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57화 (15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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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사말에도 불구하고 아이린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미건조하게 나를 쳐다만 볼 뿐이었다.

여전히 콧대 높고, 쌀쌀맞은 여자가 아닐 수 없었다.

쓰게 혀를 찬 나는 고개를 들어 올린 뒤에 서랍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후, 아이린을 조교할만한 도구를 찾아보는데, 불현듯 뒤쪽에서 아이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어떻게 되었지?”

그 물음에 나는 잠시 아이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보란 듯이 비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글쎄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똑바로 대답해라!”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크게 소리치는 아이린이다. 잘 하면 한 대 칠 기세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이린의 신체는 단단히 구속되어 있는 상태였다.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십니까? 자, 웃으세요.”

“어머니를 어떻게 한 거냐! 대답해!”

“이런 이런……. 너무 그렇게 흥분하지 마세요.”

이리 말하며 손가래질 치던 나는 문득 관장 도구를 발견하고는 히죽 웃었다.

‘자존심을 꺾는 데는 이것만큼 좋은 것도 또 없지.’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관장 기구를 집어든 뒤에 아이린 쪽으로 다가섰다. 동시에 아이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가 들고 있는 관장 기구 쪽으로 향해졌다. 그녀는 정체를 알 수 기구에 경계심을 표시하며 으르렁대었다.

“무엇을 할 셈이지?”

“제가 뭘 할 것 같습니까? 어디 한번 맞춰보시죠. 그러면 아이린 씨의 어머니인 운피레아 씨가 어떻게 되었는지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으읏…….”

이러한 내 제안에 아이린은 내 손에 들려있는 관장 기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무슨 물건인지 유추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온실 속 화초처럼 곱게 자라온 아이린이 이 기구의 용도를 알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

그렇게 한동안 끙끙 앓으며 관장 기구의 용도를 추측해보던 아이린은 곧 입을 열어 대답했다.

“그것은……. 물병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대로 아이린은 이 관장 기구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조금도 짐작하지 못 하고 있었다.

“기껏 생각해낸 게 물병입니까? 꽤나 귀엽군요.”

“대, 대답이나 해라! 틀렸나? 맞았나?”

“유감스럽게도 틀렸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아이린의 얼굴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를 나를 무섭게 쏘아보며 소리쳤다.

“그대는 비겁한 자다!”

“비겁한 자요? 제가요?”

“그렇다! 내가 이제껏 살면서 이렇게 해괴하게 생긴 물건은 단 한 번도 보지 못 했다! 그런데 이런 물건을 두고서 용도를 알아내라니……. 이것이야 말로 비겁한 일이 아닌가? 그대에게 명예가 있기는 한 것이냐!”

비겁과 명예를 운운하며 나를 힐난하는 아이린이다. 그리고 그 외침에 나는 히죽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어쨌단 겁니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냐! 지금 그대는 약자를 괴롭히는 쓰레기 짓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뭔가 했더니 고작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약자를 괴롭히는 쓰레기 짓? 그렇다면 아이린 씨, 당신이 약자라는 겁니까? 이것 참 재미있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십 명의 엘프들 위에서 군림하던 자가 약자라니……. 아아, 지금은 제 노예이니 충분히 약자로군요. 알겠습니다, 시정해드리죠. 아이린 씨, 당신은 분명한 약자입니다. 좀 더 명확히는 제 노예로군요.”

노골적으로 그녀를 비웃은 나는 관장 주사기의 끝을 아이린에게 겨누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이린 씨, 당신은 자신이 노예라는 것을 시인하셨고요.”

“비약이 지나치지 않은가!”

“왜요?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시려고요?”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

크게 소리치며 부정하는 아이린의 태도에 나는 관장 주사기를 허공에 가볍게 흔들며 입을 열었다.

“아, 그럼 혹시 이대로 운피레아 씨의 소식을 영영 듣지 못 하게 될까봐 약자니 뭐니 운운하신 겁니까?”

“여기서 왜 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냐!”

“아니었습니까? 그럼 운피레아 씨의 소식을 듣지 못 하게 되더라도 상관없습니까?”

“그건…….”

“좀 더 솔직하게 말씀해보시죠. 사실은 한 번 더 기회를 얻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닙니까? 제가 운피레아 씨의 소식을 순순히 알려줄 것 같지 않으니까, 이번 기회에 손쉽게 운피레아 씨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들으려는 게 아니었습니까?”

