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24화 (124/599)

<-- [여름 바다] -->

‘잘 하네.’

솔직히 말해서 깜짝 놀랐다.

‘……몇 번은 틀릴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게 잘 해낸 것이었다.

물론 지현이 같은 경우에는 코스프레 행사 같은 곳에 참여하면서 몇 번 경험을 해봤었겠지만, 예은이나 은하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경험이 조금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예은이는 학교 행사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을지도 몰랐다.

겉보기에는 꽤 잘 노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어땠어요?”

그 때, 지현이가 내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은하와 예은이가 지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공원 벤치에 털썩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잘 했어. 자, 여기 물.”

“오, 역시 센스!”

이렇듯 내가 물병을 건네주자, 곧바로 벌컥이며 물을 마시는 지현이다. 그러자 은하와 예은이도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뻐끔뻐끔 입을 열었다.

“저도요.”

“아, 저도.”

그 태도가 꼭 먹이를 달라며 아우성치는 아기 새들 같았다.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두 사람에게도 물병을 건네주었다.

“아, 팥빙수 먹고 싶다.”

불현듯 지현이가 이리 말하며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사달라고?”

“사주세요, 오빠.”

이리 말하며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는 지현이의 태도에 나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래, 내가 널 어떻게 당해내겠냐?”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곧바로 가방을 챙겨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은하네들도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개인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우리의 모습에 혹시나 싶은 생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혹시 인터넷에 뜨는 거 아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정도는 아니지.’

가볍게 웃어넘긴 나는 은하네들과 함께 근처 카페 안으로 들어간 뒤에 팥빙수를 골랐다.

“망고로 해요, 우리.”

가장 먼저 지현이가 잽싸게 망고 팥빙수를 골랐다.

“너희는?”

이런 내 물음에 은하는 ‘저도요.’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예은이도 뭐든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망고 팥빙수로 주문할게.”

이리 말한 나는 곧바로 계산대로 가서 망고 팥빙수를 시킨 뒤에 은하네들이 앉아있는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그 후, 자리에 앉자 지현이가 시시덕거리며 입을 열었다.

“내일도 이런 식으로 해보는 게 어때요?”

“내일도?”

“네, 사람들을 잔뜩 모아서요. 내일은 주말이니까, 오늘보다 훨씬 더 많이 모일걸요?”

확실히 그 말대로 주말이니까,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방문 할 게 틀림없었다.

“괜찮은 생각인 거 같은데, 예은이랑 은하는?”

이리 물으며 은하와 예은이를 바라보자, 두 사람은 별다른 이견이 없다는 듯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 괜찮은 거 같아요.”

“저도요.”

그 태도를 보아하니, 내가 팥빙수를 주문하는 동안 서로 합의를 마친 모양이었다.

“뭐, 너희가 괜찮다면 문제없겠지. 그런데…….”

나는 잠시 말끝을 늘리며 진동 벨을 만지작거렸다.

“……나 주말엔 못 나올 것 같은데?”

“에, 왜요?”

이런 내 말에 지현이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물었다. 물론 은하와 예은이도 제법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약속이 있거든. 그래서 못 나올 것 같아.”

“무슨 약속인데요?”

“바다에 놀러가기로 했거든.”

“바다요?”

바다라는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지현이다. 그리고는 곧 무언가 떠올린 모양인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누구하고요? 여자는 아닐 테고, 친구들이랑? 몇 명이요?”

그 질문들을 받는 순간 나는 그제야 말을 잘 못 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놈의 주둥이가 문제지…….’

이대로 가다간 꼼짝없이 은하네들을 주렁주렁 달고 가게 생겼다.

나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아는 사람이랑 가는 건데……. 왜?”

“우리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아니, 안 돼.”

나는 필사적으로 딱 잘라 말했다. 그러자 삐죽 입을 내미는 지현이다.

“수상한데? 막 헌팅 같은 거 하려는 거죠?”

“내가 그걸 할 얼굴은 아니지.”

