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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크네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 소환.”
간식을 소환하자, 내 손바닥 위에 둥근 과자 하나가 올려졌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아라크네의 시선이 과자 쪽으로 집중되었다. 그녀는 꿀꺽, 군침을 삼키며 아주 잠깐 내 눈치를 보더니, 곧 재빠르게 양 손을 쭉 뻗었다.
당연히 그녀의 목적은 내 손바닥 위에 올려져있는 과자였다.
“……어허.”
그 행동에 나는 아라크네의 손을 쳐내며 과자를 뒤로 빼었다. 그러자 아라크네는 더더욱 안달이 난 표정을 지어보이며 어떻게든 과자를 빼앗으려는 듯이 양 손을 마구 휘저었다.
“히잉! 인간아, 얼른 나 줘! 숨기지 말고! 먹고 싶어! 먹고 싶단 말이야! 얼른 줘! 나 주란 말이야!”
“기다리세요.”
“우우……. 기다리면 줄 거야? 기다리면 주는 거야? 나 여기서 기다리면 주는 거지?”
“일단 기다리세요.”
나는 마치 애완동물을 훈련시키듯이 손짓하며 아라크네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이런 내 손짓이 다행히도 들어 먹히고 있는 모양인지, 아라크네는 과자를 먹고 싶단 욕구와 필사적으로 싸우며 침착하게 양 손을 내렸다.
“……잘 하셨습니다.”
“히히, 그럼 이제 나 주는 거야?”
“아직이요.”
“힝……. 인간, 못 됐어! 나 빨리 먹고 싶단 말이야! 엉엉, 빨리 줘. 나 죽어!”
정말로 먹고 싶은 모양인지, 눈물까지 뚝뚝 떨어트리며 나를 애절하게 올려다보는 아라크네다. 이에 나는 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눈물 뚝 그치세요.”
“훌쩍…… 나 안 이제 울게. 봐봐! 나 안 울어! 히히, 이거 봐! 웃고 있잖아. 그러니까 줘!”
눈물 뚝 그치라는 내 말에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는 아라크네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마치 똑똑한 강아지에게 여러 가지 훈련을 시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아라크네에게 말했다.
“오른손 내미세요.”
오른손을 내밀라는 내 말에 아라크네는 지체 없이 자신의 오른손을 내밀어,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일순 거미 인간의 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부드러운 여성의 손바닥 감촉이 전해져왔다.
하긴 겉으로 보이는 몇 가지 특징만 뺀다면, 아라크네는 우리랑 별다를 게 없는 인간이었다.
‘그 몇 가지 특징이 좀 그럴 뿐이지.’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아라크네의 오른손을 마주잡으며 말을 이었다.
“잘 했습니다.”
“히히, 나 잘하지?”
주인의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처럼 나를 쳐다보는 아라크네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그녀의 손바닥 위에 과자를 올려주며 입을 열었다.
“네, 잘 하셨습니다. 자, 여기요.”
“와아!”
이처럼 그녀의 손바닥 위에 과자를 올려주자, 아라크네는 기쁨에 가득찬 환호성을 터트리며 과자를 자기 입 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그 행동에 나는 재빨리 아라크네의 손목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기다리세요.”
“에? 아, 으……. 왜? 왜 기다려? 또……. 또 주는 거야? 혹시 빼앗는 건 아니지? 그치?”
기다리라는 내 말에 어정중한 자세로 딱 멈춘 아라크네는 여섯 개의 눈을 정신없이 굴리며 내게 물음을 던졌다.
“전 아직 먹으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히잉, 먹으면 안 돼? 나 너무 먹고 싶어……. 허엉, 먹게 해주라. 응?”
과자가 자기 손에 들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허락을 구하는 아라크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역시 이게 훈련의 성과인가? 내심 감탄한 나는 한동안 아라크네를 지켜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잘 참았습니다. 드세요.”
“와아! 잘 먹겠습니다!”
이리 소리쳐 말한 아라크네는 곧장 과자를 제 입으로 가져가더니, 그대로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다 먹었다.
그 모습을 보니, 과자가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아라크네를 향해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엎드리세요.”
“또 주는 거야?”
“하는 거 보고요.”
이러한 내 말에 아라크네는 군말 없이 곧장 내 앞에 엎드렸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역전되었다. 이전에는 아라크네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면, 지금은 내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잘 하셨습니다.”
“헤헤.”
칭찬의 말과 함께 오른손을 내민 나는 아라크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헤실헤실 웃으며 여섯 개의 눈을 꼭 감는 아라크네다. 그 순종적인 태도에 만족한 미소를 띠워 보인 나는 조금씩 손을 내려, 아라크네의 턱을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하앙! 아아, 좋아. 거기……. 후아아, 좀 더…….”
