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31화 (131/599)

<-- [여름 바다] -->

“하아, 힘드네.”

현실로 돌아왔음을 확인한 나는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마터면 죽을 뻔 했지…….’

만약에 그 때, 리샤가 내 몸을 밀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순간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곧 서연이 누나의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서둘러 신발을 벗었다.

그 후, 여기저기 흙투성이가 된 옷을 벗은 다음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서 목욕을 했다.

‘……리샤는 괜찮을라나.’

비록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난생 처음 보는 엘프였기에 무언가 각별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리샤의 모습을 떠올리던 나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서둘러 목욕을 끝마쳤다. 그러고 나서 밖으로 나온 나는 새 옷을 말끔히 갈아입은 뒤에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자 내가 씻는 동안에 카톡이 왔었던 모양인지, 화면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문구가 떠올라있었다. 이에 나는 곧바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유 서연 : 나 지금 퇴근 중이야]

[유 서연 : 나올 준비 하고 있어]

[유 서연 : 왜 답장이 없어?]

[유 서연 : 뭐해?]

[유 서연 : 야]

서연이 누나가 보낸 메시지는 정확히 1분 단위로 수신되어 있었다.

‘어째, 화난 것 같은데?’

마른침이 꼴깍, 삼킨 나는 재빨리 ‘씻고 있어서 못 봤어요. 지금 나갈게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몇 초 지나지 않아서 누나한테서 카톡이 왔다.

[유 서연 : 나와]

짧고 명쾌한 메시지였다. 이에 나는 재빨리 외출 준비를 끝마친 뒤에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 ∵ ∴ ∵ ∴

“이게 무슨…….”

아이린은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인간 남성의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마력의 흔적도, 기척도 전혀 느껴지지 않아.’

뾰족한 귀를 연신 쫑긋거리며 인간 남성의 기척을 찾아보지만, 숲 속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아이린 님, 수색해볼까요?”

그 때, 한 엘프가 아이린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아이린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리샤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리샤르, 너는 뭔가 알고 있느냐?”

그 물음에 리샤는 재빨리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저도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그리 없습니다. 다만 그는……. 고블린과 오크 같은 종족을 자기 수족처럼 다스릴 수 있습니다.”

“고블린과 오크를……?”

“네, 그렇습니다. 아이린 님께서 방금 전에 보셨던 트윈 헤드 오우거 역시 그가 수족처럼 부렸습니다.”

“…….”

이러한 리샤의 설명에 아이린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세상에 그 어떤 인간이……. 아니, 그 어떤 생명체가 트윈 헤드 오우거 같은 흉포한 종족을 수족처럼 다룰 수 있다는 말인가?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아이린은 허황된 생각이라 치부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후, 냉정을 되찾은 아이린은 주변에 서있는 엘프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돌아간다. 오우거를 추적하던 아이들에게도 전해라.”

“네!”

이리 말하며 아이린이 저 먼저 앞서 뛰어가자, 리샤를 포함한 모든 엘프들이 크게 소리쳐 대답하고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내달린 아이린은 이윽고 엘프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오셨습니까, 아이린 님.”

이렇듯 아이린과 함께 정찰을 나갔던 엘프들이 돌아오자, 마을 내의 수비를 맡고 있던 엘프들이 반색하며 그녀를 맞이했다.

“죽은 자들은 어떻게 되었지?”

“큰 폭발음이 들린 이후, 모두 어머니의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수고했다.”

그 보고를 들은 아이린은 그 시체 덩어리가 이번 일의 원흉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동시에 그 인간 남성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위험한 것이라.’

맞는 말이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 인간 남성에게 쉽사리 넘겨줄 수가 없었다. 혹시 그 인간에게 넘겨주었다가 더 큰 재앙이라도 일어난다면? 차라리 어머니에게 보여드려서 봉인하는 편이 더 옳았다.

‘……어머니라면.’

마치 그 인간 남성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아이린은 시체 덩어리가 담겨있는 마대 자루를 들고 있는 엘프와 함께 마을 중앙, 가장 우거진 나무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여성이 아이린의 곁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무사하셨군요, 아이린 님.”

