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22화 (122/599)

<-- [여름 바다] -->

“너 근데 점심 먹었어?”

이런 내 물음에 지현이가 제 입가에 묻어있는 물기를 손등으로 슥 훔치며 대답했다.

“점심이요? 아직 안 먹었죠.”

“그래? 그럼 몇 번 더 연습하고 나랑 같이 점심 먹자.”

“오빠가 사는 거죠?”

“나한테 지갑 맡겼냐?”

“에이, 그러지 말고 사줘요. P군이잖아요.”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내 어깨를 몇 번 두드린 지현이는 곧바로 내 앞에 섰다.

“……자, 얼른 다음 곡 합시다! 얼른 연습해야지, 우승 상금을 챙기죠!”

그 넉살 좋은 태도에 나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도저히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수 없는 후배였다.

자고로 미인은 뭘 해도 용서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그렇게 지현이의 연습을 도와주다가 슬슬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졌을 무렵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현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배가 고픈 모양인지, 얼른 가방을 챙긴 뒤에 내 옆에 찰싹 붙었다.

그 태도에 나는 질색하며 입을 열었다.

“야, 남들이 오해한다. 너무 그렇게 달라붙지 마.”

“왜요? 좋잖아요.”

짓궂게 웃음을 터트린 지현이는 좀 더 노골적으로 내 팔을 끌어안았다. 덕분에 말랑말랑한 가슴살이 내 팔에 닿으며 기분 좋은 감촉을 전해주었다.

‘이거 은근 고문인데…….’

더욱이 현역 여대생의 땀 냄새는 나도 모르게 꿀꺽, 군침을 삼켜버릴 정도로 달콤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뭐가?”

“아니, 신기하네요.”

“뭐가 신기한데?”

“그거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뭔데?”

이리 물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지현이의 검은색 눈동자가 보였다.

“오빠, 요즘 좀 잘 생겨진 것 같아요.”

“잘 생겨지다니?”

“뭐랄까. 딱히 꾸미지도 않았고, 변화를 준 곳도 없어 보이는데……. 뭔가 평소보다 잘 생겨 보여요.”

“그냥 느낌 상 아니야?”

“아니에요, 뭔가 잘 생겨진 것 같아요.”

나는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솔직히 말해서 짐작 가는 것이 몇 가지 있긴 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것이 바로 내가 보유 중인 스킬 중에 하나인 매력이었다.

분명히 스킬 효과가 ‘사용자의 매력을 10% 증가시켜준다’였을 것이다.

즉, 내 얼굴이 평소보다 10% 더 잘 생겨져 보인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내 얼굴 생김새는 극히 평범…….’

평범한 얼굴에서 퍼센트를 띄워봐야 얼마 티도 나지 않는다. 가령 최고로 잘 생긴 얼굴의 점수를 100이라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10%라고 하면 무려 10이라는 점수가 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최고로 못 생긴 얼굴의 점수는? 0점이다. 아무리 0점에서 10%를 더해보았자 0이다.

그러니 지극히 평범한 나는 50점에서 5점 밖에 가산 받지 못 한다는 뜻이었다.

즉, 별로 티도 안 나는 수치라는 것이다.

‘……태연하게 행동하자.’

괜히 제 발을 저릴 필요가 없었다.

이제까지 괜히 제 발을 저린 덕분에 얼마나 일이 꼬였던가?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 거 아닐까?”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때 이건…….”

순간 꿀꺽, 하고 마른침이 넘어갔다.

“……오빠가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여, 연애를?”

전혀 예상지도 못한 말에 그만 긴장감이 쑥 하고 밀려들어가고 말았다.

“오빠, 사귀고 싶은 사람 없어요?”

“글쎄…….”

이미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서도 나는 거짓말을 했다. 아니, 사실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도 뭣했다.

애당초 지현이의 질문은 사귀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묻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나는 그저 글쎄라고 대답했을 뿐이었다.

‘비겁한 변명처럼 들리는데…….’

내심 뜨끔하긴 했지만, 나는 오늘 일이 끝나거든 서연이 누나한테 이 문제 대해서 묻기로 마음 속 깊이 다짐했다. 아무래도 확실하게 물어 보고나서 연애 사실을 알리든 말든 해야 될 것 같았다.

괜히 내 멋대로 이야기했다가 나중에 서연이 누나한테 꾸지람을 듣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요즘 은하, 많이 예뻐지지 않았어요?”

