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01화 (20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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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차고 딱딱한 바닥이 아닌 푹신한 짚단 위에서 자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소피아는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은 채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여자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굉장히 낯설었다.

물론 남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장면이었지만, 소피아나 여자 아이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해가 저물고 난 뒤에는 용병들이 마차 안으로 들어와 다섯 명의 여자 아이들을 차례로 범했으니 말이다.

앙앙 울어대는 여자 아이들의 신음 소리가 밤이 새도록 끊이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소피아는 상품성을 지켜야 된다는 이유로 용병들의 밤 상대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병들의 악질적인 변태 행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진짜 눈 한번 딱 감고 섹스하면 안 되겠냐? 저 앙칼진 눈매 좀 봐라! 교육이 필요하지 않겠어? 내가 아주 그냥 작살나게 교육시켜줄 수 있는데 말이야.’

‘시발, 나도 참고 있는 거 안 보이냐? 건드렸다간 우리 모두 빚더미에 앉게 될 거라고?’

‘몰락하긴 했어도 우리가 이런 귀족 아가씨랑 언제 해보겠냐? 진짜 평민으로 태어난 게 서럽다. 서러워!’

‘입 닥치고 정액이나 뿌려, 새끼야! 혹시 알아? 보지에 정액이 뿌려져서 임신할지? 킥킥.’

그들은 항상 마지막의 마지막에 소피아를 향해 정액을 뿌려댔으니 말이다.

얼굴과 머리카락 그리고 가슴, 심지어 겨드랑이에까지 뿌리는 용병들도 있었다. 어쩔 때는 온몸에서 하루 종일 정액 냄새가 진동할 때도 있었다.

[대상 ‘소피아’ 확인합니다.]

[동기화를 진행합니다.]

[동기화 진행 중…….]

“아?”

한참 생각에 잠겨있는데, 불현듯 소피아의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당황한 소피아는 혹시 자신이 잘 못 본 건 아닌가 싶어서 눈을 비비적거려보았다. 하지만 소녀의 눈앞에 떠있는 글자는 계속 유지되었다. 소피아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글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막 글자를 건드리려는 찰나 새로운 글자가 떠올랐다.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상 ‘소피아’ 환영합니다.]

[던전 코어가 있는 방까지 와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글자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소피아의 머릿속에 던전 내부 지도가 떠올랐다. 그저 막연하게 던전 내부 지도가 떠오른 것이었다. 심지어 자신이 어디를 가야 되는 지까지 표시되었다.

‘이건 대체…….’

한동안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던 소피아는 이윽고 글자가 시키는 대로 따르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단 글자에 나온 대로라면 상대는 자신을 환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순진하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호기심이 든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마왕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마왕이 자신을 부르는 것일지도 몰랐다.

소피아는 마음을 굳게 먹고서 방을 빠져나갔다. 그런 다음 던전 코어가 있는 방까지 걸음을 옮기는데, 불현듯 한 명의 여성이 눈 앞에 나타났다. 짙은 검은색의 날개 그리고 요염하게 흔들리는 기다란 꼬리.

익히 잘 알고 있는 여성이었다.

‘엘레노아.’

서큐버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엘레노아는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실제로 엘레노아와 함께 몸을 씻는 동안 다섯 명의 여자 아이 모두 그녀의 매력에 푹 빠져 레즈 놀이에 심취했었으니 말이다. 다만 소피아만이 엘레노아가 서큐버스라는 사실을 상기하곤 가까스로 경계할 수 있었다.

“어머나, 이 밤중에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는 거니? 혹시 오줌 마려운 거야? 언니가 같이 가줄까?”

사근사근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 말에는 가시가 돋쳐있었다. 마치 어서 빨리 자리로 돌아가서 잠이나 자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던전 코어가 나를 부르고 있다.”

“던전 코어가?”

“그렇다. 그러니 나를 이대로 보내주었으면 한다. 아니면 나와 함께 가든가.”

소피아는 별다른 미련 없이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어설프게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나을 거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여기서 아쉬운 건, 자신이 아닌 던전 코어 쪽이었다.

그리고 사실을 이야기함으로서 한 가지를 노려볼 수 있었다.