“그럼 뭔데요? 은하야, 너도 뭐라고 말 좀 해봐! 바다에 가고 싶지 않아? 모래사장에서 춤 연습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이리 말하며 은하의 옆구리를 툭툭 치는 지현이다.

“왜, 왜 그래? 오빠가 곤란해 하잖아.”

그리고 그 장난에 은하는 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에 지현이는 조금 답답하다는 듯이 제 가슴을 탕탕 두드리더니, 곧 내 손을 꽉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 우리도 껴줘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만약에 은하네들을 주렁주렁 데리고 갔다간 틀림없이 서연이 누나한테 살해당할게 분명했다.

나는 화난 서연이 누나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고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이런 내 태도에 지현이는 쳇, 하고 혀를 차며 내 손을 놓았다.

“수상해요.”

“수상해도 안 돼. 나 혼자만 가는 것도 아니잖아.”

“알았어요.”

이렇듯 지현이를 단념시킨 나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손에 꽉 쥐고 있던 진동 벨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부우웅 소리를 내며 진동하는 진동 벨이다. 이에 나는 다시금 진동 벨을 주워들고는 계산대로 가서 망고 팥빙수를 받아왔다.

“잘 먹겠습니다.”

세 사람을 이렇듯 합장을 하고는 망고 팥빙수를 먹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최대한 천천히 숟가락을 움직이며 세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그리고 이윽고 팥빙수를 다 먹었을 때, 지현이가 기운을 회복한 얼굴을 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습하자, 연습!”

그 외침에 우리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지현이를 따라서 가게를 빠져나갔다.

그 후, 몇 곡정도 더 연습을 한 우리는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는 헤어졌다.

물론 은하는 나와 같은 빌라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빠……. 내일 어디로 가세요?”

문득 은하가 내게 물었다.

“글쎄? 나도 그건 잘 모르겠는데? 왜?”

“네? 아, 아뇨……. 그냥.”

“그냥?”

“그냥 궁금해서요. 아하핫.”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린 은하는 이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은하의 등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내일 도착하면 카톡으로 알려줄게.”

“네.”

이런 내 말에 그제야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은하다.

그 모습에 제법 귀여워서, 몇 번 은하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층까지 함께 올라가주었다.

“그럼 주말에 재밌게 노세요.”

“그래, 너도 주말에 푹 쉬어.”

“네!”

힘차게 대답하는 은하의 태도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다시금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그러고 나서 집 안으로 들어간 나는 이제까지 한 번도 안 꺼내고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서 매니저 어플을 확인해보았다.

[비공식적인 첫 무대를 멋지게 장식했습니다! 경험치 200을 획득합니다. 단, 비공식이기 때문에 획득 경험치의 양은 절반이 됩니다.]

[경험치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 은하는 현재 47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경험치의 양 552)]

[비공식적인 첫 무대를 멋지게 장식했습니다! 경험치 100을 획득합니다. 단, 비공식이기 때문에 획득 경험치의 양은 절반이 됩니다.]

[경험치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신 예은은 현재 31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경험치의 양 329)]

‘비공식적인 첫 무대라…….’

꽤 기념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 엄지로 확인을 눌렀다.

“시간도 남고 하니, 민서에게 상이나 줘볼까?”

아마도 지금쯤 안달이 나있을 게 틀림없었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5’입니다.]

[반경 100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여성들만 조교할 수 있습니다.]

[조교 할 여성을 골라주세요.]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여성이 존재합니다.]

[목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 물음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러서 저장되어 있는 여성 목록을 불러왔다. 그리고 거기서 김 민서를 선택한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항상 그랬듯이 주의문구가 거슬리긴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곧바로 네를 눌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눈앞이 일그러졌다가 이내 서서히 밝아지면서 퇴폐적인 분위기의 방의 모습을 바뀌었다.

“여기도 슬슬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솔직히 말해서 불편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일단 침대가 없다는 것이 그 첫 번째였고, 씻을 곳이 없다는 게 그 두 번째였다.