“…….”

“같잖은 핑계대지 마세요. 저는 당신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를 깔보고 있는 것은 당신이 아닙니까?”

“…….”

이어지는 내 힐난에 아이린은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된 것처럼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에 나는 관장약이 담겨있는 통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에 입을 열었다.

“뭐, 말다툼은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합시다. 지금처럼 1분 1초가 아까울 때, 말다툼을 한다는 건 여간 손해가 아니니까요.”

이리 말하며 주사기에 관장액을 채워 넣는데, 돌연 아이린이 입술을 벌리며 애원해왔다.

“부탁이다, 어머니의 행방을 가르쳐다오.”

“여전히 그 소리입니까?”

“하지만 어머니는……. 적어도 자식 된 도리로 어머니의 행방은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그대도 어느 부모의 자식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그 말에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그 많은 엘프들을 사지로 내몰았습니까? 자식된 도리를 지키기 위해서?”

“사지가 아니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 싸운 것이다!”

“구해요? 제가 보기엔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보이던데요? 까놓고 말해서 거기서 운피레아 씨의 손을 한 번이도 제대로 막은 엘프가 있기는 합니까?”

“하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어머니를…….”

“구할 수 있었다고요? 헛소리 좀 작작하시죠. 당신의 어머니를 구한 건, 잘난 당신들이 아니라 에나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이러한 내 말에 아이린은 잠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깨물던지, 그녀의 아랫입술에서 피가 조금 배어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린은 활활 타오르는 것만 같은 금색 눈동자로 나를 쏘아보며 소리쳤다.

“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모든 엘프들이 그 숲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 나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인간, 너는 결코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외침에 나는 피식, 비웃음을 흘리며 관장액이 가득 담긴 주사기를 들어올렸다.

“그것 참 흥미로운 이야기로군요.”

이리 말하며 주사기 막대를 조금 누르자, 푸슛하고 관장액이 주사기 구멍을 통해 빠져나갔다.

“……그러니까 당신의 말은 이제까지 운피레아 씨가 엘프들의 안전을 책임져 주었으니, 엘프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서 그녀를 구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겁니까?”

“엘프라면 누구라도 하는 행동이다!”

“그렇다면 당신을 두 번씩이나 구해준 저는 대체 뭡니까?”

“뭐, 뭐냐니…….”

“운피레아가 당신들을 보호해주긴 했지만, 목숨을 앗아가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당신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서 죽을 뻔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제가 치료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운피레아에게 살해당할 뻔한 당신을 에나가 구해주었습니다. 이 때, 에나는 제 부하이니 제가 구해준 것이나 다름이 없지요. 안 그렇습니까?”

“난 그대 보고 구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야, 이 시발년아!”

적반하장 식으로 소리치는 아이린의 태도에 결국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계속 말하니까, 존나 암 걸릴 것 같네.”

솔직히 말해서 되도록 좋게 좋게, 웃으면서 관장시켜주고 싶었는데……. 앞뒤가 꽉 막힌 이 엘프는 도통 말귀가 통하질 않았다. 차라리 소돼지를 앞에 두고서 이야기를 하는 편이 더 나을 지경이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냐?”

당혹감에 가득찬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쳐다보는 아이린의 태도에 나는 입가를 이죽이며 대답했다.

“내가 웬만하면 상대방을 존중해주는데, 너는 그럴 필요가 조금도 없어 보인다는 말이야.”

이리 말한 나는 왼손을 어깨 높이까지 치켜든 뒤에 아이린의 뺨을 향해 휘둘렀다.

“흡!”

그 행동에 아이린은 숨을 크게 들이켜며 두 눈을 찔끔 감았다.

‘그래도 쫄긴 쪼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대로 손을 멈춘 뒤에 아이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쫄지 마. 아무리 그래도 나 그렇게 막나가는 사람 아니야.”

이리 말하며 두어 번 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준 나는 차분히 숨을 들이켰다 내쉬었나를 반복했다.

그 후, 나는 아이린과 시선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자, 마지막 기회입니다. 제가 당신을 인격자로 대할 마지막 기회요.”

“…….”

“대답은요?”

“아, 알겠다.”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마지못해 대답하는 아이린이다. 그 모습이 여전히 미덥지 못 해 보이긴 했지만,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꾹 참아주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괜히 강압적으로, 정말로 쓰레기처럼 그녀를 때리면서 조교하게 된다면 나중에 있을 운피레아의 관계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이었다.

