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 -->
이처럼 에나가 정중하게 고개 숙여 사과하자, 이 소현을 비롯한 나머지 마물 사냥꾼들이 손사래 치며 괜찮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청자들은 에나에 대한 칭찬 혹은 칭송에 가까운 말들을 정신없이 쏟아내었다.
-나 지금 다른 마물 사냥꾼들이 눈에 안 들어옴ㅋㅋㅋ
-ㅋㅋㅋ 마물사냥꾼 ㅠㅠ
-ㄷㄷ 기럭지 우월한 것 좀 봐
-말 걸면 아누 벨로레 델레나 할 거 같다
-저렇게 강한데 겸손함까지! 캬, 취한다!
-화질 좀 올려주세요!
-인형이 움직인다. 인형이 움직여 ㄷㄷㄷ
-우월하다. 동양하곤 비교가 안 되네
-마물 사냥꾼 여러분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진짜 쩌네요. 우월한 백인 유전자 ㄷㄷㄷ 역시 여자는 백인이 진리인 듯
-길이 봐! 미쳤다. 영상이 아니었으면 합성 사진인 줄 ㄷㄷㄷ
-빠져든다 ㄷㄷㄷㄷ
-동양의 마물 사냥꾼들을 순식간에 오징어로 만드는 서양의 마물 사냥꾼 클래스 보소!
간혹 가다 마물 사냥꾼들을 칭찬하는 말들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에나의 존재감에 비해서 다소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나.’
마물 사냥꾼들이 처리한 오크의 숫자가 겨우 두 마리 밖에 되지 않는데 비해서 에나 혼자서 처리한 오크의 숫자는 무려 여덟 마리였으니 말이다. 그것도 아주 간단하게 말이다. 이 둘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혀를 내두른 나는 조그맣게 말했다.
“에나 역소환.”
에나를 역소환하자, 일순 화면에 비추어 보이던 에나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러자 또다시 채팅창에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잘 있었던 에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에 당황한 bj가 이리저리 카메라를 돌리며 에나를 열심히 찾아보지만, 그 어디에도 에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뭐, 이걸로 일단락된 건가.’
안도의 숨을 내뱉은 나는 영상을 종료한 뒤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한 남성이 내 앞을 가로막으며 입을 열었다.
“저기요.”
그 부름에 나는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남성의 얼굴을 확인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누구시죠?”
“아, 저기……. 잠깐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방금 전에 외국인 여성분하고 같이 계시지 않으셨나요?”
사내의 질문을 받는 순간 가슴이 쿵쿵 뛰었다. 동시에 내가 너무 안일하게 행동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비록 맞은편 남성이 나를 의심하고 있기는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능청스레 대답했다.
“외국인 여성분이요? 아! 저도 방금 봤는데……. 어떤 남성분하고 저쪽으로 가던데요?”
“아, 그런가요? 제가 잘 못 봤나보네요! 감사합니다!”
이리 말하며 골목길 안쪽을 손으로 가리키자, 남성은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서둘러 내가 가리킨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그 남성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혹시라도 내가 에나와 함께 있었다는 걸 또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거 위험할지도.’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든 뒤에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5인 입장합니다.]
[마물 사냥꾼은 마물이 가하는 공격 이외의 모든 공격에 면역됩니다.]
[마물은 마물 사냥꾼이 가하는 공격 이외의 모든 공격에 면역됩니다.]
[현계 퀘스트 ‘오크 전사들’을 시작합니다.]
[노예 ‘에나’ 확인합니다.]
[추가 입장합니다.]
[노예 ‘에나’를 이번 퀘스트에 한해서 마물 사냥꾼으로 인정합니다.]
[현계 퀘스트 ‘오크 전사들’을 시작합니다.]
[축하합니다!]
[현계 퀘스트 ‘오크 전사들’을 완료했습니다!]
[공헌도를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 1%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 7%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 2%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 7%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 4% 공헌했습니다.]
[노예 ‘에나’ 79%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은 잔여 능력치 포인트 ‘0’을 획득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는 잔여 능력치 포인트 ‘2’을 획득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는 잔여 능력치 포인트 ‘0’을 획득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은 잔여 능력치 포인트 ‘2’을 획득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는 잔여 능력치 포인트 ‘1’을 획득했습니다.]
[노예 ‘에나’의 레벨이 ‘0’ 상승합니다.]
‘이런 식으로도 레벨을 올릴 수 있구나.’
