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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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챙겼지?”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내게 물음을 던지는 서연이 누나다.
아침 일찍서부터 나를 깨우더니, 기어코 점심 전에 출발을 해버리는 누나였다. 그 행동력에 찬사를 안 보내려야 도저히 안 보낼 수가 없었다. 더욱이 어젯밤에는 새벽 3시까지 나와 섹스를 하지 않았던가?
대체 저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여하튼 누나는 죽은 듯이 자던 나를 강제로 깨워서 씻기고, 아침먹이고, 옷까지 입힌 결과 오전 10시에 출발이라는 놀라운 상황을 만들어내었다. 내가 기운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서연이 누나를 꼭 끌어안아주면서 입이라도 맞춰주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네.”
“그럼 가자.”
운전석에 앉은 누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차에 시동을 넣었다.
누가 봐도 잔뜩 기대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반면에 나는 퍽퍽한 눈꺼풀을 비비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물론 되도록 참아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하품을 막을 길이 없었다.
“……졸려?”
문득 서연이 누나가 날 향해 물었다.
“어제 늦게 잤잖아요. 누나는 안 졸려요? 가는 길에 커피라도 사야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됐어. 괜찮아.”
누나는 중간에 커피를 사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부드럽게 엑셀을 밟으며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잠이라도 깰 겸 해서 어제 산 음료수를 꺼내 한 모금 마셨다.
“나도.”
이런 내 모습에 누나가 내 허벅지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에 나는 가방 속에 들어있는 종이컵을 꺼낸 뒤에 거기에 따라서 누나한테 건네주었다. 그러자 곧장 꿀꺽이며 맛있게 마시는 서연이 누나다.
“네비 안 찍어도 괜찮아요?”
나는 누나가 돌려주는 종이컵을 건네받으며 물었다.
“괜찮아. 길 알고 있어.”
이리 말한 누나는 자기만 믿으란 듯이 해맑게 웃어 보이며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은 듬직해보였다. 만약에 누나가 남자고 내가 여자였다면, 틀림없이 나는 모든 걸 누나한테 의지했을 게 틀림없었다.
물론 잠자리에서만 빼고 말이다.
성별이 어찌되든 간에 잠자리에서만큼은 주도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유일하게 이기는 걸 질 순 없지.’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한 나는 잠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풍경과 함께 가족들이 타고 있는 여러 자가용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니, 확실히 피서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과자 좀.”
그 때, 누나가 내 허벅지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에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방 속에서 과자를 꺼내서 누나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러자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인지, 건네받은 과자를 도로 내게 주는 누나다.
“왜요? 다른 걸로 줄까요?”
“아니, 그거 말고.”
“그럼요?”
“입에 넣어줘.”
이리 말하며 입을 뻐끔 벌리는 누나다. 그 어린애 같은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바로 누나의 입 안에 과자를 넣어주었다. 그러자 해맑게 웃으며 오물오물 잘도 씹어 먹는 서연이 누나다.
“……또 줘.”
“여기요.”
먹이는 보채는 아기 새처럼 쉼 없이 입술을 벌리며 내게 과자를 요구하는 누나의 태도에 나는 과자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서 건네주었다. 물론 간간히 목이 메지 않도록 음료를 주는 것도 잊지 낳았다.
“근데 경포 쪽으로 간다고 했죠?”
“응.”
“가족끼리 자주 갔었나 봐요?”
이런 내 물음에 누나는 아주 잠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 이내 검지로 핸들을 툭툭 치며 대답했다.
“가족끼리긴 한데……. 언니하고만 갔지.”
“부모님은요?”
“워낙에 바쁘신 양반들이라 그게 잘 안 되더라.”
그 모습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누나의 입가에 묻어있는 과자 부스러기를 닦아내어주며 입을 열었다.
“서운하세요?”
“서운하긴!”
이런 내 물음에 서연이 누나는 조금 발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나는 자신의 입가를 닦아주고 있는 내 손가락을 꽉 깨물며 오물오물 거렸다. 그리고는 곧 손가락을 놓아준 누나는 새침데기 같은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며 대꾸했다.
“……하나도 안 서운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서운한 기색이 잔뜩 깔려있었다.
