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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무슨 제안?”
흥미가 돋는 모양인지, 아라크네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물었다.
그 모습에 연한 미소를 머금은 나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희 던전에 취직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그 쪽의 허기를 책임지고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아하핫, 정말이야? 나 이래봬도 꽤 대식가야.”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던 아라크네는 이내 키득키득 거리며 웃음기를 가라앉히더니 곧 활기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인간아, 너 정말로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그럼 내가 너한테 취직하면 저 고블린들을 다 먹어도 되는 거야?”
아라크네의 물음에 고블린 가족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에 나는 재빨리 손을 휘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그건 좀 곤란합니다. 이 고블린들은 소중한 제 가족이니까요.”
“가족? 인간인 네가 고블린의 가족? 내가 여기에 갇혀있던 몇 달 동안 고블린하고 인간이 가족이 된 거야?”
“그건 아닙니다.”
“그럼 뭐야? 되게 궁금하다. 한번 설명 좀 해봐. 내가 좀 배고프긴 하지만…….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어. 좋아! 오랜만에 선심 좀 쓰지! 옜다, 기분이다! 어디 한번 말해봐! 다 들어줄테니까!”
아라크네는 꽤나 인심 쓴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끝마쳤다.
생각 외로 유쾌한 아라크네였다.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입을 열었다.
“딱히 특별한 건 없습니다.”
“키워지거나 그런 거 아냐?”
“아닙니다. 단지 이들은 제게 고용되었을 뿐입니다. 방금 전에 제가 당신에게 제안한 던전 취직과 같은 겁니다.”
“어머어머, 그럼 나도 여기에 취직하면 가족이 되는 거야?”
“물론입니다.”
“흠, 가족이라……. 만약에 내가 거절하면 어떻게 돼?”
잠시 고민하던 아라크네는 이내 슬쩍 나를 흘겨보며 물었다. 이에 나는 칠흑의 지팡이를 그녀 쪽으로 겨누며 입을 열었다.
“죽겠죠.”
“와, 너 엄청 잔인하다! 근데 그거 알아? 내가 저 고블린들 중에 하나만 먹어치우면 너희는 다 죽은 목숨이야!”
“그래서요?”
“내가 이긴다는 거야! 좋아, 그럼 하나만 시식해볼까? 얍!”
이리 말한 아라크네는 귀여운 기합성과 함께 앞다리를 쭉 뻗어 고블린을 공격했다. 단번에 고블린의 가슴께를 꿰뚫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노림수와는 다르게, 칠흑의 지팡이가 주고 있는 버프를 받고 있는 고블린은 간단하게 그녀의 앞다리를 쳐내었다.
“……꺅! 뭐, 뭐야!”
“뭐가 뭐겠습니까? 그야 고블린이죠.”
이러한 내 말에 아라크네는 찔끔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주춤 몸을 웅크렸다.
“내, 내가 알고 있는 고블린은 이렇게 안 세던데…….”
“제가 데리고 다니는 고블린들은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피골상접한 고블린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뭐가 다른데?”
“자세히 한번 봐 보세요. 밖의 고블린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내 말에 아라크네는 여덟 개의 눈으로 주위 고블린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곧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와, 살이 엄청 올라있네? 오동통한 게, 츄릅……. 대체 뭘 먹인 거야?”
“그렇죠? 덕분에 아주 건강하죠.”
“확실히 그러네. 꿀꺽, 지금의 나는 상대가 안 될 거야.”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대화를 나누어 본 결과 아라크네의 지능이 무척이나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리한 거미 여성이니, 틀림없이 던전에 취직하는 쪽으로 결정을 기울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대로 아라크네는 던전에 취직하기로 마음을 결정한 모양인지, 양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항복할게. 나도 가족으로 받아주라.”
“좋습니다. 당신도 던전의 일원으로 받아드리겠습니다.”
이처럼 의사가 합의되자, 스마트폰 화면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던전 퀘스트 ‘굶주린 아라크네’를 완료하셨습니다!]
[연계 퀘스트 ‘아라크네의 둥지’가 발생했습니다.]
