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03화 (20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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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와라, 엘레노아. 이 주변에는 보다 많은 리자드맨들이 굶주려있다. 그들을 모두 던전의 일원으로 만들겠다.”

이러한 소피아의 말에 엘레노아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모두라고? 잠깐……! 누구 마음대로 던전의 일원을 늘리겠다는 거야? 주인님께서 그걸 허락하실 것 같아?”

그 물음에 소녀는 잠시 엘레노아를 쳐다보다가 이내 입을 열어 대답했다.

“우리가 리자드맨들을 이용해서 마정석 파편을 모아온다면 당연히 기뻐하지 않으시겠나?”

“그, 그거야 그렇겠지만…….”

“그리고 마왕님께서 리자드맨들을 마음에 안 들어 하신다면 그 때 가서 내쫓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엘레노아?”

“…….”

이렇듯 소피아가 그럴 듯한 말을 늘어놓자, 어느샌가 엘레노아의 불만도 사그라졌다.

“좋아, 그럼 계속 가도록 하지.”

이리 말한 소녀는 곧장 리자드맨과 엘레노아를 데리고서 호수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리자드맨들을 하나둘씩 굴복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숫자가 열다섯 마리가 되었을 때, 던전 코어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대상 ‘소피아’ 이제 충분합니다. 이 이상으로 던전의 일원을 늘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어째서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던전의 인원이 50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그 인원이 가득 찬 상태입니다. 여기서 더 늘어나게 되면 공급에 불균형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인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지? 설마 50으로 고정된 건 아니겠지?”

[물론 아닙니다. 대상 ‘소피아’가 제게 마정석 파편을 주시면 던전의 수용 인원 또한 증가하게 됩니다.]

“그렇군. 그럼 지금부터 마정석 파편을 찾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소피아는 리자드맨 열다섯 마리와 엘레노아를 이끌고서 마정석 파편이 느껴지는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서 웅크리고 있는 리자드맨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뭐지?”

다만 그 리자드맨의 생김새가 여타 다른 리자드맨과 달랐다.

“크르르릉.”

녀석은 사납게 으르렁대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아무리 못 해도 삼 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체구와 더불어 가시를 닮은 날카로운 비늘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저 이렇게 마주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피아는 애써 마음을 다그쳤다.

‘저게 바로 마정석 파편을 먹게 되었을 때의 모습이로군.’

이전에 마왕이 설명해 준 살덩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흉측하다는 측면에서는 같은 맥락이었다. 더욱이 소피아의 눈앞에 있는 괴물 리자드맨에게서 마정석 파편의 기운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던전 코어가 말을 걸어왔다.

[대상 ‘소피아’ 원하신다면 던전으로 귀환시켜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장소로 전송시켜드릴 힘과 대상 ‘소피아’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마정석 파편의 수를 고려해보았을 때, 리자드맨 열다섯 마리 전원 귀환시키는 건 불가능합니다. 리자드맨 전원을 귀환시키려면 이번 마정석 파편을 획득하셔야 합니다.]

그 말에 소피아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필요 없어.”

개인은 집단을 이길 수 없다.

개인의 힘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집단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손으로 하늘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소피아는 던전 코어의 제안을 거절한 뒤에 리자드맨들에게 명령을 내려 공격하도록 했다.

“공격해라.”

소녀의 명령이 떨어지자, 열다섯 마리의 리자드맨들이 용감하게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

“크워어어!”

하나 같이 몸을 아끼지 않고 적을 물어뜯고 할퀴고 붙잡았다. 그러나 마정석 파편을 집어삼킨 리자드맨 역시 그 용맹함에 있어서는 조금도 뒤처지지 않았다.

녀석은 자신의 목과 팔, 다리를 물어뜯는 리자드맨을 손으로 잡아떼어낸 뒤에 집어던지고 내장을 끄집어내었다.

마치 어른 한 명과 어린 아이 열다섯 명의 싸움을 보는 듯했다. 일방적인 전투였다.

그러나 심장과 머리를 부수는 것 이외에는 죽지 않는 리자드맨이었기에 그들은 팔, 다리가 으깨지고 찢겨나가더라도 결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몸을 아끼지 않고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광신도를 보는 것만 같았다.

이러한 그들의 용맹함에 잠시 감탄하던 소피아는 이내 부상당한 리자드맨에게 명령을 내렸다.

“다친 자들은 뒤로 물러나서 회복해라. 그리고 나머지는 시간을 끌어라. 녀석이 지칠 때까지 괴롭혀라. 마무리는 엘레노아가 지을 것이다.”

