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89화 (18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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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던전으로 이동한 순간, 눈앞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서히 사방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이내 놀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여자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 옆에는 던전 코어가 자신의 존재감을 여지없이 내비쳐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던전으로 귀환하게 되면, 곧바로 던전 코어가 자리를 잡고 있는 방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탁월한 기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던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바로 던전 코어였다. 만약에 적들이 던전 코어를 파괴하게 된다면,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인원들의 공복감이 더 이상 해결되지 않게 된다.

그 말은 즉, 던전에 거주하고 있는 몬스터들이 구태여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던전을 지켜야 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이 던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던전 코어였다.

“던전의 일원이 된다는 게, 바로 이런 뜻이었나?”

그 때, 소녀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네?”

“아까 전부터 공복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더욱이 이곳은……. 그래, 마치 고대 마법사의 던전을 연상시키는군. 여기가 그대의 마법 연구실인 건가?”

소녀는 방 안을 훑어보며 대답했다. 어쩐지 감탄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더불어 이 짧은 시간에 냉정을 되찾은 것 같아 보였다. 실제로 소녀는 더 이상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있었다.

침착하게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분석하려하고 있었다.

조금 소름이 돋았다.

과연 내 앞에 서있는 소녀가 열대여섯 밖에 되지 않는 어린 소녀가 맞기는 한 걸까?

“진정되신 모양이로군요.”

“진정……. 그래, 진정되었지. 사실 조금은 두근두근 거리고 있는 중이다. 아니, 가슴이 크게 뛰고 있다. 내가 드디어 자유를 얻은 것이다. 그 지긋지긋한 곳에서……. 탈출한 것이다! 그대가 무슨 이유에서 나를 구해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사를 표시하겠다.”

날 향해 꾸벅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하는 소녀의 태도에 기묘한 호기심이 들끓었다.

“제가 당신을 속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대는 구태여 번거롭게 나를 설득했다. 강제로 나를 이곳으로 데려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욱이 이 어린 아이들에게도 말이지. 그 점을 생각해보았을 때, 그대를 악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들구나.”

“…….”

“더욱이 그대는 노예 상인의 부하들을 죽이지 않고 단순히 제압만 하지 않았더냐? 지나치게 무르구나. 혹시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냐?”

그 말에 뜨끔 했다.

확실히 소녀의 말대로 나는 사람을 죽여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 혹은 죽은 모습을 본 적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사람을 죽여보진 못 했다. 죽이고 싶지도 않고 말이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켜며 대답했다.

“그 말대로입니다.”

“그대는 솔직하구나.”

“속일 필요가 없으니까요. 더욱이 제가 원하는 건, 그쪽이 아니라 그쪽이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걸 말하는 것인가?”

그 때, 소녀가 주머니 안에서 검은색 돌 하나를 꺼냈다. 마정석 파편이었다. 다만 그 크기가 형편없을 정도로 작았다. 겨우 약지 한 마디 정도……. 아니, 그 이하로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목적은 마정석 파편의 확보지, 마정석 파편의 크기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가진 거라곤 이 몸뚱이와 작은 돌멩이뿐이다. 그리고 방금 전, 그대가 내 몸이 목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 작은 돌멩이 하나만 남게 된다. 더욱이 이 방 안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돌멩이와 닮은 게 있기도 하다. 바보천치라고 해도 눈치 챌 것이다.”

이러한 소녀의 말에 나는 내심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정답입니다. 자, 그럼 거래를 하죠. 그 검은색 돌은 제게 주세요. 그럼 당신을 이 밖으로 내보내드리겠습니다.”

“지금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냐? 그렇다면 그대는 무척이나 생각이 짧은 자로구나. 아니, 애당초 마차를 무작정 급습한 걸 보면, 성격이 급하고 생각이 짧은 자로구나.”

“무슨 뜻입니까?”

“나였다면 경매가 시작되었을 때를 노려서 오크와 고블린으로 불러냈을 것이다. 특히나 오늘처럼 특상품이 올라오는 날이면 경매가 매우 은밀하게 진행된다. 그 말은 즉, 폐쇄된 공간에서 경매가 치러진다는 뜻이다. 당연히 대다수의 경비는 밖에 세워지고, 내부로 들어올 수 있는 경비의 숫자는 지극하게 한정되어버린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오크와 고블린이 갑작스레 나타나서는 경매장 내부의 경비들을 제압한 뒤에 입구를 가로막아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누구도 함부로 그대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게 된다. 방금 전처럼 노예 상인의 부하들 그리고 도시 경비들과 싸울 필요도 없었다는 뜻이다. 함부로 내부로 들어왔다간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서 참여했던 신분 높은 자들이 흉포한 몬스터들에 의해서 몰살을 당하게 될 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쯤 되니, 내가 어린 소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 아니면 다 큰 성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좋습니다. 인정하겠습니다. 사실 전 무척이나 성격이 급합니다. 그래서 사전에 계획한 뒤에 행동하기 보다는 손발부터 움직인 뒤에 생각하죠. 그래서 그것이 뭐가 나쁩니까? 결과적으로는 전부 다 잘되지 않았습니까?”