“다음에 한번 같이 가자고 해보세요.”
“글쎄……. 차라리 내가 애를 낳아서 데리고 가는 게, 더 현실성이 있을 걸.”
이리 말하며 힐끔 나를 쳐다보는 누나다.
“애들 가지고 싶으세요?”
“가지고 싶어!”
크게 소리쳐 말한 누나는 소녀처럼 웃었다. 무척이나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차마 다음 말이 안 떨어졌지만 나는 겨우겨우 말소리를 내어 말했다.
“제가 직장 가지면요.”
“언제 가지는데?”
“졸업하고 나서……. 운이 좋다면 바로 취직하겠죠.”
“우리 회사 올래?”
“어딘데요?”
“세운.”
“어? 누나 거기 다니세요?”
나도 모르게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운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기업이었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세운과 대한을 두고서 한국의 대들보라고 부를 정도였다.
아마도 이 두 회사 중에 하나라도 무너지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엉망진창으로 변할 게 틀림없었다.
“응, 올래?”
“실력이 돼야 가죠. 일단 스펙부터 쌓고요.”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과자 하나를 집어서 누나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이런 내 말에 누나는 잠시 무어라 말하려다가 이내 얌전히 과자를 받아먹으며 운전에 집중했다.
“그나저나 길이 안 먹혀서 다행이네요.”
“일찍 나왔잖아.”
누나는 조금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일찍 나온 덕택에 고속도로는 시원하게 뚫려있었다. 우리는 이처럼 두 시간쯤 시원하게 달리다가 잠깐 휴게소에 들렸다. 마침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과자를 몇 봉지나 먹어댄 탓에 그다지 배고프진 않았지만, 운전하는 당사자인 누나는 좀 다른 모양인지 기어코 점심을 먹고 가자고 했다.
때문에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게소에 들어가서 음식을 골랐다.
“여기 우동이 맛있어.”
불현듯 누나가 날 향해 말했다.
“우동이요?”
“응.”
“그럼 먹어볼까요? 우동으로 주세요.”
이렇듯 우동으로 시킨 나는 계산표를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일식집에서 번호가 떴다. 이에 나는 누나보고 여기서 기다리고 한 뒤에 우동 두 개를 받아왔다.
“잘 먹겠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곧바로 우동을 먹어보았다. 그러자 생각 이상으로 훨씬 맛있는 우동 맛에 나도 모르게 ‘오.’하고 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내 탄성을 들은 누나가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맛있지?”
“네, 맛있네요.”
나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다. 그러자 누나는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이것도 한번 먹어보라면서 자기 그릇에 담겨있던 새우튀김을 내게 넘겨주었다. 이에 나는 ‘제 것도 있잖아요.’라고 말하며 사양했다.
“그럼 네 건 내가 먹을게.”
이리 말한 누나는 정말로 내 그릇에 들어있던 새우튀김을 가져갔다. 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번거로운 행동을 한 것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 도로 한 개씩 가져간 것이었기에 나는 얌전히 수긍하고는 누나가 준 새우튀김을 먹었다.
그러자 국물에 젖어있으면서도 바삭하게 튀겨져 있는 새우튀김의 맛이 느껴졌다.
“어때?”
“이것도 맛있네요. 누나도 얼른 드세요.”
“그래, 그래.”
누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나와 함께 우동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하지만 이처럼 우동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누나의 식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듯이 휴게소에서 파는 여러 군것질거리들을 사기 시작했다.
“감자 사가자.”
“너무 많이 사는 게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휴게소에선 감자랑 오징어는 꼭 사야지.”
이리 말하며 기어코 감자까지 산 누나는 나와 함께 차로 돌아와서 사온 음식들을 먹었다. 그리고 절반 정도 먹었을 무렵 누나는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비웠다.
‘이 사이에 출석체크나 해둘까?’
이렇듯 누나가 화장실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축하합니다!]
[출석 체크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킬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스킬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오, 스킬 상자인가!’
반가운 소식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러서 랜덤 스킬 상자를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스킬 ‘정기 주입’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성교를 통해서 지정한 대상에게 정기를 주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정기 흡수의 반대되는 개념인가.’