소피아는 이전에 리자드맨을 설득했을 때처럼 정신을 집중한 뒤에 잔뜩 흥분한 리자드맨들을 진정시켰다. 그러자 다친 리자드맨들이 조금씩 흥분을 가라앉히며 뒤로 물러나 회복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엘레노아는 혀를 내두르며 소피아와 리자드맨들을 번갈아보았다.

‘이 녀석들 정말로 리자드맨이 맞아?’

일반적으로 알려진 리자드맨은 지능이 매우 낮고 호전적인 종족이었다. 때문에 타인의 명령을 잘 듣지 않고, 걸어오는 싸움에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 성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 리자드맨들이 소피아의 명령을 듣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마정석의 영향 덕분이라고는 하지만 놀랍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엘레노아.”

그 때, 엘레노아를 부르는 소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마정석을 삼킨 리자드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가시처럼 날카롭던 비늘은 성한 곳 하나 없이 찢어지고 삼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에서는 검붉은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른과 어린 아이들의 싸움처럼 일방적으로 끝날 거라 생각한 전투는 정 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소피아의 지휘를 받은 열다섯 마리의 리자드맨은 삼 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거대한 리자드맨을 말 그대로 압도한 것이었다.

혀를 내두른 엘레노아는 채찍을 꺼내들며 입을 열었다.

“죽여?”

“죽여라.”

“설득 안 하고?”

“이미 해봤다. 하지만 녀석은 안 된다. 녀석은……. 근본적으로 잘 못 되어있다.”

소피아의 말대로 마정석 파편을 삼킨 리자드맨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녀석은 탐욕스러웠고, 마정석 파편을 끊임없이 갈구했다.

녀석은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흐음……. 뭐, 그렇다면야.”

작게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인 엘레노아는 그대로 미련 없이 채찍을 휘둘러 녀석의 머리통을 으깨버렸다. 그러자 퍼석! 하는 소리와 함께 검붉은 피가 솟구치더니 곧 그 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찾았군.”

소피아는 서둘러 걸음을 옮겨 땅바닥에 떨어져있는 마정석 파편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던전 코어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대상 ‘소피아’ 해내셨군요. 지금 바로 귀환하시겠습니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마정석 파편을 제게 주셔야만 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 주변에 있는 마정석 파편을 모두 손에 넣은 뒤에 귀환하겠다.”

[그래주신다면 저야 좋지요.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이렇듯 결정을 내린 소피아는 그대로 두 눈을 감은 뒤에 근처에 존재하는 마정석 파편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곧 최소한의 이동 경로를 계산한 소녀는 지체 없이 엘레노아와 열다섯 마리의 리자드맨을 이끌고서 마정석 파편을 찾아다녔다.

이 와중에 앞선 리자드맨처럼 마정석 파편을 삼킨 리자드맨과 마주하기는 했지만, 이미 한 차례 전투를 경험한 만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적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호수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마정석 파편을 손에 넣은 소피아는 던전 코어에게 말을 건넸다.

“근처에 존재하는 마정석 파편은 모두 손에 넣었다. 던전 코어, 우리는 귀환시켜라.”

[대상 ‘소피아’와 수호자 ‘엘레노아’ 그리고 리자드맨 열다섯 마리. 확인했습니다. 던전으로 귀환시키겠습니다.]

도합 9개에 달하는 마정석 파편을 손에 넣은 소피아는 던전으로 귀환했고, 던전 코어는 그런 소녀를 달갑게 맞이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대상 ‘소피아’ 자, 그럼 마정석 파편을 제게 주시겠습니까?]

“잠깐 기다려. 그 전에 엘레노아에게 건네줘야 될 게 있다.”

이리 말한 소피아는 아홉 개의 마정석 파편 중에 네 개를 꺼내서 엘레노아에게 건네주었다.

“……약속한 마정석 파편이다, 엘레노아. 이 마정석 파편을 네가 가지고 있다가 마왕에게 직접 건네줘라. 그렇다면 틀림없이 네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녀의 말에 엘레노아는 ‘건방진 꼬맹이 같으니.’라고 구시렁거렸다.

하지만 일단 엘레노아의 목적이 마정석 파편인 만큼 그걸 뿌리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처럼 엘레노아에게 마정석 파편을 건네준 소피아는 던전 코어 쪽으로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제 남은 마정석 파편은 다섯 개다. 이 모두를 원하는가?”

[그렇습니다. 대상 ‘소피아’ 제게는 그 마정석 파편이 필요합니다.]

“만약에 내가 주지 않는다면?”

[전송하는 것이 불가능하겠지요. 당분간은요.]

“그 말은 시간이 지나면 전송이 가능해진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방법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대상 ‘소피아’의 복수를 보다 빠르게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저에게 마정석 파편을 주어 던전의 힘을 늘리는 것이 옳은 선택입니다.]