“내 지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사과하겠다.”

다시금 고개를 숙이며 내게 사과하는 소녀의 태도에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상대가 이렇게 자존심이고 뭐고 사과부터 하고 나온다면 면전에 대고 뭐라고 하기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 옛말에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웃는 얼굴에 침 뱉기 힘들다고 말이다.

딱 그 짝이었다.

‘상대하기 힘드네.’

가볍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소녀를 똑바로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좀 더 이 던전에 머물고 싶으시다는 겁니까? 아니면 식량과 무기라도 챙겨드릴까요?”

이러한 내 물음에 소녀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치 지금부터가 본론이라는 듯이 말이다.

“나는 그대에게 제안하고 싶다. 그대가 이것과 같은 검은색 돌을 찾는데 내가 도움을 주고, 그대는 내 복수를 도와주는 것이다.”

“대체 무슨 수로 도와준다는 겁니까?”

“그대는 즉흥적인 성격이다. 그런 성격을 가진 자는 언제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있다. 그러니 내가 그 대가를 치루지 않도록 도움을 주겠다.”

확실히 그 말대로 나는 몇 번이고 숱한 위기를 겪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안 그랬다. 내게는 에나가 있었고, 여차할 때는 나 혼자서 몸을 빼는 것도 가능했다. 더욱이 나는 고블린과 오크 그리고 스켈레톤을 합쳐서 도합 일백에 이르는 몬스터를 일시에 소환하는 것이 가능했다.

여기에 트윈 헤드 오우거인 렉스와 던전 내의 몬스터까지 합친다면 원만한 도시 하나는 간단하게 멸망시킬 수 있었다.

“거절하겠습니다.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할 정도로 저는 약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는 다수의 고블린과 오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저를 지켜주는 기사는 그 누구보다도 강합니다. 그러니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나는 조금 유쾌해진 기분으로 대답했다. 소녀에게 한방 먹였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런 내 말에 소녀는 마치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물 흐르듯이 입을 열었다.

“내 아버지 또한 그대처럼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시던 분이었다. 모든 일에 거침이 없었고, 그리고 그런 거침없는 행보에 많은 이들이 아버지를 따랐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가? 내 아버지는 타 귀족의 모함으로 역모 죄인이 되어 처형당했다. 일순간이었다. 내 아버지의 측근들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말이다. 거침이 없다는 것은 그만한 위험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아버지는 그 위험을 품고서 매번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했던 것이다.”

“전 다릅니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란 건 없다.”

직접 경험한 일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의미 깊게 다가왔다.

‘일 리가 있는 말이야.’

실제로 재수 없게 눈 먼 화살에 머리라도 맞는다면 보호막이고 뭐고 쓰기도 전에 죽어버린다.

그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소녀의 말은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더욱이 소녀는 나와 달리 생각이 무척이나 깊어보였다. 물론 나이가 다소 어리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거야 내가 알아서 잘 조율하면 될 것 같았다.

나는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제가 당신의 복수를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습니까?”

“칼렌 왕국을 멸망시켜주었으면 한다.”

소녀는 서슬 퍼렇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에 나는 흠칫,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꼭 왕국을 멸망시킬 필요가 있겠습니까? 당신의 가문을 모함한 귀족들만 죽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소한 수도에 사는 짐승만도 못한 자들은 전부 다 죽이고 싶다.”

그 단호한 말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도저히 열대여섯 살짜리 소녀가 입에 담을 단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전부 죽인다니……. 최소한 수천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이 분명했다.

나는 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왜 그들까지 죽으려하고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의 가문을 모함한 귀족들만 죽이면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나는!”

돌연 소녀가 크게 소리쳤다.

“……목이 잘린 내 아버지의 머리에 침을 뱉던 자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았다. 그들은 우매하다. 비열한 왕의 입 발린 말에 속아 넘어가서는 수많은 위업을 남긴 아버지를 욕보였다. 심지어 내 아버지가 병사들에게 붙잡혀 지하 감옥에 갇혔을 때는 잘 된 일이라며 환호성까지 부르던 자들이다. 나는 그 멍청한 소돼지 놈들을 용서할 수 없다.”