[아라크네는 거미 둥지를 지을 수 있습니다. 아라크네에게 방을 하나 주어서 둥지를 짓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 둥지에서 새끼 거미 5마리를 만들도록 하세요. 새끼 거미는 던전을 지키는 파수병이자, 정찰에 도움을 주는 척후병이 되어줄 것입니다.]
-아라크네에게 방을 하나 준 뒤에 새끼 거미를 생산도록 하세요. (0/5) (보상 : 아라크네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
‘오…….’
아라크네를 던전의 일원으로 받고나자 연계 퀘스트가 발생했다. 역시 보상이 따로 존재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라크네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폴짝폴짝 뛰면서 도저히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라크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아, 네가 날 배부르게 만들어준 거야?”
“그렇습니다.”
“굉장하다. 그럼 나 계속 배부른 상태인거야?”
“제가 살아있고, 던전 코어가 안전한 동안은요.”
“흠흠, 그렇구나. 굉장하다! 그래, 인정! 넌 정말로 대단한 인간이야. 가족으로 받아줄게.”
이리 말한 아라크네는 여덟 개의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에 마틸다가 긴장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앞에 섰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걱정해줘서 고맙습니다, 마틸다 씨. 하지만 아라크네는 더 이상 적이 아닙니다.”
좋은 말로 마틸다를 다독이자, 그녀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옆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모습에 아라크네는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띠워 보이며 입을 열었다.
“맞아, 맞아! 우린 이제 적이 아니야! 가족이지! 그렇지?”
“물론입니다.”
“키킥, 너 정말로 마음에 든다. 신랑으로 받아줄까?”
“제법 끌리는 제안이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는 거미 인간과 교미하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유감이네. 그래도 쭙쭙 빨아줄 순 있는데……. 어때?”
아라크네는 보란 듯이 자기 입을 오물거리며 물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곤충의 입처럼 벌어져 있는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니, 있던 성욕도 싹 달아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인외 생물과 성교를 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닌 모양이었다.
“정중하게 사양하겠습니다.”
“맞아! 주인님의 물건은 내가 빨아 줄 거니까 넌 눈독 들이지 마!”
이러한 내 말에 엘레노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팔을 꽉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이에 아라크네는 조금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이내 별다른 미련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나도 강요할 생각은 없어. 그래도 나중에 받고 싶으면 말만 해.”
“하하,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다른 걸 좀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부탁? 뭘? 말만 해. 내가 지금 무척이나 배불러서 기분이 좋거든? 아, 이거 얼마만에 느껴보는 포만감인지 모르겠어.”
히히, 웃은 아라크네는 아까보다 훨씬 더 혈색이 도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일단 저를 따라오시죠.”
이리 말한 나는 아라크네를 비롯한 나머지 인원을 데리고서 근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윽고 방에 도착하자, 아라크네가 감탄성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히야, 언제 이런 곳이 생겼데? 인간아, 네가 만든 거야?”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곳이 앞으로 아라크네 씨가 머물 방입니다.”
“어? 나한테 주는 거야? 이렇게 큰 방을?”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새끼 거미를 낳아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응, 가능해. 배도 부르고 장소도 넓고……. 딱 좋네! 간만에 새끼 좀 쳐볼까?”
의욕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한 아라크네는 곧바로 방 안 이곳저곳에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 방 안이 거미줄로 가득해지자, 아라크네는 적당한 장소에 몸을 문대고는 자세를 편히 잡았다.
그 후, 그녀는 끙끙 소리를 내며 알을 낳기 시작했다.
“오…….”
아라크네의 꽁무니에서 축구공만한 알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감탄성을 내뱉던 나는 이내 알의 숫자가 다섯 개가 되자 재빨리 입을 열어 그녀를 제지했다.
“……아, 됐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응? 난 이제부터 시작인데?”
“잠시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딱 여기서 멈춰주세요.”
“흠, 그래? 인간, 네가 말하는 거니까 참을게.”
