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02화 (20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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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목표한 지점으로 전송된 소피아는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방금 전, 자신이 있던 장소와는 전혀 상관없는 어두운 숲 속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주 어둡다고는 할 수 없었다.

비록 희미하긴 하지만 주변 사물이 얼핏얼핏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숨을 고른 소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놀란 눈초리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엘레노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이었니?”

그녀는 정말로 놀랍다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물음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소피아는 두 눈을 감고서 마정석 파편의 위치를 가늠해보았다.

‘아주 가까이에 있어. 그렇게 멀지 않아.’

더욱이 마정석 파편은 이동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 말은 즉, 처음 자신이 마정석 파편을 발견했을 때처럼 땅에 떨어져 있거나 누군가가 손에 쥔 채로 잠을 자고 있다는 말이었다.

실로 운이 좋았다.

[대상 ‘소피아’ 주위에는 별다른 위험이 감지되고 않지 있습니다. 다만 굶주린 짐승들이 당신과 수호자 ‘엘레노아’를 노리고 있습니다. 부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 때, 던전 코어가 소피아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에 깜짝 놀란 소녀는 잠시 눈을 떴다가 이내 입을 열어 질문을 던졌다.

“던전 코어, 지금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건가?”

[물론입니다. 대상 ‘소피아’와 저는 동기화되어 있습니다. 제가 당신을 던전 마스터의 대행으로 인정하고 있는 동안만큼은 저와 당신은 함께입니다.]

“함께……? 재밌는 소리군. 그렇다면 이곳으로 다른 몬스터들도 보내줄 수 있나?”

[가능합니다. 보내드릴까요?]

“아니, 지금은 필요 없어. 일단은 마정석 파편부터 찾도록 하지. 그런데 찾은 뒤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제가 귀환시켜드릴 수 있습니다. 마정석 파편을 찾거든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바로 귀환시켜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마정석 파편을 찾도록 하겠다.”

[대상 ‘소피아’ 행운을 빌겠습니다.]

이처럼 대화를 끝마친 소피아는 엘레노아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엘레노아, 나를 따라와라. 마정석 파편이 있는 장소를 알고 있다.”

이리 말하며 소피아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엘레노아가 뒤에서 ‘인간 꼬맹이주제에 건방지네요!’ 라던가 ‘내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오로지 주인님뿐이라고요? 쳇, 하지만 지금은 뭐 도와드리죠.’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이러한 엘레노아의 말에 소피아는 속으로 수긍했다.

‘알고 있어. 던전 코어도, 서큐버스도 전부 마왕을 위해서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불만이라거나 마왕이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 또한 마왕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을 그 지옥에서 구해준 것은 마왕이었고, 복수의 기회를 준 것 또한 마왕이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소피아도 이들처럼 순수하게 그를 따르고 싶었다.

하지만 순수하게 따르고 싶다는 것 이상으로 복수 또한 하고 싶었다.

그래, 던전 코어의 말대로였다.

비록 마왕에게는 자신의 가문을 모함한 귀족들에게만 복수하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은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었다. 인간이라면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다. 물론 이것이 어린 마음의 복수심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걸 생각하기엔 소피아는 너무나도 어렸다.

천천히 숨을 들이켠 소피아는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마정석 파편이 있는 위치를 찾았다. 그리고 이윽고 마정석 파편이 있는 곳에 다다랐을 때, 늑대 몇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늑대인가……. 엘레노아, 가능하겠나?”

“흥, 그럼 내가 저런 짐승 몇 마리 못 처리할 것 같니?”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엘레노아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는 곧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려있는 채찍을 꺼내들더니 그대로 늑대를 향해 휘둘렀다.

“깨갱!”

쌔액!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든 채찍이 늑대의 머리를 때렸고, 그 채찍에 맞은 늑대는 그대로 저 멀리 날아가며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다른 녀석들도 잠에서 깬 모양인지, 샛노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어머나, 귀엽기도 해라.”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 엘레노아는 자신을 향해 으르렁대는 늑대들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자 이에 깜짝 놀란 늑대들이 황급히 도망쳐보려 했지만, 한번 휘둘러진 채찍은 먹잇감을 추격하는 뱀처럼 빠르게 쏘아져나가 늑대의 머리통을 차례로 으깨버렸다.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세 마리째 늑대의 머리통이 눈 깜짝 할 사이에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굉장하군.”

그 광경에 소피아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설마하니 서큐버스가 이 정도로 뛰어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을 줄 생각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서큐버스는 몽마라고 들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로군.’

조용히 엘레노아의 모습을 지켜보던 소피아는 이윽고 모든 늑대가 정리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정석 파편이 있는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마치 소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늑대 시체 사이로 반짝거리는 마정석 파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던전 코어, 마정석 파편을 찾았다.”

[훌륭합니다. 바로 귀환시켜드릴까요?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다른 지역으로 바로 가겠다. 장소 또한 바로 정하지.”

이 말과 동시에 두 눈을 감은 소피아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륙 지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살고 있지 않을만한 산간 지역을 선택했다.