정기를 소모한다는 것이 조금 껄끄럽긴 했지만, 아주 나쁜 스킬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일단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정기를 주입해서 대상의 레벨을 올리는 것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물론 렉스 같은 경우에는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일단 하나는 건졌네.”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바로 매니저 어플을 종료한 뒤에 스마트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혹시라도 서연이 누나가 갑작스레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 걱정이 단수히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화장실 밖으로 나오고 있는 서연이 누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남은 감자를 이쑤시개로 푹 찍어 먹으며 누나를 기다렸다.
“갈까?”
이렇듯 운전석에 앉은 누나는 날 향해 물었다.
“더 안 먹어도 돼요?”
“가면서 먹으면 되지.”
이리 말한 누나는 차에 시동을 넣은 뒤에 휴게소를 빠져나갔다.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을 더 달린 우리는 드디어 경포 해변에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누나가 말한 별장은 좀 더 가야되는 모양인지, 우리는 그대로 해변을 지나쳐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갔다.
‘오…….’
산 중턱에 위치한 별장은 꽤 근사했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별장과는 조금 달랐다.
‘……하나가 아니네.’
우리가 차를 세운 별장 이외에도 여러 별장들이 이곳저곳에 위치해있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는 관리인으로 보이는 분들이 길을 청소하고, 나무를 가꾸고 있었다.
“어때?”
누나가 어깨를 으쓱이며 내게 물었다.
“좋네요.”
“그렇지?”
배시시 웃음을 터트린 누나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나도 얼른 차에서 내린 뒤에 별장 안으로 짐을 들였다. 서연이 누나도 돕겠다고 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들어가서 쉬고 있으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 시간 동안 운전한 사람이 서연이 누나였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도 혼자서 하지 않으면 남자로서 면목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내 완고한 뜻에 누나는 고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지켜보았다.
“휴.”
이렇듯 별장 안으로 짐을 다 옮긴 나는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훔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누나가 내 곁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덥지? 샤워할까?”
이리 말하며 내 가슴을 은근슬쩍 어루만지는 서연이 누나다. 이에 나는 잠시 내적 갈등을 하다가 이내 입을 열어 말했다.
“일단 고기부터 냉장고 안에 넣죠.”
“고기가 그렇게 중요해? 좀 있다가 하자.”
“상할까봐 그러는 거죠.”
“치, 알았어.”
삐죽 입술을 내밀면서도 이해는 한 모양인지, 얌전히 나를 도와서 식재료를 냉장고 안에 밀어 넣는 서연이 누나다. 그리고 이윽고 모든 일이 끝나자, 누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을 잡아당기며 화장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벗겨줘.”
그 후, 대뜸 내 목을 끌어안으며 어리광을 부리는 서연이 누나다. 이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바로 누나의 옷을 하나도 남김없이 벗겨내었다. 그러자 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와 관리가 잘 된 매끈한 몸매가 내 눈에 들어왔다.
“……세 시간 동안 참느라고 죽는 줄 알았어.”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린 누나는 곧바로 손을 뻗어서, 내 옷을 벗겨내었다. 그리고는 쪽쪽 소리를 내며 내 가슴과 목덜미에 입술을 맞춘 서연이 누나는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려 내 남근을 어루만졌다.
“건강하네.”
“누구 덕분에요.”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린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몸을 애무해주며 불 같이 섹스를 했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끝났을 때, 욕조에 물을 받은 뒤에 뜨겁게 달궈진 몸을 식혔다.
“낮에는 섹스만 하자.”
불현듯 누나가 내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어오며 속삭였다.
“바다에 안 가고요?”
“밤에 가면 되잖아.”
“그럼 물에 못 들어가잖아요.”
“물에 안 들어가고, 걷기만 해도 좋아.”
이리 말한 누나는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내 목에 매달려왔다. 그리고 그 어리광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물에 담가져 있는 누나의 몸을 슬슬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걷기만 할 거예요?”
“아니.”
재빠르게 대답한 누나는 그대로 고개를 쭉 내밀어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 감미로운 키스에 나는 몇 번 신음하다가 이내 누나의 몸을 꽉 끌어안으며 다시금 섹스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