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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마차 행렬에 가까워지자, 말에게 물을 먹이거나 짐을 내리고 싣는 이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험상궂게 생긴 용병들이 땅에다가 칼을 꽂아놓고서 시답잖은 잡담을 나누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비슷하구나.’
어쩐지 예비군 훈련장에 온 것만 같았다.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에나와 함께 꾸준히 걸음을 옮기며 짐마차 행렬을 구경했다. 그러다가 문득 옆길을 바라보니, 끝없이 펼쳐져 있던 거친 들판의 풍경이 어느 지점을 경계로 개간된 밭으로 바뀌었다.
확실히 도시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저쪽입니다.”
그 때, 에나가 앞장서며 입을 열었다. 그녀가 쳐다보고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성문 앞에서 사람들의 짐과 신분을 검사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걸 본 순간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신분증이 없는데.’
발걸음을 딱 멈춘 나는 에나를 불러 세우며 입을 열었다.
“에나 씨, 뭔가 신분증 없습니까?”
“있습니다. 다만 제 신분은…….”
곤란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명패를 내게 보여주는 에나다.
“……아마도 왕국 내에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일 겁니다.”
“수배령이요? 아…….”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나는 이내 에나가 자신이 모시던 주군의 아들, 시온을 죽였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에나가 시온을 죽였다는 걸, 다른 누구에게 들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영주라면 에나의 소행이라도 단정 지었을 게 틀림없었다.
더욱이 실제로 병사들을 보내서 에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던가?
“……흠.”
이렇게 된 이상, 경비 몰래 도시 안으로 들어갈 필요성이 있었다.
이리 생각하며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는데, 돌연 에나가 자신의 명패를 품 안에 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고민하십니까?”
“네? 아, 그게 신분증 때문에 그렇습니다.”
“유현 님께선 명패를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내가 이 세계 사람이란 것을 모르는 에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대답했다.
“전 이 세계의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 그럼 정말로 다른 대륙에서 넘어오신 겁니까?”
이런 내 말에 에나가 놀란 기색을 내비쳐주자,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른 대륙이라기보다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
“보여주실 수 있으신 겁니까?”
“물론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한 나는 다음에 꼭 에나에게 내가 사는 곳을 보여주리라 마음을 먹고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도시 안으로 들어갈만한 방법이 뭐 없을까요?”
내 물음에 에나는 나를 따라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는 곧 무언가 좋은 생각을 떠올린 듯이 입을 열어 말했다.
“왕자에게 받은 명패라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왕자에게 받았던……? 아, 그렇군요.”
작게 감탄한 나는 곧바로 왕자 베네딕트에게 받았던 명패를 꺼냈다. 그러자 햇볕에 반사된 명패가 넘실넘실 황금빛 물결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뽐냈다.
왕족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부티가 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우려 섞인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걸로 괜찮을까요? 만에 하나 우리가 왕자의 신분증을 훔친 도둑이라고 오해받기라도 한다면 상황이 좀 복잡해질 텐데요?”
“그 점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에나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걸 보면 무언가 좋은 방법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에나 씨만 믿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나는 에나에게 왕자 베네딕트의 신분증을 넘겨주었다. 이에 에나는 조심스레 명패를 건네받고는 성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준비는 해둬야겠지.’
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스마트폰 화면에 퀘스트 포기 알림문구를 띄웠다. 만에 하나 일이 꼬이게 된다면 에나를 역소환하고 나 또한 퀘스트를 포기하기 위해서였다.
‘……만약에 잘 안 되면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니까.’
설혹 도망치지 못 하더라도 여기서 에나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인물이 존재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처럼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나는 에나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바로 검문소로 향하겠습니다. 후드를 써주세요.”
이리 말한 에나는 검문을 받기 위해서 줄을 지어 서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지나쳐 검문소 쪽으로 다가섰다.
그 후, 사람들의 신분을 검사하고 있는 병사들 쪽으로 다가가 무언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워낙에 작은 소리였기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호기심이 치밀어 올랐지만, 괜히 에나 쪽으로 다가서는 어수룩한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최대한 점잖 빼면서 에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병사와의 이야기가 잘 되어 가는 모양인지, 에나가 반짝거리는 동전 몇 개와 함께 왕자 베네딕트의 명패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일순 병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이내 군기가 바짝 든 훈련병처럼 자세를 똑바로 했다. 이에 에나는 괜찮다는 말과 함께 병사를 다독여주더니, 동전 몇 개를 더 찔러 넣어주었다.
물론 그 병사는 어떻게든 그 돈을 받지 않으려고 온갖 힘을 다 했지만, 워낙에 억지로 찔려주는 돈이었기에 결국 마지못해 받아버린 병사였다.
“되었습니다.”