[탁월하신 선택입니다. 바로 이동시켜드리겠습니다. 대상 ‘소피아’]

이처럼 소피아가 선택을 끝마치자, 던전 코어는 곧바로 소피아와 엘레노아를 이동시켜주었다. 그리고 이윽고 이동을 끝마친 소피아가 두 눈을 뜨자, 이번에는 어두운 숲 속에 아닌 달빛을 받아 환하게 밝혀져 있는 호수의 모습이 보였다.

“좋아, 이동하지.”

주변에 특별한 위험이 없음을 확인한 소피아는 엘레노아와 함께 마정석 파편이 있는 장소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소피아의 눈앞에 무언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에 소녀는 잠시 걸음을 멈춘 뒤에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다.

“그르릉.”

그것은 소피아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생명체였다.

‘리자드맨’

다 큰 성체의 키가 180센티미터에 달할 정도로 큰 체구를 지닌 리자드맨은 온 몸이 딱딱한 비늘로 덮여있는데다가, 생명력까지 강해서 머리나 심장을 부수는 것 이외에 죽일 방법이 없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지능이 매우 낮고 호전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눈앞에 적이 나타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곧장 공격하는 성절을 지니고 있었다. 설령 상대가 자신의 몇 배나 되는 숫자의 적이라도 말이다.

실로 안타까운 생명체라고 할 수 있었다.

“엘레노아, 가능하겠나?”

소피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단 눈에 보이는 리자드맨은 혼자였지만, 언제 어디서 또 나타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리자드맨은 죽이기가 무척이나 까다로운 종족이었다. 잘 못 했다가는 오히려 엘레노아가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소피아의 걱정에 엘레노아는 차게 콧방귀를 뀌며 채찍을 손에 꽉 쥐었다.

“인간 꼬맹이 아가씨. 날 너무 무시하지 마렴.”

이리 말한 그녀는 성큼 한 걸음 내딛으며 리자드맨 쪽으로 다가섰고, 그 모습을 본 녀석이 쌔액! 하는 소리와 함께 양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엘레노아는 살짝 몸을 숙이는 것으로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는 채찍을 휘둘러 리자드맨의 목을 휘감았다.

“쌔액! 캬아악!”

이처럼 채찍에 목이 휘감기자, 리자드맨이 온갖 발악을 하며 이리저리 날뛰었다. 그러나 한번 목에 감긴 채찍은 리자드맨의 발버둥에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옥죄이며 리자드맨의 숨통을 조여 갔다.

그리고 곧 리자드맨의 숨통을 끊으려는 찰나 소피아의 귓가에 던전 코어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대상 ‘소피아’ 리자드맨을 죽이지 말게 해주시겠습니까?]

“엘레노아, 잠깐 죽이지 말고 있어라.”

던전 코어의 부탁에 소피아가 오른손을 들어 말하자, 엘레노아는 잠시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소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리자드맨의 숨통을 조금 트이게 해주었다. 그러자 잔뜩 지친 녀석이 쌕쌕 거리며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대상 ‘소피아’]

“그래, 무슨 일로 죽이지 말라 한 거지?”

[리자드맨은 무척이나 뛰어난 전사입니다. 그러니 그들을 던전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면 보다 수월하게 마정석 파편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대상 ‘소피아’의 복수를 달성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겠지요.]

그 말에 수긍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소피아는 재차 물음을 던졌다.

“좋다. 하지만 대체 무슨 수로 던전의 일원으로 받는다는 것이지? 리자드맨은 지능이 매우 낮은 생명체일 텐데?”

[간단합니다. 현재 대상 ‘소피아’는 마정석의 영향을 받은 상태입니다. 때문에 미약하게나마 마족 흉내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힘으로 리자드맨을 굴복시키시면 됩니다.]

“마족? 내가……?”

[그렇습니다. 정신을 집중하고 리자드맨을 쳐다보세요. 그러면 자연스레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에 소피아는 잠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내 던전 코어의 말대로 정신을 집중한 뒤에 리자드맨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곧 리자드맨으로부터 온갖 감정들이 소녀의 정신으로 넘어 들어왔다.

두려움, 공포, 증오, 분노 그리고 굶주림.

그것을 하나하나 짚어보던 소피아는 곧 리자드맨이 느끼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굶주림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일순 리자드맨의 노란 눈동자가 소피아를 쳐다보았다. 그것이 정말이냐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물음에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리자드맨은 한참 동안 그르렁거리다가 이내 소녀에게 굴복했다.

“어? 이 녀석……. 설마 일원이 된 거야?”

굴복과 동시에 리자드맨의 태도가 온순해지자, 엘레노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며 물었다. 설마하니 리자드맨을 굴복시킬 줄은 꿈에도 몰랐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소피아는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 이제 이 리자드맨도 우리의 일원이다.”

이러한 소피아의 말과 동시에 리자드맨은 소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존경과 경외를 표시했다. 동시에 리자드맨을 통해서 새로운 감정이 전달되었다.

“그르릉.”

그것은 바로 만족감이었다.

========== 작품 후기 ==========

일꾼 다음은 역시 병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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