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바다] -->
“우와아아! 방금 그거 뭐야? 언제 연습한 거야?”
“네? 아, 그게…….”
그 때, 지현이가 더없이 크게 감탄성을 터트리며 예은이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리고 이런 지현이의 행동에 예은이는 적잖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런 예은이의 태도가 지현이의 눈에는 딱히 이상하게 보이지 않은 모양인지, 그녀는 함박 미소를 지어보이며 소리쳤다.
“다시 춰보자! 이번엔 나도 같이 추자! 오빠, 노래 좀 틀어줘요!”
“어? 아, 응.”
그 말에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 유리의 U-Go-Girl를 틀었다. 그러자 그 노래에 맞춰서 지현이가 먼저 춤을 추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어서 예은이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와아.”
그 모습에 내 옆에 앉아있던 은하가 자그맣게 감탄성을 터트렸다.
“와아아!”
물론 비단 은하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를 포함해서 공원 내의 모든 사람들이 감탄성을 터트리며 두 사람의 춤을 구경하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두 사람이 춤추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춤이 모두 끝나자, 다들 처음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게 박수를 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박수소리에 지현이는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흔들었고, 예은이는 다소 심경이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무언가 불만이 생긴 모양이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물병을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더 출 거야?”
“네, 몇 번 더 춰볼래요. 예은이 너도 출 거지?”
이러한 지현이의 물음에 예은이는 아주 잠깐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잠깐 쉴래요.”
“왜? 벌써 지친 거야?”
“네, 조금…….”
이리 대답한 예은이는 내게서 물병을 건네받은 뒤에 은하 옆자리에 앉아있다. 이에 지현이는 조금 심통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내게 음악을 틀어달라고 부탁한 뒤에 다시금 춤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는 도로 의자에 앉으며 예은이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저도 은하 언니처럼 춤 능력치가 상승했다는 알림문구가 떴었어요.”
“뭐? 그걸 왜 안 말했어?”
“설마 이 정도로 변할 줄은 몰랐어요.”
예은이는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은하가 예은이의 손을 붙잡아주며 입을 열었다.
“어디 몸 아픈데는 없어?”
“없어요. 오히려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춤을 출 때마다 조금씩 삐거덕거리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하나도 안 느껴져요.”
그 말대로 어제까지만 해도 예은이의 춤은 어딘가 모르게 한 가지씩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것이 무색하다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마치 노련한 춤꾼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좋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넌지시 물었다. 그리고 이런 내 물음에 예은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좋긴 하지만…….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건…….”
그 말대로 확실히 비겁한 능력이었다.
매니저 어플이란 것은 말이다.
하지만 있는 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나는 잠시 은하와 시선을 마주쳤다가 이내 예은이의 팔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네 탓은 아니잖아.”
“…….”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예은이의 태도에 나는 도움을 구하듯이 은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은하도 얼른 예은이의 팔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맞아, 우리 탓은 아니잖아.”
“그래도…….”
“그리고 이게 꼭 그 가면을 쓴 남자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잖아.”
“아…….”
이러한 은하의 말에 예은이는 작게 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노래가 끝난 모양인지, 지현이가 가쁘게 숨을 내뱉으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 후, 벌컥이며 물을 시원하게 들이켠 지현이는 예은이를 향해 손을 쭉 내밀며 입을 열었다.
“예은아, 춤추자!”
“저…….”
“그만 빼고! 다들 널 기다리고 있잖아? 이런 기회는 쉽게 못 잡는다고?”
이리 말하며 막무가내로 예은이를 잡아당기는 지현이의 태도에 예은이는 결국 어쩔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일어섰다.
“……오빠, 노래!”
그 외침에 나는 어제 은하네들이 연습했던 곡을 틀었다. 그러자 그 곡에 맞춰서 예은이와 지현이가 차례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둘의 춤에 그제야 사람들이 다시금 환호하며 지켜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지현이 혼자서 춤을 출 때보다 예은이와 함께 출 때가 훨씬 사람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사람들이 꽤 많이 모였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예은이가 춤을 췄을 때까지만 해도 열댓 명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마흔 명이 훌쩍 넘어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둥글게 둘러싸고서 구경하고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도로를 걷고 있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이쪽으로 몰려들기까지 하고 있었다.
‘……엄청 모이네.’
뭐랄까, 마치 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어제 연습했던 거 해볼까?”
그 때, 지현이가 은하와 예은이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당연히 예은이와 은하는 질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 하, 하지만…….”
“맞아, 아직 연습도 다 안 됐는데…….”
이리 말하며 발을 빼려는 두 사람의 태도에 지현이가 얼른 그 둘의 손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고! 봐봐, 다들 우릴 기다리고 있잖아!”
그 말대로 이건 흔치 않은 기회였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과연 몇 번이나 있겠는가? 지현이는 그 점을 정확하게 꿰뚫어본 것이었다.
“맞아, 해봐.”
이렇듯 내가 동의하고 나서자, 예은이와 은하의 표정이 흔들렸다. 그리고 잠시 뒤, 두 사람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보면서 섰다. 이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아니라 저쪽을 봐야지.”
