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 -->
말 그대로 기적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득점이었다.
관중들은 민서의 이름 석 자를 연신 외치며 환호했고, 대한 건설 선수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반면에 방금 전, 민서의 강렬한 스파이크를 경험한 도로 공사 선수는 아연질색한 표정을 지어보일 수밖에 없었다.
‘뭐, 저런 괴물이 다 있어?’
‘도대체 왜 저런 실력으로 여기에 있는 거야?’
다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민서의 실력은 1부 리그 선수 급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축구로 따지자면 프로 선수가 동네 조기 축구회에 나온 격이었다.
“이대로 밀어붙이자!”
이렇듯 민서 덕분에 페이스가 대한 건설 쪽으로 넘어오자, 주장인 신 여정 선수가 재빨리 선수들을 불러 모아 파이팅을 외쳤다. 지금 이 기세로 단번에 점수를 만회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신 여정 선수의 노련함 덕분에 경기는 순식간에 대한 건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나이스! 잘 했어, 민서야!”
[다시 한 번 더 득점에 성공합니다! 경험치 10을 획득합니다!]
신 여정 선수는 공을 받는 족족 민서 쪽으로 밀어주었다. 그리고 민서는 적 선수가 자신을 블로킹하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했다.
그야말로 득점 폭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게 득점 결정력 86의 힘인가……!’
단지 80에서 6 오른 86이 되었을 뿐인데, 민서는 자신의 실력이 월등하게 상승했음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다. 특히나 상대편 선수가 세 명 이상 뭉쳐서 자신을 견제 할 때면 어김없이 불굴의 용사 스킬이 발동했는데, 그 때마다 민서는 지금과는 또 다른 신세계를 경험하곤 했다.
비록 공격 위치와 득점 결정력이 각각 1점 밖에 오르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실제로 80점대에서 1점을 올리기 위해서는 경험치가 무려 500이나 필요했다.
그걸 감안했을 때, 지금 민서에게 1점은 고작이 아닌 무려였다.
‘……이길 수 있어.’
소리 없이 웃음을 터트린 민서는 자신에게 공이 넘어오는 것을 보곤 그대로 높이 뛰어올라 또다시 득점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도로 공사의 감독은 아주 죽을상을 지어보였다.
‘저번 경기에선 저 정도까진 아니었잖아!’
도로 공사의 감독도 민서가 요즘 핫한 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민서의 경기를 수십 번도 더 보았고, 이번에 그녀를 견제하기 위해서 무려 세 명이나 되는 선수를 붙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실로 정확하게 먹혀들어갔다.
경기 초반, 민서는 거의 공을 잡지 못 했고 대한 건설의 공격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 정도로 도로 공사와 대한 건설의 선수 사이에는 큰 실력 차이가 존재했다. 실제로 대한 건설은 민서가 없었다면, 진작 리그 바닥을 깔고 있어줘야 하는 팀이었다.
그 정도로 실력이 형편없는 팀이었다. 그런데 그 팀이 민서 덕분에 올라왔으니, 그 민서를 원천 봉쇄해버린다면 식은 죽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이 끝나고, 민서가 엄청난 스파이크를 선보였다.
도로 공사 선수들이 미처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망할!’
도로 공사 감독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반면에 현대 건설의 주장인 신 여정 선수는 아주 신이 난 표정을 지어보이며 도로 공사를 거침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좋았어! 이대로 밀어붙여!”
민서를 앞세운 현대 건설은 초반의 설움을 갚아주겠다는 듯이 도로 공사를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지금 이 경기를 시청, 관람하고 있는 팬들은 언제 죽을상을 지어보였냐는 듯이 신나게 응원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도로 공사는 수비보다는 공격을 펼치며 득점을 뽑아내는 쪽으로 전략을 바뀌었다. 어차피 세 명, 네 명으로도 민서를 막아낼 수 없다면 차라리 득점을 뽑아내서 서로 1점씩 계속 가져가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아직까진 도로 공사가 점수의 우위를 가져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걸 또 순순히 용납한 대한 건설 선수가 아니었다.
특히나 민서에게 응원을 받은 이 태영 선수는 사냥감에 굶주린 암표범처럼 으르렁대며 도로 공사의 공격을 번번이 저지했다.
‘민서 언니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자극이라고 하면 자극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태영 선수는 같은 팀의 선수로서 민서를 동경하는 동시에 목표로 삼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 자극은 이 태영 선수뿐만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까지도 전해졌다.
덕분에 현대 건설은 도로 공사를 역전해서 16대 12로 두 번째 리드미컬 타임아웃을 가져갔다.
“잘했어! 아주 좋아! 이대로만 가라!”
