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96화 (19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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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요?”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녀가 도착할 때까지만 어떻게든 버텨주세요.”

이러한 내 말에 다들 무언가 상념에 빠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다가 문득 이 소현이 오른손을 슬그머니 들어 올리며 물었다.

“그 외국인을 잠깐 볼 수는 없을까요? 아뇨, 아예 우리와 함께 이동시켜줄 수는 없는 건가요?”

“불가능합니다.”

사실 에나를 이 자리로 불러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단순히 소환만 하면 되니 말이다. 다만 문제는 에나가 지금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바로 내 옆 자리에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에나를 이 자리로 소환하게 된다면, 나중에 현실로 돌아갔을 때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더욱이 나는 지금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거리에 나와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한 명쯤은 볼 것이 틀림없었다.

‘되도록 조심해야지.’

서연이 누나에게 작은 실마리도 주어서는 안 되었다.

“어째서인가요?”

“그녀는 여러분과 같은 마물 사냥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물 사냥꾼이 아니라니요?”

“일종의 수호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평소에는 침묵하지만, 지금처럼 위급한 상항이 발생했을 때는 마물 사냥꾼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움직이는 겁니다.”

“아…….”

이 소현은 작게 탄성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납득이 된 모양이었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에 안도한 나는 가볍게 손뼉을 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김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다들 나를 쳐다보았다. 특히나 이 소현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무척이나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역시 리더라서 그런지, 모든 일에 적극적이다.

무척이나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잠시 목청을 가다듬은 뒤에 말을 이었다.

“……녹색 보석을 어떻게 처분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셨더군요.”

“아, 네. 저도 마침 그것 때문에 여쭙고 싶었는데…….”

“알고 있습니다. 이미 기사로 보았습니다.”

“아하.”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는 여러분이 녹색 보석을 정부가 아닌 대한 그룹에 매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좀 더 정확히는 이 현주라는 여성에게 팔아주셨으면 합니다.”

이 현주라는 말을 나오기가 무섭게 이 소현을 비롯한 김 예지 학생이 동요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곧 김 예지 학생이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이 현주라면 대한항운의 전 부사장이 아닌가요? 그 미성년 선상 난교 사건을 일으킨……. 그 사람이잖아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팔라는 건가요?”

내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김 예지 학생의 목소리에 날이 서있었다.

“제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로군요.”

“아무래도……. 그런 짓을 한 사람이잖아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그렇군요. 하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더 이상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거죠? 아, 설마…….”

일순 김 예지 학생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그 사람도 마물 사냥꾼이 된 건가요?”

확실히 가능한 추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현주 씨는 마물 사냥꾼이 아닙니다.”

“그럼 왜 하필 이 현주죠? 다른 사람도 많잖아요.”

“쓸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소현 씨는 아시고 계시겠지만, 정부가 여러분을 물리적으로 구속하지 않도록 막아준 것도 전부 이 현주 씨 덕분입니다.”

“음…….”

“김 예지 씨가 뭘 걱정하고 있는 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제가 있는 한 이 현주 씨가 여러분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혹여 불이익을 주기라도 한다면 그 즉시 제게 알려주세요. 그럼 제가 적절하게 조치를 취해드리겠습니다.”

나는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는 나라는 사람의 신용을 내세웠다.

물론 이 때, 이 현주가 내 기대를 어기고서 마물 사냥꾼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내 신용에 큰 타격이 가게 되겠지만 말이다.

‘일어난다면 말이지.’

이 현주가 내 명령을 어기고 마물 사냥꾼들에게 불이익을 줄 확률은 거의 없었다. 아니,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지금 이 현주는 내 손에 꽉 잡혀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말이다.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김 예지 학생에게서 시선을 떼어낸 뒤에 다른 네 명을 돌아보며 물었다.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십니까?”

“제가 직접 대한그룹에 찾아가야 되는 건가요?”

이 소현이 손을 들어 물었다. 이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이 일이 끝나면 이 현주 씨가 알아서 여러분에게 먼저 연락을 할 겁니다.”

“그렇군요.”