“흐음, 정말이야? 정말로 던전 코어가 널 불렀다고?”

함께 목욕을 하면서 지켜본 엘레노아는 무척이나 호기심이 많은 서큐버스였다. 실제로 목욕을 하는 내내 온갖 질문을 퍼붓던 그녀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십중팔구 호기심에서라도 자신과 함께 던전 코어가 있는 곳으로 가줄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

“신기하네. 그런 게 있단 말이지?”

슬쩍슬쩍 웃던 엘레노아는 이내 결정을 내린 듯이 소피아의 곁에 섰다.

“……마침 심심했는데 잘 됐네!”

이처럼 엘레노아가 동참 의사를 밝히자, 소피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와 함께 던전 코어가 있는 방까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윽고 던전 코어가 있는 방에 도착하자, 검붉은 빛을 내던 던전 코어가 마치 소피아를 환영하기라도 하듯이 황금빛에 가까운 빛을 내었다.

“와아…….”

그 광경에 엘레노아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제껏 단 한 번도 던전 코어가 이런 빛을 내는 건, 보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던전 코어의 방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대상 ‘소피아’]

그 때였다.

소피아의 눈앞에 또다시 글자가 떠오르더니, 곧 황금빛으로 일렁이던 방 안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그것은 인간 여성에 가까운 생명체였는데, 특이하게도 하체가 없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하체가 흐릿했다.

소피아는 새롭게 나타난 인물에 경계하며 질문을 던졌다.

“그대는 누구지?”

[저는 던전 코어입니다. 대상 ‘소피아’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편의상 인간의 형체를 띄고 있을 뿐입니다. 혹시 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다른 생명체의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바꿔 드릴까요?]

던전 코어의 말에 소피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지금 이 모습으로 하지. 그리고 지금은 더 중요한 게 남아있지 않아? 왜 나를 이곳으로 불러낸 것이지?”

[대상 ‘소피아’ 성급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던전 마스터가 자리를 비운 지금 당신이 이 던전의 주인입니다.]

“주인? 어째서 내가 주인이지? 마왕은 어디에 간 거지?”

[던전 마스터는 당신의 땅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한시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던전 마스터가 언제 돌아올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던전 마스터가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은 오로지 그 분의 뜻이니까요.]

“돌아가? 마계로 간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먼 곳입니다. 아득히 먼 곳입니다. 대상 ‘소피아’ 당신이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이요.]

소피아는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구해준 마왕은 소피아. 소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굉장한 존재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입 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을 느낀 소피아는 천천히 혀를 놀리며 타액을 모았다. 그리고는 꿀꺽, 삼키자 끈적끈적한 침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면서 약간의 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좋다, 그렇다면 왜 내가 이 던전의 주인이 된 것이지? 마왕이 내게 맡긴 것인가?”

[대상 ‘소피아’, 마왕이란 지칭은 옳지 못 합니다. 던전 마스터는 던전 마스터이며, 마왕이란 존재가 아닙니다. 하지만 마왕이란 존재가 던전 마스터를 뜻하는 것이라면 제가 고치겠습니다.]

“…….”

대화가 살짝 엇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소피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여기서 중요한 건, 마왕이 던전 마스터냐 마왕이냐가 아닌 어째서 자신이 이 던전의 주인이 되었냐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고치겠다.”

[좋습니다, 대상 ‘소피아’ 그럼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겠습니다. 던전 마스터는 대상 ‘소피아’에게 던전을 맡기지 않았습니다. 그 분께서는 수호자들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당신의 땅으로 돌아가셨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대상 ‘소피아’가 저와 동기화된 것입니다.]

“어떠한 이유에서이지?”

모든 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이었다. 소피아의 가문이 몰락하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모든 것엔 반드시 이유가 따른다. 소피아는 그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더불어 세상에는 절대로 우연이란 게 없다는 것도 말이다.

[대상 ‘소피아’가 약간이나마 마정석을 흡수했기 때문입니다.]

“마정석?”