턱이 만져지는 게 좋은 모양인지, 아라크네는 어깨까지 가늘게 떨며 기쁨에 몸서리쳤다. 생긴 건, 거미인데……. 행동하는 건, 영락없이 강아지다.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아라크네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을 하나 더 구입한 뒤에 손바닥 위에 소환했다. 그러자 귀신같이 여섯 개의 눈을 딱 뜨고서 한껏 기대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는 아라크네다.
“그, 그거 나 주는 거야? 츄릅……. 그거 나 주는 거지?”
“하는 거 보고요.”
“히잉……. 그거 나 주면 안 돼? 응? 나한테 주면 뭐든지 다 할게. 응? 또 손 내밀까? 아니면 더 납작 엎드려볼까?”
당장에라도 납작 엎드릴 것처럼 시늉을 하는 아라크네의 태도에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이내 아라크네의 머리카락이 너무 길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녀의 검은색 머리카락을 슥슥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머리카락이 너무 길게 자란 것 같은데, 좀 자르는 편이 어떻겠습니까?”
“응? 머리카락? 하긴 자를 때가 좀 됐지. 히히, 인간아 조금만 기다려봐! 내가 금방 자를게!”
이리 소리쳐 말한 아라크네는 곧장 양 손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꽉 붙잡더니, 앞다리에 나있는 날카로운 발톱 같은 것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삭둑삭둑 자르기 시작했다. 어찌나 자연스럽게 자르던지, 마치 숙련된 미용사를 보는 듯했다.
‘의외로……. 엄청 잘 자르네.’
내심 감탄한 나는 아라크네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10여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바닥에까지 내려오던 아라크네의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밖에 안 오는 짧은 단발머리가 되었다.
덕분에 이전에 비추어 보이던 음침한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지고, 지금은 풋풋한 여고생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에헴, 어때? 예뻐?”
“네, 예쁩니다.”
“히히, 그럼 인간아. 나 그거 주라. 응?”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린 아라크네는 사랑을 고백하는 여고생마냥 제 몸을 베베 꼬며 내 손에 들려있는 과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에 나는 과자를 주는 대신에 아라크네의 턱을 살살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턱 쓰다듬어주는 거랑 과자를 먹는 거…….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뭘 고르실 겁니까?”
“후아! 아앙, 아……. 아, 거기……. 앗! 아니……. 그, 그러니까……. 하웃! 아앙, 좋아. 이거 너무 좋아. 히익! 하앙, 거긴 안 돼! 아아, 후아! 우우, 이거 너무 좋아. 나 어떡해……. 하앙, 아! 인간아, 너무 좋은 거 아냐?”
“그럼 이게 더 좋은 건가요?”
“그, 그건…….”
“그럼 과자는 치울까요?”
이리 말하며 과자를 아라크네 앞에서 살랑살랑 흔들어 보이자, 그녀의 여섯 개의 눈동자가 어디 한 군에 고정하지 못 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리고 그 상태로 몇 분간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날 올려다보았다.
“두 개 다 고르면 안 돼?”
“욕심쟁이네요.”
“히잉, 그렇지만 다 좋은 걸……. 후읏, 먹고 싶어! 턱 만져지고 싶어! 다 고르고 싶어! 그래, 나 욕심쟁이야! 둘 다 가질래! 둘 다 줘!”
급기야 화를 내며 양 손을 치켜드는 아라크네다. 이에 크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아라크네의 입에 손수 과자를 물려주며 입을 열었다.
“자, 드세요.”
“우으응!”
이러한 내 말에 아라크네는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을 지어보이며 열심히 곤충의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삭바삭 거리는 소리와 함께 과자가 부서지며 그녀의 입 안으로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희열감이 장난 아닌데?’
아라크네가 바삭바삭 소리를 내면서 과자를 먹을 때마다 묘한 희열감이 가득 차올랐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게 귀엽기도 하면서 오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계속 이렇게 간식을 먹이고 싶단 중독성이 말이다.
‘……이래서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간식을 사다 먹이는 건가.’
묘하게 납득이 갔다.
나는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고 아라크네에게 과자를 먹여주고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아라크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후, 아라크네의 호감도가 오르지는 않았을까 싶어서 스마트폰을 들어 확인해보았지만 유감스럽게 별다른 알림문구가 떠올라 있지 않았다.
‘노예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
확실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당장 까놓고 말해서 아라크네는 내 노예가 아닌 던전의 일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호감도와 충성도가 표시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라크네가 날 향해 보내는 시선이라던가, 몸짓 같은 것을 보면 대충이나마 호감도와 충성도를 알 수 있었다.
“히히, 기분 좋다……. 나 여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 인간도 좋고……. 나 여기에 계속 살아도 되는 거지?”
“물론입니다.”
