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20화 (120/599)

<-- [여름 바다] -->

서연이 누나가 화장실 밖으로 나간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샤워기를 틀어서 몸을 씻었다.

‘동거를 할까?’

동거를 하게 됐을 때, 여러모로 편한 점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로 자취방보다 훨씬 쾌적한 아파트 환경을 들 수 있었다. 물론 자취방도 관리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쾌적하게 지낼 수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파트에 비할 수는 없었다.

‘……아니야, 역시 동거는…….’

들킬 확률이 0%에 수렴하다고 하더라도 상대는 유 서연이었다.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득달같이 달려들 상대였다.

나는 서연이 누나의 옛 모습을 떠올리고는 몸서리쳤다.

“후.”

가볍게 숨을 내뱉은 나는 간단히 샤워를 끝마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 후, 거실로 나가자 아침밥을 다 차려두고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서연이 누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른 먹어.”

누나는 제법 자랑스레 말했다. 그리고 확실히 자랑스럽게 말해도 될 만큼 아침 식사가 제법 호화스러웠다. 계란말이에 나물반찬, 그리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김치찌개가 눈에 들어왔다. 의외로 서민적이라서 깜짝 놀랐다.

겉모습만 두고 보면 서연이 누나는 서양식으로만 식사를 해결할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의외로 소탈하단 말이지.’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누나한테 ‘옷 좀 입고 올게요.’라고 말한 뒤에 얼른 방 안으로 들어가서 옷을 챙겨 입었다. 그러고 나서 밖으로 나온 나는 누나가 해준 밥을 먹기 위해 숟가락을 들었다.

“내일 갈 거야?”

문득 누나가 입을 열어 물었다.

“바다요?”

“응. 어쩔래?”

재차 물음을 던지는 서연이 누나의 태도에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만 괜찮으면 저야 좋죠. 내일 바로 가게요?”

“응, 그럼 말 나온 김에 내일 바로 가자.”

“내일이요? 그럼 당일치기로요?”

“아니, 별장 있어. 거기서 하룻밤 묵자.”

“별장이요?”

별장이란 말에 나도 모르게 조금 놀란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하지만 누나는 별대수롭지 않단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안 커. 그냥 조그마한 집 같은 거야.”

“…….”

그 말을 들으니, 새삼 누나가 이 현주와 사촌지간이란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깨달았다. 서연이 누나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대단한 부자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왜 인턴을 하고 있는 걸까?’

집안 철칙 같은 걸까? 확실히 드라마 같은 곳에서 보면 이런 경우가 드물게 있기는 했다.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게 말이다.

‘……아니, 어쩌면 누나가 집을 뛰쳐나온 걸지도.’

그 정도로 프라이드가 높은 성격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때? 맛없어?”

잠시 서연이 누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불현듯 누나가 물음을 던졌다. 아무래도 밥에 대한 평가를 내려줬으면 하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재빨리 계란말이를 집어든 뒤에 한 입 베어 먹었다.

“오…….”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어때?”

“맛있어요.”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정말로 맛있었다.

저번에 샌드위치를 만들어줬을 때, 알아보긴 했는데 요리 솜씨가 제법 좋은 서연이 누나였다.

과연 서연이 누나가 못 하는 게 뭘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 그래도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성격이겠지.’

저 성격만 조금 고분고분하면 완벽한 여성일 텐데 말이다.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게 또 서연이 누나를 더욱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실제로 서연이 누나의 성격이 까칠했던 덕분에 이렇게 내가 첫 남자의 영광을 끌어안게 되지 않았던가?

“다행이다. 얼른 이것도 먹어봐.”

내게 이것저것 먹여주는 서연이 누나의 행동에 나는 옅게 웃으며 김치찌개와 나물반찬 그리고 계란말이 등을 먹으며 단란하게 아침식사를 끝마쳤다. 그리고 아침 식사가 끝났을 때, 나는 반찬을 냉장고 안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뒷정리는 제가 할 테니까, 누나는 출근 준비하세요.”

“응, 고마워.”

이런 내 말에 누나는 양 볼에 보조개를 만들더니, 쪽 하고 내 뺨을 뽀뽀를 해주었다.

‘이것도 괜찮은데.’

키스도 제법 좋지만, 이런 식의 풋풋한 스킨십도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신혼이라도 된 것 같네.’

