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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172화 (17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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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내가 살게.”

은하는 애써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지현이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은하의 몸을 꽉 끌어안으며 ‘역시 은하야! 통이 크다니까! 은하 님, 사랑해요!’라면서 오두방정을 떨었다.

가끔씩 얄미운 행동을 하긴 하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지현이었다.

은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지현이를 다독여주고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은하의 눈앞에 반투명한 알림문구가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아이돌 프로젝트 1차 예선에 합격하셨습니다! 심사 위원 이 승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경험치 400을 획득했습니다!]

‘이건…….’

은하가 놀란 눈초리로 예은이를 쳐다보자, 예은이 또한 자기 눈앞에 알림문구가 떠오른 모양인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예은이의 눈앞에도 은하와 같은 알림문구가 떠오른 상태였다.

다만 은하와는 다르게 아이템 ‘힘내세요, 모두의 아이돌!’의 효과를 받고 있지 않았기에 경험치가 200 밖에 되지 않았다.

“왜 그래, 은하야?”

이처럼 은하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예은이와 눈빛을 교환하는데, 돌연 지현이가 은하의 팔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이에 은하는 무심코 알림문구에 대해서 이야기할 뻔 했지만,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토, 통장에 얼마 남았나 생각해봤어.”

“뭐야? 생활비 부족해? 음, 이거 큰일인데……. 안 되겠어. 이럴 땐, 역시 매니저지!”

이리 소리쳐 말한 지현이는 고개를 유현 쪽으로 돌리며 말을 이었다.

“……오빠, 오늘은 오빠가 은하의 흑기사가 되어줘요!”

“흑기사?”

“네! 오늘은 은하 대신에 저녁 사주고, 다음에 은하가 오빠한테 밥 사주는 거죠! 어때요?”

이 물음에 유현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선뜻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거 괜찮네. 나도 은하한테 너무 얻어먹는 건 아닌가 싶었거든.”

“역시 P군! 마음 씀씀이가 다르다니까!”

해맑게 웃음을 터트린 지현이는 유현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몇 번 두드렸다. 반면에 은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서둘러 손가래질 쳤다.

“아, 아니야! 오빠, 아니에요! 제가 살게요! 저 괜찮아요!”

그 외침에 지현이는 와락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 말았다.

‘이게 밥상을 차려줘도 마다하네.’

숙맥도 이런 숙맥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게 또 은하의 매력이었기에 지현이는 이왕에 이렇게 된 거,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여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은하야, 가난은 죄가 아니야.”

“지현아!”

“괜찮아, 난 다 이해할 수 있어. 그러니까 부담가지지 마.”

이러한 지현이의 말에 유현도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너무 그렇게 부담가지지 마.”

“오빠…….”

유현까지 이렇게 말하고 나서자, 천하의 은하도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예은이는 무척이나 흥미가 돋는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세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재밌네.’

제 3 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로 흥미로운 관계가 아닐 수 없었다.

은하와 유현을 이어주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지현이, 그리고 그런 지현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유현과의 관계를 좁히지 못 하는 은하……. 반면에 유현은 은하를 여자로 안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저러다가 지현이가 유현이 오빠하고 눈이 맞으면 어떻게 될까?’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흥미로운 전개가 아닐 수 없었다. 예은이는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우리 언제 밥 먹으러 가요?”

“그래, 얼른 밥 먹으러 가자!”

이러한 예은이의 말에 지현이가 얼른 동조하며 은하와 유현을 이끌며 월드컵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 후, 세 사람은 근처에 위치해 있는 부대찌개 집으로 들어갔다. 이에 유현이 조금 당혹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지현이에게 물었다.

“비싼 거 먹자면서?”

“부개 찌개로 충분히 비싼 거거든요?”

빨간 혀를 삐죽 내밀며 대답한 지현이는 저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천연덕스런 모습에 유현은 못 말리겠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은하와 예은이를 데리고서 자리에 앉았다. 그런 다음에 부대찌개 4인분을 주문했다.

“그런데 심사 위원 반응은 어땠어? 이 승환 씨, 독설이 장난 아니라던데?”

은하네들이 예선전을 치루는 동안 따로 들은 것이 있었기에 유현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지현이는 제 어깨를 으쓱이며 자랑스레 대답했다.

“그야 쩔었죠! 우리가 누군데요? 그리고 이 승환 씨는 완전히 우리 은하한테 꽂혔던데요?”

“정말로?”

지현이의 칭찬에 유현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은하를 쳐다보자, 그 시선에 은하가 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대답했다.

“그, 그냥……. 목소리가 특이하다고 칭찬 받았어요.”

“하긴 은하 목소리가 좀 특이해? 지금 당장 성우 시켜도 잘 할 걸?”

“네? 아, 그 정도까진 아닌데…….”

어지간히도 부끄러운 모양인지,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깔고서 어쩔 줄 몰라해하는 은하다. 그 어수룩한 모습에 지현이는 고개를 절래절래 가로저었다.

‘저게 언제 커서 유현이 오빠랑 사귈라나?’

보는 지현이가 답답할 지경이었다. 오죽하면 은하가 하렘 애니메이션의 남자 주인공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저렇게 둔하고, 맹해서 연애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걱정이 몰려왔지만, 지현이는 이내 각오를 다졌다.

‘……내가 팍팍 밀어줘야지!’