문득 지현이가 내게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잠시 은하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확실히 예뻐지긴 했지.”

예전에는 꾸밀 줄 전혀 모르던 애였는데, 요즘 아이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나더니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주동자는 역시 장 지현, 지금 내 팔을 꽉 끌어안고 있는 이 여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죠? 그래서 요즘 너무 불안하다니까요.”

“뭐가?”

“누가 우리 은하를 채갈지도 모르잖아요!”

이리 소리친 지현이는 좀 더 세게 내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나는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신경 쓸 일인가?”

“당연히 신경 쓸 일이죠! 오빠는 너무 무관심해요!”

크게 소리쳐 말한 지현이는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이에 나도 지현이를 따라 맞은편에 앉았다.

“글쎄……. 사귀는 건, 결국 자기 마음 아닌가?”

“그래서 오빠는 은하가 다른 남자하고 사귀어도 괜찮다는 거예요?”

“…….”

이쯤 되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들어 지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자 지현이도 이에 질 수 없단 듯이 나를 마주보며 눈싸움을 했다. 그리고 곧 내가 먼저 시선을 거두자, 씩 웃으며 입을 여는 지현이다.

“졌으니까 물 떠오세요.”

“알았어.”

여전히 4차원이다. 혀를 내두른 나는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서 물 잔에 물을 떴다.

그 후, 자리로 돌아온 나는 지현이에게 물 잔을 건네주었다.

“뭐 시킬까요?”

“마음대로 시켜. 나는 제육덮밥 먹을 거야.”

“그럼 전 김치볶음밥 먹을게요. 이모!”

지현이가 손을 높이 들어서 식당 아주머니를 부르자, 곧바로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아주머니다.

“……제육덮밥이랑 김치 볶음밥 주세요.”

“네.”

이렇듯 메뉴를 주문한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서로를 마주보았다.

“오빠가 봤을 때, 은하……. 꽤 괜찮지 않아요?”

“괜찮지.”

“여자 친구로는 어때요?”

“은하랑 사귀라는 거야?”

나는 조금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돌연 지현이가 깔깔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그냥 말이 그렇단 거죠. 뭘 그렇게 심각하게 그러세요.”

“그래?”

“농담이에요, 농담.”

이리 말한 지현이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켜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그 말과 동시에 지현이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은하가 불안하니까, 나보고 고백하라는 건가?’

확실히 친구로서, 은하가 이상한 놈팡이와 사귀는 것보다는 아는 선배와 사귀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내 생각에도 그랬다.

괜히 은하가 이 여자, 저 여자한테 찝쩍거리는 날건달 같은 놈하고 사귀어서 마음 고생하는 것보다는 건실한 남자하고 사귀어서 행복했으면 하니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지현이의 행동이 아주 이해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은하한테 고백이라.’

만약에 이 이야기를 서연이 누나와 사귀기 전에 들었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봤을 것이다.

요즘 들어서 은하도 많이 여성스러워졌고, 의외로 수줍을 많이 타는 모습도 보았으니 말이다.

확실히 매력적인 상대였다.

‘아니지, 이러면 안 돼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거세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헛된 망상을 떨쳐내었다.

“제육볶음이 어느 쪽이에요?”

그 때, 주문한 음식이 다 된 모양인지, 아주머니가 음식을 가져와서 내게 물었다.

“아, 이쪽이에요.”

나는 이리 말하며 제육볶음을 건네받은 뒤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화장실에 갔다 온 지현이가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잘 먹을게요.”

“그래, 많이 먹어라.”

이리 말한 나는 곧바로 숟가락을 들어 제육볶음을 먹었다.

역시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제육볶음은 소스가 생명이었다.

물론 고기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스가 맛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빠, 나 한 숟갈만요.”

한참 제육볶음을 먹고 있는데, 지현이가 내 쪽으로 숟가락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왜? 그거 맛없어?”

“아뇨, 맛있는데……. 오빠가 워낙에 맛있게 먹으니까, 한입 먹어보고 싶잖아요.”

이 말과 동시에 숟가락으로 한 숟갈 푹 뜨는 지현이다. 이에 나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먹으라고 하자, 곧바로 가져가서 한 입 먹는 지현이다.

“어때?”

“그냥 비슷하네요.”

