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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차원이란 말에 주변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아이린이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조용히 하도록 만들자, 주위 엘프들이 언제 동요했냐는 듯이 입을 꾹 다물고서 그녀의 다음 말을 주시했다.
“대체 그대는……. 인간이 맞는가?”
그 물음에 나는 무어라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이내 사실대로 밝히기로 했다.
“인간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지요.”
“거짓말 하지 마라! 일개 인간이 이런 능력을 가질 수 있을 리가 없다! 설령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능력은 가지지 못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하…….”
완전히 질렸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가로젓는 아이린의 태도에 나는 그저 어깨를 한번 으쓱여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데 그 때, 숲 안쪽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 소리에 나는 물론이고 모든 엘프들이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잠시 뒤, 수풀이 한번 흔들리더니 곧 낯익은 엘프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이린 님? 유현?”
놀랍게도 숲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리샤였다.
“리샤 씨? 왜 당신이 거기에서 나타납니까?”
전혀 예상지도 못 한 리샤의 등장에 내가 다소 어처구니없단 목소리로 묻자, 그녀는 조금 뻔뻔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저번에 봤을 때부터 이 숲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거든!”
“이 숲에요?”
“그래! 이 숲을 봐! 엄청나게 깨끗해! 게다가 먹을 것도 풍부하고! 여기라면 우리가 살기에 딱 적당하다고 생각해.”
양 손을 쫙 펴며 자랑스레 말하는 리샤다. 그리고 이런 리샤의 말에 대다수의 엘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심지어 아이린조차도 이 숲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인지, 고개를 주억이고 있었다.
이렇듯 아이린을 포함한 대다수의 엘프들이 리샤의 말에 동의를 해주자, 그녀는 마치 천군만마라도 얻은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말인데, 유현.”
은근하게 나를 올려다보며 같잖은 교태를 부리는 리샤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나보고 이 숲에서 살게 해달라고 부탁할 셈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걸 허락할 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 있는 엘프들은 앞으로 저택을 관리할 메이드들로 쓸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숲에서 사는 건, 허락할 수 없습니다.”
“엑? 어떻게 알았어?”
“리샤 씨의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까요.”
“에? 어, 어디? 내 얼굴에?”
이런 내 말에 적잖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기 얼굴을 손바닥으로 마구 문대는 리샤다.
그 바보 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만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쪽으로 다가오는 아이린의 모습을 발견하곤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대……. 우리가 이 숲에서 살도록 허락해 줄 순 없는 건가?”
“부탁입니까?”
부탁이냐는 내 물음에 아이린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리고는 곧 방금 전에 했던 애널 섹스가 머릿속에 떠오른 모양인지, 그녀는 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부탁이 아니라면 일 없습니다.”
이리 말하며 딱 자르는데, 돌연 아이린이 내 손목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아, 아니다.”
“뭐가 말씀입니까?”
“부, 부탁으로 하겠다.…….”
아이린은 길고 뾰족한 양쪽 귀를 축 늘어트리고서 겨우겨우 말소리를 뽑아내었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작던지,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지 않았다면 알아듣지 못 했을 것이다.
‘튕기긴.’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아이린 쪽으로 살짝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부탁의 의미를 알고 계시는 겁니까?”
“아, 알고 있다.”
“그럼 제가 아이린 씨에게 뭘 부탁할 것 같습니까?”
거듭된 내 질문에 아이린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마냥 빨갛게 물들었다.
아마도 지금쯤 그녀의 머릿속은 애널 섹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이 음란한 엘프! 지금 당장 엉덩이를 팡팡 두드려주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물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아이린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괴롭히는 것도 꽤 즐겁겠지만, 지금은 하이 엘프인 아이린의 권위를 살려줄 필요성이 있었다.
“……대답하지 않으시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이리 말하며 아이린의 대답을 재촉하자,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대답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아이린은 거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 엉덩이로 하는……. 성행위를 부탁할 거라고 생각된다.”
그 대답에 나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꾹 삼키며 짐짓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 아뇨, 전혀 아닌데요.”
“무, 무슨!”
“제가 무슨 매분 매초 그 짓만 생각하는 인간인 줄 아십니까? 설마 아이린 씨는 매분 매초 그 짓만 생각하시는 겁니까? 역시 엉덩이로 느끼시는 분은 평범한 저와는 생각부터가 다르시군요!”
