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70화 (170/599)

<-- [변화] -->

“오빠, 우리도 얼른 가요.”

그 때, 은하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에 나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고는 은하네들과 함께 지하철 역 안으로 들어섰다.

그 후, 지하철에 탄 우리는 6호선을 타고서 월드컵 경기장(성산) 역으로 향했다.

‘역시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구나.’

주제가 아이돌인 만큼, 많은 수의 중고교학생들이 지하철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와 같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적잖게 보였고, 아주 드물게 조용히 노래 연습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도 보였다.

‘……삼일동안 1차 예선을 치른다더니, 생각보다 많이 신청했나보네.’

내심 감탄하며 지하철 안을 둘러보는데, 돌연 아이돌 프로젝트 참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탔다. 아무래도 환승역이었던 모양이었다. 때문에 은하네들이 사람들에게 이러 저리 치이기 시작하자, 나는 재빨리 등으로 사람들을 막아주며 세 사람을 문 쪽으로 가게 해주었다.

“괜찮아?”

이런 내 물음에 지현이가 엄지를 치켜들며 대답했다.

“나이스, 오빠! 아주 듬직해요!”

이렇듯 지현이가 날 칭찬해주자, 그 옆에 있던 은하와 예은이도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나보고 듬직하다고 해주었다.

“맞아요, 되게 듬직해요.”

“남자가 있으니까, 좋긴 좋네요.”

그 말을 들으니 없던 힘도 생기는 듯했다.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할 때까지 사람들을 등으로 막으며 세 사람을 보호해주었다. 다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아무래도 서로 간의 거리가 상당히 비좁을 수밖에 없었다.

“꺅!”

그러던 중에 은하가 새된 비명소리를 내뱉으며 내 가슴팍에 안겼다. 이에 뭔가 싶어서 고개를 들어보니, 은하를 내 쪽으로 쭉 밀며 음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현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은하야, 네가 오빠랑 붙어있어.”

“자, 잠깐! 붙어있으라니?”

“네가 우리 중에 오빠랑 제일 친하잖아? 그럼 내가 오빠 품에 안길까?”

“……!”

그 노골적인 말에 일순 은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에 지현이는 이때다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좀 더 은하를 내 품 안으로 밀어 넣었다. 덕분에 은하의 큰 가슴이 내 가슴팍에 맞닿으며 뭉글뭉글한 감촉을 만들어내었다.

‘음……. 확실히 은하가 볼륨감이 있긴 하네.’

평소 펑퍼짐한 옷만 입고 다녀서 그렇지, 은하의 가슴은 상당히 큰 편이었다. 실제로 조교의 방에서 만져보기도 했었고 말이다.

“죄, 죄송해요.”

지현이에게 떠밀려져 내 품에 안기게 된 은하는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사과했다. 이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차라리 잘 됐지. 이러면 좀 넉넉하게 있을 수 있잖아.”

“그, 그렇긴 하죠.”

이런 내 말에 은하는 조금 기운을 차린 모양인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나는 색색 숨을 내쉬는 은하의 숨소리를 들으며 지하철이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곧 지하철이 월드컵 경기장(성산) 역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은하네들을 보호해주기 위해서 벽에 붙이고 있던 손을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우리도 얼른 내리자.”

이런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지하철을 내렸다. 이 때, 은하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어서 제법 볼만했다.

여하튼 지하철 역 밖으로 나간 우리는 사람들을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다들 목적지가 1차 예선장인만큼 따라가기만 해도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내 예상대로 우리는 얼마 가지 않아서 월드컵 경기장 입구에 큼지막하게 걸려있는 대형 현수막을 발견 수 있었다.

[아이돌 프로젝트 1차 예선장]

이번이 시즌1이라고 들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그 규모가 컸다.

‘그만큼 JTVB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이야기겠지.’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은하네들과 함께 월드컵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기다리는 줄 앞에 섰다. 그리고 이윽고 월드컵 경기장 안으로 들어선 우리는 접수대 쪽으로 가서 어플로 신청한 것을 보여주었다.

“팀 발레리아 맞으시죠?”

“네.”

“C조 6번째시고요. 세 분 모두 왼쪽 가슴에 명찰을 붙여주세요.”

접수대 직원은 지현이에게 명찰 스티커 3장을 건네주었다. 모두 하나 같이 C-6이라고 적혀있었다. 이에 지현이는 곧바로 명찰 스티커를 건네받은 뒤에 뒷사람을 위해서 자리를 비킨 뒤에 은하와 예은이에게 건네주었다.

“드디어 시작하구나.”

지현이는 왼쪽 가슴에 명찰 스티커를 붙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지간히도 흥분이 되는 모양이었다. 반면에 은하와 예은이는 긴장한 기색이 역렬 해보였다. 이에 나는 두 사람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평소처럼만 해. 그러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야.”

“네!”

이런 내 말에 은하와 예은이, 두 사람 모두 기운을 차린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지현이가 은하와 예은이의 팔에 자기 팔을 끼우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연습하러 가자!”