이리 말하며 아라크네의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준 나는 마틸다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마치 드디어 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한껏 기대어린 시선을 날 향해 보내는 마틸다다. 이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녀 쪽으로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마틸다 씨에겐 뭘 해드릴까요?”
“저, 저는…….”
이런 내 물음에 마틸다는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 깔며 몸을 베베 꼬았다. 그리고는 곧 결정을 내린 모양인지, 은근하게 나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키스해주세요.”
“키스요? 그거면 충분합니까?”
“네, 주인님의 키스면……. 충분해요.”
이리 말하며 살짝궁 내 품에 안겨오는 마틸다다. 그 태도에 자그맣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춰주었다. 동시에 오른팔로는 마틸다의 허리를 꽉 감싸고, 왼손으로는 탄력 넘치는 둔부를 꽉 움켜쥐었다.
“하앙, 아! 으읏.”
둔부 쪽에서 느껴져 오는 감각에 신음성을 터트린 마틸다는 그대로 체중을 실어 내 품에 꼬옥 안겨왔다. 이에 나는 거듭해서 마틸다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키스를 이어나갔다.
“……흐응, 응! 하음, 읏!”
매끈매끈한 입술의 표면을 거칠게 탐한 나는 조금씩 타액을 마틸다의 입 안으로 넘겼다. 그리고 이런 내 행위에 마틸다는 가늘게 몸을 떨더니, 곧 달콤한 꿀물을 마시듯이 연신 꿀꺽이며 타액을 삼켰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요.”
“하아, 기분 좋아요……. 흐읏, 주인님의 침……. 아아, 너무 좋아요. 좀 더 주세요.”
이리 말하며 내게 매달려오는 마틸다의 태도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대로 입술을 꽉 누르며 타액을 쉼 없이 흘려보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는 슬쩍 그녀의 가슴을 덥썩 움켜쥐었다.
그러자 엘레노아만큼 크지는 않더라도 적당히 큰 가슴이 내 손 안에 가득 찼다. 아니, 오히려 넘치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나는 스펀지마냥 부드러운 가슴을 주무르며 키스를 좀 더 즐겼다.
“……하으, 아……. 하아, 주인님…….”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고 다음에 확실하게 안아드리겠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마틸다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자 꺄읏! 하고 귀여운 탄성을 터트리며 제 몸을 부르르 떠는 마틸다다.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아! 네, 네……. 주인님.”
이러한 내 속삭임에 마틸다는 더없이 기뻐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보상은 이 정도로 해두고…….’
조심스레 마틸다를 떨어트려 놓은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새로운 알림문구가 오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보았다. 그러자 마틸다와 한창 키스를 나누는 중에 도착한 모양인지, 새로운 알림문구가 화면에 버젓이 떠올라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던전 퀘스트 ‘고블린 주거지’가 발생했습니다.]
[20마리가 넘는 고블린들이 당신의 던전에 합류했습니다. 이제 이들을 위해서 주거지를 만들어주세요. 주거지는 식사와 마찬가지로 던전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만약에 고블린들에게 주거지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이들은 통로 이곳저곳을 점령하고서 무질서하게 지낼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방 하나를 고블린 주거지로 설정해서 지내도록 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방이 비좁다면 고블린 일꾼들을 이용해서 방을 넓히세요! 그리고 나무를 베어서 집을 만드세요! 고블린 일꾼들은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고블린들이 머물 주거지를 만들어 주세요. (보상 : 랜덤 아이템 상자)
“주거지라…….”
턱을 쓰다듬은 나는 곧바로 고블린의 주거지로 쓸만한 방을 찾기 위해서 던전 내부 지도를 열람해보았다. 그러자 곧 제법 커다란 방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나는 곧바로 고개를 들어 고블린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들 절 따라오세요.”
이러한 내 말에 엘레노아를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고블린들의 주거지로 쓸 방에 도착한 나는 엘레노아와 마틸다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엘레노아 씨와 마틸다 씨는 여기 고블린들을 통솔해서 집을 지으세요. 혹시 방이 좁다면 넓히셔도 괜찮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이전에 보상으로 받은 톱 5자루를 소환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후, 아라크네 쪽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라크네 씨는 이대로 둥지로 돌아가서 될 수 있는 한 새끼 거미를 많이 낳아주세요.”
“응, 내가 잔뜩 낳을게!”
자기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어보인 아라크네는 곧바로 자기 둥지로 돌아갔다. 그 모습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다시금 엘레노아와 마틸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엘레노아 씨와 마틸다 씨가 수고 좀 해주세요.”
이러한 내 말에 두 사람은 아라크네에게 질 새라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주인님!”
이처럼 합창하며 대답하는 두 사람의 태도에 소리 없이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던전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곧 눈앞의 풍경이 일그러졌다가 이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며 평범한 자취방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 작품 후기 ==========
본격 던전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