생각만큼 맛있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지현이는 싱숭생숭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하고는 마저 자기 밥을 먹었다. 그리고 그렇게 식사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지현이가 자기 스마트폰을 확인하더니 곧장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예은이랑 은하가 도착했대요.”

“그래? 얼른 가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 계산을 했다.

그러고 나서 밖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지현이와 함께 걸음을 옮겨 공원으로 가보니, 공원 벤치에 앉아서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은하와 예은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나는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배.”

이렇듯 은하와 예은이에게 다가서자, 예은이가 나를 부르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왜 그래?”

“새로운 게 나왔어요.”

“새로운 거?”

이런 내 물음에 예은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은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런 우리의 시선에 은하는 한동안 어쩔 줄 몰라해하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목소리가 변했어요.”

순간 은하의 입술 사이로 옥돌이 굴러가는 듯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천생 여자의 목소리였다. 뭐랄까……. 이전에도 꽤 듣기 좋은 목소리였지만, 지금은 그 수준을 뛰어넘은 목소리라고 할 수 있었다.

‘꼭 성우 같네.’

그래, 딱 성우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아주 고운 목소리만 전담하는 성우의 목소리 말이다.

“은하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몰라, 나도……. 나 이제…….”

“왜 울어? 완전 대박이잖아!”

지현이는 은하를 위로해줄 생각인지, 아니면 정말로 대박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은하의 손을 꽉 붙잡고서 방방 뛰었다. 그리고 그걸 가만히 지켜보던 예은이가 다시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 관련된 알림문구가 뜨고나서 저렇게 변했대요.”

“뭔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니고?”

“잘 모르겠어요.”

“다른 건?”

“그냥 뭐, 이것저것 뜬 것 같은데……. 저게 가장 크게 변한 것 같아요.”

그 말에 나는 내심 감탄했다.

‘이게 70대의 위력인가.’

만약에 80대……. 아니, 100을 찍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잠시 그 순간을 머릿속에 떠올렸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젓고는 은하 쪽으로 다가갔다.

“괜찮아?”

이런 내 물음에 은하가 눈시울을 붉히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선배……. 저 이상하지 않아요?”

남성의 보호본능을 한껏 자극하는 은하의 목소리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굳게 마음을 다잡으며 입을 열었다.

“이상하긴! 전혀 안 이상해.”

이렇듯 내가 말하자, 옆에 있던 지현이도 얼른 입을 열어 말했다.

“정말이야! 완전……. 그래, 코토리 같아! 완전 귀여워!”

코토리라는 게,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저렇게 방방 뛰는 걸 보면 나쁜 말은 아닌 듯싶었다. 아무튼 나는 일단 은하부터 진정시켜주자는 생각에서 얼른 입을 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단 오늘은 쉬자.”

“네…….”

이런 내 말에 은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리고 지현이도 이런 내 말에 수긍하는 모양인지, 은하의 손을 꼭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오늘은 일단 쉬어. 알았지?”

“응.”

“P군, 코토리를 부탁해요!”

또다시 나를 P군이라고 부르며 공원 벤치 쪽으로 밀어붙이는 지현이다. 덕분에 나는 은하와 함께 나란히 벤치에 앉게 되었다.

“저, 정말로 목소리 안 이상해요?”

그 때, 은하가 조심스런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에 적응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안 이상해. 정말이야.”

“정말이죠?”

“정말로.”

나는 재차 확신을 불어넣어주듯이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제야 은하도 안심하는 모양인지, 제 가슴을 쓸어내리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지현이는 예은이와 함께 춤 연습을 하려는 모양인지, 오전에 연습했던 이유리의 U-Go-Girl 동작을 예은이에게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원 투 쓰리. 여기서 턴 해서 원 투. 알겠지?”

한 차례 시범을 보여준 지현이는 예은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예은이는 잠시 긴장된 얼굴로 나와 은하를 쳐다보더니 곧 춤을 추기 시작했다.

“…….”

“…….”

그리고 그 순간, 나를 포함한 모두가 감히 말문을 열지 못 했다.

분명히 방금 전에 지현이가 선보인 춤하고 같은 춤이었는데, 예은이가 추니까 전혀 다른 춤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너무 좋게 변했다.

세련되게 변한데다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성이 절로 터져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증거로 평소처럼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저마다 감탄성을 터트리며 박수까지 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100찍으면 특수 능력을 얻습니다.

다만 찍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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