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32화 (13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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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집 앞에는 이미 서연이 누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얼른 계단을 따라 내려간 뒤에 누나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자 삐죽 입술을 내밀며 ‘맨입으로?’라고 묻는 서연이 누나다. 이에 내가 얼른 고개를 내밀어 키스해주자, 누나의 표정이 스르륵 풀렸다.

“얼른 타. 배고프겠다.”

그 말에 나는 얼른 누나의 차에 올랐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서연이 누나는 차에 시동을 넣으며 내게 물었다.

“누나가 사주는 거라면 뭐든지 좋죠.”

“그럼 내가 차려줄까?”

그 말이 마치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나는 싫은 기색 하나 없기 곧바로 대답했다.

“저야 좋죠.”

이러한 내 대답에 누나는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대로 차를 몰아 백화점으로 향했다. 여기서 장을 볼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런 내 예상대로 누나는 내게 백 원짜리 하나를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카트 하나 끌고 가자.”

“네.”

얼마나 사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 말에 군말 없이 따랐다.

“내일 별장에서 고기해먹을까?”

누나는 마트 카트를 끌고 온 나를 향해 물었다. 그리고 그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어 되물었다.

“그럼 짐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왜?”

“버너도 가져가야하잖아요.”

이런 내 말에 누나는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나와 함께 에스컬레이터에 섰다.

“거기에 다 준비되어 있어. 그러니까 고기만 따로 가져가면 돼.”

“그래요? 그럼 뭐 상관없죠.”

“또 뭐 필요한 거 없을까?”

누나는 내일 갈 바다가 무척이나 기대되는 모양인지,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에 나는 잠시 필요한 물건을 고민해봤다.

“물은요?”

“거기에 다 있어.”

“냄비랑 뭐 이런 것도요?”

“응, 전부 다 있어.”

그 말을 들어보니, 없는 게 없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식료품 코너에 들어설 때까지 누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문득 시식코너에서 양념 고기를 굽던 아주머니가 우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거기 새댁! 이리 와서 한번 먹어봐! 정말로 맛있어!”

“응?”

“얼른 와봐, 새댁! 신랑도 좀 와보고!”

이리 말하며 손짓하는 아주머니의 행동에 일순 서연이 누나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유현아, 들었어? 새댁이래.”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린 누나는 총총 걸음으로 아주머니에게 다가선 뒤에 시식용으로 주는 고기를 냉큼 받아먹은 뒤에 입을 열었다.

“아주머니, 이거 두 개.”

“신랑이 참 잘 먹게 생겼는데, 한 개 더 사가!”

“그, 그럴까?”

신랑이란 말에 누나의 입 꼬리가 귀밑에 걸릴 만큼 쭈욱 올라갔다. 그리고 그걸 본 아주머니는 마치 이때가 기회라는 듯이 누나를 마구 부추겼고, 때문에 서연이 누나는 예정에도 없던 양념 고기를 4인분이나 사게 되었다.

“너무 많이 산 거 아니에요?”

내가 조심스레 묻자, 누나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이것도 내일 가서 구워먹자.”

과연 양념고기를 먹을 날이 올지 의문이었지만, 일단 토를 달지 않기로 했다.

“……근데 우리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신혼 부부 같아 보이나?”

불현듯 누나가 양 볼을 발그레 붉히며 내게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대답했다.

“그러지 않을까요?”

“그래?”

서연이 누나는 조금 몽롱해진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그대로 내 팔에 자신의 팔을 걸었다. 그리고는 마트 카트를 미는 나를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사기 시작했다. 주로 식재료였는데, 그 중에는 과자나 음료 같은 것이 적잖게 들어있었다.

술은 맥주 캔으로 해서 여섯 개만 샀다.

“이거면 충분하겠지?”

“충분해요.”

오히려 너무 많이 사버린 감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어린 아이처럼 웃고 있는 누나를 보고 있자니, 도저히 환불하자는 이야기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계산대에서 물건을 계산하고 나온 나는 상자를 만들어 물건을 담았다.

만든 상자가 두 개나 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누나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냥 배달할까요?”

“내일 가져갈 거잖아. 그리고 이 정도는 다 들어.”

누나는 자기 팔뚝을 두드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 대견하기도 해서 나는 상으로 사람들이 안 볼 때, 몰래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미쳤어? 누가 보면 어쩌려고!”