선수들이 벤치로 돌아오자, 신 형석 감독은 입 꼬리가 귀에 걸리지는 않을까 싶은 함박 미소를 지어보이며 선수를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그 미소에 선수들은 덩달아 웃으며 저마다 몸을 풀기 시작했다.
민서 또한 팀 분위기가 자신 덕분에 반전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90대 능력치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득점 결정력이 90점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또 새로운 스킬이 생기는 걸까?’
호기심이 물씬 치솟았지만, 1분의 테크니컬 타임아웃이 끝나자 다시금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파이팅!”
주장인 신 여정 선수는 민서를 비롯한 선수들을 불러 모아, 크게 파이팅 했다.
이번에 아주 끝장을 내버릴 생각인 모양인지 보다 힘이 넘쳤다. 그걸 선수들도 느낀 모양인지, 조금 과장될 정도로 힘차게 소리치며 보답했다.
‘자, 끝내자.’
민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 있게 손뼉을 치며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이런 민서의 태도에 맞은편 도로 공사 선수들은 포식자 앞에 선 피포식자들처럼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맥을 추지 못 했다.
결국 현대 건설은 첫 번째 세트를 25대16이란 큰 점수 차로 가져가며 역전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세 번째 세트도 압도적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큰 점수 차이를 내며 가져갔다.
덕분에 지금 대한 건설 팬들은 민서를 갓민서라고 부르며 환호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가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이기지 못 할 거라 생각했던 도로 공사를 꺾고 리그 1위로 우뚝 섰으니 말이다.
∴ ∵ ∴ ∵ ∴
“쩝……. 지게 했어야 했는데.”
혀를 내두른 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서가 경기에서 져야지만 그녀의 둥글둥글한 엉덩이를 마음껏 괴롭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울컥해서 능력치 올려준 게, 화근이었네.’
상대편 선수들의 견제에 가로막혀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민서의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솔직히 오늘 경기는 리그 1위와 2위의 경기인 만큼 피가 튈 정도로 치열한 경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내 기대를 무참히 배신하고서 도로 공사는 치사하게 민서만 집중적으로 견제했다. 그리고 그 견제가 무색하도록 도로 공사는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현대 건설을 유린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보고 있자니, 대한 건설의 팬이 아닌 나조차도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나는 민서와 한 내기조차 까먹고서 그만 정기까지 쏟아 부어, 득점 결정력을 86까지 올려주고 말았다.
‘……이 놈의 즉흥적인 성격 좀 바꿔야하는데.’
무언가를 할 때, 항상 머리를 거치고 행동해야 하는데 일단 행동부터 하고 보는 이 성격이 문제였다.
가볍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경기 영상을 종료하고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 후, 매니저 어플을 실행하자 액정에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도로 공사를 상대로 승리했습니다! 경험치 100을 획득합니다.]
[경험치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김 민서는 현재 102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경험치의 양 1180)]
“많이도 얻었네.”
이번에 경험치를 아주 싹싹 긁어모은 민서였다.
대견한 마음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곧 또 다른 알림문구가 화면에 떠올랐다.
[현재 출석 체크 보상이 수령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랜덤 인첸트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아, 그러고 보니 이거 수령 안 했었구나.”
급한 마음에 잠시 수령을 미뤘던 것을 떠올린 나는 곧바로 랜덤 인첸트 상자를 수령했다. 그러자 곧 화면에 무작위로 선택된 인첸트 상자가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인첸트 ‘굳건한’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저주 계열의 마법에 피격 당했을 때, 그 지속 시간이 25% 감소합니다.]
[조건 : 무기 계열, 방어구 계열, 장신구 계열에 부여가 가능합니다.]
“역시 이런 건가.”
인첸트라는 말 그대로 장비에 마법을 부여해주는 방식인 모양이었다.
‘그보다 부여 조건이 있네.’
아무래도 인첸트라고 해서 모든 장비에 부여해줄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쓰게 혀를 찬 나는 시험 삼아서 인첸트를 부여해보기로 했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이 부족합니다.]
[레벨을 올린 뒤에 인첸트 부여의 잠금을 푸세요.]
“끙…….”
저번에 얻은 장비 조합처럼 인첸트도 레벨을 올려야지만 사용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다음에 하는 수밖에…….’
아쉽긴 하지만, 인첸트 부여를 하자고 당장에 레벨을 올려서 상납의 양을 늘릴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어차피 다음 달 상납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레벨이 상승하게 된다. 그러니 구태여 내 쪽에서 레벨을 올려줄 필요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갓민서!
인첸트 예시) 굳건한 + 칠흑의 지팡이 = 굳건한 칠흑의 지팡이
또한 인첸트는 1장비 1인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