“셰어, 어머니는?”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아이린은 그녀를 지나쳐 가장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곧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공동 홀과 더불어 나무를 깎아 만든 의자에 앉아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운피레아 님.”

“그래, 아이린. 보고는 들었다. 네가 죽은 자들을 쓰러트린 것이냐?”

여성은 무척이나 자애로운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런 신비한 마력이 담긴 목소리였다. 아이린은 저도 모르게 슬쩍 미소 짓고 말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은 공무 중이란 것을 깨닫고는 얼른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다만 쓰러트린 건, 제가 아닌 어느 인간이었습니다.”

“인간이?”

운피레아라고 불린 엘프 여성은 무척이나 놀랍다는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그 물음에 아이린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확실히 인간이었습니다.”

“그 인간은 지금 어디에 있지?”

“그것이…….”

잠시 말꼬리를 늘리던 아이린은 이내 솔직하게 대답했다.

“……제가 보는 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네 눈으로도 쫓지 못 했다는 것이냐?”

“도망친 게 아닙니다. 마치 전이 마법을 사용한 것처럼……. 하지만 마력의 흔적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 참 신기한 일이로구나. 이 성역에 들어온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 일의 원흉을 물리쳤다는 말이냐?”

운피레아는 무척이나 흥미가 돋는다는 듯이 거듭 물음을 던졌다.

“제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그럼 이번 일의 원흉은 어떻게 되었느냐?”

“확보했습니다.”

이리 대답한 아이린은 곧바로 마대자루를 가져오도록 시켰다. 그러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엘프가 재빨리 앞으로 나와서 마대자루 안에 담겨있는 시체 덩어리를 바닥에 쏟아내었다.

“…….”

그 흉측한 모습에 운피레아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서는 시체 덩어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것이 죽은 자들을 불러낸 것인가?”

“그렇습니다. 리샤르가 그것을 보았다고 하니,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아니다. 그 아이도 피곤할 테니 나중에 차차 들어보겠다.”

이리 말한 운피레아는 시체 덩어리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시체 덩어리 안쪽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뭐지?’

칠흑처럼 어두운 것이 마치 자신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운피레아는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그것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물컹거리는 썩은 살점들이 운피레아의 고운 손을 감싸며 꿈틀대기 시작했다.

“운피레아 님!”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아이린이 크게 소리치자, 운피레아는 괜찮다는 듯이 손짓을 하고는 그 반짝이는 것을 손으로 꽉 쥐었다. 그 후, 있는 힘껏 잡아당기자 푸덕! 푸드득! 소리와 함께 내장과 함께 보석이 딸려왔다.

“끼에에엑!!!”

그 순간, 보석을 빼앗긴 시체 덩어리가 크게 비명소리를 내뱉으며 마구 꿈틀꿈틀 대었다. 마치 운피레아에게서 보석을 되찾으려는 듯이 말이다.

“위험합니다!”

그 모습을 본 아이린은 재빠르게 검을 뽑아들며 시체 덩어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휘두르자, 그 검에 잘린 시체 덩어리가 재차 고통에 찬 비명성을 터트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끼에엑!!”

그 흉측한 광경에 아이린을 비롯한 모든 엘프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린이 다시금 검을 휘둘러 시체 덩어리를 반으로 가르자 녀석은 아주 힘을 잃은 듯이 비명도 터트리지 못 하고 그대로 축 늘어지고 말았다.

“괜찮으십니까?”

이 후, 아이린이 운피레아를 바라보며 묻자, 그녀는 괜찮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조금 놀랐을 뿐이다. 그보다 저것을 어서 불 태우거라. 그것이 나을 것 같구나.”

“네, 알겠습니다.”

이러한 운피레아의 말에 아이린은 곧바로 대답하고는 시체 덩어리를 손수 직접 마대자루 안에 담았다.

그 후, 함께 온 엘프들과 함께 공동 홀을 벗어나자, 운피레아는 그제야 숨을 내뱉으며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들어올렸다.

“아름답구나…….”

그녀의 손에는 검은색 광채를 뿜어내고 있는 마정석 파편이 들려있었다.

========== 작품 후기 ==========

엘프조차도 탐욕스럽게 만드는 마정석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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