이리 말한 아라크네는 곧바로 하얀 실을 뽑아, 축구공만한 알 다섯 개를 칭칭 감쌌다. 그리고 그 상태로 몇 분 정도 흐르자, 실타래를 뚫고서 새끼 거미 다섯 마리가 태어났다. 그 광경에 나를 비롯한 고블린들이 두 눈을 반짝였다.
역시 생명의 탄생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자, 됐어. 이 다음엔 뭘 할까?”
이렇듯 새끼 거미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에 아라크네가 내게 물었다. 이에 서둘러 정신을 차린 나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들어서 확인해보았다.
[축하합니다!]
[연계 퀘스트 ‘아라크네의 둥지’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아라크네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이 주어집니다.]
[아라크네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을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거 설마 사람은 아니겠지?’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네를 누른 뒤에 간식을 소환했다. 그러자 다행스럽게도 인간이 아닌 과자 하나가 내 손바닥 위에 올려졌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아라크네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나를 쳐다보았다.
“우와, 엄청 맛있는 냄새가 난다! 그거 뭐야?”
“드실래요?”
“응! 응! 나 줘! 나 주라!”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치는 아라크네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보면 볼수록 귀여운 거미 여인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불쑥 치미는 장난기를 느끼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고서 멍멍 짖어보세요.”
“멍멍!”
이런 내 말에 아라크네는 곧바로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멍멍 짖었다.
“잘 하셨습니다.”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바로 아라크네의 입에 간식을 직접 넣어주었다. 그러자 곤충의 입이 거듭 꿈틀꿈틀거리며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바삭바삭 거리는 소리가 조금 귀엽게 들려왔다.
이래서 사람들이 곤충을 키우는 걸까?
잠시 아라크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돌연 아라크네가 황홀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배시시 웃었다.
“와, 이거 엄청 맛있다. 인간아, 또 없어? 새끼 거미 또 낳을까?”
“글쎄요……. 저도 더 드리고 싶은데, 남은 게 없군요. 다음에 또 생긴다면 드리겠습니다.”
“정말이지? 약속이다?”
“약속하겠습니다.”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한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현재 던전 인원을 확인해보았다.
[현재 던전 인원 (10/50)]
‘새끼 거미는 던전 인원에 포함되지 않는 건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환하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아라크네를 향해 물었다.
“새끼 거미는 몇 마리까지 낳을 수 있습니까?”
“글쎄? 한 백 마리? 그 이상 낳으면 나도 통제 못 해.”
“백 마리라……. 엄청나군요.”
백 마리에 달하는 새끼 거미가 방 안에 가득 찰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섬뜩했다.
“엄청나진 않아. 새끼 거미는 엄청 허약하니까. 그리고 인간아, 사실은 말이야.”
별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던 아라크네는 돌연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무언가 대단한 비밀을 가르쳐주듯이 속삭였다.
“……새끼 거미들은 전부 다 내 간식이야.”
“네?”
“내가 배고플 때 먹는 거라고. 바삭바삭한 게, 얼마나 맛있다고?”
꼴깍, 군침을 삼키며 말하는 아라크네다. 이에 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아니, 자기가 낳은 것을 먹다니? 대체 무슨 정신이란 말인가? 나는 다소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당신이 낳은 게 아닙니까?”
“내가 낳긴 했지만, 이 녀석들은 내 동족이 아니야.”
“동족이 아니라니요?”
“우리 아라크네는 100년에 한 번씩 아이를 낳을 수 있거든? 그 때, 낳은 아이가 아라크네로 성장하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 이 새끼 거미들은 산란 연습용이자 내 간식거리야.”
꽤나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라크네다. 이에 나는 다소 질렸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새끼 거미들을 쳐다보았다.
‘불쌍하네.’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 나는 다른 알림문구가 뜨지는 않았을까 싶어 스마트폰을 들어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아라크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도착한 모양인지 화면에 떠올라있었다.
[던전 퀘스트 ‘고블린 사냥!’이 발생했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고블린 사냥에 나설 때입니다! 고블린과 아라크네를 이용해서 야생 고블린들을 사냥하세요. 이들을 던전으로 데려와 일꾼으로 쓴다면 던전은 빠른 시일 내로 구색을 갖추게 될 겁니다!]