나는 우리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그리고 이런 내 말에 작게 탄성을 내뱉은 세 사람은 곧 몸을 돌렸다.
그 후, 나는 이번에 예선전에서 쓸 마미무의 음오아예를 틀었다.
“oh, yes! 음 오 아 예!”
“너에게 반하겠어, 자꾸 설레이잖아.”
“oh, yes! 음 오 아 예!”
“그래, 난 다가가겠어. 넌 내 취향이야. ace.”
은하가 한 박자 늦긴 했지만, 그걸 지현이와 예은이가 적절히 커버해주며 실수가 아닌 것처럼 보여주었다. 물론 은하는 자신이 한 박자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의 파트가 되자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노래를 눌렀다.
“내 옆을 지나갔어. 눈을 마주쳤어. 스타일이 좋아~ 느낌이 좋아~.”
은하의 앳된 목소리가 공원 가득 울려 퍼지며, 입가에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만들었다.
“다를 게 없는 오늘, 너 때문에 달아오른~ 오늘이 좋아~ 음오아예.”
이렇듯 은하가 끝나자 예은이가 앞으로 나서며 랩을 했다.
“첫 번째 계획! 감탄사! 그 동안 찾아 헤맨 남자! 음오아예 예스!”
어제 그토록 연습하더니, 오늘은 제대로 딱 맞춰서 가사를 읊는 예은이다. 그리고 이 사이에 다시 은하가 앞으로 나서며 속삭였다.
“부드럽게 이런 말, 어떨 것 같아?”
“음, 두 번째 계획. 먼저 당기기! 오오, 동공 떨리는 초침 스탠바이 큐! 아, 시간 되면 차 한 잔 할래요? 예스, 이런 건 어떤 것 같아?”
랩 부분이 끝남과 동시에 지현이가 앞으로 치고 나가며 노래를 불렀다.
“oh, yes! 음 오 아 예! 너에게 반하겠어, 자꾸 셀레이잖아.”
“oh, yes! 음 오 아 예! 그래, 난 다가가겠어. 넌 내 취향이야. ace.”
현역 가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부드럽게 밀고 당기는 지현이다. 그리고 그것에 감탄하는 사이, 은하가 지현이와 자리를 바꾸며 노래를 불렀다.
“본능을 따르겠어. 날 감추지 않겠어. 오늘은 달라~ 먼저 다가가.”
“걸음은 도도하게, 말투는 애교 있게. 날 보는 눈빛, 음오아예.”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다시금 예은이가 앞으로 나서며 랩을 했다.
“Help me. 시간 좀 되나요? 나 좀 도와줘요! 그쪽 때문에 내 오감이 제멋대로에요. 그쪽이 예고 없이 날리는 미소에 음! 누구라도 울고 갈 당신의 매너에, 오!”
예은이가 한 번 뒤돌자, 그것에 맞춰서 지현이가 예은이의 팔에 자신의 팔을 걸며 랩을 이었다.
“여자라 해도 믿을만한 매끄러운 피부, 아예! 당신이란 존재자체 감탄사 절로 나네! 음오아예, 나도 모르게! 달아오르네! Holic Shh~.”
여기서 숨 가쁘게 은하가 앞으로 나오며 노래를 불렀다.
“oh, yes! 음 오 아 예! 너에게 반하겠어, 자꾸 셀레이잖아.”
“oh, yes! 음 오 아 예! 그래, 난 다가가겠어. 넌 내 취향이야. ace.”
막바지에 다다르자, 예은이와 지현이가 은하의 옆에 붙으며 노래를 불렀다.
“목소리도. oh, yes!”
“눈빛도. oh, yes!”
“네 모든 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oh, yes!”
“지금 널 보면 난 oh, yes!”
“널 보면 난 oh, yes!”
“단 둘이서 oh, yes!”
“드루루 드루루 드루루 oh, yes!”
여기까지 함께 노래한 세 사람은 천천히 멀어지며, 가운데에 은하만 남겼다.
“뜨거워지는 이 분위기~ 너와 나의 거리.”
그리고 옆에서 다시 예은이가 노래를 부르고.
“우리 사이로 한 여자가 걸어 와. 때마침.”
다시금 지현이가 이어서 노래를 불렀다.
“그의 여자 친구인 건지, 아님 친군건지. 다가와.”
이 때, 은하가 예은이의 팔을 붙잡으며 물었다.
“언니, 이 여자 누구에요?”
“여자였어? Oh, My God!”
그 물음을 들은 지현이가 익살스럽게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제스처를 쳐보이고는 이어서 노래를 불렀다. 물론 이 때, 은하와 예은이도 적당히 끼어들어 함께 노래를 불렀다.
“oh, yes! 음 오 아 예! 너에게 반하겠어, 자꾸 셀레이잖아.”
“oh, yes! 음 오 아 예! 그래, 난 다가가겠어. 넌 내 취향이야. ace.”
“목소리도. oh, yes!”
“눈빛도. oh, yes!”
“Oh! 너의 모든 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oh, yes!”
여기까지 부른 세 사람은 사이좋게 포옹하며 손을 흔들었고, 그걸 본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탄성을 보내주었다.
========== 작품 후기 ==========
어렵네요. 흑흑.
*가사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