잠시 멍하니 알림문구를 확인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잡념을 떨쳐내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느슨해진 마음을 다그친 나는 서둘러 이 현주를 조교의 방으로 불러내었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이 물음에 나는 지체 없이 네를 눌렀다. 그러자 일순 주변의 풍경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낯익은 저택 내부의 풍경이 바뀌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
그 순간, 빗자루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는 아이린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빗자루로 저택 바닥을 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성실한 성격이다.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아이린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아이린 씨.”
“…….”
여전히 삐진 모양인지, 아이린은 내 인사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안타까웠다! 설마하니 이 정도로 아이린에게 미움을 받을 줄이야! 실로 통탄스러운 일이었다.
가슴이 찢어질것만 같은 통증을 느낀 나는 기계적으로 저택 바닥을 빗자루로 쓸고 있는 아이린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아이린 씨, 당신의 주인님이 왔습니다. 메이드라면 응당 한달음에 달려와 마중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내 말에 그제야 아이린의 고개가 내 쪽으로 향했다. 다만 그녀의 시선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마치 나를 쓰레기 보는 듯한 그런 싸늘한 눈빛이었다.
“마음 같아선 그대도 이 빗자루로 쓸어버리고 싶구나.”
그 태도가 내 가학심을 자극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선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든 돌려놓기 위해서 달콤한 말을 속삭여 줄 텐데, 이상하게도 아이린에게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좀 더 괴롭혀서, 울상을 짓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런가요? 그거 참 유감이로군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한 나는 아이린 쪽으로 다가섰다.
그 후, 나는 아이린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나저나 속옷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설마 입고 계신 건 아니겠죠?”
“…….”
내 시선을 따라 아이린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특히나 빗자루를 꽉 쥐고 있는 두 손은 금방이라도 날 칠 것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당장에라도 그녀를 자빠트려 범하고 싶단 욕망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하지만 나는 보다 더 큰 것을 위해서 꾹 참았다.
“대답은요?”
“아, 안 입었다.”
으득, 이를 간 아이린은 나를 잡아먹을 듯이 쏘아보며 대답했다. 이에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인 나는 그녀의 치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자, 그럼 치마를 걷어 올려주시겠습니까? 제가 확인할 수 있게요.”
“그런……!”
치마를 걷어 올려달라는 내 말에 경악 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는 아이린이다.
역시 놀리는 맛이 있어서 즐겁다.
나는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럼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
이러한 내 물음에 그녀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술을 꾹 다물었다. 더는 할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이 작은 승리를 만끽하며 승자의 권리를 누렸다.
“자, 그럼 치마를 올려주세요.”
“나쁜 놈…….”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욕한 아이린은 빗자루를 바닥에 내려놓은 뒤에 자신의 치맛자락을 꽉 붙잡았다. 그런 다음 천천히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자, 매끈한 허벅지가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윽고 팬티를 입고 있지 않는 갈라진 틈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물론 그녀의 음부는 금실로 엮은 것만 같은 음모에 뒤덮여있었지만 말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이란 말인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한 나는 그 아름다운 광경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돼, 됐지?”
그런데 그 때, 아이린이 재빨리 자신의 치마를 아래로 내리며 입을 열었다. 이에 아쉬움에 혀를 내두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약속은 약속이었으니 말이다.
“됐습니다. 자, 그럼 계속해서 가슴도 확인해볼까요?”
“우윽…….”
이런 내 말에 우는 소리를 내며 나를 한 차례 쏘아본 아이린은 이내 어쩔 수 없단 듯이 자기 윗옷을 벗었다. 그러자 곧 엘레노아에 비견될 정도로 커다란 가슴이 내 눈에 들어왔다.
특히나 봉긋하게 튀어나온 가슴은 무척이나 탐스러워보였다.
“여전히 쓸데없이 커다란 가슴이로군요.”
이런 내 말에 아이린은 얼른 양 손으로 자기 가슴을 가렸다. 그러나 그 커다란 가슴을 모두 가리려면, 최소 그녀의 손보다 3배……. 아니, 4배는 더 큰 손이 필요할 것이다.
그만큼 아이린의 가슴은 정말로 컸으니 말이다.
“이, 이제 속옷을 입어도 되는 것이냐?”
불현듯 아이린이 날 향해 물음을 던졌다.
이제 그만 속옷을 입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어디까지나 사적인 감정이 전혀 섞여있지 않다는 태도를 취하며 대답했다.
“이제 겨우 한 번입니다. 최소한 세 번은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세 번이라니!”
“왜요? 너무 적습니까? 그럼 다섯 번으로 늘려드릴까요?”
“…….”
능글맞게 웃으며 물음을 던지자, 아이린의 표정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 작품 후기 ==========
다섯 번 안에 아이린을 정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