나는 쿡쿡, 웃음을 터트리며 반찬을 냉장고 안에 넣은 뒤에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누나는 출근 준비를 끝마친 모양인지, 깔끔한 오피스 룩을 입고서 방 밖으로 나왔다. 특히나 고데기로 머리를 좀 더 만진 모양인지, 안 그래도 찰랑이는 머리가 한층 더 찰랑거리며 자신의 매력적인 웨이브를 선보였다.

“어때?”

“예뻐요.”

자신의 모습을 내게 보이며 묻는 서연이 누나의 행동에 나는 환하게 웃어 보이며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그대로 내 품에 포옥 안기는 서연이 누나다.

“키스해줘.”

그 말에 나는 기꺼이 고개를 숙여 입술을 맞춰주었다.

“……하음, 응……. 하으, 아. 하아.”

이렇듯 몇 번 입술을 맞춰주자, 누나의 입술이 보기 좋게 반들거렸다. 왠지 모르게 내 입술에도 누나의 립스틱이 묻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게 진하지 않은 색이니까.’

실없는 생각에 픽 웃음을 터트린 나는 서연이 누나의 몸을 놓아준 뒤에 방에 들어가서 스마트폰과 지갑을 챙겼다.

그 후, 밖으로 나오자 서연이 누나가 내 손을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얼른 가자.”

“네.”

이렇듯 집 밖으로 나간 우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지하로 내려간 뒤에 주차되어 있는 차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면 돼?”

“네, 거기까지면 돼요.”

이런 내 말에 누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시동을 넣었다.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간 누나의 차는 서서히 속도를 내며 도로로 들어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서연이 누나의 운전솜씨는 수준급이었다. 타고난 드라이버라고 할까?

조금 감탄하며 누나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덧 지하철역에 도착한 모양인지 누나의 차가 갓길에 대어졌다.

“오늘 저녁에 데리러갈게.”

“알았어요.”

왠지 모르게 오늘도 누나 집에서 자게 될 것 같았지만, 나는 군말 없이 대답했다.

괜히 여기서 반발했다간 틀림없이 누나의 융단폭격을 받게 될 테니 말이다. 솔직히 사귄지 며칠 되지 않긴 했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의 처신 방법을 익힌 듯했다.

“키스해 줘.”

그 때, 또다시 누나가 고개를 내밀며 내게 요구했다. 그리고 그 요구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서연이 누나의 입술에 입을 맞춰주었다.

“……하음, 응.”

달짝지근한 신음성과 함께 내 입술에 얽매이던 누나의 부드러운 입술은 내가 고개를 뒤로 빼는 것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하지만 이대로 떨어지는 건 조금 아쉬운 모양인지, 살짝 입술을 벌려 내 아랫입술을 깨무는 누나다.

“바람피우면 죽어.”

“저 그렇게 잘난 사람 아니에요.”

으름장을 내어놓는 누나의 말에 나는 선선히 웃으며 대답하고는 차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 나서 문을 닫자, 잠시 동안 가만히 있던 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차가 거의 안 보이게 되었을 무렵,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지며 지하철 안으로 들어섰다.

‘어디보자.’

이렇듯 서연이 누나와 헤어진 나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어서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KGC 홍삼 공사를 상대로 승리했습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합니다.]

[경험치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김 민서는 현재 78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경험치의 양 1655)]

[축하합니다!]

[출석 체크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무료 장비 조합(1회)가 주어집니다.]

[무료 장비 조합(1회)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장비 조합?”

아무래도 쓸모없는 장비를 조합하게 해주는 모양이었다.

나는 곧바로 네를 눌러서 무료 장비 조합을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무료 장비 조합(1회)’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장비 두 가지를 조합해서 보다 동급 혹은 보다 높은 등급의 장비로 조합시킵니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게 맞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떤 식으로 조합이 되는 건가 싶어서 사용을 눌러보았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이 부족합니다.]

[레벨을 올린 뒤에 조합 상점의 잠금을 푸세요.]

“레벨 제한인가.”

나는 잠시 생각을 했다.

본래 모든 게임에서 레벨이란 것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것이었다. 일단 매니저 어플에서만 봐도 레벨이 높으면 여러 가지 상점을 이용할 수 있는 잠금이 풀렸다. 더불어 이런저런 기능이 추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에는 대가가 필요했다.

그건 바로 상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납의 가장 첫 문구는 사용자의 레벨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 말은 즉, 사용자의 레벨에 따라서 상납의 양이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물론 레벨이 높은 만큼 상납을 많이 해야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거지만…….’

