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39화 (13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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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서슬 퍼렇게 소리친 운피레아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고블린들을 뛰어 넘은 후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오크를 향해 손을 쭉 뻗었다.

“크워억!”

운피레아가 내뻗은 손은 오크의 어깻죽지를 그대로 꿰뚫으며 뒤이어 달려오던 오크의 어깨에까지 맞닿았다.

마치 꼬챙이처럼 오크 두 마리를 엮은 운피레아는 그대로 오크를 밀어붙이며 땅바닥에 내꽂았다. 그러자 쿠직! 소리와 함께 오크의 머리통이 단숨에 으깨지고 말았다.

그 장면이 어찌나 압도적이던지 오금이 저려올 정도였다. 하지만 남은 오크 하나는 동료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운피레아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운피레아는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오크의 머리를 붙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친 후 그대로 목을 밟아 부러뜨렸다.

“…….”

그 압도적인 광경에 숨이 턱 하고 막혀왔다.

“뭉개자!”

“뭉개버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다르게 렉스는 앞선 오크들과 마찬가지로 용감하게 운피레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운피레아는 붉은색 눈동자를 번뜩이며 차게 쏘아붙였다.

“죽어라, 버러지들.”

이 말과 동시에 운피레아는 땅을 박차 도약하더니, 트윈 헤드 오우거의 가슴을 발로 걷어찼다.

“으악! 아파!”

“너, 넘어간다! 우와, 안 넘어갔다!”

발에 걷어차인 렉스는 그대로 삼사 미터 정도 밀려났지만, 꼴사납게 넘어지거나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에 운피레아는 눈살을 와락 찌푸리더니, 곧 ‘몸 하나는 튼튼하구나.’라고 말하며 자신의 손에 묻어있는 오크의 피를 낼름 핥았다.

‘저걸 어떻게 이겨?’

일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여기서 내가 가세한다고 하더라도 운피레아를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여기서 운피레아가 작정하고 나를 죽이려고 한다면, 꼼짝없이 죽고 말 것이다.

방금 전에 죽은 고블린과 오크들처럼 말이다.

‘……포기해야겠지.’

리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여기선 도망쳐야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운피레아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으악! 주인아, 살려줘!”

“맞아, 살려줘! 애는 안 돼!”

실제로 렉스는 운피레아에게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뒤에서 고블린들이 열심히 지원해보고 있었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가 끼어든 것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리샤 씨, 여기선 일단 물러납시다.”

“유, 유현?”

“못 이깁니다. 저걸 상대론…….”

나는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리샤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와 운피레아를 번갈아보았다.

“……포기합시다.”

이리 말하며 리샤를 역소환하려고 하는데, 돌연 렉스와 운피레아 싸우고 있는 쪽으로 한 사람이 난입해 들어왔다.

“그만하세요, 어머니!”

놀랍게도 그 사람은 아이린이었다.

더욱이 그녀의 뒤에는 방금 전에 내가 구해줬던 엘프들이 잔뜩 있었다.

‘저 년이 미쳤나!’

대체 무슨 정신으로 엘프들을 여기로 데려왔다는 말인가? 내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 하고서 아이린을 쳐다보는데, 그녀는 이런 내 시선 따윈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듯이 오직 운피레아만 쳐다보며 소리쳤다.

“어머니, 이제 그만해요!”

아이린이 재차 소리치자, 드디어 운피레아의 몸이 멈췄다. 그리고 운피레아는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차디찬 눈초리로 아이린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살아있었나?”

“어머니…….”

“아아, 확실히 죽은 줄 알았는데……. 유감이야.”

이리 말하며 어깨를 으쓱인 운피레아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렉스를 다시금 걷어찬 뒤에 아이린의 앞에 섰다. 그리고 이런 운피레아의 행동에 아이린은 흠칫 놀라며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감이 좋은 아이네.”

“어머니!”

운피레아는 무척이나 아쉽다는 듯이 입을 다셨고, 아이린은 처참하게 뭉개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다시금 자신의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나 운피레아는 들은 둥 마는 둥 하며 자신의 손에 묻어있는 피를 바닥에 털어내었다.