[그렇습니다. 대상 ‘소피아’가 마정석 파편을 입 안에 물고 있는 동안 미약하게 그 마력이 체내에 흡수되었습니다. 만일 장시간 입에 물고 계셨다면 완벽하게 흡수되었을 겁니다. 또한 이보다 더 빠르게 저와 동기화되셨을 테지요.]

던전 코어의 말에는 아쉬움이 묻어나있었다. 그러나 소피아는 그걸 간단히 무시하며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내게 원하는 것이 뭐지? 단순히 환영하고, 이해시키기 위해서 부른 건 아닐 텐데?”

[바로 맞추셨습니다, 대상 ‘소피아’ 저는 마정석 파편을 원합니다. 던전이 보다 커지기 위해서는 마정석 파편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던전이 커지게 되면 던전 마스터 또한 이곳에 자주 들르게 될 것입니다.]

“내게 무슨 이득이 있지?”

[대상 ‘소피아’, 당신은 던전의 일원입니다. 일원으로서 책무를 다하시지요.]

“책무? 하! 시간 낭비했군. 그만 돌아가도록 하지.”

이리 말하며 소피아가 발걸음을 돌리려고 하자, 던전 코어가 아차 싶었는지 재빨리 소피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입을 열었다.

[대상 ‘소피아’ 당신은 복수를 완성시키고 싶은 게 아닙니까? 던전 마스터의 힘이 강해지신다면 당신의 복수를 완성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던전 마스터가 반드시 내 복수를 도와줄 거란 보장이 어디에 있지?”

차게 콧방귀를 뀐 소피아는 던전 코어를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던전 코어. 나를 설득시키려면 좀 더 그럴듯한 이야기를 꺼내야 될 것이다.”

이러한 소피아의 말에 던전 코어는 잠시 입술을 꾹 다물더니, 이내 양 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입을 열었다.

[대상 ‘소피아’에게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잘 못 생각했습니다. 당신에게 다르게 제안하겠습니다. 던전의 힘을 키워주신다면 당신의 소망을 이루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수로 내 소망을 이루어준다는 거지?”

[마정석 파편을 모아 던전 규모가 커지게 되면 제 힘도 커집니다. 당연히 던전의 일원들에게도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몬스터의 지능이 낮아야만 됩니다. 높을수록 더 높은 힘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조건이 맞춰지면 내게도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건가?”

[인간의 지능은 매우 높습니다. 또한 정신적으로 불완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령을 내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인간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오로지 던전 마스터뿐입니다. 그 분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

던전 코어의 설명에 일순 할 말을 잃고만 소피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신을 차린 소피아는 던전 코어를 향해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좋다, 네 힘이 강해져서 몬스터를 보다 많이 부릴 수 있게 되었을 때 내 복수를 도와주겠다는 건가? 던전 마스터를 속여가면서까지?”

[속인다는 건, 틀린 말입니다. 대상 ‘소피아.’ 저는 던전 마스터를 속일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단지 저는 당신에게 던전 마스터의 대행 자리를 넘겨줄 뿐입니다. 제가 던전 마스터를 대신해서 몬스터를 부릴 재량은 없습니다. 몬스터를 부릴 수 있는 건, 오로지 던전 마스터와 던전 마스터 대행뿐이죠.]

“말장난이군.”

[불쾌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대상 ‘소피아’, 이것이 제가 제안할 수 있는 최선의 조건입니다. 이 이상으로 요구하신다면 저 또한 대상 ‘소피아’를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체와 동기화 될 때까지 기다려야 되겠지요.]

이처럼 던전 코어가 딱 잘라 말하자, 소피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

확실히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던전 코어의 말대로 이 던전의 몬스터의 숫자가 늘어나게 된다면 복수를 할 수 있는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더욱이 결정적으로 이 던전을 가지고 있는 마왕은 자신을 도울 의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복수를 할 수만 있다면…….’

소피아는 자신의 가슴 속에서 불길이 치솟는 걸 느꼈다.

이것은 거의 확신에 가까웠다. 던전 코어의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

소피아는 던전 코어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결정을 내려야 될 때였다. 던전 코어의 말대로 마정석 파편을 모아서 던전의 힘을 늘린 뒤에 복수를 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시간만 죽이면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복수의 기회를 기다릴 것인가?