새롭게 각오를 다진 지현이는 슬쩍 은하의 팔을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제 생각인데, 오늘 예선전 치룬 거 방송에 나가면 은하는 분명히 대스타가 되어있을 걸요?”

“야, 야!”

지현이가 다소 과장되게 말하자, 은하가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리쳤다. 그러나 지현이는 이런 은하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계속 말했다.

“그럼 분명히 여기저기서 은하를 노릴 텐데……. 분명히 우리 순진한 은하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끌려갈 거예요.”

“누, 누가 끌려간단 거야!”

“하아, 이런 우리 은하를 잘 이끌어줄 듬직한 남자가 어디 없을라나…….”

작게 한숨을 내뱉은 지현이는 유현을 슬쩍 흘겨보았다. 그러나 유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긴 걱정이 되긴 하지……. 그냥 지현이, 네가 은하랑 듀오로 활동하는 건 어때?”

“…….”

이러한 유현의 말에 지현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 사람들이 아주 쌍으로 이러네.’

어쩜 이렇게 똑같이 눈치가 없을까? 실로 복창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현이는 답답한 마음에 제 가슴을 오른손으로 거세게 두드리며 유현과 은하를 번갈아보았다.

‘……확 밝혀버릴까?’

은하가 유현을 좋아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현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약에 여기서 그 사실을 밝혔다가 유현이 은하를 거절하기라도 한다면, 그 뒷감당이 도저히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은하와 철천지원수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주문하신 거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때, 식당 아주머니가 큰 냄비에 들어있는 부대찌개를 가져왔다. 이에 지현이는 잠시 말을 삼가며 답답한 가슴을 차분히 다스렸다. 반면에 예은이는 아침 드라마를 보는 심정으로 세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은하 언니가 유현 오빠한테 언제 고백할까?’

보면 볼수록 흥미가 도는 인간관계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나 자기 주변에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예은이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유현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서연이 언니하곤 어떻게 되었지?’

화해했다고 들었는데, 그 뒤로 들은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단톡방에서 이야기하는 걸 보면, 분명히 무언가 변화가 있었다. 특히나 서로가 서로를 부를 때의 호칭을 보면, 너무나도 친근해보였다.

‘둘이 무언가 있는 거 같아.’

예은이는 두 눈을 반짝이며 유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을 느낀 유현은 자기 얼굴을 슥슥 문지르며 물었다.

“왜 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네? 아…….”

그 물음에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란 목소리를 내뱉었던 예은이는 곧 침착하게 목청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그거 나왔어요.”

“그거?”

“알림문구요.”

“뭐? 언제?”

깜짝 놀란 목소리로 유현이 물음을 던지자, 예은이는 소리를 죽이라는 듯이 손짓하며 대답했다.

“지현이가 듣겠어요.”

“아, 그래. 그런데 언제 나온 거야?”

“심사 끝나고 몇 분 지나서요. 곧바로 뜨진 않았어요.”

“그렇구나. 뭐라고 떴어?”

“1차 예선에 붙어서 축하한다고……. 그리고 윤 종식 씨한테 관심을 받았다고 나와 있었어요. 경험치도 받았고요.”

그 말에 유현은 한동안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곧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혹시 이 대회 안에 그 가면을 쓴 남자가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후원이라도.”

“후원일지도 모르겠네요. 서연이 언니한테 물어볼까요?”

“단톡방에 일단 올려봐.”

“네.”

이렇듯 유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예은이는 곧바로 단톡방에 오늘 있었던 일을 상세히 적어서 올렸다. 그러자 곧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연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유 서연 : 내가 한번 알아볼게]

이러한 서연이의 카톡에 유현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메시지를 적어 올렸다.

[김 유현 : 위험하지 않을까요? 저번처럼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일단 상황 좀 지켜보죠]

이러한 유현의 말에 예은이도 어느 정도 공감했기에 곧바로 메시지를 적었다.

[신 예은 : 맞아요, 언니. 위험할지도 몰라요. 일단 좀 더 지켜봐요]

이렇듯 예은이까지 말리자, 서연이는 카톡을 보고도 한 동안 아무런 메시지를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메시지가 올라왔다.

[유 서연 : 내가 알아서 할게]

‘역시…….’

서연이 보낸 카톡을 본 순간, 예은이는 저도 모르게 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반면에 유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한동안 무어라 카톡을 보낼지 고민하다가 이내 조심스레 메시지를 적어서 올렸다.

[김 유현 : 조금 있다가 다시 이야기해요. 그 때까지 조사하지 말고 있어요]

이러한 유현의 메시지에 예은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봤을 때, 서연은 이미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유현의 말이 들어먹힐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예은이의 예상과는 다르게, 서연이는 너무나도 순순히 납득했다.

[유 서연 : 알았어. 좀 있다가 이야기해]

“…….”

서연의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예은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뒤, 예은은 두 눈을 반짝이며 유현을 바라보았다.

‘역시 둘이 뭔가 있어.’

예은이는 유현을 사이에 두고서 치정 싸움을 벌일 은하와 서연을 떠올리며 홀로 웃음을 터트렸다.

========== 작품 후기 ==========

??? : 웃지마, 너도 곧 치정 싸움에 끼어들 게 될테니까.

신 예은 : 네?

??? : 이젠 오각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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