물론 조교의 방에서 나가게 된다면 전부 다 부질없는 게 되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없는 것보다는 있는 쪽이 더 편리했다.

“……조교의 방의 레벨을 올려볼까?”

순간 혹하는 기분이 들었다.

조교의 방 레벨을 올리는 것으로 침대나 샤워 부스 같은 것을 제공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역시 민감도가 마음에 걸리는데.”

현재 조교의 방이 부여하는 민감도는 60%였다. 그런데 여기서 민감도가 더 올라가게 된다면, 분명 상대방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잠시 침음성을 삼키며 고민하던 나는 이내 스마트폰을 들어서 매니저 어플 항목에서 조교의 방 정보를 열람했다.

[조교의 방]

[현재 레벨 : 2 (다음 레벨에 필요한 정기 : 50)]

[형식 : 저택 (방 12개)]

[효과 : 조교 대상의 민감도를 60% 상승시킵니다.]

“……민감도 조절은 못 하나?”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엄지로 민감도라는 단어를 눌러보았다. 그러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새로운 알림문구가 화면에 떠올랐다.

[적용할 민감도 수치를 입력해주세요. (최소 0 / 최대 60)]

“역시!”

그래, 아무리 불친절한 게임이라고 해도 이런 기능이 없을 리가 없었다.

나는 곧바로 취소를 눌러서 알림문구를 지운 뒤에 조교의 방 레벨을 올렸다.

[축하합니다!]

[조교의 방 레벨이 2에서 3으로 상승했습니다.]

[고문실이 추가됩니다.]

[고문실에서 조교할 시에 고통 레벨이 10% 빠르게 상승합니다.]

‘고문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1번 방부터 12방 이외에 새롭게 추가된 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방은 없었는데…….”

쿵쿵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킨 나는 방 문을 열고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가장 기본적인 고문도구부터 시작해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도구까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나열되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소름끼치네.’

특히나 사람을 고기처럼 걸 수 있는 대형 갈고리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여긴 들어올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미간을 찌푸린 나는 곧바로 방 문을 닫고 나갔다.

그 후, 나는 다시 한 번 더 조교의 방 레벨을 상승시켰다.

[축하합니다!]

[조교의 방 레벨이 3에서 4로 상승했습니다.]

[민감도 최대 수치가 60%에서 70%로 상승했습니다.]

[샤워실이 추가되었습니다.]

“……일단 샤워실인가.”

하지만 내가 목표로 삼고 있는 침대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축하합니다!]

[조교의 방 레벨이 4에서 5로 상승했습니다.]

[형식 : 저택(방 12개)에서 형식 : 고급 저택(방 30개)으로 변화됩니다.]

[효과 2가 새롭게 추가됩니다.]

[효과 2 : 각각의 방에 메이드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어? 어?”

이렇듯 조교의 방을 5레벨까지 상승시킨 순간 눈앞이 일그러지더니 점차 주변 사물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천천히 사물이 뚜렷해지더니 곧 내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변했다.

“……여긴.”

주변을 둘러보니, 마치 오래된 고성을 연상시키는 높은 천장과 짐승의 머리를 박제시켜 놓은 장식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내가 서있는 곳은 벽난로까지 구비되어 있는 화려한 방이었다.

“진짜로 고급 저택으로 변한 건가?”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창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초원 위에는 우거진 숲과 경사면을 따라서 힘차게 흐르고 있는 강도 보였다.

“……이건 본격적인데.”

이젠 놀랄 기운도 없었다.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른 뒤에 스마트폰을 들어서 조교의 방 정보를 열람해보았다.

[조교의 방]

[현재 레벨 : 5 (다음 레벨에 필요한 정기 : 200)]

[형식 : 고급 저택 (방 30개 + 고문실 + 샤워실)]

[효과 1 : 조교 대상의 민감도를 70% 상승시킵니다.]

[효과 2 : 각각의 방에 메이드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 작품 후기 ==========

메이드를 뺄 수 없죠! 이제부터 메이드 사냥을 시작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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