누나는 깜짝 놀라서 내 가슴을 두드렸지만, 그다지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상황에 흥분한 모양인지,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내 가슴팍을 노골적으로 어루만지기까지 했다.

여하튼 작은 해프닝을 뒤로 한 우리는 곧바로 차에 물건을 실은 뒤에 아파트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10분 정도를 달려 아파트에 도착한 우리는 사이좋게 상자를 하나씩 들고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냉장고에 넣자.”

“네.”

그 말에 나는 얼른 대답하고는 바쁘게 움직이며 식재료를 냉장고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정리가 다 끝났을 무렵, 누나가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금방 저녁밥 만들어줄게.”

“도와줄 건 없어요?”

“또 도와주게?”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이런 내 말에 누나는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더니, 나보고 감자를 깎아달라고 했다. 이에 나는 곧바로 방금 전에 산 감자를 꺼낸 뒤에 껍질을 깠다. 그리고 누나는 바로 옆에서 베이컨을 1cm폭으로 자른 뒤에 칼 옆면으로 통후추를 으깼다.

“스파게티 하게요?”

“응.”

이리 대답한 누나는 파슬리는 곱게 다진 후에 면보에 싸서 흐르는 물에 한번 헹군 뒤에 키친 타올에 올려서 물기를 닦아내었다.

‘엄청 능숙하네.’

진작부터 요리를 잘 하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능숙하게 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 했다.

이렇듯 내가 내심 감탄하고 있는 사이, 누나는 계란 노른자, 우유, 생크림을 섞은 뒤에 숟가락으로 잘 휘저었다. 그러자 노른자의 색깔이 완전히 사라진 하얀색 소스가 완성되었다.

“베이컨 좀 볶아줘.”

“아, 네.”

그 때, 누나가 내게 프라이팬을 건네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나는 프라이팬을 건네받은 뒤에 기름을 두르기 위해서 서랍장을 열어보았다.

“……뭐해?”

“식용유 어디 있어요?”

“베이컨에 쓸 필요 없어.”

“아, 그래요?”

“응, 그냥 바짝 구운 다음에 키친타올 위에 올려놔. 그 다음엔 내가 알아서 할게.”

무언가 전문가의 냄새가 나서 나는 고분이 그 말에 따랐다.

‘엄청 맛있는 게 나올 것 같은데.’

나는 꼴깍, 군침을 삼키며 누나가 스파게티 면을 삶는 걸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스파게티 면이 다 익었을 때 쯤, 누나는 채로 스파게티 면을 건진 뒤에 물기를 털어내었다.

그 후, 프라이팬에 아까 만든 하얀 소스를 부은 누나는 조금 끓인 뒤에 스파게티 면을 넣어 걸쭉하게 될 때까지 끓였다.

“베이컨.”

“아, 네.”

손을 내미는 누나의 태도에 나는 재빨리 베이컨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누나는 치즈 가루와 베이컨, 감자 그리고 버터와 파슬리 가루를 넣은 뒤에 조금씩 맛을 보면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췄다.

“배고프지? 얼른 먹자.”

누나는 다 만든 스파게티를 먹기 좋게 접시에 나눠 담은 뒤에 내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인 뒤에 의자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곧바로 스파게티 맛을 보았다. 그러자 생각 이상으로, 아니 식당에서 먹는 것 이상으로 맛있는 스파게티 맛에 감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와, 이거 엄청 맛있네요?”

“그래? 다행이네.”

“혼자 배운 거예요?”

“아니, 언니한테 배운 거야.”

“누나랑 사이가 좋으신가봐요?”

이런 내 물음에 누나는 포크로 스파게티 면을 둥글게 모았다.

“좋지. 근데 자주는 못 만나.”

“왜요?”

“각자 하는 일이 있잖아. 그리고 언니는 결혼하기도 했고.”

누나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자기 걸 빼앗겨서 속상해하는 어린 아이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분위기를 바꿀 겸, 이전부터 고민하고 있던 것을 새로운 화제로 꺼냈다.

“그런데 누나, 우리 사귀는 거 애들한테 말해도 돼요?”

“애들? 누구?”

“은하하고 예은이요.”