천천히 숨을 들이켠 소피아는 이윽고 입을 열어 대답했다.

“……좋다, 하겠다. 마정석 파편을 모아오도록 하지.”

[대상 ‘소피아’ 옳은 판단입니다. 이것으로 당신의 복수는 시작된 겁니다. 곧 인간들의 도시는 혼란에 빠지고, 세상은 비명으로 가득 차게 되겠지요.]

“아니, 나는 내 가문을 모함한 귀족들만 죽일 것이다.”

[대상 ‘소피아’ 거짓말입니다. 당신은 이미 한차례 던전 마스터에게 속삭였습니다. 왕국을 멸망시키고 싶다고요. 물론 당신은 농담이라 치부했지만 저는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의 분노를요. 인간들에게 실망하지 않으셨습니까?]

“난…….”

[대상 ‘소피아’ 혼란스러운 건 이해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

던전 코어는 잠시 소피아의 눈치를 보더니, 곧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입을 열었다.

[마정석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대상 ‘소피아’와 함께 몇몇 생명체를 해당 위치로 전송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생명체의 크기와 숫자에 따라 힘이 소모됩니다.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이 말과 동시에 소피아의 머릿속에 저절로 지도가 떠올랐다. 동시에 파란색 점으로 마정석 파편의 위치가 표시되었다. 소피아는 두 눈을 감은 뒤에 마정석 파편의 위치와 지도의 지형을 대조해보았다.

‘도시에 있는 건 안 돼. 너무 위험해. 산……. 되도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윽고 마정석 파편을 찾을 위치를 결정한 소피아는 감았던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결정했다. 지금 바로 출발하면 되나?”

[가능합니다. 다만 그 전에 동행할 생명체를 지정해주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대상 ‘소피아’ 혼자서 갔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니까요.]

그 말에 소피아는 자신의 옆에 서있는 엘레노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상당히 흥미롭단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아까부터 무어라 한 마디로 꺼내고 있지 않았다. 이에 소피아는 의뭉스런 시선으로 서큐버스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어 물었다.

“엘레노아, 나와 함께 가겠나?”

“어디를? 그보다 아까부터 왜 혼잣말을 그렇게 하는 거니?”

이 물음에 소피아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던전 코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어 대답하는 던전 코어다.

[제 모습은 대상 ‘소피아’ 이외에 그 누구도 볼 수 없습니다. 던전 마스터 또한 저를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던전 마스터는 다른 형태로 저를 보실 수 있으십니다. 하지만 제 힘이 커진다면 직접 대면할 수 있겠지요. 그것은 저에게 너무나도 큰 영광입니다.]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 소피아는 엘레노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나는 마정석 파편을 모으기 위해서 밖으로 나갈 것이다. 그대도 함께 가겠는가?”

“어머나, 맹랑하기도 해라. 그 귀한 게 어디에 있는 줄 알고 그러니?”

소피아의 말에 엘레노아가 깔깔 대며 물음을 던지자, 소녀는 이내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물론 알고 있다. 그래서 함께 가겠나? 만약에 마정석 파편을 찾게 된다면 마왕 또한 크게 기뻐할 것이다.”

이러한 소피아의 말에 엘레노아는 잠시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이내 입가에 옅은 호선을 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님에게 있어서 마정석 파편은 무척이나 중요한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걸 자신이 찾아다준다면 틀림없이 크게 기뻐해줄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상으로 잔뜩 안아줄지도 몰랐다.

이러한 생각에 다다른 엘레노아는 곧 입을 열었다.

“좋아, 가시죠. 인간 아가씨.”

이렇듯 엘레노아가 대답하자, 소피아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 이동하겠다. 전송해다오.”

[대상 ‘소피아’와 수호자 ‘엘레노아’ 확인했습니다. 전송하겠습니다. 부디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이 말과 동시에 소피아와 엘레노아, 두 사람의 몸이 허공에 붕 떠오르더니 뜨더니 곧 눈 깜짝 할 사이에 던전 코어의 방이 아닌 어느 어두컴컴한 산 속으로 전송되었다.

========== 작품 후기 ==========

소피아의 기묘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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