“넌 왜 자꾸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거지? 말해두지만, 나는 네 엄마가 아니란다.”

“제발 정신을 차리세요!”

“정신? 나는 멀쩡해! 아니, 최고야! 이 마력! 이 기분! 아아, 너무나도 행복해. 태어나서 이렇게 행복한 적은 없었어!”

정말로 행복하다는 듯이 기쁘게 웃음을 터트린 운피레아는 곧 아이린을 향해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죽어줄래?”

“어머니…….”

아이린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운피레아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이내 자신의 검을 뽑아들며 입을 열었다.

“……어머니, 당신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이러한 아이린의 말에 뒤에 서있던 엘프들 또한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리고 그 말에 운피레아는 뭐가 그리도 우스운지, 깔깔깔 웃음을 터트리더니 곧 혀를 날름거리며 입을 열었다.

“누가 누굴 구해?”

그 말과 동시에 쏘아져 나간 운피레아는 아이린의 뒤에 서있던 엘프 하나의 목을 붙잡아 위로 올렸다.

“으아, 끄아아아아!!!”

운피레아에게 붙잡힌 엘프는 고통에 찬 비명성을 터트리며 버둥버둥 거리다가 이내 우득 소리와 함께 목뼈가 부러지며 축 늘어지고 말았다. 그 광경에 다른 엘프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어보이면서도 이내 운피레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머니의 영광이 함께 하리라!”

“어머니의 영광이 함께 하리라!”

크게 소리친 엘프들이 운피레아를 향해 달려들자, 아이린 또한 운피레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리샤 또한 자신의 검을 치켜들며 운피레아를 향해 달려들고 했다. 이에 나는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가지 못 하도록 막았다.

“어머니의 영광이……. 앗! 유, 유현?”

“미쳤습니까? 저길 왜 갑니까!”

“아이린 님이 오셨잖아! 운피레아 님을 구해야해!”

“저기에 가면 개죽음뿐입니다!”

“하이 엘프를 지키는 건, 엘프의 사명이야!”

이리 소리치며 내 손을 뿌리치는 리샤다. 이에 나는 눈살을 와락 찌푸리며 소리치듯이 말했다.

“얌전히 들어가 계세요. 리샤르 역소환.”

“유……!”

이러한 내 말에 일순 리샤의 얼굴에 놀람과 원망이 가득 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리샤의 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도망쳐야해.’

남은 엘프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운피레아는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리 생각하며 스마트폰 화면에 켜는데, 일순 내 눈 앞에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리샤르를 실망시켰습니다.]

[리샤르의 호감도가 80 하락합니다.]

[리샤르의 충성도가 80 하락합니다.]

“…….”

호감도와 충성도가 각각 하락했다는 알림문구에 나는 일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대체 하이엘프가 뭐라고 이 정도까지 충성을 다한다는 말인가? 나는 한동안 알림문구를 쳐다보다가 이내 확인을 눌렀다. 그리고 퀘스트 포기 쪽으로 엄지를 옮기던 나는 이내 다른 쪽으로 엄지를 옮겼다.

[리샤르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리샤를 선택한 나는 곧바로 네를 눌러서 조교의 방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일순 눈앞이 일그러졌다가 이내 중세 귀족의 저택을 연상시키는 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나는 잠시 가볍게 한숨을 내뱉고는 1번 방 안으로 들어섰다.

“…….”

“…….”

방 안으로 들어가자, 잔뜩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리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 하던 나는 이내 리샤의 구속을 풀어주며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돌려보내줘.”

“죽을 겁니다.”

“부탁이야, 유현. 아이린 님을 도와서 운피레아를 구할 수 있도록 해줘.”

“그건 구하는 게 아니라 자살하는 겁니다.”

실제로 여기에 오기 전에 보았던 아이린은 운피레아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있었다. 남은 엘프의 숫자도 20명 이하로 떨어졌었고 말이다.