소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나와 내 어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 내 어머니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귀족들의 노리개가 되셨다. 그리고 매일 밤, 범해지셨다. 심지어 어느 날은 알몸으로 거리에 내쫓기기까지 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 자리에서 어머니가 어떻게 되었을 것 같으냐? 내가 보는 앞에서 수많은 남성들에게 범해졌다. 난 지금도 어머니의 비명 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

“그날 밤, 어머니는 망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서 내 방에 찾아오셨다. 그리고 함께 도망치자고 했다. 우리 모녀는 그 날 밤,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숨이 턱 끝에 차오를 때까지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결과가 뭐였을 것 같나? 나와 내 어머니가 저택 담장을 넘었을 때, 귀족들이 담장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그들은 우리가 도망친 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거였다.”

입술을 꽉 깨문 소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내 어머니는 도망치려했단 이유로 그들에게 몰매를 맞았다. 그러다가 끝끝내 모진 채찍질을 이기지 못 하고 돌아가셨지.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게 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 돌아가지 않으셨다면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을 당하셨을 테니……. 그 분께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을 들으니, 그녀의 증오가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나는 처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싼 값에 노예 상인에게 팔렸다. 그리고 나를 산 노예 상인은 내가 이름 높은 명문 가문의 영애였다는 점과 처녀라는 점을 높게 쳐서 이곳 하폰으로 데려왔다. 물론 오는 동안, 온갖 못 볼꼴을 다 보았다. 인간이란 건, 참 대단하더군. 변태적인 성향이 그렇게 강한 줄을 몰랐다.”

뭐가 그리도 우스운지, 소녀는 담담하게 웃으며 자기 주위에 서있는 여자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다시금 나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던 중에 그대가 나타나 나를 구해주었다. 나는 이것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 부모를 죽인 원수들에게 복수를 할 기회 말이다! 난 복수를 간절히 소망한다. 도와다오! 나 또한 열과 성을 다해서 그대의 일을 돕겠다. 이 마음에는 한 점 거짓이 없다.”

“…….”

확실히 소녀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아무 생각도 없이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몇 명도 아니고 몇 백, 몇 천 명을 죽인다고 생각하니 돕고 싶단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꺼림칙한 느낌만 들었다.

내가 괜히 이 퀘스트를 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대는 망설이고 있군.”

“…….”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 것 같나?”

이리 말한 소녀는 돌연 마정석 파편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 모습에 아차 싶어진 나는 재빨리 손을 뻗어, 마정석 파편을 뱉어내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소녀는 그대로 꿀꺽, 삼키며 목 안쪽으로 마정석 파편을 넘겼다.

“하…….”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설마하니 마정석 파편을 먹으려 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복수하고 싶다. 그리고 그 복수를 하기 위해선 그대의 힘이 무엇보다도 간절하게 필요하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그대가 부리는 몬스터들이 간절하게 필요하다. 나는 더 이상 인간에게 기대고 싶지 않다. 내겐 몬스터들을 부릴 수 있는 그 힘이 필요하다.”

이제는 아주 막나가기로 작정을 한 모양인지, 대놓고 내게 요구하는 소녀다.

“이제 보니 그 쪽도 저 만만치 않게 성격이 급하군요.”

이러한 내 말에 소녀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

“…….”

나는 소녀를 조용히 응시했다. 소녀 또한 나를 조용히 응시했다.

꽤 넓은 방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좁게 느껴졌다. 마치 서로의 호흡이 닿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한동안 소녀의 갈색 눈동자를 쳐다보다가 이내 입술을 열어 숨을 크게 들이켰다.

“지금 당신은 무언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착각……?”

“그렇습니다. 제가 다룰 수 있는 몬스터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고작 해봐야 일백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더 늘릴 수는 없는 것이냐?”

“조금 더 늘릴 순 있겠지만, 그보다 더 늘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나는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이러면 자기 혼자서 지레 짐작하고서 포기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대로 소녀의 얼굴에는 상심한 표정을 잔뜩 실렸다.

나는 짐짓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유감스럽게도 당신의 복수를 도와주지는 못 할 것 같군요.”

“…….”

이러한 내 말에 소녀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 하겠는 모양인지, 눈시울을 붉혔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마음이 약해지긴 했지만 이내 나는 그 약해진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기서 섣부르게 소녀를 옹호해주었다가는 틀림없이 희망의 불씨가 살아날 테니 말이다.

“뭐,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두고……. 당신이 삼킨 마정석 파편은 나중에 받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 나오겠지요. 물론 다시 삼키거나 그러면 안 됩니다.”

“…….”

“대답은요?”

“알겠다.”

“좋습니다.”

나는 소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자, 그럼 던전 내부를 구경시켜드리겠습니다. 몇 시간이 될지, 며칠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던전의 일원이시니까요.”

이리 말한 나는 소녀와 다섯 명의 어린 여자 아이를 데리고서 던전 코어가 있는 방을 빠져나갔다.

그 후, 스마트폰을 들어 던전 내부를 살펴본 뒤에 한참 고블린들의 주거지를 만들고 있는 방 쪽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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