아니, 운피레아 뿐만이 아니었다.

리샤를 비롯한 십여 명의 엘프들에게도 그 영향이 갈 게 뻔했다. 일단 아이린은 엘프들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 엘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아이린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몸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겠지.’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아이린의 몸을 억압하고 있는 구속을 풀어주었다.

“여기서 당신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겠습니다.”

“기회라면……?”

“당신의 어머니, 운피레아 씨의 행방을 알 수 있는 기회입니다.”

“…….”

이러한 내 말에 아이린의 눈빛이 싹 바뀌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알아내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있었다.

역시 운피레아와 관련된 일에서는 의욕부터가 달라지는 아이린이었다.

‘역시 이게 효과적이군.’

운피레아가 아이린을 소중하게 여기듯이, 아이린 또한 운피레아를 끔찍이 여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좋습니다. 그럼 본론에 앞서 이것의 용도부터 가르쳐드려야겠군요.”

이리 말한 나는 관장액이 가득 담겨 있는 주사기를 들어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본 아이린은 조금 긴장한 얼굴로 관장 주사기를 쳐다보았다. 이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이것은 주사기라는 물건입니다. 그리고 이 안에 담겨있는 액체는 관장액이고요.”

“관장? 설마…….”

관장이란 말에 아이린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나는 조금 의외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설마 관장이 무슨 뜻인지 아시는 겁니까?”

“이, 인간들이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일찍이 들어봤지만……. 어떻게 그런 더러운 짓을! 설마 그걸 나한테 하겠다는 것이냐!”

크게 소리치며 미간을 험악하게 찌푸리는 아이린이다.

“하지만 관장을 미리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여러모로 곤란해질 겁니다.”

“웃기지 마라!”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한 모양인지, 아이린은 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크게 소리쳤다.

보아하니, 관장을 왜 하는 것인지. 그리고 관장을 한 뒤에 무엇을 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거 온실 속 화초로만 봤는데, 의외로 이것저것 들은 게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싫으시다는 겁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아이린은 당장에 소리치며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운피레아 씨의 소식을 영영 듣지 못 하게 되더라도요?”

“비, 비겁한……. 차라리 다른 걸 시켜라!”

“다른 거요? 좋습니다. 그럼 어디 한번 골라보시겠습니까?”

입가를 이죽인 나는 왼손을 들어 올린 뒤에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말을 이었다.

“……첫 번째, 오크에게 범해진다.”

“……!”

“두 번째,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범해진다.”

“윽……!”

“세 번째, 고블린들에게 윤간당한다.”

“어떻게 그런 지독한 것만…….”

으득으득 이를 갈며 나를 죽일 듯이 쏘아보는 아이린이다. 그리고 그 시선에 나는 짐짓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십니까? 선택지가 무려 세 가지나 됩니다. 이 중에 마음에 드는 것, 아무거나 하나 고르시면 됩니다.”

이리 말하며 왼손을 좌우로 흔들어 보이자, 아이린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

“어서 고르시죠.”

아이린이 고르지 못 할 것이란 걸 뻔히 알면서 나는 일부러 그녀의 대답을 보챘다. 그러다 짐짓 깜짝 놀란 목소리를 내며 우스꽝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 혹시 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 다 마음에 들어서, 고민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런 거라면 걱정 마세요. 원하신다면 세 가지 전부 다 해드리겠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참다 못 한 아이린이 울상을 지어보이며 크게 소리쳤다.

“그만!”

그 외침에 나는 우뚝 손을 멈춘 뒤에 아이린을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하겠다.”

“뭘 말씀이십니까?”

나는 거듭 그녀의 대답을 재촉하며 물었다. 그리고 이런 내 재촉에 아이린은 수치심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소리치듯이 말했다.

“관장을 하겠다.”

그 말에 나는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를 띠워 보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관장으로 해드리겠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아이린의 몸을 의자에서 일으켰다.

그 후, 그녀의 몸을 뒤돌게 만든 뒤에 의자 걸이에 손을 얹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아이린의 허리가 굽혀지며 그녀의 둥근 엉덩이가 내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역시 내 예상대로 탐스런 둔부였다.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바로 그녀의 치마를 걷어내었다.

========== 작품 후기 ==========

서로 자기 주장만 펼치는 이기주의자들!

아주 천생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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