이리 말하며 감탄성을 터트리자, 아이린이 양 쪽 귀를 정신없이 파닥파닥 거리며 소리쳤다.
“모, 모함이다! 나는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지금 하이 엘프로서 엘프들에게 안전한 주거지를 마련해줄 의무 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대와는 다르게, 나는 고귀한 의무를 다할 생각뿐인 것이다! 그러니……! 그러니까 내 말은……!”
말을 하면 할수록 자괴감이 몰려오는 모양인지, 아이린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눈물을 글썽였다. 반면에 방금 전, 아이린의 외침을 들은 엘프들은 전의 대화를 전혀 듣지 못 했기 때문에 지금의 대화만으로 감동 먹은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아아, 아이린 님!”
“역시 우리를 생각해주시는 건, 아이린 님뿐이야!”
“아이린 님, 저희 때문에 눈물을 흘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차라리 저희가 울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숲이 아니더라도 아이린 님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습니다!”
엘프들이 크게 아우성치며 아이린을 응원할 때마다, 그녀의 표정은 더더욱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물론 엘프들은 이런 아이린의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나는 큭큭,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아이린을 다독여주고는 입을 열었다.
“뭐, 잡담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제 부탁을 말해볼까요?”
“…….”
이러한 내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아이린이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물론 그녀의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란 말인가? 좀 더 괴롭혀주고 싶다.
저 커다란 가슴이 납작해질 때까지 괴롭히고 싶다.
‘빈유환을 써버릴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 충동을 필사적으로 잠재웠다.
‘……풍유환이라면 몰라도, 빈유환 같은 지고의 보물을 이런데서 쓸 순 없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충동을 가라앉힌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부탁은……. 그러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건이겠군요.”
“조건?”
“그렇습니다. 일단 제 조건은 이렇습니다. 아이린 씨가 시녀장이 되어서 책임지고 저택을 관리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러한 내 요구가 상당히 의외였던 모양인지, 아이린은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시녀장으로?”
“그렇습니다. 아이린 씨가 시녀장이 되어서 엘프들을 통솔해주시는 겁니다. 물론 저택에 머무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정기적으로 저택에 방문해서 청소를 해주시면 됩니다. 단, 저택에는 한명 이상의 시녀가 항상 상주해있어야 합니다.”
내 설명에 아이린은 그제야 이해가 되는 모양인지, 고개를 주억였다. 다른 엘프들 또한 납득이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좋군.’
그 모습에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실 저택에 따로 메이드를 둘 필요는 없다. 어차피 청소 같은 건, 알아서 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메이드를 저택에 두려고 하는 것은 역시 남자의 로망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런 큰 저택에 메이드 한 명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건, 조금 섬뜩한 일이었다.
적어도 내가 조교의 방으로 들어왔을 때, 반겨주는 메이드가 한 명 정도는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러는 것이었다. 물론 가끔씩 시녀장인 아이린을 희롱하려는 못된 생각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대답은요?”
“그 정도 조건이라면……. 그렇게 하겠다.”
“좋습니다. 그럼 아이린 씨를 1번 방 메이드로 삼겠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서 조교의 방을 열람했다.
그 후, 메이드 배치를 선택한 뒤에 노예 목록에서 아이린을 선택해 1번 방에 배치했다.
[1번 방에 아이린을 배치했습니다.]
“아!”
이렇듯 아이린을 1번 방 메이드로 배치하자, 돌연 그녀가 작게 탄성을 내뱉으며 허공을 쳐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지금 내 앞에 1번 방 메이드로 배치되었다는 문자가 떠올랐다. 그대는 이게 안 보이는가? 아! 지금 사라졌다.”
감탄성을 터트린 아이린은 신기하다는 듯이 오른손으로 허공을 휘저었다. 반면에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저 알림문구……. 어떻게 안 뜨게 할 순 없나?’
솔직히 말해서 은하네들이 자기들 앞에 알림문구가 떴다고 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았다. 물론 그걸로 내가 가면을 쓴 남자라는 사실을 들킬 일은 없겠지만, 서연이 누나라면 어떻게든……. 설령 연결고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억지로 만들어서 집요하게 파고들게 틀림없었다.