“또 다른 질문은요?”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으며 이 소현을 비롯한 다른 네 명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더는 질문이 없는 모양인지, 다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들며 입을 열었다.

“그럼 건투를 빌겠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마물 사냥꾼들을 전투 지역으로 전송했다. 그러자 일순 눈앞의 풍경이 일그러졌다가 이내 마지막으로 내가 보았던 거리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에나부터 찾았다.

“에나 씨, 일단 여기부터 벗어나죠.”

이러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에나는 나와 함께 사람들을 헤치며 비교적 한적한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 나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서 인터넷 방송을 켰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저번처럼 마물 사냥꾼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개인 방송이 눈에 들어왔다.

‘저번보다 늘어난 것 같네.’

참 대단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칫 잘 못 하면 오크들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그걸 또 촬영해서 인터넷 방송에 내보낼 생각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걸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지금 이 영상을 동영상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려서 전 세계를 상대로 수입을 올릴 수 있으니, 결코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실제로 마물 사냥꾼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었다.

‘……뭐, 나한테는 잘 된 일이지.’

덕분에 이렇게 마물 사냥꾼이 있는 위치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시청자 수가 가장 많은 방에 들어간 뒤에 마물 사냥꾼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3번 출구 쪽인가?’

위치를 확인한 나는 에나를 데리고서 3번 출구 쪽으로 달려갔다. 최대한 가까이 데려다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 가지 않아서 엄청난 인파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어찌나 많던지, 한 걸음 내딛기가 힘들 정도였다.

“뒤로 물러나세요! 위험합니다!”

그 순간, 경찰 한 분이 확성기에 입을 대고서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이러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 하나 그 통제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들을 밀치며 거리 곳곳을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촬영했다.

“나도 좀 보자! 찍자고! 밀지 마!”

“마물 사냥꾼들이 다 왔대! 사냥 시작하잖아! 얼른 들여보내줘!”

“맞아, 어차피 이길 텐데! 좀 보여줘!”

답이 안 보일 정도로 막무가내였다. 더불어 지금 이 순간에도 마물 사냥꾼들은 오크들을 피해서 사람들을 최대한 구출하고 있었다.

‘미치겠네.’

거리는 사람들도 꽉 찼고, 3번 출구까지는 멀기만 했다. 이에 나는 에나의 손을 꽉 붙잡은 뒤에 구석으로 향했다. 그런 다음 저 멀리 보이는 간판을 손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에나 씨, 저기 저 보이는 간판 보이십니까? 파란색 간판이요.”

“네, 보입니다.”

“2층에 있는 거 맞죠?”

“네, 2층에 있습니다.”

다행히도 제대로 본 모양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저기까지 쭉 내달리세요. 그런 다음에 저 간판이 있는 곳까지 도착하면 오른쪽으로 바로 꺾으시고요. 그럼 곧장 3번 출구가 보일 겁니다.”

“3번 출구요?”

“지하철역입니다.”

“지하철역이요?”

“아, 지하철역이 뭐냐면……. 음,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부족하네요. 아무튼 오른쪽으로 쭉 가다보면 마물 사냥꾼들이 오크를 피해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게 보일 겁니다. 그럼 마물 사냥꾼들을 도와서 오크를 처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나는 얼추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나는 한 번 더 설명해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을 보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믿는 수 밖에.’

가볍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에나를 역소환했다가 다시 소환할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다가 인적이 드문 곳을 발견한 나는 에나의 손을 잡아끌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럼 저기로 가서 검부터 챙기죠.”

이러한 내 말에 에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게다가 급하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그렇긴 하지만…….”

“그럼 됐습니다. 바로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이리 말한 에나는 그대로 폴짝 뛰어 오르더니, 사람들의 머리며 어깨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경찰들이 가로 막고 있는 경계선 안쪽으로 들어간 에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파란색 간판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자, 잠…….”

그 광경에 몇몇 경찰분들이 뒤늦게 소리쳐보지만, 에나는 이미 엄청난 속도로 자리를 떠난 뒤였다.

========== 작품 후기 ==========

용병은 역시 외국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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