절대로 이기지 못 할 상대였다.

“유현, 제발……. 날 거기로 돌려보내줘! 제발……. 제발……!”

급기야 내 옷자락을 꽉 붙잡으며 애원하는 리샤다. 이에 나는 한동안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마음 약해지게 만드네.’

남자라는 생물은 어쩔 수 없이 여성에게 지도록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리샤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던 나는 이내 스마트폰을 들어서 내 정보를 열람해보았다.

[김 유현]

[나이 : 25살]

[직업 : 대학생 4학년]

[현재 레벨 : 5 (다음 레벨에 필요한 정기 : 200)]

[보유 스킬 : 고속 이동(+1), 고블린 소환(+4), 정력(+1), 오크 소환(+1), 매력, 속박, 꾸짖음, 힘, 칭찬, 야수화(곰), 슬라임 소환, 정기 주입]

[보유 아이템 : 빈유환 (1회), 풍유환 (1회), 최면 (1회), 염색약(블루 블랙 : R61 G79 B105) (1회), 무료 장비 조합(1회)]

[보유 의상 : 귀족 영애 의상 세트(자주 : R121 G21 B110)]

[보유 장비 : 칠흑의 지팡이(R)(+3), 치료술사의 지팡이(N), 보호의 반지(N)]

‘가만…….’

그 때, 문득 내 눈에 정기 주입이 들어왔다.

‘……지금 남아있는 정기가 얼마나 있지?’

이러한 생각에서 곧바로 현재 보유 중인 정기의 양을 확인해보니, 무려 5115라는 수치가 적혀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이 정도의 양이라면 충분히 레벨을 올려주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문제는 누구한테 정기를 주입해주느냐 였다.

‘등급도 좋으면서, 충성도도 높은…….’

나는 사용자 정보에서 현재 보유 중인 노예 목록으로 넘어갔다.

[노예]

[이름 : 엘레노아]

[종족 : 서큐버스]

[레벨 : 6]

[등급 : Normal]

[보유 스킬 : 유혹, 정기 흡수(+2), 생기 흡수(+1), 성노예(+1)]

[보유 아이템 : 없음]

[보유 장비 : 가면, 망토, 매혹의 채찍(R)]

[호감도 : 67]

[충성도 : 50]

[이름 : 마틸다]

[종족 : 인간]

[레벨 : 2]

[등급 : Normal]

[보유 스킬 : 성욕(+3)]

[보유 아이템 : 없음]

[보유 장비 : 가죽 갑옷]

[호감도 : 75]

[충성도 : 50]

[이름 : 에나]

[종족 : 인간]

[레벨 : 27]

[등급 : Rare]

[보유 스킬 : 카리스마(+1)]

[보유 아이템 : 없음]

[보유 장비 : 없음]

[호감도 : 50]

[충성도 : 84]

[이름 : 렉스]

[종족 : 트윈 헤드 오우거]

[레벨 : 55]

[등급 : Rare / Hero]

[보유 스킬 : 마법 저항(+2), 물리 내성(+2), 체력 재생(+5)]

[보유 아이템 : 마정석 파편]

[보유 장비 : 없음]

[호감도 : 47 / 42]

[충성도 : 32 / 20]

[이름 : 리샤르]

[종족 : 엘프]

[레벨 : 20]

[등급 : Normal]

[보유 스킬 : 탐색(+1), 추격, 사격]

[보유 아이템 : 없음]

[보유 장비 : 없음]

[호감도 : -23]

[충성도 : -30]

‘에나인가.’

등급과 충성도를 따져봤을 때, 에나가 가장 나아보였다.

일단 기본적으로 등급이 Normal 보다 높은 Rare에 해당되며 충성도도 84에 달했다. 게다가 정기 주입에 알맞은 여성이었다. 이렇듯 확인을 끝마친 나는 리샤를 떨어트려 놓으며 입을 열었다.

“방법이 생겼습니다.”

========== 작품 후기 ==========

역시 여기사에겐 마력... 아니, 정기 주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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