누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말해. 뭐 하러 숨겨.”

“하긴 그렇죠?”

“별 것도 아닌 걸로 고민하네. 남자가 그렇게 간담이 작아서 되겠어?”

그 말에 나는 ‘이게 다 누구 때문에 간담이 이렇게 작아진 거라고 생각하세요?’라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구태여 이런 말을 해서 분란을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포크를 열심히 놀리며 스파게티를 먹는 와중에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리 내일 어디로 가요?”

“우리 별장.”

“아뇨, 장소요.”

“왜?”

“그냥 궁금해서요. 어딘지는 알아야죠.”

이런 내 말에 누나는 아주 잠깐 의아해하는 눈길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그것도 잠시 별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이 이야기해주었다.

“경포 쪽으로 갈 거야.”

“꽤 머네요.”

“왜 싫어?”

어쩐지 불안해하는 것만 같은 목소리로 내게 묻는 누나다. 이에 나는 서연이 누나를 안심시켜주고자 얼른 입을 열었다.

“아뇨, 좋아요. 근데 누나가 운전할 텐데, 부담되지 않을까요?”

“응? 부담은 무슨?”

“월요일엔 출근해야 하잖아요.”

“괜찮아.”

누나는 손을 가로저으며 대답하고는 금세 해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곧 스파게티를 마저 먹으며 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내일 갈 바다 이야기였는데, 그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누나가 이번 여행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 건지, 확연하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말이야. 사실은 남자랑 단 둘이서 여행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솔직히 말해서 조금 설레거든. 너는 어때?”

그 물음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사실 여행이야, 전 여자 친구와 몇 번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여기서 ‘저는 여자 친구하고 몇 번 갔다 왔어요.’라고 말했다가는 평생 바가지를 긁히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도 처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저도 평소보다 들뜨는 것 같네요.”

“다행이다. 나만 이런 줄 알았는데……. 후후.”

이런 내 말에 누나는 안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배시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곧 스파게티를 다 먹은 누나는 발로 내 무릎을 슥슥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같이 씻을까?”

그 노골적인 유혹에 저절로 목울대가 흔들렸다. 나는 남은 스파게티를 얼른 먹은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어린 아이처럼 해맑게 웃음을 터트리며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는 서연이 누나다. 이에 나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 누나와 함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 우리는 서로의 몸을 씻겨주다가 이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불이 붙어서는 그대로 불같은 섹스를 했다.

그리고 그 섹스가 끝나자, 누나는 한결 개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몸을 좀 더 정성스럽게 씻겨주었다.

“매일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게요.”

서로를 마주보며 쿡쿡 웃음을 터트린 우리는 샤워를 끝마친 뒤에 거실로 나와서 소파에 앉았다. 서로 알몸이긴 했지만, 어차피 집 안에는 우리 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부끄럽다거나 하지 않았다.

누나는 내 옆에 앉은 뒤에 입을 열었다.

“우리 그냥 같이 살자.”

“그건 좀 더 생각해봐요.”

“왜? 뭐가 문젠데?”

“통학거리도 있고, 같이 살면 서로 간에 불편한 게 좀 많이 늘어나잖아요.”

“어떤 거?”

그 물음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어 말했다.

“청소라던가, 빨래 같은 거요. 아무래도 이런 건, 서로 간에 배려가 필요한 거니까요.”

“전부 다 내가 해줘도?”

“제가 미안하잖아요.”

“미안해할 필요 없는데.”

누나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내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그러자 물기에 젖어있는 머리카락이 내 피부에 맞닿으며 간질였다. 그 기분 좋은 감각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누나의 가느다란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동거는 좀 더 신중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혹시라도 헤어질 수도 있잖아요.”

“벌써부터 나랑 헤어질 생각이야?”

헤어질 수도 있다는 말에 일순 누나의 눈초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누나가 절 차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죠.”

“왜?”

“누가 봐도 누나가 더 아깝잖아요.”

이런 내 말에 서연이 누나는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내 가슴팍을 어루만졌다.

“그럼 내가 아깝지 않게, 좀 더 해줘.”

그 달콤한 속삭임에 나는 누나의 가슴을 꽉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

“부족해요?”

“응, 부족해.”

그 대답에 나는 곧바로 누나를 소파 위에 넘어트렸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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