“옳은 선택인지, 아닌지는 내가 선택해.”

나직이 쏘아붙인 소피아는 자신의 손 안에 들려있는 마정석 파편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이윽고 결단을 내린 소피아는 던전 코어 쪽으로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계속해서 마정석 파편을 찾겠다.”

[옳은 선택입니다. 대상 ‘소피아’]

이리 말한 던전 코어는 곧장 마정석 파편을 건네받은 뒤에 자신의 힘으로 흡수했다. 그리고 이윽고 던전 코어는 보다 환한 빛을 내며 말을 이었다.

[제 힘이 보다 강해졌습니다. 매우 순도 높은 마정석 파편입니다! 인원을 50에서 100으로 늘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한 가지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

[그렇습니다. 리자드맨의 비늘을 가시처럼 날카롭게 변화시켜줄 수 있습니다. 다만 덩치를 크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무척이나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늘이 가시처럼 날카롭게 되는 것은 무척이나 유용합니다.]

“재미있군. 지금 당장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시작할까요?]

“시작해라.”

이처럼 소피아의 허락이 떨어지자, 던전 코어는 소녀 주위에 서있는 리자드맨들을 이리저리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씩 리자드맨들의 비늘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둔하고 딱딱해보이던 것이 매끄럽고 날카롭게 말이다.

[완료되었습니다.]

“빠르군.”

[마정석의 힘이지요. 순수한 마족의 힘. 더욱이 이것을 가졌던 마족은 무한한 마력을 가졌던 고귀한 마왕입니다.]

“무한한 마력?”

[그렇습니다. 그 분은 강하고 아름다우셨으며 동시에 무한한 마력을 다루셨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장 가까이했던 친우에게 배신당해 마정석이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마정석은 모든 마족의 근원. 특히나 그 분이 가지고 계시던 마정석은 무한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수십 억 개로 나뉘어 세계에 뿌려지게 된 것입니다.]

“만약에 마정석 파편을 다 모으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던전 마스터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 또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할 수 있는 건, 던전 마스터는 엄청난 힘을 손에 넣게 될 겁니다. 저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그런 힘을요.]

던전 코어의 말을 가만히 듣던 소피아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언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굉장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그가 어째서 마왕이 아닌 던전 마스터라 불리는 것인지를 알 것만도 같았다.

‘정확히는 마왕의 대행자인가. 아니, 부활?’

하지만 부활시키려는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선했다. 설마 이용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면 그것도 아닌 듯싶었다. 일단 그는 기본적으로 이쪽 일에 무관심했으니 말이다.

천천히 숨을 들이키며 생각을 정리하던 소피아는 이내 엘레노아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엘레노아, 나와 함께 계속 마정석 파편을 찾겠나?”

이 물음에 엘레노아는 손에 들려있는 마정석 파편을 허공에 던졌다 받았다를 반복하다가 이내 대답했다.

“마음에는 안 들지만, 계속 같이 있어줘야겠지.”

이리 말한 엘레노아는 마정석 파편을 주머니 속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소피아는 차분히 두 눈을 감고서 마정석 파편을 찾을만한 위치를 가늠해보기 시작했다.

‘늪지대인가.’

숲에 이어서 호수, 그 다음은 늪지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늪지대가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더욱이 리자드맨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말이다. 그럼에도 소피아는 좀 더 좋은 곳은 없을까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이내 늪지대 쪽으로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이곳으로 하겠다.”

[대상 ‘소피아’와 수호자 ‘엘레노아’ 그리고 리자드맨 열다섯 마리. 확인했습니다. 전송하겠습니다. 행운을 빌겠습니다.]

이렇듯 던전 코어가 전송시키자, 소피아와 엘레노아를 비롯한 리자드맨 열다섯 마리가 던전이 아닌 늪지대로 전송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산등성이 너머로 조금씩 해가 뜨고 있는 모습이 소녀의 눈에 들어왔다.

‘아침인가.’

그 모습을 본 순간, 조금 감회가 새로워졌다.

비로소 자신이 그 끔찍한 곳을 벗어났다는 생각과 동시에 복수의 실마리를 붙잡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소피아는 조용히 아침 해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열다섯 마리의 리자드맨과 시선을 마주했다.

“너희가 인간보다 훨씬 낫구나.”

이리 말한 소피아는 그대로 몸을 돌린 뒤에 마정석 파편이 느껴지는 장소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소피아는 앞으로 두, 세편이면 끝날 것 같습니다.

물론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지만, 되도록 빨리 끝낼 생각입니다.

소피아를 호감형 캐릭터를 돌리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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