이처럼 병사와 몇 마디 주고받은 에나는 날 향해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는 에나를 따라 도시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 와중에 병사가 잔뜩 군기가 든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경례했다.
그 모습을 보니, 에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건지 더더욱 호기심이 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한 겁니까?”
이런 내 물음에 에나는 내게 왕자의 명패를 돌려주며 입을 열었다.
“유현 님을 비밀 여행 중인 왕자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밀 여행 중인 왕자라니…….”
“많이 있습니다. 제가 경비대장을 하던 시절에도 드물게 찾아오곤 했습니다. 물론 왕족은 아니었지만요.”
옛날 시절이 떠오른 모양인지, 에나는 가볍게 몸서리치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그다지 좋은 기억이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에나가 방금 전, 그 병사처럼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나도 군 복무 시절에 몇 번 당해보기도 했고 말이다.
‘안 그래도 힘든데, 사단장이라도 뜨면 진짜……. 하.’
안 좋은 기억에 진절머리 친 나는 에나와 함께 인적이 드문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디보자, 목표가…….”
스마트폰을 꺼낸 뒤에 미니 맵을 확인해보니, 목표물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나는 잠시 방향을 가늠해본 뒤에 미니 맵을 머릿속에 확실히 기억했다.
“가죠.”
이리 말한 나는 에나와 함께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이 부근이었던 것 같은데……?’
미니 맵으로 보았던 목표물의 위치를 머릿속으로 떠올린 나는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여러 대의 짐마차가 둥글게 서있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저건가 보군.’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스마트폰을 꺼내서 대조해보니, 확실히 저 짐마차 안에 이번 목표가 타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가볍게 몸을 풀며 입을 열었다.
“한바탕 저질러 볼까요?”
씩, 웃음을 터트린 나는 오른손을 쭉 뻗으며 장비와 몬스터들을 소환했다.
“……칠흑의 지팡이 소환, 보호의 반지 소환, 고블린 소환, 오크 소환.”
착 감기는 칠흑의 지팡이를 손에 꽉 쥔 나는 주위에 서있는 거리의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다들 하나 같이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듯이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두 눈을 껌뻑껌뻑 거리고 있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당혹감에 가득찬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한 편의 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거리의 사람들을 쭉 둘러보며 명령했다
“난동부리세요. 단,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이러한 내 명령이 떨어지자, 고블린과 오크들이 일제히 고함성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케르르르륵!”
“취이이익!”
이처럼 고블린과 오크의 고함성을 터트리며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자, 그제야 거리의 사람들도 현실을 인지한 듯이 저마다 비명을 빽빽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모, 몬스터다!! 도망쳐! 도망쳐!”
“꺄아아악!”
“살려줘! 으아아!”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몬스터를 피해 무질서하게 도망치기 시작했고, 고블린과 오크들은 그런 사람들을 천천히 뒤쫓으며 겁을 주었다.
딱 내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어쩐지 신이 나려고 했다.
하지만 내 옆에 에나가 있었기에 나는 애써 표정을 수습했다.
‘웃으면 실망할지도 모르니까.’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꾹 삼킨 나는 에나와 함께 짐마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없는 건가?”
짐마차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경비는 이미 도망치고 난 뒤인 모양인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주사위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아까 전에 에나가 병사에게 찔러주던 동전과 닮은 것이 바닥에 떨어져 있기까지 했다.
‘어지간히도 바빴던 모양이군.’
하긴 이 상황에 누가 노예를 지키려하겠는가?
무려 오십이 넘어가는 고블린과 오크가 거리에 기습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어디보자.”
짐마차를 둘러보던 나는 이내 스마트폰을 들어서 자세한 위치를 알아보았다. 그러자 곧 내 정면에 있는 짐마차와 미니 맵에 표시되어 있는 목표물의 위치가 정확하게 일치했다. 이에 나는 에나에게 시켜서 마차 문에 걸려있는 자물쇠를 뜯어낸 뒤에 안을 들여다보았다.
“……윽.”
마차 문을 연 순간 고약한 악취가 맡아졌다.
오줌 지린내부터 시작해서 시큼한 냄새마저도 맡아졌다. 슬쩍 마차 안을 둘러보니, 오들오들 떨고 있는 다섯 명의 여자아이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미친.’
하나 같이 20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들이었다. 심지어 몇몇은 강간이라도 당한 모양인지, 허벅지와 머리카락 그리고 입술 주변에 희뿌연 정액을 묻히고 있었다. 점성이 살아있는 걸 보니, 강간 당한지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 하던 나는 이내 가볍게 한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다들 나오세요. 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도망쳐야 합니다.”
“…….”
이리 말하며 마차 문을 활짝 연 나는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여자 아이들은 마차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경계하며 마차 안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저기…….”
“소용없다.”