하지만 내 능력이 되지도 않는데, 레벨부터 무작정 올리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그 예로 어제 있었던 트윈 헤드 오우거가 있었다. 만약에 내가 그 트윈 헤드 오우거를 감당해내지 못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퀘스트를 포기해서 재빨리 도망치는 방법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항상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서큐버스 엘레노아를 처음 만났었을 때도 까닥 잘 못 했으면 모든 정기를 빼앗겨 죽을 뻔 했었고, 하얀 머리 용병단의 단주인 마틸다를 만났었을 때도 내가 고블린 소환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사람을 죽일 뻔했다.

하물며 트윈 헤드 오우거의 공격을 받았을 때, 보호의 반지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피곤죽이 되어있었을 것이다.

‘레벨은 좀 더 생각해보자.’

나는 일단 무료 장비 조합에 대한 생각을 옆으로 치워버리고 매니저 어플을 종료했다.

‘……민서에 대한 기사가……. 여기 있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김 민서, 이름 석 자를 검색창에 적어 넣자 곧 여러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인터뷰] 새롭게 등장한 배구 여신 김 민서 “우승 하고 싶습니다.”

“목표요? 우승하고 싶어요.”

여자 프로 배구 대한 건설 힐스테이트의 레프트 김 민서(27, 177cm)는 부상당한 서 유인 선수와 민 주희 선수를 대신해서 GS 칸텍스 전에 나선 뒤로 멋진 활약을 펼쳐 곧바로 대한 건설과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 계약에 힘입은 김 민서 선수는 기존에 활약하던 서 유인 선수와 민 주희 선수의 공백이 도저히 느껴지지 않을 만큼 대 활약을 펼치며 팀을 3연승 행진에 올려놓았다.

서울중앙여고 시절부터 최고의 레프트 공격수로의 자질을 보였던 김 민서는 첫 프로 무대에서 참패를 겪은 뒤에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거의 퇴출되다시피 밀려났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그것을 딛고 일어나 제 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김 민서는 어제 있던 KGC 홍삼 공사와의 시합에서 블로킹 5개를 포함해 31 득점(공격성공률 69.23%)을 올리며 3-0 승리를 견인했다. 김 민서는 MVP에 선정되며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

김 민서는 “한 때는 포기 할 뻔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포기하지 않길 정말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웃었다. 그리고 덧붙여서 “참 고마운 사람이 있습니다. 언젠가 보답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 민서는 의욕에 가득 차 있다. 7년 간, 아무것도 못 했던 그녀는 이제 당당히 프로 무대에 나서서 팀과 함께 우승컵을 들길 원하고 있다.

7년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만큼 김 민서 선수는 보다 노련해진 실력으로 팀을 이끌 차세대 주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시즌, 남은 경기를 앞두고 신 형석 감독은 대한 건설 힐스테이트가 새로운 돌풍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 민서는 “이번 시즌은 꼭 우승하고 싶습니다.”며 “다들 정말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상 회복 중인 서 유인 선수와 민 주희 선수가 없다고 해서 허무하게 지는 경기는 없을 겁니다.”라며 각오를 다짐했다.

두 명의 선수가 부상당하는 악재를 겪었으면서도 대한 건설 힐스테이트는 김 민서 선수를 데려옴으로서 이번 시즌 우승을 노리고 있다. 현재 대한 건설은 시즌 2위로 역대 최고 성적이다.

“매년 기다려왔습니다.”고 밝힌 그녀는 “이번에야 말로 벤치가 아닌 무대에서 경기를 임하겠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민서는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로 “현재 목표는 시즌 1위입니다. 그 다음은 우승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야…….’

민서에 대한 기사를 읽은 나는 다른 기사들도 살펴보았다. 그러자 민서에 대한 온갖 칭찬부터 시작해서, 얼른 1군으로 올려댜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이미지 검색창에는 민서의 사진이 한가득 했다.

“연예인 같네.”

나는 쿡쿡 웃으며 지하철에 탔다.

‘칭찬을 해줘야겠지.’

은근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늘은 여러모로 해야 될 일이 많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기회를 보아서 마지막 하나 남은 마정석 파편을 얻기 위해서 이계 퀘스트를 진행해야 되기도 했다.

‘……서연이 누나랑 주말에 바다에 놀라 갔다 오면 남은 건, 6일인가.’

========== 작품 후기 ==========

민서 근황이요!

0