했다.

콰직! 콰직!

명령을 받은 리자드맨들이 알을 깨부수자, 깨어진 알 속에서 성인 남성의 손바닥만한 새끼 코카드리유 여러 마리가 튀어나와 공격했다.

“쐐애액!”

워낙에 갑작스런 공격이었기 때문에 몇몇 리자드맨들이 새끼 코카드리유에게 물리고 말았다.

그러나 비늘이 날카로운 가시처럼 변해있는 덕분에 새끼 코카드리유들은 리자드맨의 몸을 물기가 무섭게 도로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

이처럼 새끼 코카드리유들이 떨어져나가자, 리자드맨들은 곧장 발로 짓밟아 터트렸다. 그러자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그대로 푸직 소리를 내며 죽어버리는 새끼 코카드리유다.

“계속해서 처리하면서 간다.”

그 광경을 무심히 지켜보던 소피아는 이내 리자드맨에게 명령하며 남은 알들을 처리하도록 했다. 그러자 열다섯 마리의 리자드맨들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며 알들을 깨기 시작했다. 다만 이 때, 새끼 코카드리유에게 물리기는 싫은 모양인지 조심스럽게 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피부가 단단한 비늘에 뒤덮여있다고는 해도 통증까지 안 느껴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여하튼 눈에 보이는 알들을 깨부수며 마정석 파편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돌연 마정석 파편을 삼킨 코카드리유가 방향을 틀어 소피아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말이다.

“전투 준비!”

소피아가 크게 소리치자, 알들을 깨부수고 있던 리자드맨들이 일수분란하게 소녀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키에에엑!”

이처럼 리자드맨들이 소파이의 곁에 모여든 순간 고막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잠시나마 귀가 멍해질 정도로 커다란 소음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삼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코카드리유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녀석은 아주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인지, 빨간색 혀를 정신없이 낼름낼름 거리며 소피아와 엘레노아 그리고 열다섯 마리의 리자드맨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습에는 별다른 위압감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해볼 만하다.’

비록 늪지대에 존재하는 모든 알들을 깨부수진 못 했지만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아는 곧바로 리자드맨에게 지시를 내려서 코카드리유를 공격하도록 했다.

“전투 개시!”

소피아가 크게 소리치며 전투 개시를 선언하자, 열다섯 마리의 리자드맨들이 코카드리유를 향해 용감히 달려들었다.

“크아아아!”

“크워어어!”

이처럼 리자드맨들이 일시에 달려들자, 코카드리유 또한 양 손을 휘두르며 리자드맨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마정석 파편을 삼킨 녀석치고는 그 힘이 너무나도 미미했다. 오히려 가시 비늘을 가진 리자드맨보다도 못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너무 약한데?’

이상함을 느낀 소피아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돌연 녀석이 길게 울음소리를 내며 몸을 잔뜩 웅크렸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늪지대 곳곳에서 쿠르르륵! 쿠르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 소리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소리였다. 이에 소피아는 재빨리 입을 열어 리자드맨들을 불러 모으려고 했다. 그러나 소녀가 미처 지시를 내기도 전에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새끼 코카드리유가 튀어나왔다.

“쌔애액!”

갑작스레 튀어나온 새끼 코카드리유들이 리자드맨의 몸에 찰싹 달라붙더니, 그 크기를 한껏 부풀리기 시작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배를 빵빵하게 부풀리는 것이었다.

“떼어내!”

그 광경에 소피아가 다급히 소리쳐보지만, 새끼 코카드리유는 그보다 더 빠르게 펑!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때문에 새끼 코카드리유에게 붙잡혀 있던 리자드맨들은 속수무책으로 신체의 일부분을 잃고 말았다.

심지어 몇몇 리자드맨들은 머리를 잃고서 죽고 말았다.

‘자폭이라니!’

전혀 생각지 못 한 공격이었다. 당황한 소피아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살아남은 리자드맨들을 세어보는데, 돌연 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코카드리유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마치 자신의 승리를 점치기라도 한 듯이 빨간 혀를 길게 내민 채로 파르르 떨었다.

그 모습에 소피아는 와락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부상당한 리자드맨은 뒤로 빠져라. 시간을 벌어야 한다! 엘레노아, 도와다오!”

이리 소리치며 엘레노아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는데, 서큐버스의 모습이 온데 간데 보이지 않았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소녀의 옆에 서있었는데 말이다. 이에 깜작 놀란 소피아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는데, 돌연 위쪽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건방진 인간 꼬맹아, 어딜 그렇게 쳐다보는 거니? 이쪽이야, 이쪽.”

그 목소리에 고개를 치켜 들어보니, 검은색 날개를 파닥파닥 거리며 하늘을 날고 있는 엘레노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소피아는 잔뜩 화난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리쳤다.

“엘레노아! 지금 뭘 하는 것이냐! 어서 나를 도와다오!”

그 외침에 엘레노아는 마치 소피아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입을 열었다.

“내가 왜 도와줘?”

“뭐……?”

“나는 네 보호자가 아닌 걸?”

“하지만 분명 나와 함께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마정석 파편을…….”

“마정석 파편? 까르르, 마정석 파편은 이미 충분한 걸? 나는 누구처럼 욕심쟁이가 아니란다, 꼬맹아.”

“엘레노아!”

“건방진 인간 꼬맹아, 열심히 발버둥 쳐 보렴. 그럼 혹시 알아? 내가 마음이 변해서 도와줄지?”

엘레노아는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깔깔 웃으며 소피아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에 소피아는 와락 눈살을 찌푸리며 이를 악 물었다.

‘하필 이럴 때…….’

엘레노아의 배신을 염두에 두어두고 있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배신을 당하고 나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 것을 느낀 소피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피아는 차분히 전력을 살펴보았다.

‘……전투가 가능한 리자드맨은 다섯뿐인가.’

이를 악 문 소피아는 어떻게든 남은 리자드맨으로 전투를 속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결단을 내리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쿠르르륵! 쿠르륵!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2차로 새끼 코카드리유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던전 코어!”

이 사실을 눈치 챈 소피아는 재빠르게 던전 코어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대상 ‘소피아’]

“지금 바로 귀환하겠다!”

이러한 소피아의 말에 던전 코어는 곧바로 대답을 내어놓았다.

[대상 ‘소피아’와 수호자 ‘엘레노아’ 그리고 리자드맨 아홉 마리. 확인했습니다. 던전으로 귀환시키겠습니다.]

이 말과 동시에 소피아와 살아남은 리자드맨은 새끼 코카드리유의 습격을 받기 직전에 던전으로 귀한 할 수 있었다.

“쌔애애액!”

그 광경에 코카드리유가 크게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는 마치 냄새를 맡듯이 코를 킁킁 대더니, 이내 소피아가 귀환한 던전이 존재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고개를 돌렸다.

“…….”

코카드리유는 던전이 있는 방향을 주시하며 노란색 동공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다가 돌연 코카드리유의 몸속에 들어있는 마정석 파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격렬한 반응이다.

코카드리유는 자신의 안에서 부글부글 끓는 마정석 파편의 기운을 느끼다가 이내 그것을 폭발시켰다. 그러자 일순 코카드리유의 몸이 환한 빛에 휩싸이더니 곧 2차로 몰려들었던 새끼 코카드리유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 작품 후기 ==========

소피아 : 저 여기서 나갈게요.

코카드리유 님 : 어딜 도망가려고!

소피아 : 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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