-고블린들을 사냥한 뒤에 던전으로 데려와 일꾼으로 만드세요. (0/20) (보상 : 먹이 상점 해금)
“고블린 사냥이라…….”
고블린 20마리를 일꾼으로 만들라는 퀘스트였지만,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던전 주변에 사는 고블린들은 전부 하나 같이 제대로 못 먹어서 허약하니 말이다. 내가 소환한 고블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더욱이 고블린 가족들이 나 대신에 나서서 야생 고블린들을 설득해준다면 보다 더 쉽게 이야기가 풀릴 게 틀림없었다.
이렇듯 생각을 정리한 나는 엘레노아와 마틸다 그리고 아라크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임무를 부여하겠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호기심을 내비쳐 보이는 세 여인이다. 이에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세 분에게 각각 고블린 15마리 씩 배정해드리겠습니다. 이 고블린들을 데리고서 야생 고블린 7마리씩 잡아오세요.”
이렇듯 말을 끝마치자, 엘레노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번쩍 손을 들며 질문을 던졌다.
“임무를 잘 끝마치면 상을 주시는 건가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큐버스인 엘레노아가 원하는 상이라면 딱 하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드리겠습니다.”
“아싸! 금방 갔다 올게요!”
상을 주겠다는 말에 엘레노아는 잔뜩 기합이 들어간 표정을 지어보이며 제 손에 들려있는 채찍을 꽉 쥐었다. 더불어 마틸다의 표정에도 잔뜩 기합이 들어갔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아하니, 농땡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때, 아라크네가 다각다각 소리를 내며 앞발을 흔들었다.
“인간아, 인간아.”
“네.”
“나도 상 주는 거야?”
“방금 드신 간식이 드시고 싶으신 겁니까?”
“응! 또 먹고 싶어!”
그 말에 나는 잠시 고민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확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오늘 일을 잘 해주신다면 다음에 간식이 생겼을 때, 오늘 일까지 합쳐서 드리겠습니다.”
“정말이지? 좋아! 나한테 맡겨! 후딱 잡아올게!”
이처럼 세 여성이 의욕을 보이자, 나는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다가 이내 고블린 가족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고블린 여러분에게는 따로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케르륵, 뭐든지 부탁해라! 케륵, 인간의 말! 전부 듣겠다. 케르륵! 그러니 내쫓지만 마라! 케륵!”
이곳의 생활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인지, 고블린은 앞선 세 여성과는 달리 상이니 뭐니 요구하지 않았다.
“하하, 걱정 마세요. 저도 여러분이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결코 내쫓거나 하지 않을 겁니다.”
이리 말하며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나는 이내 고개를 들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제가 여러분에게 부탁할 일은 여기 세 여성분이 잡아올 야생 고블린들을 설득해주는 일입니다.”
“케르르? 설득?”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저보다는 같은 고블린인 여러분이 설득하는 게 좀 더 잘 먹히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내 말에 고블린은 저마다 납득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케르륵! 맞다! 인간, 네 말대로 우리가 설득하는 게 더 좋다! 케륵! 인간, 현명하다!”
“좋습니다. 그럼 고블린 세 마리를 붙여드리겠습니다. 입구에서 대기하고 계시다가 야생 고블린이 오거든 설득해주세요.”
“케르르르륵! 내게 맡겨라! 케켁!”
이처럼 고블린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자,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띠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마흔 여덟 마리의 고블린들을 네 그룹에게 분배한 뒤에 떠나보냈다.
‘자, 그럼 이 동안 에나한테 가볼까?’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던전 퀘스트를 깨고 있는 동안 홀로 외롭게 던전 코어를 지키고 있던 에나였으니 말이다. 더욱이 이계 퀘스트 ‘마족이 된 오크 족장’을 깨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고 말이다.
나는 에나에게 상을 줄 생각에서 한시 바삐 던전 코어가 있는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여러분이 올려주신 코멘트를 확인한 결과, 인외 생명체와의 성교는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