크게 소리쳐 말한 지현이는 그대로 두 사람을 데리고서 건물 안, 구석에 위치한 자리로 향했다.

그 후, 세 사람은 오늘 예선전에서 부를 노래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에 나는 잠시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굉장하네.’

아이돌 프로젝트인 만큼 중고교학생들의 비율이 압도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대학생과 직장인의 비율도 상당히 높았다. 게다가 이들 모두 허투루 참여한 것이 아닌 정말로 아이돌을 목표한 것처럼 하나 같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길 보나, 저길 보나 모두 연습 삼매경이었다.

게다가 다들 팀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춤 연습을 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특히나 직장인들이 단체로 군무를 추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절로 입이 쩍 벌어졌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단연 눈에 뜨이는 것은 바로 여고생들의 춤이었다.

‘……과감하네.’

아직 어린 티가 났지만, 그 어린 티가 무색하게도 여고생들이 입고 있는 옷은 무척이나 과감했다. 특히나 하얗고 가느다란 다리는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오빠, 어딜 봐요?”

“윽!”

그 때, 지현이가 내 허리를 꼬집으며 물었다. 아무래도 내 시선이 여고생들 쪽에 고정되어 있는 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쩐다는 말인가! 남자의 슬픈 본능인 것을 말이다!

원래 남자란 생물은 여고생에 환장하는 법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남자도 있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고생에 환장하는 남자가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고생을 따먹고 싶다거나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나는 그저 삼촌 같은 마음으로 흐뭇하게 어린 여학생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자, 매니저! 우리를 봐요! 우리!”

이리 소리쳐 말한 지현이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양 갈래 머리를 이러지러 흔들었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말았다.

물론 그래봤자, 대다수는 지금 맹렬하게 춤 연습을 하고 있는 여고생들 쪽으로 향해있었지만 말이다.

‘여고생의 힘이란…….’

나는 지현이의 미모를 무색하게 만드는 여고생의 힘에 크게 감탄했다.

∴ ∵ ∴ ∵ ∴

이번 아이돌 프로젝트, 서울 지역에서 참가한 팀만 해도 1439팀!

시즌1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때문에 JTVB에서는 과감하게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삼 일간 빌려서 1차 예선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날, 심사를 맡은 사람은 윤 종식, 박 진환, 이 승환이었다.

그 세 명은 한 치의 자비심도 없이, 냉철하게 참가들을 심사하며 독설을 날려대었다.

“노래를 부를 때, 기본기가 전혀 안 되어 있으세요. 저는 불합격 드릴게요.”

“보면 다들 얼굴이 참 잘 생겼어요. 그래서 제가 웬만하면 뽑으려고 했는데……. 형편없어요. 그리고 그 마지막에 노래 부르실 때, 다 같이 떼창을 부르던데 그거 하지 마세요. 무슨 어미 새 부르는 아기 새들도 아니고, 떽떽거리면서 우는 거 정말 듣기 싫거든요. 그거 하면 있던 여자들도 죄다 도망칠 거예요. 오늘 저도 불합격 드리겠습니다.”

자신감 넘치게 들어왔던 남학생들도 그들의 독설에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서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몇몇은 너무 창피했던 나머지, TV에 내보내지 말아달라며 사정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이 독설은 여학생들에게도 여지없이 꽂혔다.

“요즘 보면 걸 그룹들이 섹시에만 포인트를 주거든요? 이게 왜 그런지 아세요? 돈이 되니까 그러는 거예요. 근데 지금 우리가 하는 건, 뭐에요? 아이돌 프로젝트에요. 아직 걸 그룹이 아니란 거죠. 그런데 벌써부터 이렇게 노래와 춤은 뒷전이고 옷만 벗어대면 어떡합니까? 전 불합격 드릴게요.”

“아이돌도 하나의 가수에요. 너무 외모에만 치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오늘 저도 불합격 드리겠습니다.”

“두 분 모두 불합격 드려서, 저는 합격을 드리고 싶지만……. 심사는 냉정해야 되니까요. 불합격 드릴게요.”

결국 이런 식으로 냉철한 심사를 하다 보니, A조와 B조에서 나온 합격 팀은 고작 서른 팀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실로 극악의 합격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사실에 박 진환이 가장 먼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우리 너무 불합격만 시키는 거 아니에요?”

이 물음에 이 승환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럼 어떡해? 아무나 합격시킬 수는 없잖아. 원래 이쪽 세계는 냉정한 거야.”

이러한 이 승환의 말에 윤 종식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래. 그리고 이 정도는 냉정한 것도 아니야. 이 정도는 양반이지.”

깐죽대는 윤 종식의 말에 두 사람은 쓰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러던 중에 스태프 중에 한 명이 지금부터 C조 참가자들을 들여보내겠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이에 세 사람은 재빨리 자세를 잡으며 C조 참가자들을 받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본래는 1차 2차 예선으로 나눠서, 1차 때는 심사위원 세 명을 안 부르려고 했는데...

스피드한 진행을 위해서 이렇게 바꿨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