그 때, 마차 안쪽에서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무미건조라기보다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만큼 찬 목소리였다.
“소용없다니요?”
“이 아이들은 노예 상인의 것이다. 노예 상인이 직접 오지 않는 한 이 아이들을 마차 밖으로 꺼낼 수 없을 거다.”
“세뇌 같은 걸 당한 겁니까?”
“세뇌?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그래, 세뇌라고 해도 괜찮겠구나. 불쌍한 것들.”
쯧, 혀를 찬 소녀는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자기 주변에 몰려있는 여자아이들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마치 군계일학을 보는 듯했다. 흥미가 생겼다. 나는 도로 마차 안으로 들어간 뒤에 소녀의 몸을 훑어보았다.
그러자 곧 양 팔이 사슬로 묶여있는 소녀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더불어 몸 곳곳은 시퍼런 멍으로 가득했다. 심지어 퍼석퍼석해 보이는 갈색 머리카락에는 말라 비틀어져 있는 정액 따위가 묻어있었다.
허벅지 주변에는 안 묻어있는 걸 보니, 단순히 얼굴이나 머리카락에 정액을 뿌리기만 한 모양이었다.
‘상품성 유지인가?’
확실히 처녀성은 여성을 노예로 파는데 있어서 높은 가치를 지니니 말이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소녀를 쳐다보는데, 문득 소녀가 나를 올려다보며 비웃음과도 같은 미소를 머금었다. 도발인가 싶을 정도로 상대방을 우습게 보는 그런 비웃음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틀림없이 울컥했겠지만, 나는 반대로 호기심을 띠웠다.
“보아하니 이곳 사정을 잘 모르는 여행자 같은데, 얼른 여기서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제아무리 거리에 몬스터 한두 마리가 나타났다고는 하지만 나를 포함한 이 여자 아이들은 엄연히 노예 상인의 소유이니 말이다. 그대가 제멋대로 우리를 꺼내주다가 노예 상인이 이 사실을 전해 듣기라도 한다면, 그대는 순식간에 범죄자가 될 것이다. 아마도 그 자는 그대를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할 것이다. 혹시 남창이 되고 싶은 것인가?”
그 말을 듣고 나니, 소녀의 비웃음이 이해되었다.
이 소녀는 혹시라도 내가 여자아이들을 마차 밖으로 꺼내는 짓을 하지 못 하도록 사전에 막아주고 있는 것이었다.
나를 도발해서 이대로 버리고 가도록 말이다.
하지만 이 소녀는 지금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걱정 마시죠.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이리 말한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목표물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지금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소녀가 마정석 파편을 가지고 있다고 나왔다.
아무래도 이 소녀가 모함으로 멸문한 귀족 가문의 영애인 모양이었다.
‘어쩐지 범상치 않더라.’
혀로 입술을 축인 나는 곧바로 에나를 불렀다.
“에나 씨, 이 사슬을 베어주시겠습니까?”
이리 말하며 소녀의 손목을 구속하고 있는 사슬을 들어보이자, 에나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소녀는 적잖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크게 소리쳤다.
“무,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하려는 것이냐! 당장 그 손 놔라! 그런 짓을 했다간 그대들이……!”
소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에나가 휘두른 검이 사슬을 깔끔하게 베며 양 손을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이에 소녀는 황망하기도 하면서,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와 에나를 번갈아보았다.
“……나, 날 소유하고 있는 노예 상인이 대체 누구인지 아느냐? 그 자는 이 도시의 영주와도 안면이 있는 자다! 그러니 그 자의 부하가 이 모습을 보기 전에 얼른 도망쳐라. 지금이라면 모른 척 해줄 테니까, 서둘러…….”
“앞으로 그 노예 상인과 마주칠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딱 잘라 말한 나는 소녀의 손을 꽉 붙잡았다.
“만날 일이 없을 거라니……!”
“절 따라오시면 알게 됩니다.”
이 말과 동시에 소녀를 번쩍 들어 안자, 소녀의 곁에서 웅크리고 있던 여자 아이들이 하나 같이 깜작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바지자락을 붙잡았다.
“안 돼! 가면 안 돼!”
“그 손 당장 놔! 놓으란 말이야! 이 여자는 주인님이 중요한 거라고 했단 말이야!”
“주인님이 지키랬어! 도망치지 못 하게 지키랬어!”
그 외침에 나는 입가를 이죽이며 입을 열었다.
“오크 역소환. 오크 소환.”
빠르게 오크를 역소환한 뒤에 다시금 소환하자 일순 내 앞에 오크 세 마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모습에 소녀를 비롯한 여자 아이들이 하나같이 벙찐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그 모습에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이 여자아이들을 들쳐 매세요. 지금부터 우리는 이 도시를 탈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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