실제로 한번 당하기도 했었고 말이다.
‘……레벨을 올려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레벨을 올려서 음소거를 얻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레벨이 오를수록 상납의 양이 많아진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함부로 레벨을 올릴 수는 없었다.
즉, 현재로서는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그대.”
그 때, 아이린이 내 손목을 재차 잡아당기며 불렀다.
“뭔가 할 말이 있으십니까?”
이러한 내 물음에 아이린은 사뭇 긴장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대가 말했지. 어머니를 노예로 삼았다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어머니를 이 자리로 불러다오.”
그 말에 나는 짧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부탁입니까?”
“그, 그대는 어찌 매번 그렇게 부탁만 요구하는가!”
“세상 모든 일은 기브 앤 테이크입니다.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설마 염치없이 받기만 원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크게 소리치는 아이린의 태도에 나는 재빨리 입을 열어 그녀의 말을 잘랐다.
“뭔가 원하는 게 있으시다면 제게 부탁을 하세요. 물론 지금의 부탁이라면 꽤 무리한 것도 들어주셔야 될 겁니다. 가령 예를 들어서…….”
잠시 말꼬리를 늘리며 능글맞게 웃은 나는 슬쩍 고개를 숙여 아이린의 귓가에 입술을 데며 말을 이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 배변이라던가요.”
“변태 자식!”
이런 내 말에 당장에 손을 뻗어, 내 뺨을 때리려는 아이린이다. 물론 그걸 미리 짐작하고 있었기에 나는 물 흐르듯이 뒤로 물러서며 아이린의 손을 피했다.
“하핫, 어디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이리 말한 직후, 나는 곧바로 조교를 끝마쳤다. 그러자 일순 눈앞이 일그러졌다가 이내 다시금 밝아지며 자취방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역시 놀리는 맛이 있단 말이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씩씩 화를 내던 아이린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떠올린 나는 한동안 실성한 사람처럼 킬킬 웃어대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건조대에 걸려있는 윗옷을 집어든 뒤에 얼른 입었다.
그 후, 스마트폰을 들어서 알림문구를 확인해보니 여러 가지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라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이린에게 부끄러움을 주었습니다.]
[아이린의 호감도가 3 하락했습니다.]
[아이린이 당신을 혐오합니다.]
[아이린의 호감도가 5 하락했습니다.]
대체로 초반은 호감도 하락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관장이 끝날 무렵이라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아이린이 당신의 배려에 감동합니다.]
[아이린의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아이린이 엉덩이로 조금씩 느끼기 시작합니다.]
[아이린의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아이린이 배변의 쾌감을 느낍니다.]
[아이린의 호감도가 3 상승했습니다.]
[아이린에게 애널 섹스의 즐거움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아이린의 호감도가 4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절정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이린에게 생애 첫 절정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아이린의 호감도가 7 상승했습니다.]
“첫 절정이라니!”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린은 엘프였다. 인간보다 수명이 몇 배는 더 많은 종족인 엘프 말이다! 그런데 그 엘프가 생애 첫 절정을 맛보다니……. 최소 20년에서 최대 100년까지 살았을 아이린이 첫 절정을 맛본 것이었다.
심지어 엉덩이로 말이다.
‘이거 엄청난 보물을 주웠는데?’
끅끅, 거리며 웃음을 터트리던 나는 이내 천천히 숨을 가라앉혔다.
“다음에는 좀 살살 해줘야겠네.”
이렇듯 다짐한 나는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뒤이어서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노예 대상을 상대로 밀당(특수한 행위)을 했습니다.]
[밀당 업적이 달성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킬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스킬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
새로운 업적 달성 알림문구를 확인한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젠 하다하다 밀당까지 있네.’
확실히 아이린을 상대로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호감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기는 했었다. 이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린 나는 잠시 혀를 내두르다가 이내 랜덤 스킬 상자를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스킬 ‘고블린 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고블린 1마리를 소환합니다.]
[강제로 역소환 되었을 시, 1시간 뒤에 다시 소환 할 수 있습니다.]
“그래, 왜 안 나오나 했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고블린 소환 스킬에 나도 모르게 그만 기가 질리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고블린 소환(+4)를 고블린 소환(+5)로 강화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